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부들 - 제 24화
처형Mandy봊이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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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08:41
두 번의 쓰리섬. 첫 번째는 정말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아, 물론 다른 의미로. 주혁과 함께 수잔나를 범할 때, 그의 현란한 손놀림과 애무에 그녀가 쉽게 몸을 내어주던 장면이 떠올랐다. 육봉이야 내 것이 더 크고 굵었고, 수잔나도 나랑 할 때가 더 좋았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먼저 시작한 여정. 우리 넷은 브레이크가 망가진 채 달리는 열차에 올라탄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회해야 이미 늦었고, 그렇다고 없던 일로 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이 열차에서 모두 뛰어 내리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이 흐름을 돌이킬 수 없었다. 그 끝에는 뭐가 자리하고 있을 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수잔나와의 결혼 생활을 지켜야지 엘리나와의 밀애도 우리 넷의 관계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변해야 할 것 같았다. 이 말도 안 되는 관계의 순기능이라고 할까? 요 몇 년 동안 틈만 나면 술이나 처마실 줄 알았지, 운동을 오래 안 하다 보니 팔뚝이고 허벅지고 근육이 안 빠진 데가 없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던 덤벨을 꺼내 닦았고, 종합 비타민, 아연 영양제도 구입했다. 이제는 좀 달라지는 거다.
* * *
이 상황을 엘리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정말 어리석게도 그 생각이 떠오른 것은 정선 여행을 다녀오고 몇 주가 흐른 뒤였다. 진즉에 물었어야 했는데, 내가 이 관계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 수잔나가 어떻게든 주혁에게 마음까지 주는 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가슴이 착잡해져 오는데, 감수팀장이 나를 불렀다.
“경률씨. 잠깐 이야기 좀 할까?”
“네? 아, 네.”
우리 둘은 사무실 밖 흡연구역으로 갔다. 그가 씩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뭔가 좋은 소식이 있는 것 같다.
“저번에 말했던 그 사람 있지. 엘리나인가?”
“네.”
“내일 혹시 면접 보러 올 수 있는 지 한 번 물어 봐.”
“진짜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지난번에 채용할 의사가 없다고 했을 때, 안되나 싶었는데. 운영부장하고 이야기 잘 된 모양이다.
“응. 제임스가 일이 생겨서 급하게 본국으로 돌아가야 된대. 당장 다음 주부터 원어민 감수자 한 명이 비어.”
“알겠습니다.”
이건 분명 하늘이 돕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시기에 TO가 딱 난다는 말인가? 퇴근 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엘리나와 한 회사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보세요?”
“응, 경률.”
“좋은 소식이 있어.”
“뭔데?”
“우리 회사 감수팀에 곧 한 자리 날 것 같아. 회사에서 너 내일 한 번 오라는데? 면접 보러?”
“와아!”
수화기 너머 엘리나는 미친 듯이 들떠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이력서 포함해서 필요한 서류가 몇 개 있어. 뭐뭐 챙겨야 하는 지는 카톡으로 알려줄게.”
“정말 고마워. 안 그래도 요즘 일 없어서 생활하는 게 불안 불안했는데, 잘 됐다!”
전화를 끊고서, 엘리나가 챙겨야 할 서류가 무엇인 지를 알려주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휴대폰을 가만히 내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나가 안정적인 일을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마당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수잔나에게 바로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숨겼다가 나중에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게 싫었으니까.
집에 도착하니 수잔나는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왔어? 수고했어.”
“응. 맞다, 여보. 좋은 소식이 있어.”
“뭔데?”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입술을 깨물다가 말을 꺼냈다.
“저기, 우리 회사 감수팀에 한 자리가 날 거 같아. 그래서 엘리나 내일 면접 보러 올 거야.”
그 말이 끝나자 수잔나의 얼굴이 굳었다. 작은 정적이 흘렀다. 천천히 커피 잔을 내려놓더니, 나를 보지도 않고서 성의 없는 대답을 했다.
“그래?”
“?”
“그 때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그렇게 되네.”
