[에프터6] 불꽃 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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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분전
불꽃 004 ------------------------------------------------------------------------------------
오후 3시.
에메랄드 백화점 관리과장 강하영이 지하 식품매장으로
들어선다.
오후 3시는 백화점이 비교적 한가한 시간이다.
강하영이 한가한 시간을 택해 지하식품 매장으로 내려온 건
윤미숙에게 접근하기 위한 목적이다.
관리과장이 매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본 판매원들의
얼굴에 긴장이 돈다.
백화점 판매원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직책이 관리과장이다.
종업원의 대부분이 판매원인 백화점에는 인사과라는 것이
따로 없다.
백화점 종업원의 90%는 판매직이다.
백화점 판매직은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
작업이다.
상품 종류에 따라 약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면 터득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전문 지식이 필요 없는 단순 판매직은 인사 이동이라는
것이 없다.
계절 따라 상품의 성격 따라 판매원을 배치하면 된다.
그런 특성상 대부분의 백화점에는 인사 부서가 따로 없다.
에메랄드 백화점의 경우 판매원의 매장 배치는 관리과
소관이다.
굳이 따지자면 관리과장이 인과과장을 겸하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에메랄드 판매직 종업원들에게는 관리과장인
강하영은 절대적인 존재다.
관리과장인 강하영이 식품 매장으로 들어서면서 종업원들이
긴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매장을 돌아보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을 식품매장
중앙 계산대로 향한다.
식품매장에는 계산대가 여러 곳에 있다.
여러 개에 설치된 금전출남기의 데이터는 중앙 계산대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다.
백화점 결제 방법이 다양하다.
현금과 수표가 있고 카드와 상품권이 있다.
상품권도 에메랄드 백화점이라면 어느 점포에서 건
현금처럼 사용하는 백화점 발행의 정액권이 있고 상품
이름이 지정된 상품권이 있다.
이런 종류의 상품권을 내무에서는 상품교환권이라 부른다.
카드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백화점 자체 카드에서 은행 카드 그리고 카드 전문회사가
발행한 것이 있다.
카드 전문 회사도 국내 기업과 외국기업이 있다.
카드와 외부 발행의 상품 교환권은 발행회사에 따라
백화점에 들어오는 수수료가 다르다.
고객이 여러 종류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을 때 노련한
판매원은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수수료
마진이 많은 카드로 결재하도록 유도한다.
백화점에 따라서는 이것이 판매원의 유능과 무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결제 결과는 그때 그때 바로 중앙 계산대
컴퓨터에 입력된다.
고객이 10만원권 이상의 고액권 수표로 결재할 때 중앙
계산대에서 처리한다.
중앙계산대의 역할은 그만치 중요하고 중앙 계산대
책임자는 상당한 커리어를 가진 고참 급이다.
윤미숙이 지하 식품매장의 모든 경리를 총괄하는 중앙
계산대의 책임자다.
에메랄드에서는 그런 직책을 주임이라 부른다.
강하영이 중앙계산대로 다가오는 모습을 본 윤미숙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목례를 한다.
강하영이 윤미숙 앞에 선다.
윤미숙이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강하영을 바라본다.
관리과장이 식품 매장을 둘러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관리과장이 매장에 들어 올 때도 대개는 한바퀴 돌아보고
나간다.
그런 관리과장이 자기 앞에 우뚝 서면서 윤미숙의 얼굴에
의외라는 빛과 당황하는 빛이 동시에 스치고 지나간다.
두 사람이 한 발자국 정도 거리를 두고 마주 서 있다.
강하영의 시선이 자기도 모르게 윤미숙의 유니폼
앞가슴으로 향한다.
윤미숙의 가슴은 남자라면 눈이 제일 먼저 갈 만치
풍요롭다.
관리과장의 눈길이 자기 가슴에 와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윤미숙의 얼굴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붉어진다.
여자 스스로가 풍만한 자기 가슴을 의식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방응이다.
"일손이 모라지 않아요?"
강하영이 묻는다.
