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정사5편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데 옆집 여자가 기웃거리고 들어왔다. 마침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누라는 미장원에 갔고 아이들은 저희들 끼리 수영장에 놀라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주영희는 회사에 나간 모양이었다.
"계세요?"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함석 챙을 때리는 빗소리에 나는 누가 대문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었다. 여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옆집 여자였다.
"계세요?"
여자가 다시 불렀다. 이번엔 조금 큰 목소리였다.
"예."
"계셨네요."
여자가 활짝 웃으며 얌전하게 인사를 했다.
"예. 애들 엄마는 미장원에 갔는데..."
나는 혼자 있어서 여자를 접대하기가 난처하여 머리를 긁었다.
"저...부탁 좀 드릴려고요."
"저에게요?"
"네."
"무슨 부탁이신데...?"
나는 어리둥절했다. 여자는 마누라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온 모양이었다.
"세탁기를 좀 옮겨 주십사 해서요. 여자 혼자 움직일 수가 없네요."
여자가 멋 적은 표정으로 말했다.
"예에."
"죄송해요."
"아닙니다. 먼저 가세요. 곧 뒤 따라 갈께요."
"그럼..."
여자가 고개를 숙여 보이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옆집 여자는 혼자 살고 있었다. 세탁기처럼 무거운 가재도구를 옮기려면 남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혼자 사는 여자의 집에 들어간다는 것이 어쩐지 껄끄러웠다.
나는 여자가 대문 밖으로 나가자 담배부터 한 대 피워 물었다.
여자의 이름은 조혜경인데 나이는 서른 한 살이었다. 가평 어느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남자와 결혼을 하여 아이 둘까지 낳고 살았었다. 그러나 그녀는 2년 전에 옆집으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었다.
마누라를 통해서 들은 얘기에 의하면 동네 남자와 눈이 맞은 것이 화근이었다. 남편이 그 남자를 칼로 찔러 죽여 지금은 교도소에 들어가 있었다. 여자는 동네에서 살 수가 없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조혜경의 오빠가 이발소를 하여 그녀는 오빠 이발소에서 면도사 일을 하여 버는 수입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살림은 궁색한 편이었다.
이따금 집에 놀러 와서 마누라에게 신세타령을 하고는 했는데 조만간 마누라에게 미장원 기술을 배울 예정이었다. 마누라도 조혜경을 좋아해서 둘은 목욕탕도 같이 가고 봄이면 관광도 같이 갔다. 죽이 잘 맞는 편이었다.
"어떻게 하다가 그 사람과 눈이 맞았어?"
"뭘 그런 걸 물어봐요?"
"궁금하니까 그렇지..."
"아저씨 계시는데 어떻게 얘기해요?"
나는 안방에서 잠이 든 척 하고 있었다.
"잠들었어."
"정말?"
"그래. 공장 일이 피곤해서 밥숟갈 놓으면 금방 떨어져."
"그렇게 일이 피곤해요?"
"원래 사람이 좀 골골해."
"바짝 마른 사람이 그건 쎄다고 하던데..."
조혜경이 깔깔대고 웃음을 터뜨렸다.
"토끼 거시기야."
"네?"
"토끼는 들어가자마자 일을 치른 대잖아? 그러니 내가 무슨 맛으로 살겠어?"
"어머머...아저씨 엄청 쎄게 생겼는데..."
"남의 남자 신경 쓰지 말고 그 남자 만난 얘기나 해봐. 남편이 있는데 어떻게 하다가 동네 남자와 일을 저질렀어?"
"아이 참!"
"술 한 잔 줄까?"
"좋아요."
내가 방에서 자는 척하고 있자 두 여편네는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이 웃고 떠들며 얘기꽃을 피웠다.
나는 속으로 빌어먹을 여편네들, 할 일이 없으면 발딱고 잠이나 자지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하고 욕설을 했으나 조혜경의 얘기가 궁금하여 꾹 참았다.
"어떻게 만났어?"
마누라도 외간 남자를 만난 얘기가 꽤나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마누라가 조혜경을 계속해서 보채자 조혜경이 마지못한 듯 얘기를 털어 놓았다.
"처음엔 그냥 덤덤했어요..."
"덤덤해?"
"그냥 놀러 와도 옆집 남자구나 뭐 그런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런데 그 남자가 나를 보는 눈이 점점 야릇해 지더라구요."
"야릇해? 어떻게?"
"뭐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하고...어쩌다가 길에서 마주치면 연희 엄마는 얼굴이 점점 예뻐지네요, 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날 선물상자를 하나 몰래 주대요."
"무슨 선물?"
"속옷이요."
"속옷?"
"네."
"어떤 거?"
"속옷이 속옷이지 어떤 거예요?"
"팬티?"
"네."
"어머, 야하다..."
"처음엔 남사스럽더라구요. 남의 남자한테 속옷 선물을 받았으니...돌려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입어나 보자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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