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기 좋은날 002 -----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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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바람피기 좋은 날 002 -----
그리고..그 날 이후 난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주기적으로 지영과 섹스를 나눴다.
조용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지영은 정말 자유분방하고 프리한 섹스관을 가지고 있어 카섹스는 기본이며 생전 해본 적이 없던 심야영화관에서의 섹스, 야외 화장실에서의 섹스 등 난 지영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린 그렇게 3개월이란 시간을 비밀리에 만남을 가지고 관계를 가졌지만 그 관계는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영은 나하고만 그런 관계를 가진 게 아니라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 중에 사장도 포함이 되어 있었는데 둘 사이를 의심한 사장의 부인이 흥신소에 시켜서 사람을 붙였다가 사장과 지영이 모텔에 있는 걸 딱 들킨 것이었다.
당연히 지영은 그 날 부로 해고되었고, 그 날 이후 난 지영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지영에게 마지막으로 연락을 받은 건 9월 말의 조금은 날씨가 시원해지고 있는 어느
가을날이었다.
-날씨가 이제 선선하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다른 분들한테는 인사라도 하고 나왔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나와서 연락 드려요. 제 걱정은 아마 하지 않으시겠지만 전 잘 지내고 있으니까 혹시나 걱정하고 계신다면 걱정 안 하셔도 되구요. 과장님, 저와의 관계는 이제 끝이지만 너무 아내에게만 더는 매달려서 살지 마세요. 3년간 섹스를 못한 상태에서 저와 섹스를 한 날 너무나 좋았다면서요. 이젠 좀 자유롭게 사세요..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 날씨도 시원한 게..바람피기 좋은 날이잖아요...
난 장문의 지영의 메시지를 보고 어떤 답을 써야 할지 한참을 썼다가 지웠다 하다 결국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바람피기 좋은 날이라..그런 날도 있나..”
바람피기 좋은 날이 무슨 날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싱숭생숭 한 것이 가을 타기는 좋은 날이란 생각에 잠시 사로 잡혀 있을 때 신호가 내 앞에서 끊기고 급하게 급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이 앞뒤로 흔들린다.
“아...잡 생각하다가 사고 났구나...”
어차피 뒤에서 박은 거라 별다른 문제될 것도 없었고, 회사차량이라 보험도 다 들어있긴 했지만 사고가 났다는 게 기분 좋을 리는 없었다.
난 뻐근한 목을 만지며 차에서 내려 뒤를 살펴봤다.
움푹 들어가 있는 뒷범퍼, 다행히 라이트가 깨지거나 추가적으로 차에 손실이 간 부분은 없었다.
그때, 뒷 차의 문이 열리며 여자가 내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저..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운전이 초보라서..병원비며 차며 제가 다 보험 처리 해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다치진 않으셨어요?”
“네..아..그렇게 심하겐...”
정말 운전을 한 지 얼마 안 돼서인지 그렇게 큰 접촉사고도 아닌데 여자는 너무나 당황한 게 한 눈에도 드러나 보였고, 당장이라도 울듯이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아니...저 진짜 괜찮습니다. 어차피 회사 차라서..그쪽에서 보험사 연락해서 부르시면 저도 같이 불러서 보험사끼리 해결하면 될 거 같고..그리 아픈 데는 없는 거 같은데 일단 병원 가보고 제가 다시 그쪽 보험사로 연락드릴 테니까..너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그런 건가요? 그럼 전 일단 보험사에 연락하면 될까요??”
여자는 그제야 안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냈고 난 보험사에게 연락하라 말하고, 나도 회사의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사고 장소를 말해주었다.
잠시 후 양 쪽의 보험사에서 와서 간단히 현장 사진을 찍고 우리 이야기를 듣고는 차를 견인해서 갔고, 현장엔 우리 둘만 다시 남게 되었다.
“저 그럼 전 일단 병원에 가보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보험사 통해서 하시면 될 거에요”
“저..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니에요..정말 제가 너무 죄송해서 그래요..”
“아..정 그러시면...”
여자가 워낙 완강하게 고집을 피워 어쩔 수 없이 난 함께 근처의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간단히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진단을 받아본 결과 역시나 예상대로 몸에 별다른 지장은 없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고, 그제야 초조한 모습으로 내 옆에 있던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괜찮을 거라고..”
“아..그래도 정말 다행이에요. 전 정말 크게 다치셨을까봐..”
“네..뭐..제 입장에서도 다행이긴 하죠..”