"네?"
윤미숙은 강하영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 낮은 소리로
반문한다.
그만치 긴장되어 있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계절적으로 식품 매장이 붐빌 때 아닙니까?"
강하영이 사무적으로 말한다
"아! 네!"
윤미숙이 겨우 강하영의 말뜻을 이해한다.
백화점은 계절 따라 요일 따라 시간 따라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다르다.
특히 식품매장은 계절 따라 매상에 큰 차이가 난다.
계절적으로는 가을에서 시작해 김장철을 지나면서
연말까지가 가장 붐빈다.
요일별로는 주말이 붐비고 시간대로는 오후 4시 이후에
고객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지금은 여름 휴가 철이 지난 이른 가을이다.
식품매장에는 지금부터 연말까지가 고객이 몰리는
계절이다.
강하영이 윤미숙에게 '일손이 모자라지 않아요?'하고 묻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손이 모자라지 않아요?"
강하영이 꼭 같은 질문을 다시 한다.
"아직은.......!"
대답한 윤미숙이 약간 긴장된 눈으로 강하영의 눈치를
본다.
강하영도 자기 눈치를 보는 윤미숙의 표정에서 긴장을
느낀다.
순간 강하영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가을이 접어들면 식품 매장이 붐비기 시작하고
붐비기 시작하면서 인원을 보충한다.
인원을 보충하는 곳은 매장만이 아니다.
매장 별 계산대에도 중앙 계산대에도 인원이 보충된다.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매장 인원 보충 계획을 세워
요청해야 할 때다.
관리과장인 강하영이 식품 매장에 내려온 것을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인원 보충 계획을 세우기 전에 매장실태를
점검하러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하식품 매장 중앙계산대 근무 경력 5년인 윤미숙도
인원을 보충할 때가 가까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강하영의 일손이 모자라기 않느냐는 질문은 의례적인
것이다.
관리과장의 그런 형식적인 질문에 윤미숙이 긴장하고 또
눈치를 본다.
눈치를 보는 눈빛 속에 어딘가 당황하는 듯한 냄새까지
풍긴다.
강하영이 순간적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
때문이다.
'뭔가 있다?'
강하영의 머리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다.
뭔가 있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윤미숙을 빠른 시간 안에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하고 결심한다.
윤미숙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시선이 가슴을 떠나 아래로 내려간다.
에메랄드의 유니폼의 스커트는 타이트 미니다.
눈이 타이트 스커트에 졸려 윤곽이 훤히 드러나 있는
윤미숙의 아래 배로 간다.
그 속에 감추어져 일을 매끈한 헤어레스의 탑을 상상해
본다.
얼른 상상에 떠오르지 않는다.
강하영은 한번도 헤어레스의 여자를 만나 적이 없다.
한번도 본 경험이 없으니 상상해 보아도 어떤 모습인지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대체적이 모양에는 상상이 간다.
머리 속으로 수풀이 없는 성인 여자의 미끈한 탑을
그려본다.
징그럽다는 생각보다 신비할 것이라는 기분이 앞선다.
타이트 스커트 위로 윤곽이 뚜렷이 드러나 있는 윤미숙의
아래 배를 바라보며 속에 숨겨져 있을 모습을 상상하는
사이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윤미숙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위를 하는 여자라는
김화진의 말이다.
윤미숙에게 심한 자위증세가 있다는 김화진의 말이
떠오르면서 강하영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떠오른다.
윤미숙은 강하영의 시선이 자기 아래 배에 와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의식하고 있다.
자기 아래 배에 시선을 둔 채 강하영이 야릇한 미소를 짓는
것도 본다.
윤미숙도 강하영의 야릇한 미소를 의식한다.
강하영의 미소를 보면서 윤미숙은 자기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의식한다.
강하영은 윤미숙이 자기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상대가 경계할 위험이 있다.
여자가 경계심을 가지면 일이 복잡해진다.
그것을 알고 있는 강하영은 여기서 일단 물러서야 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별 일 없지요?"
