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기 좋은날 012 -----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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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바람피기 좋은 날 012 -----
“같이 가요..”
“얼른 와요....!”
한참이나 멀어진 곳에서 숨을 헉헉 대면서 정희씨가 손을 흔들면서 나를 부른다.
그녀에게 가자..더 이상 멀어져 버리면 따라 잡을 수 없는 그녀에게..
오늘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내가 뛰어갈 수 있는 날이니까..
숨이 차다. 한참을 난 그녀를 향해 뛰고 또 뛰었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까지..
마침내 내 손에 닿는 그녀..정희씨..
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마지막 밤이 될 그 곳으로 향했다.
깜깜한 방 안..
우리는 불도 켜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서로의 입술에 뜨겁게 키스를 퍼부었다.
달콤한 입술..그리고 그 안을..우리는 서로 탐하고 또 탐했다.
뜨겁다. 타오를 듯이..한 겨울의 차가운 방 안인데..방금 보일러를 켜서 아직 차가운 한기가 방 안을 맴돌고 있는데..그런 것을 조금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몸은 너무나 뜨거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로의 옷을 벗기고, 마치 한 몸뚱이가 된 것처럼 서로의 육체를 손으로 어루만지고 키스를 퍼부으며 하나가 되기를 원했다.
“사랑해요..민수씨...당신을 사랑한 걸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
“나도..나도..후회하지 않아요...”
“오늘이 마지막 밤이 되겠죠..”
“........”
알고 있지만 대답할 수 없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고, 힘없이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그 순간 정희씨의 손이 내 고개를 잡아 일으킨다.
“그런 모습 보이지 마요. 우린 쌍방과실이잖아...사랑이 혼자 좋아한다고 해서 되는 건가요..서로 좋아해서 그런 건데..사랑해서 그런 건데..그런 모습 보이지 마요..”
웃고 있는 그녀..
그녀는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너무나 의연하게..내가 힘들지 않게..그렇게 대처하고 있었다.
마지막 밤이라면 그날 밤처럼..
조금은 슬퍼해도..조금은 울어도 될 텐데..그녀는 오히려 너무나 환하게 웃어주고 있었다.
정말 진심으로 괜찮은 건지..아니면 내가 힘들까봐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웃음은 나처럼 거짓이 아닌..정말 오롯이 너무나 환한 웃음이었다.
“고마워요..정말 고마워..내가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한 건 정말 행운이었던 거 같아..정말 너무나 고맙고 또 고맙고..사랑해요..정희씨..”
“나도..나도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말..
내가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꺼냈다는 그 일로 충격을 받았던 아내의 모습을 보고 다시는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정희씨의 앞에서 꺼냈다.
내가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처음으로 썼던 그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마법과도 같은 그 말을 꺼내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일 걸 알기에..오늘이 지나면 다신 그 말을 정희씨에게 해 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차마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그래서 너무나 기쁘고 즐겁고 슬펐던 모든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는 사실을 정희씨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반짝거리며 빛나는 두 눈..
살짝 젖은 듯 보이는 눈을 반짝이며 그녀가 내 품에 안겨온다.
기분 좋은 내음..그리고 부드러운 살결..
창으로 들어오는 눈부신 달빛을 받아 그렇지 않아도 하얀 그녀의 피부는 더욱 더 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난 그녀를 내 품에 더욱 더 힘껏 꼭 끌어안았다.
“아..숨 막혀..왜 이렇게 꽉 끌어안아요..”
“그러고 싶으니까...”
“울어요...?”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도 모르게..
정말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울컥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고, 바보같이 또 다시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난 그녀를 더욱 더 꽉 끌어안았다. 우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아니에요...무슨..”
“우는데 뭘..목소리가..내 등에 닿는 요 촉촉한 느낌의 정체는 뭐에요..그럼?”
“아니라니까 그러네..”
겨우 흐르는 눈물을 참으며 조심스레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그녀를 바라보니 장난스런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울보...어떻게 나보다 눈물이 더 많은 거 같아..”
“그러게요..바보 같죠...?”
“아니..그래서 당신이 좋았어요. 어딘가 모르는 순수한 모습에..거기에 빠져버린 내가 바보지만..”
그녀의 입술이 다시 나에게 다가온다.
부드럽게 내 입술에 닿은 그녀의 입술..우리는 진한 키스를 나누었고..내 손은 그녀의 탐스럽고 보드라운 가슴을 손에 꼭 거머쥐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녀의 그 곳에 닿는 나의 그 곳..
