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기 좋은날 008 -----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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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바람피기 좋은 날 008 -----
아내..지영..정희씨..세 사람은 나에게 솔직했다.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고 설령 잘못된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그걸 모두 책임지고 혹은 책임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그저 일을 벌려 놓고 막상 책임이 져야 하는 순간이 되면 꼬리를 말고 두려워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있으면서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가지려 하다가 떨어트릴까 두려워 우는 아이처럼..
난 너무나 비겁했던 것이다. 너무나 비겁한 인간..
나란 인간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그런 자격을 가질 수 없었다.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져 흘러내린다.
아내와 정희씨..그리고 지영에게도 너무나 미안했다.
나 혼자만의 이기심으로 어디까지 모두를 괴롭힐 것인가...
“울어요. 울고 싶을 땐 그렇게 울어...”
정희씨가 내 등을 토닥이며 나를 달래준다.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정희씨의 품에 파고들어 서럽게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오랜 시간동안..
얼마나 그렇게 소리 내어 울었을까..
너무 많이 울어 도저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쉬고 나서야 울음은 멈추었고, 난 고개를 들어 정희씨를 바라봤다. 정희씨의 눈물로 가득 젖은 얼굴을..
“이제 좀 괜찮아요..?”
자신도 울었으면서..나보다 어쩌면 더 힘들었을 거면서..정희씨가 환하게 웃어 보인다.
“난..난 어쩌면 좋을까요..”
“마음 가는 데로 해요. 그래야 후회하지 않겠죠. 최소한 난 그렇게 행동하고 있으니까..”
마음 가는 데로..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 그렇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두려운 말..
“안아도 되요..?”
“그럼요..”
난 정희씨를 내 품에 꼭 끌어안았다. 숨이 막힐 듯이 온 힘을 다해서..
이렇게 정희씨를 꼭 안고 있으면 내 맘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서..정희씨를 향한 내 마음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두근두근..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정희씨의 따뜻한 체온, 체취를 느끼며.. 내 심장 박동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사랑..어쩔 수 없는 사랑이구나.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아무리 밀어내려 해도 어쩔 수 없는 그 감정..
정희씨를 향한 내 마음은 사랑이 맞구나..
하지만 분명히 아내를 생각하는 내 마음.. 그것 또한 사랑이었다.
사랑엔 뜨겁게 타오르는 불타는 사랑만이 아닌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이 있는 거니까..
난 지금 두 명의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어쩌면 좋단 말인가..
“충실해요..지금 이 순간에..당신의 마음에..”
정희씨의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에 부딪혀 온다.
난 잠시 혼란스러운 생각에 멍하니 가만히 있었지만, 정희씨와 부딪힌 입술 사이로 애타게 혀가 내 입술 사이를 파고들려 했고 결국 내 입술은 열려 버렸다.
이어지는 뜨거운 키스..
그래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자. 내 감정에 충실하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겠지..
난 적극적으로 정희씨의 키스를 받아들이며 처음 나눈 그 키스보다 더욱 더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정희씨의 옷을 하나하나 벗겼다.
어느새 완전히 알몸이 되어버린 정희씨의 눈부신 나신..
난 그 정희씨의 벗은 몸 위로 올라가 정희씨의 온 몸을 내 혀로 간질였다.
입술에서 다리 끝까지..
“하아...하아...하으윽...!”
내 입술이 성감대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정희씨의 입에서 끊임없이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리곤 한참을 돌고 돌아 도착한 정희씨의 소중한 그 곳.. 어느새 살짝 벌어져 있는 다리 사이로 내 머리는 파고들었고, 살짝 물이 나와 있는 분홍색 꽃잎을 혀로 간질였다.
“흐으음....!”
아까보다 조금 더 격해진 신음소리와 함께 정희씨의 몸이 살짝 부르르 떨려온다.
난 그런 정희씨의 다리를 꼭 붙잡고 더욱 더 집요하게 그리고 진하게 정희씨의 분홍색 속살에 입을 맞추었다.
“하아..하아...흐으으윽...!!”
더 이상 참기 힘든지 끊임없이 정희씨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살짝 비음이 섞인 달뜬 신음소리..그 신음소리와 함께 정희씨의 분홍색 속살은 조금 벌어져 있었고, 난 더 이상 참지 않고 모조리 옷을 벗고 커다랗게 발기한 내 물건을 그대로 정희씨의 벌어진 속살 안으로 한 번에 밀어 넣었다.
“아흐으으윽..!!!”
커다란 신음소리와 함께 나에게 꼭 안겨오는 정희씨..
난 그런 정희씨를 내 품에 꼭 안아주고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하아..하아...아흐으윽..!”