하고 별 생각없이 말한다.
"네?"
윤미숙이 또 당황한 표정으로 반문한다.
'이상하다! 분명히 무엇인가 있다!'
강하영은 확신 같은 것을 가진다.
윤미숙을 빨리 자기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 여자로 만들기 위한 첫 단계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구실이 필요하다.
"인원 보충 문제에 미스 윤의 의견을 듣고 있군요. 언제
기회 시간 좀 내어 주어요"
강하영이 얇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알겠습니다!"
윤미숙이 필요 이상 경직된 표정으로 답한다.
그때 구내 확성기에서
"관리과장님 외부 전화가 와 있습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확성기의 그 말이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끊어
놓는다.
윤미숙이 다시 컴퓨터 앞으로가 일을 시작한다.
강하영이 계산대 컴퓨터 옆에 놓인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돌리라는 말을 한다.
"강하영입니다!"
강하영의 그 말에
"나야!"
하는 젊은 여자 소리가 들려 온다.
"아! 네!"
"호텔이야!. 스위트 룸!"
"아!"
강하영이 짧게 답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는
윤미숙의 불룩한 젖가슴을 내려다보고 있다.
"퇴근하고 와!"
여자의 말투는 명령조다.
"그러지요!"
"늦으면 싫어!"
"알겠습니다!"
"퇴근하면 바로 오는 거지?"
여자가 다짐한다.
"네!"
"거기 어디야?"
너무나 사무적인 강하영의 응답에 여자가 묻는다.
"매장 순시중입니다"
"그랬구나!"
여자가 웃는다.
"그럼!"
"너무 기다리는 것 싫어!"
여자가 또 다시 다짐한다.
"염려 마십시오!"
"그럼 끊는다!"
여자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강하영이 수화기를 놓으며 혼자 빙그레 웃는다.
저녁 7시20분 전.
강하영이 에메랄드 호텔 지하 쇼핑 센터에 들어선다.
에메랄드 호텔은 에메랄드 백화점과 함께 에메랄드그룹
계열기업이다.
에메랄드 호텔 지하 쇼핑 센트는 백화점의 분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백화점의 분점인 이상 호텔 쇼핑 센터의 관리도 강하영
관리과장 소관이다.
매장을 한바퀴 둘러본 강하영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강하영이 25층을 누른다.
25층은 스카이 라운지다.
25층에 내린 강하영이 스카이라운지에 들어가지 않고
화장실 옆에 위치하는 비상 계단을 통하는 철문 앞으로
간다.
비상계단 철문 앞에 선 강하영이 잠시 사방을 살핀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강하영의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비상계단 도어를 연다.
도어 안으로 들어선 강하영이 계단을 올라 26층으로 간다.
에메랄드 호텔 26층에는 객실이 하나 뿐이다.
26층 전체가 하나의 객실로 이루어져 있는 구조다.
26층은 건물 전체에 비해 좁다. 외부에서 보면 옥상
탑형이다.
VIP용 객실을 하나만 두기 위해 26층은 처음부터 탑형으로
설계했다.
26층 객실은 여섯 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침실과 거실에 접견실 그리고 비서나 수행원을 위한 공간과
소회의실도 있다.
순수 객실 이용료만도 하루에 3천 달러가 넘어선다.
일반 엘리베이터는 25층까지만 운행된다.
이용객이 있을 때만 26층 직행 엘리베이터가 운행된다.
이용객이 없을 때도 보안이 철저하다.
호텔 직원도 총지배인의 허가 없이는 26층에 들어서지
못한다.
객실이 손님이 있을 때도 호텔 직원은 아래층 직통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강하영은 지금 26층에는 낮에 자기에게 전화를 한 여자를
빼고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6층으로 들어선 강하영이 직수입한 붉은 색 페르시아
카펫이 깔린 복도를 따라 객실 도어 앞으로 가 부저를
누른다.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고 스무 살 전후로 보이는
여자가 실크 가운 차림으로 서 있다.
