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부들 - 제 28화
처형Mandy봊이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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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09:46
토요일 아침, 주혁이 운전하는 SUV가 우리 집 앞에 섰다. 엘리나가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다.
“얼른 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난번 정선 가서 그 난리통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정선이라니. 제발, 아무 일 없이 즐겁게만 놀다 오길, 마음속으로 몇 번씩 되뇌었다.
차가 출발하고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분위기는 예상외로 아주 좋았다. 세 사람 모두 지난번 일을 말 안 하고 피하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로 한 듯했다. 수잔나와 주혁은 여전히 말만 하면 서로 웃겨대고, 티키타카가 잘 됐다. 지난번 같았으면 은근히 거슬렸겠지만 오늘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이 기분 좋은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다.
하이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스키장으로 향했다. 장비를 받고 곤돌라에 전부 나란히 앉자 주혁은 휴대폰으로 우리 넷의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세 사람은 깔깔 웃으며 떠든다. 나는 마음속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하얀 설원과 굽이굽이 솟은 산들이 시선을 메우자 가슴이 뻥 뚫렸다. 그래, 자연도 보고 깨끗한 강원도 공기도 마시고 오늘 하루 재미있게 놀자고.
주혁은 자신이 있는 지, 우리 넷 중 유일하게 보드를 타겠다고 했고, 슬로프에서 능숙하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나는 스키를 타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몇 번이고 자빠졌지만, 그래도 운동 신경이 없지는 않아서 금방 감을 잡았다. 문제는 여자 둘이었다. 수잔나와 엘리나는 한 사람이 넘어지면 나머지 한 사람도 넘어지고, 같이 얽혀 굴러가고, 다시 일어나서는 또 웃으며 넘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보다 못한 주혁과 내가 그들을 잡아주기로 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바뀌었다. 나는 엘리나의 장갑 낀 손을 잡고 균형 잡는 법을 알려줬다. 가까이 들여다본 그녀의 얼굴은 볼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어우, 진짜 못 하겠어. 어려워.”
하고 투덜거리는데, 그 모습이 참 정겹고 귀여웠다. 옆에서는 주혁이 수잔나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 잡아주며 천천히 밀어주고 있었다. 누가 보면 두 사람은 연인같아 보였지만 나는 일부러 시선을 거둬냈다. 오늘은 그냥 즐기면 되는 날이다.
해가 질 무렵, 우리 넷은 숙소로 돌아왔다. 현관에서 하나 둘씩 신발을 벗는데, 갑자기 찐하게 올라오는 발 냄새가 우리 코를 찔렀다.
“아이 씨, 누구야?”
주혁이 코를 막으며 웃었다. 수잔나는 자기 발을 들어 코에 갖다 대더니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 맡아보니 내 것도 아니었다. 결국 엘리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 나인가 보다.”
“아유, 진짜. 당신부터 씻고 와.”
주혁과 수잔나는 그녀를 보고 웃고 있었지만 엘리나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몇 시간이나 꽁꽁 갇혀 있던 발이라 우리 네 사람 모두 어느 정도는 냄새가 났을 텐데, 꼭, 저렇게 꼽을 줘야 하나?
그런데, 그 순간, 왜인지 모르게 미묘한 전율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처음 맡아 보는 그녀의 체취에 성욕보다 페티시가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가 걸었던 방바닥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는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모두 배고파서 난리인데 밥부터 먹어야 한다. 엘리나가 나온 다음, 내가 서둘러 씻고서는 고기를 꺼내 구웠다. 숯불 향이 퍼지고 네 사람의 잔이 부딪히자, 아까까지의 장난스런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오늘 제대로 달려보자!”
주혁이 소리치며 소주를 가득 따라줬다. 엘리나는 매운 양념 고기를 먹고 히죽거리며 얼굴을 붉혔고, 수잔나는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 목소리로 자꾸 우리들에게 건배를 청했다. 빈 술병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어느덧 우리는 파트너를 바꿔 앉았다. 난리도 아니다.
어젯밤에 내가 수잔나와 나눈 이야기가 떠오르네. 자신도 이런 순간들을 맘껏 즐기되, 선은 넘지 않겠다고. 주혁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했을 때, 수잔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고, 오늘은 우리 둘 다 고삐를 던져 풀기로 했다. 시작은 내가 먼저 했다.
“자, 아~”
내 옆에 앉은 엘리나에게 고기 한 점을 쌈에 싸서 먹여 준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서 받아먹고는 우걱우걱 씹었다.
“아유, 잘 먹네.”
