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18부

18부 나래를 펼치다
화석과 민정애의 부적절한 밀회는 이어지고, 어느덧 어학연수에서 돌아온 경호는 어머니의 그간의 행적을 하나하나 문제 삼으며 따지고 든다. 자신의 어머니가 남편과 자녀만 바라보던 평범한 주부의 삶을 버리고 사실상 윤락녀가 되었으며, 더 나아가 사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자신을 나락에 빠뜨린 젊은 사내들과 동거를 하며 기가 막힌 이중생활의 모양새를 낱낱이 파악한 경호는 모친에게 격렬히 항의했다.
“어머니 제발 제발 그만하세요. 이젠 더 이상 안돼요. 아버지가 이해심이 많아 이제까지 왔지만 이젠 더 이상 안돼요. 제가 알고 하늘이 알아요. 만약 지혜 누나나 아버지가 안다면 그 충격이 어떻겠어요. 제발 이젠... 그만해둬요. 이쯤에서 접어요. 모두를 위해서......
“얘는 엄마가 요즘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아니,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이혼은 겁나지 않단다.”
“어머니! 할머니 되어서 아무도 안 거들떠보면 어떡할래요? 누구 믿고 살래요”
“뭐가 걱정이니 그땐 니가 있지 않니? 그때 엄마 늙어도 예뻐해 줄거지”
마치 경호의 지금의 애타는 내 마음을 아는 듯이 그녀는 태연히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경호는 아들로서 어머니의 끝없는 일탈을 목격하고 알면서도 자신도 일부 가담하고 덮어주면서 계도자이자 공범으로서 상황에 휘둘리며 시간만 흘러가게 하고 있었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나의 어머니가, 지혜 누나의 어머니, 나 경호의 어머니, 훌륭한 우리 아버지 최자 종자 수자의 아내 민정애 여사가 저러시면 안되지“
하면서도 경호는 단호한 결단도 폭로도 못하면서 어머니의 끝없는 일탈을 때로는 나무라며, 때로는 방관하며, 때로는 관망하며, 때로는 즐기며 흘러가는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경호는 어머니의 기가 막힌 일탈을 어쩌지 못하는 자신을 자학하며 스스로 분노하고 있었다. 극상으로 농염한 ‘나의 어머니’는 호빠들과 동거하며 젊은 고객들과 데이트하고, 구회장과 얽히며, 거기다 또 사위 성준과 얽히며 여자로서 최상의 환락의 인생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 몰래 아들의 친구 화석과도 날이 갈수록 더 횟수와 강도가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홀로 모든 걱정을 짊어진 경호는 나날이 한숨과 고민만 늘고...’
그러던 와중, 이사로서의 책무를 위해 회사를 위해 몸을 불사르며 워크홀릭으로 살던 아버지는 자원하여 해외 공장으로 2년간 파견근무를 가게 된다. 미주 수출의 교두보 멕시코에 있는 배터리 부품 공장에 총괄 지배인으로 가는 것이다.
경호 생각에는 그렇게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온 아버지의 갑작스런 2년여의 공백이 어머니에 대한 기막힌 비밀의 한 토막을 알아차린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먼저 밀려왔다. 아버지의 장기 출장에도 개의치 않는 ‘나의 어머니’는 잠시 아버지의 해외 근무 준비에 헌신하는 듯 하더니, 아버지가 출국을 하자, 어느새 활기찬 옛 삶으로 복귀한 듯 보였다.
아버지가 부재한 현실에 처하고 나니, 경호가 아들 입장에서 어머니를 탓할 도덕적 명분도 옅어져 갔다. 아버지가 갑자기 가족들과의 일상에서 사라진 이후에, 자유로운 어머니는 하나의 자유를 더 얻는다.
경호는 어머니를 탓하는 것도 지쳐 무슨 말도 못 한 채 지켜만 볼 뿐이었다.
아버지가 해외로 떠나시고 어느날 어머니는 아버지가 없는 울적한 기분을 달랜다고 지혜누나 부부를 초대하고 내 친구 중 화석을 꼭 집어서 초대하라고 한다. 아파트를 새로 옮기고 얼마 안되었으니 집들이 겸 손님을 초청해서 조촐한 잔치를 하고 싶으시댄다. 밖으로만 나돌던 어머니의 의외에 제안에 약간 놀라긴 했으나 경호는 화석도 초대하며 그날 금요일을 기다렸다.
언제봐도 멋있는 마치 탤런트 같이 준수한 외모의 훤칠한 사위 문성준이 먼저 도착했다. 경호는 웃으며 맞이했으나 어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의 호스티스 민여사는 함빡 웃음을 지으며 사위를 기쁘게 맞이한다.
‘저렇게 보기 좋은 장모 사위사이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어 지혜 누나도 직장을 마치고 바로오고, 언제봐도 나의 멋진 친구 화석은 막 상이 다 차려졌을 무렵 도착했다.
어머니의 가슴골이 드러나고 허리가 강조된 착 달라붙은 와인색 니트 미시룩을 입고 이리저리 흔들며 다니는 것이 과하다 싶었지만, 경호도 이날 만큼은 기분좋게 멋지게 차려진 음식을 들며 한잔 술에 취해가고 있었다. 친구 화석은 이번에 계절학기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공기업에 취업이 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주고 있었다. 민정애 여사는 화석의 취업소식에 지나치게 반색을 하며 원하는 선물을 주고 싶다고까지 하였다.
아버지가 사라져 쓸쓸하던 집안에 오랜만에 사람 온기가 돌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밤늦도록 이어지고 어머니 앞임에도 경호와 화석은 술 한배가 제대로 돌아 취기가 얼큰 하였다. 어머니가 야한 몸짓으로 성준과 화석 사이를 오가며 살갑게 구는 게 눈에 거슬렸지만, 경호는 계속되는 술기운에 몸까지 가누기 힘들어졌다.
자다가 목이 타서 잠이 깬 경호는 옆자리 화석이 없음을 발견한다. 현관에 화석의 신발은 놓여있으나 화장실에도 없고 집안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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