강하영을 본 여자가
"안아 줘!"
하고 어리광처럼 외친다.
"아가씨는 언제는 성급하군요!"
강하영이 미소와 함께 여자를 안는다.
얇은 실크 가운을 통해 여자의 따뜻하면서도 뭉클한 젖가슴
탄력이 느껴진다.
가운을 통해 전해 오는 온도와 탄력의 감촉으로 여자가
실크 가운 속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고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하영이 여자를 번쩍 가로 안는다.
"일찍 왔네"
젊은 여자가 자기를 가로 안은 강하영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말한다.
"아가씨 명령을 어떻게 어길 수가 있겠습니까?"
"좋았어! 그 정신 영원히 간직해야 돼!"
여자가 귀엽게 노려본다.
"어디로 모실까요?"
강하영의 여자의 눈을 바라보며 빙긋 웃는다.
"부끄럽게 왜 그런 걸 물어?"
여자가 빨게 진 눈으로 곱게 흘긴다.
침실로 가자는 뜻이다.
강하영이 빙그레 웃으며 침실 쪽으로 향한다.
강하영의 입이 발가벗은 모습으로 반듯이 누워 있는 여자의
가슴 위에 솟아 있는 봉우리 정상의 열매를 머금고 있다.
"아아! 좋아!"
자기가 원한다는 것을 얻은 철없는 어린아이가 환호를 지를
때의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강하영의 오른 손이 입에 덮이고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여자
가슴 봉우리 위에 있다.
손이 보물을 어루만지는 손길처럼 봉우리를 쓸어 가고
있다.
"아아! 좋아!"
여자가 또 한번 가냘프지만 뜨거운 신음을 토한다.
여자는 반듯이 누워 강하영의 애무만 받을 뿐 전혀
움직임이 없다.
중세기 절대 군왕의 공주가 노예에게 명령해 애무를 받을
때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 동안 뭐 했어?"
여자가 강하영에게 몸을 맡겨 놓고 반듯이 누운 그대로
묻는다.
묻는 여자의 목소리가 마치 노래처럼 들린다.
"날마다 아가씨 생각하면서 불러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강하영이 가슴 위 봉우리 정상의 꼭지를 머금은 채 답한다.
"정말?"
여자가 환한 목소리로 묻는다.
"누구 앞이라고 거짓말하겠습니까?"
두 사람의 대화 자체도 중세기의 공주와 노예 사이를
연상시킨다.
그러면서도 여자를 대하는 강하영의 목소리에서 장난기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자기야!"
여자가 강하영을 올려다보면서 부른다.
"아가씨! 그렇게 부르면 안됩니다"
강하영이 정색을 하고 말한다.
"내 마음이지 뭐?"
여자가 투정처럼 말한다. 그러나 화가 났다거나 기분이
상했다는 목소리는 아니다.
"그래도 안됩니다!"
강하영의 목소리가 진지하다.
"자기는 내가 싫어?"
여자가 약간 정색을 하고 묻는다.
"아가씨!"
"묻는 말에 대답만 해!"
여자가 강하영의 말을 끊어 버린다.
"제 마음은 누구보다 아가씨가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나도 자기가 좋단 말이야!"
여자가 다시 어리광을 부린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다른 아이들처럼 자기야 하고 부르지 못하라는
거야?"
여자의 목소리에 어리광과 함께 투정이 담겨 있다.
"왜 대답이 없어!"
여자가 노려보며 재촉한다.
노려보는 눈에 악의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불만 같은 감정이 서려 있다.
강하영이 대답 대신 입에 머금고 있는 꼭지를 조금 강하게
빨아들인다.
꼭지가 빨려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짜릿한 자극에
"아아!"
하고 여자가 뜨겁게 반응한다.
강하영이 여자의 입을 막을 필요가 있을 때마다 이용하는
기법이다.
그 기법이 한번도 빗나간 일이 없다.
여자는 어린 만치 반응도 빠르기 때문이다.
여자는 그만치 남자 경험이 적고 순진하다는 뜻이다.