쉴 새 없이 정희씨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신음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내 몸은 끊임없이 정희씨의 몸을 탐했다. 더욱더 뜨겁게..더욱더 사랑스럽게..온 힘을 다해서..
뜨겁게 맞부딪히는 정희씨와 나의 몸.. 그리고 절정으로 향해가는 순간..
정희씨의 얼굴에서 아주 오래 전 아내와 좋았던 그 때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살짝 손만 잡아도 너무나 좋던 그때, 첫 키스를 하고나서 너무나 흥분되고 기분이 좋아 하루 종일 어쩔 줄을 몰라 하던 그때..하루 종일 섹스만 해도 너무 좋다며 모텔에서 하루 종일 아내와 벗은 체 몇 번이나 섹스를 하던 그 시절..
그땐 참 좋았는데..너무 좋았는데..
“하으으윽...!”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난 정희씨의 몸 안에 사정을 해버렸고, 정희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뭐야...안전한 날이긴 한데..말도 없이..하아..하아...”
정희씨가 가쁜 숨을 내쉬며 나를 살짝 삐진 눈빛으로 바라본다.
“미안..미안해요..”
난 그대로 정희씨의 몸으로 고꾸라지듯이 쓰러졌다.
정희씨와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눈을 감으니 더욱더 선명히 아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늘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던 아내의 모습이..어쩌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아내의 얼굴이..
아내가 없는 시간, 이 시간들이 너무나 낯설다.
언제나 집에 오면 환한 웃음으로 날 반겨주던 아내는 이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적,
그 고요한 분위기만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어느새 세 달..
그래도 아직까지 내 곁에 있고 싶다고 하던 아내는 세 달이 넘게 연락 한 통 없었다.
당장이라도 아내를 향해 달려가고 싶었지만,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난 참고 또 참았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한 그 말들 때문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냐고..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 말.. 그 말까지 안 들어줄 수는 없었다.
이제는 정희씨 밖에 연락이 오지 않는 휴대폰.. 난 휴대폰을 무심히 들여다본다.
수 없이 남아있는 지영과 정희씨의 메시지들.. 유감스럽게도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아내에게 내가 보낸 메시지는 1년이 넘은 것이다.
들어갈 때 복숭아를 사가지고 들어간다는 메시지..그게 내가 아내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였다.
그리고 그 후 남겨진 수많은 메시지는 지영과 정희씨와 주고받은 것들이었다.
오늘은 어떤 자세가 좋았니..다음번에 만나면 걸어 다니기 힘들게 만들어 주겠다는 그런 저질스러운 표현들이 남아 있는 지영과의 메시지..
이렇게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다고 같이 살면 너무 좋을 거 같다고.. 이런 말 진짜 잘 안 하는데 오랜만에 너무 설레어서 꼭 해야겠다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절절한 사랑을 하는 커플들처럼 사랑의 밀어가 담겨있는 정희씨와의 메시지..
아내는 이것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얼마나 비참했을까..
아내의 그 슬픔이 그 분노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어떤 심정이었을지..
난 차마 그걸 조금이라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아내의 반응.. 오히려 더 화내고 더 슬퍼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아내의 반응은 최대한 자신의 기분을 억제하며 나에게 드러내고 있었다.
날 아직 사랑해서일까..아직까진 날 놓치고 싶지 않아서..?
모르겠다. 정확히 아내가 어떤 마음인지는..
하지만 중요한 건 너무나 서글픈 건.. 아내가 떨어져 있는 그 시간동안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점점 더 커져갔지만, 아내에 대한 애틋함..그리움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누군가 그랬던가..
아내를 보고 싶다는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으로 인해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했고, 어느새 난 정희씨를 찾아가는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집에 귀가하는 시간은 항상 12시가 넘는 늦은 시간.. 혹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정희씨의 집에서 바로 출근을 하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정희씨를 보면 볼수록..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 살을 맞대고 있는 날이 많아질수록 정희씨에 대한 나의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갔다.
물론 아직까지 나 역시 아내를 향한 내 마음.. 그 끈을 놓아버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흐음.. 이 넥타이가 조금 더 나은 거 같아”
“그래? 난 이게 더 나은 거 같은데..”
“아니래두 이게 조금 더 나아..”
“알았어~ 그걸로 하자. 이러다 출근 늦겠다”
“어머! 내 정신 좀 봐..시간이 벌써..얼른 출근해”
“어 알았어~ 있다 봐”
정희씨의 입에 살며시 뽀뽀를 하고 난 집을 나와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창문을 내리고 이층을 바라보니 정희씨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잘 갔다 와”
“알았어. 창문 닫아. 추워. 날씨가 쌀쌀하다”
“알았어..”