나는 그녀를 어린애 다루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에 질세라, 주혁과 수잔나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우리 둘만 한 잔 할까?”
그 둘은 함께 술을 따라 마시더니 러브 샷을 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상추 한 장을 집어 들었다.
“나눠 먹자, 헤헤.”
“좋아.”
엘리나와 나는 상추 양 끝을 입에 물고, 먹어 들어간다. 우리 둘 다 상추 중간까지 왔을 때, 마지막 조각이 내 입으로 빨려 들어갔고, 우리 둘의 입술이 살며시 서로 마주했다. 그 때였다. 엘리나는 빙긋 웃으며 내 볼에다가 뽀뽀를 했고,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와 주혁은 둘 다 얼어붙고 말았다. 주혁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지자 나는 알 수 없는 쾌감과 승리감이 젖었다. 끝이 뻔히 보이는 전개였지만, 내 가슴은 마치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듯 벌렁벌렁거렸다.
그렇게 바비큐장을 정리하고 들어 온 우리는 내가 사 온 안주거리로 계속 음주를 이어갔다. 나는 가방에서 잭다니엘 700ml 한 병을 꺼냈다.
“짜잔!”
“우와, 형님. 위스키를 사 오셨어요?”
“그래. 그렇게 비싼 건 아니더라도 가끔은 한 잔씩 먹자.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싫은 사람들 위해 콜라도 좀 사 왔어.”
나는 가방에서 콜라 캔 몇 개를 더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주혁이 눈을 반짝이며 종이컵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엘리나는 살짝 웃으며 잔을 내밀었고, 수잔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우리는 각자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콜라를 섞거나 그냥 마시며 바비큐의 여운을 즐겼다. 공기가 부드럽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술기운이 돌면서 마음이 풀어짐과 동시에 내 좆까지 반쯤 일어서 있다.
잭다니엘이 한 바퀴 돌고 나서, 나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술 덕에 용기가 났다.
“야, 나 요즘 궁금한 게 있어.”
“네, 뭔데요?”
“주혁이 너랑 엘리나는 혹시 성적인 판타지 같은 거 없어? 나는 발 페티시 있잖아.”
주혁이 헛기침을 하며 웃었다. 그의 눈빛에 장난기가 스쳤다. 술잔을 비우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형님, 저는요...... 숲이나 해변같이 야외에서 한 번 떡 치는 게 소원이에요. 아직 엘리나랑 그런 적 한 번도 없거든요.”
엘리나가 주혁의 팔을 툭 치며 웃었다. 야외라니, 상상만 해도 무척 흥분이 된다. 같은 생각을 하는 지 엘리나의 뺨이 발그스레하게 변했다.
이제 그녀 차례다. 우리의 시선이 일제히 향하자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난 그런 건 모르겠고, 남자보다 내가 먼저 사정하는 게 소원이야. 보통 남자들이 먼저 가잖아? 나부터 절정 느끼고 싶어.”
그 말에 우리는 다 웃음을 터뜨렸다. 말하면서도 긴장된 게 느껴졌지만 솔직한 모습은 귀여웠고,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잔나를 봤다.
“당신은?”
수잔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나는....... 섹스 하면서 달콤하거나 저질스러운 말도 주고받으면서 해 보고 싶어. 뭐랄까, 그러면 진짜 흥분되거든.”
각자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공기가 무거워지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짙은 흥분으로 물들었다. 나는 잔을 들며 생각했다. 이 소원들, 다들 파트너에게 바라는 거였을 텐데. 아직 이루지 못한 게 많아 보였다.
“음, 다들 각자의 파트너에게 바라는 소원 같네. 그런데 아마 아직 못 이룬 거 많을 것 같아. 오늘 밤에 한 번 해 보자. 여기서 서로 도와서. 야외? 달콤한 말? 발 페티시? 다 할 수 있어.”
“아이, 오늘은 안 돼요. 밖에 저렇게 추운데 어떻게 나가요, 헤헤.”
주혁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며 물었다.
“그러는 형님은 또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음......”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아무리 우리가 스와핑까지 했어도 이거는 그것보다 훨씬 더 깊고 선을 넘는 것이었다. 침만 꼴깍 삼키며 위스키 두 잔을 단숨에 비운다. 술 기운에 용기가 좀 더 필요했다.
“파트너 바꿔서 한 방에서 같이 하는 거?”
“네?”
주혁은 손뼉을 크게 치며 웃었고, 엘리나는 경멸하듯 고개를 저었지만, 호기심이 보였다. 수잔나는 손을 모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술기운이 우리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고, 내 마음속에서 판타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밤이 어떻게 흘러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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