순진한 만치 감정 표현도 직설적이다.
여자가 본격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하는 것을 알아차린
강하영이 가슴을 쓸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 에로스의
언덕으로 가져간다.
언덕을 덮은 손바닥으로 짙지 않는 에로스의 수풀이
느껴진다.
짙지도 그렇다고 얕지도 않으면서 몹시도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수풀이다.
강하영은 여자의 수풀에서 전해 오는 감촉을 느낄 때마다
우아하다는 표현 이상 다른 말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의 수풀도 신분에 따라 감촉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
여자를 통해 처음 확인했다.
강하영의 손길이 우아한 느낌을 주는 수풀을 가만히 쓸어
간다.
"아아! 좋아!"
여자가 신음 같은 뜨거운 입김을 토한다.
그때까지도 여자는 강하영에게 몸을 맡겨 둔 채 전혀
움직임이 없다.
여자의 그런 모습은 한번도 남자를 애무 해 주어 본 경험이
없는 첫 경험을 하는 순간의 소녀를 연상시킨다.
혀로는 입에 들어와 있는 꼭지 정상을 쓸고 손으로는
오뚝한 언덕을 덮고 있는 우아한 수풀을 쓸어 간다.
"으음!"
여자가 가냘픈 신음을 토하며 눈을 감는다.
강하영이 수풀을 쓸며 이 여자와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한다.
강하영은 바다 낚시를 즐긴다.
바다 낚시 시즌은 가을부터 시작해 다음해 봄까지가
절정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휴가는 언제가 늦가을이 아니면 초겨울을
택한다.
3년 전 그 해도 10월에 휴가를 받아 동해안으로 차를
몰았다.
강하영은 자동차 여행을 때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언제나 국도를 택한다.
자동차 여행의 진미는 경관이 단조로운 고속도로보다는
국도에 있다.
강하영의 그날 목적지는 묵호다.
제천에서 영월로 들어가 거기서 태백을 경유해 동해안으로
빠지는 코스를 택했다.
차가 영월과 태백의 중간지점에 왔을 때 도로 가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거리가 좁혀지면서 도로 가에 세워진 승용차 앞에
선 여자가 손을 드는 모습이 보인다.
뭔가 구원을 청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하영이 여자 앞에
차를 세웠다.
차를 세운 강하영은 한순간 어리둥절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강하영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원인은 세 가지다.
여자가 놀랄 만치 아름답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 째 강하영을 놀라게 한 것은 여자의 나이다.
첫 눈으로 보아 여자의 나이 열 일곱이 아니면 열 여덟
정도고 아무리 많이 보아주어도 열 아홉은 아닐 만치
애띠다.
여자라는 표현보다는 소녀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런
인상이다.
한국 도로교통법으로 자동차를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면 만
18세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소녀처럼 보이는 여자의 나이는 일단 만 18세는
지났다는 뜻이다.
아무리 보아도 더 어려 보인다.
강하영의 세 번째 놀라게 한 것은 자동차다.
강하영은 자동차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
여자가 세워 놓은 자동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450 컴버트벌
스포츠 쿠페다.
통칭 벤츠 4500 cc 스포츠 카로 불리는 지붕이 열리는
차다.
자동차 잡지를 통해 그런 차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한국에 그런 차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실물을 보는 것도 그때가 처음이다.
강하영이 알기로는 독일 본국에서도 10만 달러가 넘어서는
고급 스포츠 카다..
이런 차를 수입해 와 등록까지 마치면 최하 1억5천원은
들어간다.
18세를 겨우 넘어선 소녀가 이런 차를 가지고 있다면
재벌급 딸이라고 보아야 한다.
"무슨 일이지요?"
차에서 내려선 강하영이 미소 지은 얼굴로 소녀에게
묻는다.
"펑크가 났어요!"
소녀가 울상을 짓고 말한다.
"제가 갈아 끼워 드리겠습니다"
소녀가 타이어 갈아 끼우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한 강하영이
말한다.