이미 오랜 키스와 한참의 애무 때문에 그 곳은 촉촉이 젖어 있었고, 내 물건은 당장이라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이 앞에서 그녀를 애태우고 있었다.
“하아...그마안..그만 괴롭히고 어서요..”
“알았어요..기다려요..”
그녀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빨갛게 볼이 상기된 체 나를 바라봤고,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안으로 내 물건을 밀어 넣었다.
“하아아....”
애틋하게 터져 나오는 그녀의 신음소리..
그 소리를 시작으로 정희씨와 난 하나가 되어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하아...하으윽...”
마지막..마지막이라서 그런 것일까..
정희씨는 평소와 달리 너무나 적극적으로 뜨겁게 나와의 섹스에 임하고 있었고 나 또한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집중을 하며 그녀와 격렬히 섹스를 나누었다.
“좋아..좋아요..민수씨..하아..민수씨도 좋아요..?”
“그럼..나도 나도 좋아요..정희씨..”
타오를 듯 뜨거운 밤.. 아쉽다. 너무나..
지금 이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제발 아침이 오지 않기를.. 이렇게 시간이 멈춰버리기를..
그 어떤 날보다..더 뜨겁게 더 열렬히 사랑을 나누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지만,
애석하게도 시간은 지나 밤에서 새벽으로.. 새벽에서 아침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하아..하아..힘들어...”
“괜찮아요...?”
“네..괜찮아요..”
정희씨가 힘이든지 옆으로 풀썩 쓰러진다.
하긴 밤새 조금도 자지 않고 사랑을 나눴으니까..
나도 그런 정희씨의 모습을 보자 비로소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오며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고, 창밖으론 아침이 다가옴을 알리는 햇살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
“아침인가 봐요..벌써..”
“그러게요..시간 참 잘 가네..”
“아..피곤해..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출발해요..”
“네..나두 이 정신으로 운전하면 큰일 날 거 같아..”
“안아줘요..”
“네...”
정희씨가 나의 품에 안겨온다.
기분 좋은 향기와 따뜻한 체온..
난 그 느낌을 만끽하며 정희를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
어쩌면 영원히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꿈의 세계로..
말이 없다. 아니 말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
조수석에 앉은 정희씨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이제 조금 있으면 서울로 들어가는 톨게이트..
톨게이트를 지나 서울로 들어가 정희씨의 집으로 바래다주면
이제 영원한 안녕을 고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한 마디도 할 수 없다.
무거운 침묵..
“다 왔네..나 내릴게요..”
“정희씨..”
“잘 살아라..언젠간 다시 보자. 바보같이 이런 말은 하지 마요. 그럼 정말 끝인 것만 같잖아. 그럼 너무 슬플 거 같아.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마...거짓말처럼 들릴 거 같아. 나 이렇게 갈게요..민수씨..”
“네......”
할 말이 너무나 많았는데.. 해주고 싶은 말들이..너무나 많아서 다 정리하지도 못한 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여 있는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하는 정희씨에게 난 그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웃어주는 수밖에..
“어색해..표정 연기 좀 잘 해요. 그래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슬퍼도 힘들어도 진짜 웃는 것처럼 웃는 연습 좀 하라구요...나처럼...”
정희씨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너무나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가슴이 아프다. 당장 저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힘들고 또 아프다..
“갈게요. 잘 들어가요..운전 조심하고..”
“.........”
목 끝까지 차오른 한 마디..정희씨..그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고..
정희씨는 말없이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나에게 손을 흔들며..
‘잘 가요..정희씨...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가르쳐준 사람..정말 사랑했고..정말 고마웠고..미안하고..행복해요..’
차마 전할 수 없었던 그 말들..그 말을 속으로 삼키며 정희씨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난 집으로 향했다.
내가 돌아가야 할 그 곳으로..
거의 일주일 만에 집으로 향하는 길..
낯설지 않은 그 길을 따라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일주일간의 여행..그 꿈결 같던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너무나 짧았던 그 시간이..
잠시 그 순간을 떠올리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멈춰 섰고, 난 천천히 걸어 나가 집으로 향했다.
늘 가던 그 곳으로..내가 있어야 할 그 곳으로..
무거운 걸음.. 그 걸음이 멈춰서고 늘 열고 들어가던 익숙한 도어락 번호를 누르고 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어느 때와 다른 느낌.. 그 느낌이 문을 열고 들어간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뭐가 달라진 거지...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앞에 보이는 아내의 모습..
