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의 늪 16화 반항
법사의하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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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굴레의 늪
16화 주요 등장인물/시간선
이 경석(진우의 할아버지) : 1948년생
최 민지(진우의 어머니) : 1973년생
이 진우(나) : 1992년 7월생
[2006년 – 2007년]
16화 반항
화자(話者) : 이 진우(나)
여름방학이 끝나고부터 엄마는 내가 집에 있는 동안 집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주 중에 수업 빼 먹고 집에 여자애를 불러도 엄마는 간식을 가져다 주고 안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한번은 나갔다 온다고 나가는데 난 대답 없이 내 방에 있었고 엄마는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들어왔다. 마트에 장을 보고 온 듯 이것저것 많이 사 오셨다. 한 시간 정도면 딴 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란 것 쯤은 나도 알고 있었지만, 난 엄마에게 또 할아버지 만나고 왔냐고 추궁했다. 엄마는 아니라고 길 건너 마트 갔다가 이거 저거 사고 바로 들어왔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엄마는 내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나에게 그런 모습을 들킨 게 미안하고, 자신 때문에 니가 이렇게 엇나가는 거라는 걸 지금은 알게 되어 미안하고, 그런데도 아빠나 형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했다. 난 아무 말없이 내방에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렸다. 난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량해 져가고 있었다. 엄마의 불륜을 목도하며 사춘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었고 덩치는 점점 커져가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싸움도 늘어서 이젠 고등학교 선배들도 내게 뭐라고 하지 못하는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버지와 형과는 잘 지내고 싶었기에 마냥 놀지만은 않았다. 벼락치기긴 해도 시험 기간엔 공부도 했고 공부 잘하는 앞 번호 친구들에게 노트 정리도 시키면서 아버지 눈 밖에 나지는 않도록 주의했다. 아버지가 불쌍했고 암것도 모르는 순진한 형이 불쌍했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추석 때가 가까워올 때 난 아버지에게 이번 추석은 할아버지 집에서 보내는 거냐며 물어봤고 아버지는 아마도 우리 집에서 치르지 않을까 하시며 어떻게 될지 가봐야 안다고 하셨다.
난 답답해서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에게 이번 추석에도 여행 가시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왜 그러냐며 물으셨고 지난 설에 다음 명절은 할아버지 집에서 보내기로 한거 아니었냐며 다시 물어보자 할머니는 난감해 하셨다. 난 할머니에게 이번에 우리 집에서 추석치를 생각이면 우리 식구도 할머니처럼 여행 갈 테니 알아서 하시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고, 할머니는 나에게 전화를 다시 하시고는 우리 손주가 할애비 집에서 추석 보내고 싶으냐고 물어보시더니 할아버지한테 여쭈어본다고 하고는 끊으셨다.
한 시간 뒤 쯤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잠깐 통화하시더니 나 더러 그냥 우리 집에서 명절을 지내는 게 어떠냐 고 물어보시다가 그냥 어른들이 하자는 대로 하라 시면서 이제껏 우리 집에서 지냈는데 갑자기 왜 그러냐며 핀잔을 들었다. 난 엄마를 쳐다보며 이번 추석에 우리 집에서 명절 지내면 나는 엄마와 둘이 여행 다녀 올 테니 알아서 하시라고 아버지에게 대들었고 엄마는 내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계셨다.