“실례가 안 되신다면 잠깐 차라도..”
“네..뭐 그러죠..”
어차피 회사에 연락도 해서 오늘은 들어가서 쉬라고 했기에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난 여자를 따라 갔고 여자는 병원에서 10분 정도를 걸어 꽃집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오세요”
“네? 아..네..”
난 근처의 카페를 갈 생각을 하다 갑자기 꽃집으로 안내를 하니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안으로 따라 들어갔고, 잠시 앉아있는 동안 여자는 무슨 차인지 모르겠지만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차를 내와서 내 앞에 앉았다.
“드세요..로네펠트라는 홍차에요”
“아..그렇군요. 차는 잘 안 마셔서..향이 참 좋네요..”
“네....갑자기 꽃집으로 안내해서 당황하셨죠?”
“네..조금”
“여기가 제가 일하는 곳이거든요. 이 근처에 마땅히 좋은 카페나 찻집도 없고 해서 별 거 아니지만 차 대접 정도는 하고 싶어서..이리로 모셨는데 불편하지는 않으신가요?”
“아..그러셨군요. 네 뭐 딱히 불편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네..”
여자가 운영하는 가게라니, 미처 생각지도 못하게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이 우습긴 했지만 날 많이 신경 써주는 듯한 여자의 태도가 싫지는 않았다. 요즘 세상엔 사고 내 놓고도 뻔뻔하게 구는 가해자가 많으니까..
“가게 분위기가 참 아담하니 좋네요..”
“너무 좁죠.. 조금 더 큰 곳으로 가고 싶은데 아직 모아둔 돈이 별로 없어서..”
“그래도 부럽네요. 자신의 가게가 있다는 게..전 월급쟁이라..”
“저도 월급쟁이 생활 해봤지만 그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아..그런가요?”
“네..”
여자는 그 말과 함께 오늘 처음으로 활짝 웃어 보였고, 난 그때 처음으로 여자의 얼굴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아까는 사고 때문에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 여자 예쁘다. 그것도 엄청.. 결혼 전 내 이상형에 가까운 그런 여자였다.
너무나 투명하게 하얀 피부, 커다란 눈망울 거기에 짧은 단발머리까지..
난 순간 정말 오래 전에 느꼈던 설레는 그 감정을 여자에게 느끼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대는 느낌.. 처음 아내와 연애를 시작할 때 십 년이 넘은 그 시절의 설렘을 이 여자에게 다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문득 좀 전에 지영에게 받았던 문자 메시지가 떠오른다.
바람피기 좋은 날...오늘 같은 날이 그런 날인가...?
갑자기 날이 흐리다. 요즘 장마철은 7월은 돼서 오곤 하던데 벌써 장마는 아닐 텐데..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서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 것만 같았다.
“비가 오려나 봐요”
“그러게요..잠시만 앉아 계세요”
“네...”
여자가 분주히 화분들을 밖으로 꺼내기 시작한다. 아마도 금방이라도 비가 올 거 같아 비를 맞히기 위해 내 놓는 것이겠지..
난 그 모습을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여자와 함께 화분을 옮기고 있었다.
“안 도와주셔도 되는데..”
“괜찮아요. 뭐 그리 무겁지도 않는데..”
“고맙습니다..”
날 보며 생긋 웃어 보이는 여자..그 웃음이 무척이나 예쁘다.
그리고 그 웃음을 보자 갑자기 이 여자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나이는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하지 않았다면 현재 남자친구는 있는지,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는지..
“수고 많으셨어요. 혼자해도 되는데.. 괜히 이리로 모셔 와서 일이나 시킨 거 같아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한 건데요 뭘..”
“어..비 온다..”
쏴아 거리는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어 보아 오래올 비는 아니고 소나기인 듯싶다.
“요즘 비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무지 오랜만에 비가 오는 거 같아요..”
“그러게요. 마지막으로 비 온 지 이주는 넘은 거 같네요..”
“비가 오면 참 좋아요. 화분들도 비를 맞힐 수 있고..뭔가 기분이 감상적으로 되는 것도 같고..”
“그런가요...? 전 나이를 들어서 그런지 비 오면 우산은 챙겼나 걱정부터..옷에 빗물이 튀지나 않을까 그런 걱정부터 먼저 들던데..”
“그래요? 저도 그럼 나이 조금 더 들면 그렇게 되겠죠..아니면 제가 너무 철이 없는 걸지도..”
“철이 없긴요...순수해서 그런 거겠죠..”
