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사랑 (3)
바람10
0
78
0
2시간전
=== 눈물겨운 배려와 엇갈리는 순정
그날 이후, 두 사람의 기묘한 이웃사촌 생활은 본격적인 연애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연애는 평범한 연인들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지훈은 채아와 만날 때마다, 그녀가 행여나 자신의 직업에 자격지심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철저하게 계산된 거짓말을 쏟아냈다.
"채아야, 난 말이야, 진짜 독특한 취향이 있어. 그냥 예쁜 여자보다 카메라 앞에서 과감하게 섹스하는 AV 배우들의 모습에 완벽하게 매료되거든. 그런 프로페셔널한 여성이 내 눈앞에 있다면, 난 당장이라도 영혼을 바쳐 사귈 수 있어. 오히려 그런 당당함이 내 가슴을 뛰게 해."
지훈은 틈만 나면 이런 파격적인 취향 고백을 늘어놓았다. 밤마다 1502호의 얇은 벽을 타고 넘어오는 거친 숨소리와 신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낮에 만나는 채아 앞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성인 콘텐츠를 사랑하는 남자인 척 연기했다. 그것이 자신의 가녀린 첫사랑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배려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시간이 날 때마다 오피스텔 근처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여느 대학생 커플처럼 풋풋한 데이트를 즐겼다. 손을 잡고 걷거나 가벼운 포옹을 나눌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 이상의 깊은 신체 접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데이트가 끝나고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할 때마다, 지훈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둘러 채아를 배웅했다.
지훈이 채아와 잠자리를 갖지 않는 데에는 밤마다 피눈물을 흘리며 굳힌 그만의 애절한 이유가 있었다.
'채아는 매일 밤 카메라 앞에서 다른 사내들과 몸을 섞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
낮 동안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온몸이 부서질 듯 힘들 텐데, 나까지 연인이라는 명목으로 채아의 몸을 탐하고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채아가 그 끔찍한 촬영 현장에서 겪을 고통을 나마저 더해줄 순 없지.'
지훈에게 채아는 영원히 더럽혀지지 않는 첫사랑의 성역이었다. 비록 가혹한 현실 때문에 밤마다 다른 남자들의 품에 안겨 가짜 신음을 내지르는 그녀였지만,
자신과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한채아'로 남겨두고 싶었다. 지훈은 채아의 육체가 아닌, 그녀의 상처 입은 영혼을 온전히 안아주고 싶었던 것이다.
=== 흑막의 시나리오와 채아의 결심
한편, 지훈의 이런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채아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고민과 오해 속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지훈이가 정말로 AV 배우의 그런 과감한 모습에만 흥분을 느끼는 취향이라니... 게다가 그런 배우와 본격적으로 사귀고 싶어 하다니. 어쩌면 좋지? 내가 성인 비디오 제작사 직원이라는 걸 밝히면 실망하는 거 아닐까? 차라리 내가 진짜 그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라면 지훈이가 나를 더 뜨겁게 사랑해 줄까?…….
지훈이 던진 눈물겨운 거짓말들이 채아의 마음속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며, 그녀에게 엄청난 심적 압박과 오해를 심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채아가 근무하는 성인 콘텐츠 제작사의 본사 사무실에서 긴급 전체 회의가 소집되었다. 기획 마케팅팀 대리인 채아를 비롯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10여 명이 모두 회의실에 모였다.
사실 이번 5층 사무실 이벤트 촬영은 회사의 큰 프로젝트 중 하나였으나, 그 내부의 세부적인 연출과 상세 촬영 방법은 철저하게 짜인 덫이었다. 1년 전 채아가 입사할 때부터 그녀를 짝사랑하며 끊임없이 대시했다가 거절당했던 고진혁 선배가 오직 채아를 카메라 앞에서 완벽하게 소유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 독단적으로 짜놓은 잔인한 시나리오였던 것이다.
진혁은 평소 성격상 채아가 과격한 AV 촬영에 순순히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교묘하게 내용을 비틀어 기획안을 올렸다.