이제는 아침이면 날씨가 꽤나 쌀쌀한 12월 초의 날씨.. 어서 들어가라는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희씨는 내가 갈 때까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고집이 센 여자..내가 먼저 어서 가야 창문을 닫고 들어가겠지..
난 마지막으로 정희씨에게 손을 한 번 더 흔들어 주고 차를 출발했다.
백미러로 보이는 서서히 멀어지는 정희씨의 얼굴..
난 그런 정희씨의 얼굴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고,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김과장, 이번 단기 프로젝트 성과가 아주 대단하던데~ 사장님 칭찬이 아주 대단하셔. 이렇게만 하면 내년 승진 노려볼 수도 있겠는데?”
“부장님도 참..올해 제가 과장으로 승진했는데 어떻게 벌써 부장을..”
“아~ 이 사람이..우리 사장님 스타일 몰라? 특진 있잖아. 특진. 자네 동기는 벌써 올해 부장을 달았는데 자네라고 부장 승진 못할 거 뭐 있어? 지금처럼만 하면 내가 사장님께 아주 잘 말씀드려서 꼭 부장 달 수 있게 힘 써줄 테니까 지금처럼만 하라고 응?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알겠습니다..”
부장은 아침부터 입이 귀에 걸려서 싱글벙글해선 사장실로 들어갔다.
하긴..이번에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내가 입사한 이래로 처음으로 주도해서 제대로 성공한 일이었고, 더군다나 내 동기이자 최부장의 라이벌인 영업2팀의 이부장을 제치고 최종적으로 따낸 프로젝트였다.
거기에 최근 이부장의 기세가 하늘을 뚫을 듯해서 번번이 최부장이 고배를 마시고 있었으니..
최부장의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과장님, 정말 이러다 내년이면 부장 진급하시겠는데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흐흐..”
“부장은 무슨...미리 김칫국 마시지 말어..난 생각도 안 하고 있으니까..”
“에이~~ 그게 무슨 소리세요. 우리 최부장님이 사장님 오른팔이잖아요. 요즘 왼팔인 이부장님이 힘을 좀 쓰고 있었지만..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사장님이 가장 아끼시는 게 최부장님 아닙니까~ 그런 최부장님이 힘써주신다면 승진은 말 안 해도 따 놓은 당상이죠..!”
“뭐..모르겠다 나는...”
“오늘 부장님이 기분 좋다고 한 턱 쏘신다고 하는데 가실거죠?”
“어..가야지. 안 가면 또 무슨 소리 들으려고..”
“흐흐..잘 생각하셨어요~ 이제 과장님도 슬슬 내년 부장 진급하시고 그 위도 바라보고 계시면 싫더라도 이런 자리는 꼭 참석하셔야죠..”
약삭빠르고 능구렁이 같은 녀석, 정말 회사 사람이 아니라면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현이란 이 녀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 가식적인 미소..말투..
그때 사장실 문이 열리며 아까보다 더 활짝 웃는 얼굴로 최부장이 나에게 다가온다.
“아~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오늘 회식은 다음에 하는 걸로 하지. 사장님이 나랑 따로 한 잔 하고 싶다고 하시네...흐흐..이거 정말 미안해”
“아이고, 우리 부장님~!! 오늘 드디어 사장님이랑 독대하시는 겁니까? 이부장도 못한 그 독대를..!!”
“아~ 짜식..또 또 오바 한다.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말고~ 어쨌든 회식은 다음에 하는 걸로 하자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충성~!!”
아..정말 밥맛없는 녀석.. 난 오늘 회식이 취소가 돼서 오히려 저 밥맛없는 자식이 부장 옆에서 아양을 떠는 꼴을 안 봐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장님, 오늘 바쁘십니까? 괜찮으시면 오늘 술이나 한 잔..
거래처 박부장의 연락이었다. 지영과의 일이 있고난 후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지만, 다른 거래처와의 일이나 프로젝트로 바빠서 거의 들리지 못한 지 3개월이 넘어가고 있어 실로 오랜만의 연락이었다. 더군다나 회사 일이 아닌 개인적으로 이렇게 연락이 온 건 처음이라 박부장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오늘 잡혀 있던 회식이 취소 돼서 마치고 그리 바쁜 일도 없었고..
“오랜만입니다 과장님, 요즘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괜히 이렇게 제가 불러낸 건 아닌지..”
“아닙니다. 이번에 맡았던 프로젝트도 끝나고 해서..이제는 좀 시간이 여유가 있네요”
“그렇다면 다행이구요..자 들어가시죠”
“네..”
우리는 지영과 나, 박부장이 함께 왔던 몇 달 전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그 날의 기억.. 쓴 웃음이 나온다. 그 날 지영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었다.
