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부들 - 제 37화
처형Mandy봊이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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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 넷은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래서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에둘러 말할 이유도 없었다.
“다 알고 있어.”
주혁의 집 안 거실에 앉은 우리 넷. 내 말에 거실 안의 공기가 굳었다. 수잔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고, 주혁은 손으로 턱을 움켜잡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수잔나를 보면서 먼저 말문을 열었다.
“너, 요즘 왜 그렇게 자주 늦는지.”
“.......”
“그리고 너희 둘이 단둘이 만난 것도.”
그녀는 어깨를 움찔했지만 그 어떠한 부정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 반응이 답이었다.
“좆나 웃기지 않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제 보니까, 우리 넷 중에 선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엘리나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말이 칼이 되어 모두를 베고 있다는 걸.
“그 말 자체가 웃긴 거였어. 스와핑까지 해 놓고 말이야........ 세게 흐르는 물길을 종이 한 장으로 막아보겠다는 거랑 뭐가 달라.”
그때 주혁이 피식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형님, 그걸 이제 아셨어요?”
그는 피 묻은 입가를 손등으로 훔치며 말했다.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참....... 사람이 순진하다 못해 바보 같으셔, 흐흐흐.”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주먹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뭐라고 이 씹할 놈아?”
한 발 다가서려는 순간, 수잔나가 또다시 나를 붙잡았다. 거의 매달리듯 팔을 끌어안았다.
“제발 그만해. 또 때릴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찢어질 것 같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멈췄다. 멈춘 순간, 주혁이 입을 열었다.
“형님.......”
“?”
“나 수잔나 사랑해요.”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말문이 막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데, 그는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진짜로요.”
“뭐라고......?”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 지도 다 들었어요. 형님이 수잔나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수잔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형님이 더 이상 수잔나 사랑 안 하신다면....... 그만 놓아주세요.”
나는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 지도 몰라 가만히 보고 있는데, 옆에서 엘리나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 흑흑.”
그러더니 그녀는 꺼억꺼억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엘리나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쏟아졌다.
“당신이 사람 새끼야?”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울었다. 그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문을 열었다. 캐리어를 잡아끌고,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렸다.
“엘리나!”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엘리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방을 끌고서 지하철역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캐리어 바퀴 소리가 밤길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녀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극한의 공포를 선사했다.
공항.
그 곳으로 가는 발걸음만은 막아야 했다. 나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멈춰.”
“놔.”
그녀는 몸을 떼려 했지만, 나는 그대로 끌어안았다. 단단히. 도망가지 못하게.
“괜찮아....... 괜찮아.”
내 목소리가 떨렸다. 저항하던 그녀는 내 품에서 무너졌다.
“내가 있어.”
나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걱정 마.”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그녀의 울음만이 오래 남아 있었다. 그 때 오래전에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이 여정의 끝에 가면 내가 누구를 지켜야 할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던 질문. 그제야......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엘리나는 내 품 안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었고,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자.”
“.......”
더 이상 그 집 근처에 있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를 데리고 근처 호텔로 향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발걸음만큼은 빠르게 맞춰졌다. 프런트에 서서 남는 방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다행스럽게도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숨이 조금 내려앉았다. 우리는 방 키를 받고서 5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닫자, 바깥의 소음이 한꺼번에 차단됐다.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서 귀가 멍해질 정도였다. 엘리나는 침대 끝에 조용히 걸터 앉았다.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속눈썹은 눈물에 엉겨 붙어 있었다. 그 모습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때 손이 욱신거렸다. 주혁의 얼굴을 때릴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손등이 부어오르고 군데군데 붉게 변해 있었다. 엘리나가 그걸 먼저 봤다.
“손....... 괜찮아?”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괜찮아. 이 정도로만 다칠 줄 알았으면 좀 더 때려줄 걸 그랬네.”
농담이었지만,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엘리나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가만히 들여다봤다. 마치 자기가 다친 것처럼.
“아팠지?”
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아냐, 진짜 괜찮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아팠는데 네가 손 잡아주니 괜찮네.”
엘리나는 아무 말 없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그대로 품에 파고들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하지만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등을 감싸 쥐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눌러 안았다.
“내가 곁에 있을게." (이후 내용은 댓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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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9292뱅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