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사랑, #2-1 <생각>
ero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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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아빠와 딸의 사랑, #2-1 <생각>
"이야아... 여름도 이젠 본격적이구만."
서재의 창문으로 보이는 눈부신 풍경을 보면서
내 담당 편집자인 A군이 중얼거렸다.
"응?"
A군의 말에 나는 컴퓨터 키보드를 치던 손을 멈추고,
잠시 창밖의 풍경에 눈을 돌렸다.
북향의 서재의 창문에서는 강한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뒷마당의 나무들의 푸른 잎사귀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눈부신 빛을 반짝반짝 반사시키고,
한쪽에서는 이웃의 어린애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즐거운 듯이 호스의 물을 끼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어두운 서재에서 작품을 쓰고 있는 나에게,
먼 옛날의 소년시대를 생각나게 했다.
"이런 날씨 좋은 날은 다 때려치우고 바다라도 가고 싶은데 말이죠."
내 마음에 꼬마 장난꾸러기 시절의 뜨거운 기분이 살아나는 듯 했다.
"선생님도 변함없이 글쓰는건 순조로우신것 같고,
올해 여름휴가때는 취재 겸해서 따님과 해수욕이라도 가시죠?"
A군은 벌써부터 잔뜩 나와있는 배를 어루만지면서
장난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하하하하,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그러고 보니 자네도 딸이 있다고 들은것 같은데,
어때? 자네도 아이들 데리고 놀러라도 좀 가지 그래?"
"아~아, 우리집은 별로.... 딸도 머리가 굵어지면서
요즘은 가족끼리 어딜 간다든가, 나랑 어디 놀러가는건 별로 안 좋아해요.
뭐, 이 배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지만,
아빠로서 좀 쓸쓸하기는 하죠, 하하하하."
그렇게 말하면서 A군은 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따님은 지금도 선생님과 쇼핑을 가는 것 같은데,
따님도 꽤 나이를 먹었을 텐데도.... 야아, 정말 효녀네요.."
"뭐, 아니, 아무래도 홀아비니까 조금 응석받이로 키워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무슨 소리세요, 정말 좋은 딸이잖아요.
하지만 수지양도 요즘 정말 여성스러워 지고 있데요...."
한마디 지나가는 말처럼 한 그 '한마디'가 나를 철렁하게 만들었다.
역시 A군은 편집자였다.
편집부 제일의 애처가에다 일에도 좋은 수완을 보이는 그의 날카로운 관찰력에
나는 조금 동요했다.
A군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 가진 부모'로서의 고민같은 것을 나에게 털어 놓기 시작했다.
"아~아, 우리 딸도 요즘 철렁할 정도의 모습을 보이는 일이 있어서
아빠가 봐도 복잡한 기분이라니까요.
뭐, 우리 딸을 아무리 자랑해 봤자 수지양에게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팔불출이라....
저 딸이 저렇게 성장해서 다른 남자에게 그 몸을 보일 걸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 때도 있어요."
"흠... 분명... 나도 자네 생각이 마음에 와 닿기는 하네."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맞장구를 쳤다.
"이렇게 말은 해도 그 기분을 어떻게 할수도 없으니까,
요즘은 딸의 어릴때의 앨범을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혼자 한숨을 쉬기도 해요.
얼마나 한심스러운 아빠인지.."
그렇게 말하면서 A군은 창피한 듯이 뒤통수를 긁었다.
"이런 이런, 같은 딸을 가진 아빠로서 자네 말에 완전히 공감해.
하지만 자네 경우에는 멋진 부인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아, 이런...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쓸데없이 입을 놀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A군은 큰 내를 집어넣으면서,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사죄했다.
"뭘, 신경쓰지 않아도 돼. 나야말로 엉뚱한 소리를 했군.....
그럼, 같은 힘든 환경을 가진 아빠로서, 가족을 위해 일에 열중해야지."
나는 빙긋 웃으면서 A군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A군은 수다장이이면서도, 나와는 마음이 맞아서
서로 일하면서 원고가 늦은 적은 한번도 없다.
나는 그 일은 잊어버리고 모니터만 보면서,
오늘 쓸 예정 분량까지 묵묵히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2시간 후.
A군은 편집부에 돌아가고, 나는 혼자 거실에서 옛날 앨범을 보고 있었다.
아내가 죽은 이후, 옛날 것은 그다지 보지 않게 되었었는데,
아무래도 A군의 말이 마음에 와닿고 있었던 걸까.
거기에는 딸의 어릴 적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팔불출인걸까.
(아니, 딸과 그런 관계를 가진 이상, 틀림없이 나는 누구보다도 확실한 팔불출이다)
그때부터 딸의 귀여움을 눈에 확 뜨이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의 딸은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었지만,
둥근 얼굴이나 부리부리하게 큰 눈은 지금과 똑같다.
사진에서의 딸은 언제나 오똑한 코를 세우고, 조그만 입을 크게 열고
얼굴 전체로 활짝 웃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지금은 그때보다도 코가 더 오똑해진 것 같다.
외동딸로 죽 엄마없이 커와서일까.
딸은 어릴때부터 사람을 슬프게 하는 우는 얼굴을
사람들 앞에서 절대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나서던 처와 꼭 닮은 듯하다.
싸움을 해도 지는 일이 없는 모습이 있는 반면,
옷차림은 언제나 귀여운 것을 좋아해서...
그때에는 빨래와 상처가 언제나 가득이었다.
이웃 아줌마에게 가서 고생고생하면서 바느질하는 법을 배워 오던 일이
지금도 확실하게 생각이 난다.
초조(첫 생리)를 맞았던 것이 아마 초등학교 5학년때였던가.
엄마 역할까지 온전히 해줄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때쯤 가끔 만나는 기자 중에 여기자가 하나 있어서
그녀에게 딸의 교육을 부탁했던 기억이 있다.
왈가닥 같았던 딸은 그때부터 서서히 얌전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나에게 있어 '여자'로 탈피해 있었다.
나는 앨범을 보면서 확실한 결의를 다졌다.
이제 나는 수지 없는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
다른 딸들처럼 언젠가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나는 앨범에서 눈을 떼고 열려있는 방문으로 보이는 옆방의 불단에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 아내가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을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친딸과 관계를 가진 나를 경멸하고 있겠지.....
지옥에 떨어지기 전에 사죄하러 갈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줘요...."
사진의 아내의 얼굴이 기분탓인지 슬퍼 보였다.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그대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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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b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