그 한 번의 선택.. 돌이킬 수 없는 그 선택이 많은 것을 바꾸어 버렸다.
한 번도 일탈이라는 걸 해본 적 없던 나에게..일탈을 가르쳐준 그녀..
지금 와서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없겠지만..
박부장과 난 일식집에 들어온 지 1시간이 넘었지만 아무 말 없이 그저 술잔을 기울였다.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박부장의 얼굴도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 나와는 다른 그런 고민이겠지만..
어느새 들어온 지 1시간 반, 정적을 먼저 깬 건 박부장이었고 그 입에선 뜻밖의 인물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과장님”
“네..”
“지영이 기억하시죠?”
“아..그럼요..기억하죠..”
“저..지영이랑 잤습니다. 사실 사장뿐만 아니라 회사 유부남 중에서 지영이랑 잠자리를 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겠죠. 단지 한 번 자고 끝이었나..아니면 계속해서 관계를 가졌나 차이일 뿐이지..”
“네에......”
갑자기 지영과의 잠자리를 털어 놓다니.. 그것도 지금이 아닌 오래 전 일을.. 난 박부장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혹시 과장님도 지영이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는지 모르겠지만..뭐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그 아이 참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런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그런 게 있었죠”
뭐..지영이와 난 그저 잠자리 파트너 그 이상 그 이하의 관계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영이 그 나이 또래에서 풍기기 힘든 그런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히 사실이었다.
“지영이는 끊임없이 잠자리 파트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불행히도 전 점점 지영이에게 빠져들었습니다. 지영이가 다른 남자와도 그러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사장과 그런 관계를 들키고 난 후 회사에서 쫓겨나고 나서도 말이죠. 지영인 이런 나를 왜 좋아하냐며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며 매몰차게 날 대했지만..어디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되나요.. 쉽게 정리가 안 되더라구요..”
“네..그렇죠...사람 마음이란 게..”
어찌 박부장의 그 마음을 모를 수 있을까.. 난 그 마음을 지금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다.
박부장이 어떤 고충을 겪었을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포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계속해서 매달리고 또 매달렸죠. 구차하게 보일 정도로..이혼 하고 너에게로 가겠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지영이는 그런 나에게 오히려 정이 떨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저에게 지친 지영이는 연락처도 바꿔 버리고 잠수를 타버리더군요. 마지막 연락이 9월이었으니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너무나 보고 싶고.. 한 번만 더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9월..9월은 지영이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해 온 그때였다. 바람피기 좋은 날이라며..
그동안 그럼 박부장과의 문제 때문에 연락을 하지 못하다 완전히 박부장과의 관계가 끝이 났다고 판단해서 나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었던가..그리고 다시 나와 잘해 보기 위해서..
물론 다시 만난 지영을 난 결국 밀어내버렸지만..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난 단숨에 연거푸 세 잔을 들이켰다.
입 안 가득 쓴 맛이 올라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과연 잘못한 사람은 있는 것일까..
왜 이렇게 다들 힘들어하고 서로 힘들게 살아갈까..단지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건 서로의 감정에 충실했다는 그것 하나뿐인데..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우리 중에 옳은 선택을 한 건 지영 하나 뿐인건가..
그녀처럼 끝끝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그렇게 살았어야 이렇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일까..
아직도 난 뭐가 옳은지 뭐가 잘못된 것인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정말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인지..
“저 이혼했습니다..”
“부장님...!”
“네..뭐..제가 또라이 같은 놈이죠..워낙 회사 내에서 지영씨 스캔들이 크게 터져서 회사 내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었죠. 그런데 우리 순진하고 불쌍한 와이프.. 한 번은 그럴 수 있다며..남자들 다 결혼하고 한 번은 바람피고 그런다더라면서 이해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제 스스로 용서를 못하겠더라구요. 더군다나 와이프가 그런 말을 하는데도 지영이 얼굴이 아른거리는데 어떻게 제가 평생 와이프 얼굴을 보고 살 수 있겠습니까.. 전 그런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와이프에게 이혼해 달라 말했습니다. 이 죄는 내가 평생 가지고 살겠다고.. 와이프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라고 말했지만 내 생각은 변할 리 없었고..지난주에 이혼 도장을 찍었습니다..”
“........”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 상황과 너무나 비슷했기에..
나도 저런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함에..
“힘...내세요..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네.. 말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우리는 그 후 말없이 한참을 더 몇 시간동안 술을 기울이고 완전히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가 되었을 때 자리를 파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네~ 과장님두요.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누군가에게 털어놓으니까 마음이 속 시원하네요..”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한 번도 보지 못한 박부장의 솔직한 모습..그리고 힘이 축 빠진 어깨를 보고 처음으로 그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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