아내가 거실의 쇼파에 앉아 있었다.
창밖을 보면서..
뭐지..꿈인가...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을 난 믿을 수 없었다.
아내는 분명히 떠나 있는데 왜 이 곳에 있는 거지..지금 이 순간에..
난 한 발자국도 떼기 힘든 무거운 걸음을 옮겨 천천히 아내에게 다가갔다.
정말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가까이서 보기 위해서..그렇게 아내를 향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점점 가까워올수록 더욱 더 선명한 아내의 모습..어떻게 봐도 쇼파에 앉은 건 분명한 아내였다.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고...
“으..은주야..”
“오빠...”
아내가 나를 향해 돌아본다. 나를 떠나기 전 나를 향해 웃어주던 그 모습 그대로..
아내가 나를 향해 웃어주고 있었다.
난 말없이 아내를 내 품에 꼭 끌어안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내의 따뜻한 체온..그리고 익숙한 향기..
얼마나 그리워했던 모습인가..
우리는 말없이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안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해야 할 말이 많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저 이렇게 안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았으니까..
“미안해...”
“또 미안하단 말이야...?”
아내가 빙긋이 웃는다.
하긴 오랜만에 한참 만에 만나서 꺼낸다는 말이 미안해라니..
하지만 정말 처음으로 꺼내고 싶은 말이 미안해였다.
내가 상처 준 것..나 때문에 힘들어한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돌아왔으니 됐잖아. 그거면 됐어..”
“그런데 어떻게...”
뒷이야기를 차마 할 수 없다. 또 다시 난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걸까..
정희씨와 여행을 끝마치고 온 이 시점에 어떻게 돌아온 것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정희씨와 여행을 하고 온 지금 내가 있는 게 궁금하냐고..?”
“으..은주야..”
“놀랐나 보네..그 사람이 전화 했어..정희씨란 그 사람이..”
“너한테...?”
“응..오빠 전화로...”
“어어....”
“처음엔 솔직히 너무 기분도 나쁘고 화가 났어. 오빠 전화로 연락이 왔길래 너무 좋아서 받았는데 그 여자라는 게..왜 그 여자가 오빠 전화로 전화를 하는 건지..너무 화가 났는데..화를 못 내겠더라..숨기지 않고 사실을 다 말하니까...”
“........”
“유부남인지 모르고 만났고..너무나 좋았다고..사랑했다고..그래서 미안하다고..그런데 내가 뭐라고 말해..미안하다는데..어쩌면 나쁜 건 오빠인데..”
“그래..내가 나쁘지..”
“어..오빠가 나빠..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너무나 좋은 사람 같던데..그런 사람한테 상처나 주고...하긴 그러니까 오빠가 빠진 거겠지..그 사람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지금 난 정말 나쁜 놈이니까..
“여행 와 있다고 하더라고...마지막 여행이라고..미안한데 마지막 여행이니까 좀 용서해 달라고..이 여행 끝나면 다시 나에게로 돌아갈 거라고..다시 오빠 곁으로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다고..그렇게 말하더라..”
마지막까지..정말 마지막까지..
정희씨는 날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내가 용서를 구해야 하는데..내가 미안해해야 하는데..
정희씨가 나대신 아내에게 이미 용서를 구해 버렸다.
나쁜 사람..아니 너무 착한 사람..
왜 그렇게 착해서 내가 그렇게 상처 주고 힘들게 만들고..
결국 자신을 떠나 버렸는데 끝까지 그렇게 날 위해 주는 것인지..
가슴이 아프다. 찢어질 듯이..
마지막까지 날 배려해 준 정희씨의 모습에 너무나 슬퍼졌다.
하지만 울 수 없었다. 날 위해서 그렇게 해 준 정희씨니까..
이제는 내 자리로 돌아와 아내와 행복해야 했기에..
난 조금도 울 수 없었다.
“그랬구나...그래...두 사람 다..왜 그렇게 착하니..나만 나쁘다..나만..”
“응..오빠만 나빠....그래두..그래두 돌아와 줘서 너무 고마워..”
아내가 내 품에 안긴다. 이제 더는 울 수 없다.
정희씨를 위해서라도..아내를 위해서라도..
날 위해 상처받았을 그 두 사람을 위해서 더 이상 울 수는 없었다.
이제는 정말 행복해져야만 내가 행복한 것만이 그 사람들을 위한 보답이자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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