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부들 - 제 16화
처형Mandy봊이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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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전
조금은 특별한 토요일. 오늘 드디어 엘리나-주혁 내외랑 여행을 떠나는 날. 어제 카톡으로 모든 이야기를 끝냈다. 숙박은 주혁이 해결했으니, 내 차로 다 같이 가기로 했고, 필요한 음식, 술값은 공평하게 반반씩 내는 걸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오전 8시. 주혁과 엘리나 집 앞에 가니 이미 그들이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형님 오셨어요?”
“추운데 왜 나와 있었어. 얼른 타.”
“넵!”
두 사람은 수잔나에게도 인사를 건넸고 뒷좌석이 나란히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안전벨트를 매는 것까지 본 나는 크게 외치고, 악셀을 밟았다.
“출발!”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펜션.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260km, 3시간 반이 걸린다고 나온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고 부부끼리 나와서 함께 여행을 가는 게 참으로 즐겁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주혁과 수잔나가 서로 대화할 때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백미러로 봤을 때 둘이 눈빛 교환하는 게 심상치 않았다. 지난 며칠 동안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졌지만,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의 여행을 계기로 우리 넷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지 결정될 것 같기는 하다.
휴게소에 한 번 들렀다가 가니 예정 시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펜션은 생각했던 것보다 컸고, 내부도 깔끔했다. 짐을 풀기가 무섭게 세 사람은 밖에 나가자며 아우성이다. 어제 눈이 내렸는지,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나는 4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느라 피곤하다며 셋이서 나갔다 오라고 했고, 세 사람은 정말 의리도 없이 나가버렸다.
“에휴, 운전한 게 죄지. 씹할.”
창밖을 보며 전자담배를 몇 모금 피우다가 누워서 잠이 들었다. 잠깐만 눈 붙이자고 했는데, 피곤했던 지 몇 시간을 자 버렸다. 세 사람이 이따금씩 대화를 나누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그 때는 이미 해가 슬슬 저물어가고 있었다. 우리 넷은 휴대폰으로 각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시간 맞춰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준비해 온 삼겹살과 목살까지 먹고 나니 배도 제법 부르고, 다시 몸에는 활기가 돈다. 아까 낮잠도 오래 자 둬서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
수잔나와 엘리나도 오늘 만큼은 제법 마셨다. 바비큐장을 정리한 우리는 안으로 들어와서 육포와 과자를 펼쳐 놓고 계속해서 음주를 이어갔다. 그 때, 주혁이 눈치를 슬 보면서 말했다.
“형님, 우리 너무 많이 떠들었는데, 좀 쉬어갈 겸, 게임 한 번 하시죠?”
“무슨 게임?”
“손병호 게임이요.”
나는 손사래를 쳤다.
“됐어, 인마. 애들도 아니고 무슨 술 게임이야. 술이나 마셔. 잔 줘. 따라 줄게.”
그 때 수잔나가 손을 들고 말했다.
“어? 나 그 게임 알아.”
나는 눈이 둥그레졌다.
“당신이 그 게임을 어떻게 알아?”
“어학원 동료가 가르쳐줬어. 좀 오래된 게임이긴 한데, 술 먹고 하면 가끔 재미있다고, 하하.”
“그래요, 형님. 수잔나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한 번 해요.”
“에휴...... 그럼 딱 한 번만 한다.”
주혁은 제일 연장자인 내가 먼저 하라고 말했고, 나는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자, 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본 적 있다, 접어.”
세 사람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볼 뿐, 아무도 손가락을 접지 않았다. 벌써부터 분위기 씹창났네. 아, 재미없다. 그냥 술 마시며 노가리나 까자니까.
“아, 뭐 그런 시시한 걸 합니까? 좀 센 걸로 가시죠?”
“맞아, 여보. 이거는 수위가 높아야 재미있다고 했어.”
수잔나가 맞장구를 쳤다. 나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지만, 적어도 그녀가 이 순간을 즐기고 있기에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주혁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럼, 제가 먼저 합니다. 음....... 나는.......”
“?”
“자위를 해 본 적 있다, 접어.”
미친 새끼. 저런 소리 하고 싶어서 게임하자고 했구먼.
나는 얼굴이 화끈 거렸지만, 입을 다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접었고, 그들이 나를 바라볼 때, 억지로 웃으면서 손가락을 접었다.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트렸고, 그 다음 엘리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페티시가 있다, 접어.”
누가 봐도 나를 저격한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떨구며 검지를 접었고, 세 사람은 박수를 치며 나를 놀렸다.
“어, 형님, 진짜 페티시 있어요?”
“응. 흐흐.”
그 다음은 수잔나 차례였다. 그녀는 천장을 보며 고민하다가 말했다.
“나는....... 성인되기 전에 섹스를 해 봤다, 접어.”
그 때, 주혁과 수잔나가 손가락을 접었다. 엘리나는 웃으며, ‘너 왜 자폭해?’라고 놀려댔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수잔나가 처음으로 남자랑 관계를 했을 때가 15살 때였다고 했으니. 뭐, 요즘 시대에 10대 때 여자들이 아다 떼는 건 흔한 일이지만, 내 배우자도 그 중 하나라는 사실이 결코 달갑지는 않다.
우리는 계속 수위를 높여 게임을 진행했고, 가장 소극적이었던 내가 벌주를 제일 많이 마셨다. 알딸딸한 기분에 웃음도 터지고, 장난스럽게 서로를 건드리며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다. 하지만 술이 떨어지고, 얼굴이 빨개지자 모두 지쳐가기 시작했다. 결국 자연스럽게 ‘이제 그만 자자’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나는 수잔나 옆에서 잠드는 척하면서 몸을 눕혔지만, 눈만 살짝 감고 있었다.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확신이 들어서였다.
일부러 코까지 골며 자는 척 연기를 이어간다. 노독, 술기운이 한꺼번에 덮치는 바람에 눈꺼풀이 무겁기는 했지만, 낮에 오래 눈을 붙인 덕분에 잠은 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서 돌아누워 있는데, 내 옆에서 휴대폰 불빛이 간헐적으로 켜졌다 꺼지는 게 느껴진다. 보지 않아도, 수잔나가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그녀가 잠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진다. 이내, 방문이 살짝 열렸다 닫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지 나무 계단에 맨발이 쩍쩍 하고 붙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멀어지고 2층 방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또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간다. 고요한 펜션 안에서 그 소리는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발소리만 들어봐도 그게 주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순간적인 긴장감과 동시에, 내 안에서 이상한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정말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확신. 더는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 이 모든 걸 확인해야 한다는 충동이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올랐다.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서 2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 닫힌 문틈 사이로 희미하게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두 사람의 말소리와 웃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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