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있을 때, 우리 대대에 군의관이 있었는데 캐릭터가 좀 웃겼음.

생김새만 봐도, 퉁퉁한 체격에, 어디 짱박히는거 좋아하고, 만사 귀찮아 하는 ㅎㅎㅎ

훈련을 나가도 제자리를 안지키고 짱박히길 좋아하니까, 대대장이 참모회의 같은 걸 할 때면 꼭 챙겨서 찾았음.

"전투군의관, 전투군의관 왔나?" 라고 항상 확인했고, 그럼 항상 저 구석에서 자다깬 듯 엉클어진 머리로 "네, 여기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곤 했지.

전투군의관이라는 호칭도, 원래는 그냥 군의관이라고 불렀는데, 유격훈련 시즌에 대대장이 군의관도 하루 정도 훈련 받으라고 하니

군의관이 "저는 군의관이기 때문에 전투훈련은 안받아도 됩니다" 라고 거부하니까

대대장이 "그건 나약한 보통 군의관 얘기고,  넌 정예 전투군의관이니까 대대원들이 받는 훈련은 너도 받아야 한다" 면서,  그 때부터 빠트리지 않고 꼭 '전투군의관'이라고 불렀음.

혹한기훈련 어느 날, 잠시 휴식타임이 있었을 때, 대대장을 포함 대대지휘부 장교들과 주임상사, 군의관이 대대 지휘부 막사에서 난로를 쬐며 이것저것 소소한 얘기를 나눌 때가 있었음.

대화 주제가 군의관에게 옮겨가 이야기가 시작 되었는데,

작전장교: 야, 전투군의관, 너 요새 애들한테 말 들어보니까, 배가 아파서 가도, 머리가 아파서 가도 다 똑같은 약 준다면서. 

군의관: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한 알씩 틀립니다.

작전장교: 야이씨~ 뭐가 틀려. 다 똑같다고 애들이 그러던데 ㅎㅎㅎ

군의관: 그거 먹어도 다~ 낫습니다. 

대대장: 전투군의관 너 전공이 뭐냐?

군의관: 네,  전투군의관, 저 산부인과입니다.

작전장교: 뭐? 산부인과가 여기 왜 왔어 임마. 우리 부대는 여군도 없는데.

군의관: 국방부에서 가라고 해서 왔지, 저도 여기 싫습니다. 저도 여군 많은데 가고 싶습니다, 왜이러십니까~ ㅎㅎ

작전장교: 뭐 이 새키야 ㅎㅎㅎ

대대장: 너 그래서 약이 다 똑같은거야? ㅎㅎ   그럼 그 약들은 다 뭐야, 애들 먹고 잘못 되는거 아냐?

군의관: 에이... 대부분 소화제, 속쓰림약 같은거기 때문에 아무 문제 안생깁니다~ 저를 믿으십시요.

작전장교: 이거 완전 돌파리네 ㅎㅎ.  대대장님 얘 좀 굴려야겠습니다.

대대장: (주위를 살짝 둘러보다가) 야, 전투군의관, 여기 다 남자끼리니까 솔직히 말해봐.  진짜 여자 벌리고 진료하는데 환자로만 보냐?  진짜 진짜 아무 생각 안들어? 아니지?

군의관: 에이... 저도 남잔데... 이쁜 환자 보면 꼴리죠 ㅎㅎㅎ

일동: 하하하하하하 ~~~

작전장교: 그치? ㅎㅎㅎ  야,  의사도 남잔데 안꼴릴 리가 있나~ 

군의관: 아휴, 당연히 꼴리죠 ㅎㅎ. 아니 제가 고자도 아니고...  김태희가 다리 벌리고 눈앞에 있는데,  그거 보고 안꼴리면 그게 미친놈이지...ㅎㅎ

작전장교: 아우...배아파, 얘 때문에 배꼽 빠지네 ㅎㅎㅎ.  (갑자기 정색하며) 아니 근데...그럼 가족들한테는 여의사 한테만 진료 받으라고 해야겠는데. 이런 놈들 한테 진료 받으면 안되잖아.

군의관: 에이... 이쁜 환자일 때 그렇다는거죠.  못생긴 여자는 홀랑 벗고 벌려도 아무 생각 안납니다. 빨리 퇴근하고 치맥 할 생각이나 하지. 할머니도 있고, 뚱뚱한 아줌마들도 있고 그런데... 이쁜 여자들은 드물죠.  냄새나는 여자들도 많고...이것도 3D 업종입니다.

작전장교: 3D 같은 소리 한다 ㅎㅎ. 맨날 벗은 여자들 거기 벌려보는데, 좋지 ㅎㅎ. 너네 마스크도 쓰잖아, 뭔 냄새.

군의관: 맡아보세요, 마스크 뚫고 들어온다니까요~ 진짜 머리가 지끈지끈 합니다.

주임상사: 아...그 보징어 냄새, 그런건가 보네.

군의관: 아휴, 뭐 그거에다가 발냄새에다가 다양합니다. ㅎㅎ

대대장: 야,  그럼 너 진찰할 때 헛짓거리 하고 그러는거 아냐? ㅎㅎ

군의관: 네? 에이...그냥 뭐, 좀 내스타일이다 싶은 환자면, 좀 더 벌려보고, 들여다 보고, 손가락 안넣어도 되는데 넣어보고 그 정도지... 뭐 큰일날 짓은 안합니다.

작전장교: 그게 성추행이지 임마.  와~~  이런놈들 때문에 어디 마누라나 여동생, 딸래미 남자 의사한테 보내겠나. 안돼안돼 여의사 한테만 가라고 해야겠다.

군의관: 아이고~~~ 오히려 남자 의사들이 더 친절하게 보거든요~~~. 여의사들 찾기도 쉽지 않거든요~~~~

<아래 산부인과 글 보니까,  갑자기 생각나서 짧은 에피소드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