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부들 - 제 32화
처형Mandy봊이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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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수잔나의 말이 끝나는 순간, 가슴에 힘이 빠지며 긴장이 풀렸다.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바로 뒤로, 엘리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선명한 설렘이 밀려왔다.
지금 얼마나 비참함을 느끼며 무너져 있을까? 안타까웠고, 이 모든 걸 일으킨 주혁이 새끼는 보이면 정말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분노도 일었다. 그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치고 올라와 분류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내 손은 자연스럽게 핸들을 꺾었고, 다음 출구에서 빠져나왔다. 머리 위 푸른색의 이정표가 전조등에 번쩍일 때마다 내 마음도 기묘하게 갈라지고 흔들리고 있었다.
“괜찮겠어?”
수잔나의 물음에 나는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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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초인종 소리가 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엘리나는 이미 울음을 한참 쏟아낸 얼굴이었다. 눈두덩은 부어 있었고, 코끝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와 줘서 고마워.......”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순간, 수잔나는 말도 없이 다가가 그대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 엘리나는 얼굴을 파묻고 어린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마음 한켠이 무너져 내렸고,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심주혁 이 개새끼를 진짜.......
한참 울음을 받아주던 수잔나가 내 쪽을 슬쩍 보았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일단, 나가자.”
엘리나는 울음을 멈추지 못한 채 우리 둘을 번갈아 보았다.
“어딜?”
“시내 가자. 타종식 보고 싶다고 했잖아.”
“지금?”
“그래. 나가서 바깥 공기 좀 쐬면 나을 거야. 가자. 옷 입어.”
엘리나는 욕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점퍼를 입고 나왔다. 수잔나는 그녀에게 팔짱을 끼면서 다독이고 위로해주었다. 차 뒷좌석에 타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니 엘리나의 표정이 조금은 핀다. 지금 이 순간은 수잔나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30분 정도 걸려 겨우 시내에 도착한다. 이 곳 저 곳을 돌다가 유료 주차장 한 군데를 겨우 찾아서 주차를 한다. 11시 52분이다. 그래도 시간 전에 도착해서 참으로 다행이다. 종 앞으로는 이미 수많은 인파가 들어서서 바로 앞에서 보는 건 불가능했고, 나는 공원 끄트머리의 대리석 옹벽으로 갔다. 거기서 몇 사람들이 이미 서 있었지만 다행히 우리 세 사람이 설 만한 공간은 있었다.
엘리나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수잔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뭐라 이야기를 건네면, 엘리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약하게나마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여기 온 의미가 있었다.
“곧이다!”
누군가 외쳤다.
11시 59분 40초가 지나간다.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들어올리고,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번쩍였다. 전광판 숫자가 ‘10’에 다다르는 순간, 공원 전체가 하나의 심장처럼 박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10, 9, 8, 7, 6, 5, 4, 3, 2, 1.......
영겁같던 10초가 끝나고 폭죽이 하늘을 갈랐다. 새까만 밤하늘을 뚫고 올라간 불꽃이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새해가 왔음을 알린다. 붉고, 금빛이고, 파랑이었고 수많은 불빛들이 조각나 공원 위 하늘을 수놓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나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수잔나는 활짝 웃으며 내 어깨를 톡 쳤다.
“자기도.”
엘리나는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아.”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번뜩이는 불꽃에 환하게 비친다. 주혁이 남긴 슬픔과 아픔이 여전히 서려 있었지만, 수많은 불꽃을 올려다보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 그 때, 나는 아까부터 가라앉지 않던 한 가지 감정을 깨달았다. 이 밤, 우리 세 사람, 특히 엘리나가 다시 웃는 모습을...... 지독할 만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참을 서 있었고, 하늘을 장식하던 불꽃이 사그라들 무렵,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잔 할까?”라는 말을 꺼냈다. 하지만 시내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찼다. 들어가는 가게마다 자리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더 돌아다니는 건 의미 없다는 걸 깨닫고, 나는 두 여자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배달 앱을 켜서 이것저것 시켰는데, 문제는 음식이 전혀 올 기미가 없다는 거였다. 예상 도착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리고, 결국 우리는 기다리기를 포기하고는 술부터 건드렸다.
캔맥주 몇 개와 소주 한 병을 꺼내자 엘리나는 말도 없이 잔에 소주와 맥주를 마구 섞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벌컥 벌컥 마시더니 이내 한 잔을 비웠다.
“천천히 마셔.”
내가 말하자 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진짜 소맥은 최고의 술이야.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상이라도 줘야 해, 헤헤.”
잔속의 금빛 거품이 부서지듯, 엘리나 얼굴에 남아 있던 슬픔도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맥주 4병과 소주 한 병을 비웠을 때, 겨우 음식이 도착했다. 도로가 아직 막히는 지, 음식은 다 식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엘리나와 함께 연말연시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했으니까.
수잔나는 씻고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면서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거실에는 우리 둘만 남았고,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엘리나의 볼은 아직도 붉었고, 잔에 남은 마지막 소맥을 손가락으로 빙글 돌리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좀 괜찮아?”
엘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희 둘 덕분이야. 진짜, 너무 고마워. 근데.......”
그녀는 살짝 웃으며 내 눈을 피했다.
“미안해....... 너희 포항 놀러 가는 거 내가 다 망쳤어.”
“으음, 아니야. 신경 쓰지 마. 난......”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입술은 멋대로 말을 이어갔다.
“난 너랑 이렇게 있는 게 더 좋아.”
“.......”
“주혁이 때문에 많이 속상했지?”
내가 묻자, 엘리나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깨물었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더 견딜 수 없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온기가 내 가슴과 배를 따뜻하게 적셨고, 아직 남아 있는 울컥한 감정이 숨결을 타고 흘렀다.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피가 아래로 한꺼번에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때가 아닌데, 내 좆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나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리나가 내게서 몸을 떼더니 아래를 내려다본다.
“이거 왜 이래?”
내 육봉은 의지와 상관없이 아주 충실하게 반응한 상태였다. 엘리나는 피식 웃더니, 손끝으로 내 바지 위 불룩한 부분을 슬쩍 문질렀다.
“뭐야? 나 안아줬다고 이렇게 돼?”
그녀의 목소리가 장난스러우면서도 묘하게 떨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본능이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선을 돌렸는데, 하필 욕실 문 쪽으로 가 버리고 말았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는 샤워기에서 흐르는 물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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