순수..여자와 아주 잘 어울리는 그런 단어였다.
특히 티 없이 저런 맑은 웃음을 보일 때면 정말 세상에 저런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 라는 그런 생각도 들곤 했다.
“어머 내 정신 좀..시간이 꽤 된 거 같은데..너무 많이 시간을 뺏은 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니에요..어차피 회사 안 들어가고 바로 집으로 갈 꺼라..”
“그러시다면 다행이구요..”
여자는 내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래도 이젠 가봐야 하지 않겠냐며 내 손에 명함을 건넸다.
‘블루로즈..이정희..’
난 혼자서 가게이름과 여자의 이름을 되 뇌이며, 명함을 지갑 안에 조심스레 집어넣고 내 명함을 꺼내 여자에게 내밀었다.
“교통사고는 바로 안 아파도 며칠이나 몇 주 있다가 아플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다음 주에 꼭 병원 다시 가 보시고, 그때 저한테 미리 연락 주세요. 제가 같이 따라 갈게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제가 신경이 쓰여서 그래요. 그래야 제 맘이 편할 거 같아요..”
“네.. 뭐 그러시다면..이제 비가 그쳤네요. 전 그럼..아..요기 이 장미 꽃다발 하나만 사갈게요”
“선물하시게요? 여자 친구나 아내?”
“아뇨..예뻐서 그냥 집에 두려구요..”
“그러시구나..가져가세요..”“돈은...?”
“괜찮아요. 제가 오늘 신세를 많이 졌잖아요. 사고도 내고..화분도 들어주시고..”
“그래도..”
“정말 괜찮아요..”
계속 괜찮다고 말하는 정희씨의 마음을 더 이상 밀어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난 공짜로 장미꽃다발을 손에 들고 정희씨의 가게에서 나왔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환하게 비추는 햇살.. 그 햇살이 정희씨의 가게 안으로 밀려들고 있었고, 그 앞에서 정희씨는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조심해서 가세요..꼭 연락 주시구요”
“네..”
난 가볍게 정희씨에게 목례를 하고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미친 듯이 두근대는 마음..정희씨의 웃는 얼굴을 보며 붉어진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아직까지 이런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없다고 생각해서..
“왠 꽃이야?”
“지나는 길에 예뻐서 샀어”
“별 일이네..오빠가 꽃을 다 사오고..”
“그런가..그렇게 오랜 만인가..?”
“그럼..오빠한테 꽃 선물 받아본 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
아내는 오랜만에 내가 안겨다 준 장미 꽃다발에 어린아이처럼 신이 났다.
그러고 보니 아내의 말처럼 언제 마지막으로 꽃을 선물해줬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얼마나 오래 전의 일이기에..
아내에게 갑자기 미안함이 밀려온다.
지영과 나눴던 몇 개월간의 밀애.. 그리고 오늘 스치듯이 만난 정희씨에 대해 설렜던 마음까지..
내가 이래도 되는 건지..십 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만 바라보며 나를 믿고 사는 아내에게 잘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나..좀 씻고 쉴게”
“어... 많이 피곤해?”
“아니..그런 건 아니고 오늘 사고도 좀 있고 해서..”
“사고?? 무슨 사고??”
아내가 꽃다발을 쇼파에 던져버리고 욕실에 들어가려는 내 앞을 막아섰다.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무슨 말이야? 어디 다쳤어?? 그런 말 없었잖아”
“아니..그냥 살짝..별 거 아닌 사고야. 걱정할까봐 말 안 한 거지. 병원도 갔다 왔는데 이상 없다더라”
“정말...???”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아내의 눈엔 잔뜩 눈물이 고여 있었다.
차마 아내의 두 눈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진짜 괜찮아..씻고 나와서 얘기하자..응?”
“알았어...”
아내는 그제야 옆으로 피해주었고 난 욕실로 들어와 문을 잠궜다.
그리고 샤워기의 차가운 물을 한참동안 몸에 퍼부었다.
감성적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서..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몇 개월 동안 어떤 짓을 해왔는지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될 그런 시기였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퍼붓는 물줄기..
흐리멍텅했던 정신이 또렷해온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여자의 얼굴..
정희시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미쳤구나. 정말 드디어 미쳤나 보다.
방금 아내의 얼굴을 제대로 못 볼 정도로 그렇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놓고,
겨우 정신이 돌아왔나 싶은 순간에 떠오르는 얼굴이 정희씨라니..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제 정신이 아닐 수가 있나 싶다.