단상에 올라선 메인 감독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진혁이 완성한 신작 스토리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자, 주목해 주세요. 이번에 회사에서 전사적으로 밀어붙이는 전속 기획물 스토리는 이른바 'VIP 고객의 상상 속 오피스의 나체 여직원들' 콘셉트입니다. 5층 사무실을 배경으로 촬영을 진행할 건데, 스토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5층에는 촬영을 위해 최소 인력의 여직원들만 배치될 겁니다. 그리고 실제 VIP 고객이 사무실로 들어와, 자신의 '상상 속'에서 여직원들이 나체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입니다."
감독은 시나리오 보드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화면상으로는 VIP의 상상이 시작되면, 오늘 참여하는 여직원들은 하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벽한 나체 상태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상의는 단정한 화이트 셔츠를 입되, 양쪽 젖가슴 부위는 가위로 동그랗게 구멍을 내서 가슴이 그대로 노출되도록 리폼할 겁니다. 그 상태로 아무렇지 않게 컴퓨터를 하고 서류를 보며 근무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쭉 훑고 지나가는, 아주 정적인 비주얼 중심의 촬영입니다."
진혁이 사전에 손을 써둔 덕분에, 감독의 브리핑 어디에도 '현장에서 남자 배우들과 실제로 섹스를 한다'는 조항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저 상상 신을 위한 노출 촬영 정도로만 포장되어 있었기에, 수위 높은 연기를 거부하는 여직원들의 진입 장벽을 완전히 낮춰버린 것이다.
감독은 회의실을 둘러보며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자, 이번 기획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우리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5층 여직원들 중에서 도저히 이건 부끄러워서 못 하겠다, 참여하기 어렵다 하는 사람은 지금 편하게 손들고 이야기해 주세요.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니까."
평소의 채아였다면, 비록 노출만 있는 단순한 상상 신이라 하더라도 본업이 마케팅과 현장 관리인 만큼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을 터였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있던 10여 명의 여직원 중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은 채,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고기를 끄덕이고 있었다. 회사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때문인지, 혹은 이미 익숙해진 업계의 개방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못 하겠다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채아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사람, 지훈의 얼굴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훈이는 AV 배우가 섹스하는 모습을 봐야 진짜 좋아하게 된다고 했어... 그런 여자와 사귀고 싶다고 매번 입이 닳도록 말했잖아.
비록 이번 촬영이 단순히 나체로 근무하는 모습을 찍는 상상 신에 불과하지만... 내가 이 촬영에 정식으로 참여해서 완벽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내 영상을 지훈이에게 보여주며 내 진짜 정체와 마음을 고백하면, 지훈이도 나를 진정한 여자로 바라보고 우리 관계도 한 단계 더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매번 데이트가 끝날 때마다 자신을 지켜주겠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돌리던 지훈의 모습이 떠올랐다. 채아는 그것이 자신이 AV 배우가 아니라서, 혹은 자신의 매력이 부족해서 지훈이가 선을 긋는 것이라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지훈의 취향을 만족시켜 주고, 그의 진짜 연인이 되어 당당하게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열망이 채아의 이성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채아는 마침내 침을 꼴깍 삼키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반쯤 들려던 거부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그래, 결정했어. 지훈이를 위해서라면 노출 촬영쯤은 못 할 것도 없어. 이번 촬영을 멋지게 소화해 내고, 그 영상을 지훈이에게 선물하면서 내 진짜 정체와 사랑을 고백하는 거야. 그러면 지훈이도 날 세상에서 가장 뜨겁게 사랑해 주겠지.'
지훈이 자신을 위해 외쳐왔던 눈물겨운 거짓말의 벽이, 채아의 마음속에서 거대한 오해의 싹을 틔워 마침내 그녀를 고진혁이 파놓은 함정 속으로 등 떠밀고 있는 순간이었다.
'단순 노출 상상 신'이라는 진혁의 달콤한 시나리오 뒤에, 현장에서 "타임!" 소리와 함께 들이닥칠 진짜 파국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두 사람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는 반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공주보지 |
05.23
+175
FDJY |
05.23
+65
수비닝 |
05.20
+46
dpm1102 |
05.19
+38
소심소심 |
05.17
+49
희쮸 |
05.04
+56

월드카지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