이 반응은 뭐지? 나는 억지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왜 그래? 당신도 알잖아. 우리 다 같이 있을 때 내가 먼저.......”
“알아.”
그녀가 내 말을 끊고는 자기가 할 말을 이어갔다.
“근데, 걔가 진짜로 당신이랑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좀 그래.”
“그게 어때서?”
“한 회사에 같이 다닌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하진 않아.”
“왜?”
나도 기분이 상했고, 그 때부터 말투가 변하기 시작했다. 수잔나는 잠시 생각을 고르고 대답했다.
“아니, 솔직히, 일자리는 엘리나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아니야? 근데 왜 당신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 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가 얼마나 자주 만나고 가까운 사이인데,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이상해.”
단호한 목소리였다.
“내가 보기엔 그래. 친구라고 해도 도울 게 있고 아닌 게 있는 거야. 그리고...... 당신이 엘리나를 도와주는 방식이 그냥 친구로서의 선을 넘는 것처럼 보여.”
나는 말문이 막혔다. 어쩌면 언젠가는 이런 대화를 할 순간이 오리라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했다.
“하.......”
말문이 막혀서 한숨을 내뱉는데, 수잔나는 아직도 할 말이 많았다.
“우리 지난번에 합의했잖아. 함께 만나서 성욕은 풀어도, 마음만은 주지 말자고. 근데, 당신이 엘리나한테 하는 거 보면 그게 아닌 거 같아.”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그거랑 이거랑 같아?”
“뭐가 달라?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는 게 보이는데?”
“......”
수잔나는 마침내 일어서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이 상황이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 왜 저렇게 급발진하지 갑자기? 아니, 막말로 나도 수잔나가 주혁이랑 단둘이 몇 번이고 만나고 술까지 마셨다는 걸 알고 있다. 근데, 아무 말 안하고 있는데?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고서 차분히 대답했다.
“그래, 당신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이해해. 근데, 엘리나 걔가 한국에서 뭘 할 수 있어? 할 줄 아는 거 영어밖에 없는 애가?”
“그건 걔네들 사정이지 왜 당신이 그렇게 돕고 나서냐고! 내 말 뜻 모르겠어?”
“뭐야 당신? 언제부터 그렇게 이기적이었어?”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마치 가슴 안쪽 어딘가가 서늘하게 식어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 넷이서 함께 여행을 다녀오고, 파트너를 바꾼 뒤로, 누가 먼저 감정 변화를 보이는 걸까? 참 이상하지. 다른 남자 좆 맛을 한 번 보고, 다정하게 몇 번 대해주면 거기 넘어가서 자기 남편에게 더 소홀할 법도 한데, 수잔나는 거꾸로 가고 있었으니.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수잔나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고, 그렇기에 저렇게까지 예민하게 나오는 건 아닐까하는, 어찌 보면 억측일 지도 모를 생각. 초조함과 죄책감이 다시 나를 덮쳤고, 나는 천장을 보면서 숨소리로 분노를 힘겹게 잠재운다. ‘너도 주혁이랑 단둘이 술 마시고 지랄했잖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다가 겨우 내려갔다.
그래, 잘 참았다. 우리 둘은 침묵으로 서로 대치하고 있었고, 나는 거실 바닥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 여보.”
“뭐가?”
“괜히 오해하게 만들어서.”
수잔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은 지키자고 했잖아...... 그것도 당신이 먼저 한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뒤틀렸다. 먼저? 그럼 주혁이랑 단둘이 술 마시고, 손까지 잡은 건 뭐였는데? 차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다 다시 목구멍 깊숙이 가라앉았다. 던지는 순간, 진짜로 돌이킬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그래.”
수잔나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정말 선은 지키고자 한 것일 수도. 지금 필요한 건 진실 여부가 아니라, 우리 관계를 이어갈 최소한의 숨구멍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
“내가 너무 앞서갔네.”
수잔나는 내 품 안에서 한참을 침묵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면접까지 보기로 했다면서? 이제 와서 내가 막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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