평소에 대들지 않던 내가 아버지에게 대들자 아버지도 황당해 하시면서 저 녀석이 왜 저래 하시며 언짢아 하셨다. 난 벌떡 일어서서 내 방으로 들어가며 이번에도 우리 집에서 명절 지내면 내가 할 말 못할 말 마구 떠들지도 모른다고 소리치며 방문을 쾅 닫았다. 엄마가 이번에 아버지를 설득하길 바랬다. 아버지는 저 녀석 왜 저러냐며 엄마에게 나를 달래보라고 말씀하시고는 안방에 들어가셨다. 엄마는 내 방문을 두드리며 잠시 들어간다고 말씀하셨고 난 들어오시라 대답했다. 엄마가 방에 들어와서 나를 보며 울먹이셨다, 내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미안하다 해야 할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난 엄마에게 아빠를 설득하지 못하면 난 다 모인 명절 아침에 모두의 앞에서 할아버지와 엄마의 관계를 다 폭로하겠 노라고 말했고 엄마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그해 추석은 할아버지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아마도 엄마가 아버지를 설득한 게 아니라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무슨 얘길 한 것 같았다. 난 그때까지 할머니가 왜 명절때마다 여행을 가시는건지 알지 못했다. 할머니는 괴로운 게 아니었을까. 할아버지가 엄마를 안지 못하면 대신 할머니를 괴롭혔겠지 생각했다. 아무튼 그해 추석은 정말 오랜만에 할아버지 댁에서 보내게 되었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난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가 다른 날보다 약간 일찍 들어가게 되었다.
평소엔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놀다가 저녁 식사 시간 즈음 들어가거나 그보다 더 늦는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 들어오기 전에만 들어가면 되니 적당히 놀다 들어가는 게 일상이었다. 수업을 째고 아예 일찌감치 여자애들과 놀고 싶으면 점심 지나서 바로 돌아오곤 했었고 오후 서너시 경에 집에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날은 학교를 마치고 그냥 바로 들어왔다. 시간은 네 시 반. 집에 오니 아무도 없었다. 엄마가 마트라도 갔는가 싶어서 거실에서 티비를 보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다섯 시 반쯤 엄마가 들어왔다.
화장기 하나 없는 맨 얼굴에 무릎 위까지 오는 치마를 입었는데 스타킹도 신지 않았다. 엄마는 거실에 있는 나를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일찍 왔네 하며 배고프냐고 물어봤다. 난 느낌이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사건 이후로 집에만 있던 엄마가 나갔나 온 것도 이상했고, 화장을 전혀 안 한 생얼인 것도 이상했다. 무릎 정도의 길이의 스커트를 입을 때면 언제나 스타킹을 신던 엄마가 스타킹을 신지 않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난 엄마를 괴롭히는 질문을 또 한 번 말했다. 또 나가서 할아버지 만나고 왔냐고. 엄마가 흠칫하며 아니라고 했지만 지난번 마트에 갔다 왔을 때의 대답처럼 억울해 하거나 강하게 부정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갑자기 전에 엄마에게 말했던 또 그러면 할아버지 죽이고 아버지에게 말한 다음 죽어버리겠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난 거실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안방에 들어가려는 엄마를 잡아 세우고 잠깐 하고는 부엌에서 식칼을 꺼내들고 나 할아버지 죽여버리러 간다고 하자 엄마는 기겁을 하며 나를 붙잡았다.
아니라고 할아버지 만나지 않았다고 제발 칼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나는 일단 엄마를 겁주려고 한 행동이었기에 칼을 부엌에 두고 엄마를 잡았다. 엄마는 잠깐 옷 갈아 입고 나올 테니 다시 얘기 하자며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난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방에 따라 들어갔다. 엄마는 나를 보더니 옷 갈아입게 잠깐만 나가있으라고 했다. 원래도 집에서 단정한 모습만을 보이던 엄마였기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난 알았다고 거실로 나왔고 거실 베란다를 보았다. 안방 앞쪽까지 연결된 베란다는 안방 창문을 통해 안방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에 난 베란다로 나가서 안방을 훔쳐봤다.