난 내 뺨을 손바닥으로 짝 소리가 나게 쳤다.
“정신 차려..미친놈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난 유부남이잖아..어쩌자고 이런...”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지영이 나에게 했던 말..
유부남과 처녀의 관계는 좋다고..처녀가 나중에 쿨 하게 끝낼 수만 있다면 뒤끝이 없는 관계니까..
‘정말 그런 건가...정말....’
이성적으론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이 들지만, 흔들리고 있는 내 마음은 좀처럼 나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아직 멀었어...? 저녁 다 차려놨는데..”
“어..나가...”
아내의 재촉에 난 대충 물기만 닦고 나와 안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반짝이는 휴대폰 불빛, 누군가에게 온 메시지였다.
난 혹시라도 누가 볼까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집어 들어 설레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녀이길 바라며..
-잘 들어가셨어요?
그녀..정희씨가 맞았다.
뭐라고 대답하지? 바로 대답할까 아니면 조금 뜸을 들였다가 대답할까...?
“오빠..밥 안 먹어?”
“어..어어 나갈게..”
아내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일단 나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려..금방 샤워하고 스킨로션 바르는 사람이..”
“어? 어어..아니 좀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어디 아픈 건 아니고?”
“어..진짜 괜찮대두..”
“그래두..교통사고는 보통 다치고 조금 있어야 증상이 나타난다잖아. 아까 괜찮았어도 지금 아플 수도 있지..”
“어..뭐 근데 아직은 괜찮네..”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낮에 똑같은 이야기를 했던 정희씨의 말이 떠오른다.
언제 아플지 모르니 다음 주에 꼭 병원 가보라고.. 갈 때 자기를 불러달라고 했던..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빙그레 웃어?”
“어? 내가??”
“어..갑자기 엄청 기분 좋게 웃은 거 알아?”
“그랬나...하하..아..이거 찌개가 맛있어서..그래서..”
“뭐야..평소 순두부찌개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오늘 갑자기 비와서 장보러 가지도 못해서 집에 있는 걸로 요리한 건데..”
“아..그래..? 내가 싫어했나..”
“정말 괜찮아? 교통사고 나서 머리 다친 건 아니고...??”
“어..괜찮아”
“참..이상하네...알았어 얼른 밥 먹어..”
아내는 못내 내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거실로 갔고, 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비밀을 들킬 뻔 하다가 겨우 들키지 않은 사람처럼..
‘그래..한 번 사는 인생..재미없게 살 수는 없잖아. 내가 뭐..다른 살림 차리겠다는 것도 아니고..스치듯이 지나가는 바람이야...바람..아주 잠깐 지나가는...’
“그만 잘까?”
“어..내가 불 끌게..”
사방이 어두워지고, 자기 전 가볍게 샤워를 해서 시원하게 만든 몸을 가벼운 이불 속으로 밀어 넣는다.
포근함이 밀려오고 고요한 정적만이 주위를 감돈다.
살짝 잠이 들 것 같은 기분 좋은 이 느낌..잠들기 전의 이 느낌이 참 좋다.
하루 동안의 피로를 모두 보상받는 듯한..
“자...?”
“어..이제 자려고..잠이 안 와?”
“어..그러네..안아줘..잠 오게...”
아내가 내 품으로 안겨 들어온다. 나는 아내를 내 품에 꼭 끌어안았다.
아내는 잠이 오지 않으면 항상 내 품에 안겨서 잠을 청하곤 하니까..
나의 따뜻한 품에 안겨 있으면 잠이 안 온다고 칭얼대다가도 금세 잠이 들곤 했다.
오늘도 역시...10분도 체 지나지 않아 새근새근 잠든 아내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내 품에 안겨 귀여운 모습으로 잠이 든 아내의 모습..
무엇이 문제일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인데..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서 설레는 감정이 없어지고 무뎌져서 그런 것일까..?
이젠 정말 가족처럼 너무나 편해서 그런 것일까...?
연애시절엔 안기만 해도 몸이 달아오르고 당장이라도 아내와 섹스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너무 편하기만 하다. 내 품에 안겨있는 아내가..
마치 친여동생처럼..
‘미안해..정말..나도 내 감정이 잘 컨트롤이 되지가 않네..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데..정말 미안한데 이번 한 번만 그냥 아주 조금만 장난치다 돌아올게..돌아오면 훨씬 더 잘 할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
이성은 안 된다고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정희씨에게 흔들리고 있었고, 난 아내에게 듣지 못할 사과를 먼저 했다. 나중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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