"스페어 타이어에도 바람이 모두 빠져나가고 없어요. 차
사고 한번도 상용하지 않았더니 그 사이 바람이 빠져 버린
모양이예요"
소녀가 계면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흔히 있는 일이다.
레디얼 타이어는 사용하지 않고 오래 두면 조금씩 공기가
빠져나간다.
그런 상식을 아는 자가 운전자들 최소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스페어 타이어를 점검한다.
장거리 운행을 나서기 전에는 스페어 타이어를 점검하는
것이 운전자의 기본 상식이다.
이 소녀는 그런 상식을 모르고 스페어 타이어를 한번도
점검하지 않았고 그대로 장거리 운행에 나온 모양이다.
그러다가 외진 국도에서 펑크가 난 다음에야 갈아 끼우려
꺼내는 순간 바람이 모두 빠져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장착된 타이어가 펑크가 나고 스페어 타이어까지
사용불능이라면 다른 방법이 없다.
차에 타이어를 싣고 가까운 수리점까지 가 수리를 한 다음
다시 돌아와 끼워야 한다.
"타이어를 싣고 수리점이 있는 곳까지 다녀올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제 차를 이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주시겠어요?"
소녀의 얼굴이 금세 환해진다.
강하영이 차에 장착된 펑크 난 타이어를 뽑고 바람이 모두
빠져나간 스페어 타이어까지 자기 차 트렁크에 실을 때까지
소녀는 자기가 작업을 하거나 도우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구경만 하고 있다.
작업을 하던 강하영의 눈에 소녀의 차 앞 유리에 붙어 있는
에메랄드 백화점 주차 스티커가 들어온다.
강남 고급 주택 단지를 끼고 있는 에메랄드 백화점은 자체
발행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높은 고객에게 무료 주차
스티커를 발급하고 있다.
무료 주차 스티커에는 실버와 골드 주 종류가 있다.
실버는 연 이용금액이 2천만원 이상인 고객이고 골드는
3천만 원을 넘어서는 고객이다.
주차 스티커의 유효 기간은 1년이다.
연말을 기준으로 이용금액이 규정 이하면 재발급을 하지
않는다.
강하영이 본 소녀 차에 부착된 무료 주차 스티커는 골드다.
그건 지금 자기 앞에 서 있는 소녀가 에메랄드 백화점에서
카드로만 한 해에 3천만원 이상의 매상을 올려 주는 특별
관리 대상 고객이라는 뜻이다.
강하영이 알기로는 올해 골드 주차 카드를 발급 받아 간
고객은 백 명을 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에메랄드 백화점으로서는 머리가 들어지지 않을
정도의 거물급 고객이다.
작업하는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이 바라만 보고 있는 소녀의
태도에 약간 심사가 틀어지기는 했지만 골드 스티커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차에 중요한 물건이 있으며 옮겨 싣고 갔다 오는 게
안전할 텐데요?"
작업을 마친 강하영이 말한다.
"트렁크에 옷과 카메라가 들어 있는 가방이 있어요"
소녀가 또 다시 당연히 그건 당신이 할 일이라는 듯이
강하영에게 키를 내밀며 말한다.
강하영이 말없이 키를 받아 벤츠의 트렁크를 열러 가방을
꺼낸다.
소녀의 가방은 구치다. 국내에서 브랜드 생산을 한 것이
아닌 이탈리아 산이다.
백화점 직원인 강하영은 가격이 백만 원을 넘어서는 고가
품이라는 한 눈에 알아본다.
'누구 네 딸인지 돈을 처치 못해 안달이 나는 집안인
모양이군'
강하영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가방을 자기 차에 옮겨
싣는다.
그때까지 소녀는 강하영의 차에 탈하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다.
강하영은 소냐가 왜 차에 타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는지
알아차린다.
강하영이 자기 차 문을 열어 준다.
그때야 소녀가 살짝 미소하며
"고마워요!"
하는 목례를 하고 강하영이 열어 주는 차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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