엄마는 블라우스를 벗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의 몸이 군데 군데 붉은 자국이 있었다. 엄마가 브래지어를 벗었는데 가슴에 빨간 키스 마크가 두 군데 보였다. 갑자기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저렇게 만들었나 싶기도 해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엄마가 스커트를 벗는 순간 난 눈이 돌아가 버렸다. 엄마는 팬티도 입지 않고 있었고, 엉덩이는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난 저게 뭘 뜻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도 간혹 여자애들과 뒤치기 자세로 할 때 엉덩이를 때리기도 하는데 정신없이 때리다 보면 퍼렇게 멍이 들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겋게 물든 정도라면 하루 정도 지나면 가라앉기 때문에 저 정도로 붉게 되어 있다면 바로 몇 시간 이내에 누군가와 섹스를 하면서 맞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난 눈이 뒤집혀서 거실로 나가 안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엄마는 기겁을 하며 손으로 가슴과 음부를 가리고 왜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아직 덜 입었으니 나가라고 소리쳤다. 난 가슴을 가린 엄마의 손을 치우며 가슴의 키스마크를 가리키며 이거 아버지가 만든 키스마크냐고 소리쳤다. 엄마는 놀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엄마를 돌려세우고 엉덩이의 손자국을 가리키며 저 손자국은 아버지가 때린거냐고 소리쳤고 엄마는 고개를 떨구었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난 엄마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씨발 어떤 새끼가 또 이런 건데? 할아버지지? 또 그랜저 그 자식이야? 하며 소리쳤다. 엄마는 울기 시작했다. 아빠가 불쌍하지도 않냐며 소리쳤고 그럴 거면 왜 이혼 안하고 같이 사는 거냐고 비난했다.
엄마는 한참을 울다가 나를 쳐다보고는 엄마 씻고 나서 얘기하자며 잠시만 나가달라고 애원했다. 난 안방문을 쾅 닫고 나와 내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한참을 씻더니 저녁을 차리고는 내 방문 앞에서 저녁 먹으라고 했고 난 생각 없다고 했다. 엄마는 문을 두드리고는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봤다. 난 들어오라고 했다. 엄마는 책상의자에 앉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난 나 한테 미안할 거 없다고 했다. 난 엄마 아들 안할꺼니까 나 말고 아버지와 형에게 미안해 하라고 했다. 그리고 난 기회가 되면 할아버지 죽이고 그 다음에 아버지에게 말학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했다. 엄마는 엄마를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난 이런 얘기 전에도 한적 있다고 대답했고 엄마는 다시 눈물을 보였다.
난 엄마의 화장기 없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도대체 뭘 했기에 화장이 다 지워지고 팬티도 벗고 왔냐고 물어봤다. 엄마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난 다그치며 추궁했다. 대답 안 할 거면 나가라고 난 아무래도 이번 추석에 할아버지 죽이고 식구들 앞에서 다 얘기해야 할거 같다고 말했다. 엄마는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애원했다. 엄마는 오늘은 정말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하다가 억지로 당했다고 말을 하다 스스로 입을 막았다. 난 더 화가 났고 그럼 강간당한 거야? 라고 물었다. 엄마는 울기 시작했고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나오자마자 엄마에게서 전화가 계속 왔다. 전원을 꺼버렸다.
난 택시를 타고 무작정 할아버지 집으로 출발했다. 할아버지 집 앞에 오자 뭘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현관은 잠겨 있었고 벨을 눌러도 아무도 없었다. 난 할아버지 집근처에서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렸다. 밤 열시 아파트 단지로 그랜저 한 대가 들어왔다. 눈에 익은 차였다. 할아버지 아파트동 입구에 그랜저가 서고 조수석에서 할아버지가 내리고, 할머니가 뒷자리에서 내리고 또 다른 한남자가 내렸다. 운전은 엄마와 만났던 그 남자가 하고 있었다. 주차하고 올 테니 먼저 들어가시라고 하고는 차가 사라지자 할아버지와 못보던 남자 사이에 할머니가 서있었고 그 남자는 할머니의 옆에 바짝 붙어있었다.
할머니는 곤란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할아버지는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셋이 아파트로 들어가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남자가 할머니의 엉덩이를 쥐었고 할머니는 그 사람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도 할머니의 다른 쪽 엉덩이를 쥐었고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셋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나는 몸을 피했고 오늘 엄마에게 일어난 일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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