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촌 제수씨와의 꿈같은 이박삼일 2
갸름한 몸매는 아니었고 조금은 풍만한 그런 여자였으나 반면에 아주 착하게 생겼고 귀엽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한 여자라 나 역시 외숙모 이상으로 외사촌동생이 기특하다고 생각을 하였다.
요즘 젊은 새댁들 하나같이 시집살이 안 하려하고 시부모 안 모시려고 하는 풍조가 만연한 마당에
제수씨는 시어머님을 모시지 않고 산다면 결혼을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외사촌 제수씨의 심성을 알 수가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함께 안 번쯤은 생각을 해 볼 일이다.
외사촌 동생이 장가를 든 그 날 난 처음으로 제수씨의 얼굴을 봤고 그 이후로 제수씨의 얼굴은커녕
외사촌동생과도 대면을 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제수에 대한 생각은 그 이후 단 한 번도 안 한 것이 사실이었다.
직장생활 더구나 외주 처 관리를 하는 사람의 경우에 남들이 다 가는 휴가도 제대로 못 간다.
회사의 생산 라인을 연결을 하려면 휴가는커녕 일요일도 없이 내가 맡은 거래처의 납품 예정 일자와
물량의 추이를 보고 또 생산에 차질이 예상이 되면 거래처에서 거래처의 직원들과 함께 숙식을 함께하며
날밤을 새우는 경우도 비일비재 한 지경이니 어찌 남들이 가는 휴가라는 호사를 누리며 살 수 있겠나 말이다.
내 나이 사십이 넘어 오십을 바라보는 마당에 지금의 직장에 거의 20년 이상을 근무하였고
입사를 하자마자 외주 관리 업무를 맡았기에 내 아내는 물론 내 아이들과도 변변한 여름휴가를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 아내나 자식들에게 고개를 들지도 못 하게 하는 나의 처량한 신새가 현실이다.
더구나 같이 벌어야 한다며 아내가 작은 식당을 하나 인수하여 꾸리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내가 시간이 있어도 하루라도 문은 닫으면 단골이 다른 식당으로 간다며 일 년 열두 달 365일을
하루같이 식당의 문을 여는 아내 덕에 아내와 나는 언감생심 여름휴가는 사치요 호사라고 생각을 하며 살았다.
거기다가 애들도 대가리가 크다보니 이제는 아빠와 같이 여행을 하자고 하면 마치 벌레가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지
한사코 피하기에 어쩌다 맞는 여름휴가에도 난 집에서 방콕을 하든지 아니면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마치 식당 마담의 기둥서방이라도 된 냥 한쪽 구석에 진을 치고 온 종일 신문만 펼치며 시간을 죽인다.
그렇다고 아내가 단골손님에게 아양을 떠는 것을 감시하거나 손님들과 같이 앉아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감시나 하는 그런 속이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는 불상사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내의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대게가 나와 친분이 있다.
왜?
아내가 하는 식당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우리 회사의 거래처가 있는 곳 아니 정확하게 발하면
그 거래처의 담벼락 모퉁이에 그 거래처 사장의 소유로서 3교대 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세 끼 식사를 해 주며
일반 손님도 받는 구내식당도 아니요 일반식당도 아닌 아주 어정쩡한 식당이지만 아내가 찬모를 잘 둔덕에
일반손님의 매상이 더 많을 정도로 아내의 식당은 연일 성업 중이라 아주 든든한 기분으로 휴가를 아내의 식당에서 보내는 것이었다.
참! 앞에 여름휴가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처지라고 하고는 아내의 식당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하니 이상하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다.
재작년 봄에 우리 회사의 업무 개편과 승진에 따라 난 거래처 관리를 맡은 구매과의 차장으로 승진을 하였다.
말단 사원으로부터 거의 20여년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을 한 것을 회사에서 알고 승진을 시켜주었고
그 덕에 난 밑의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모처럼의 여름휴가도 즐기고 명절이면 고향도 다니는 행운이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어머님은 올케인 외숙모와 자주 연락을 하였던 모양이었고 외사촌동생 역시 고모인
우리 어머님에게 자주 안부를 전한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나에게도 외숙모에게 안부전화라도
한 통 하라고 틈만 나면 부추겼으나 업무도 업무지만 게으른 성격 탓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금년 봄에 고희 잔치를 하신다며 어머니가 함께 가자고 하는 통에 사전에 겨우 안부 전화를 할 수 있었는데 난
외숙모가 외사촌 집에 기거 하시는 줄 알고 외사촌 동생 집으로 전화를 하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제수씨였다.
평범한 안부만 전하고 외숙모가 사시는 파주의 전화번호만 알고 끊었는데 제수씨가 무척 섭섭해 한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외숙모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외숙모는 대뜸 내가 아들 둘에 딸아이 하나 있는 것을 무척 부러워하는 투의 말로 시종일관 나와 통화를 하였다.
그 때서야 난 외사촌동생에게 자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몇 일 후 난 어머님을 모시고 외숙모님의 고희 잔치에(다행히 일요일이었다)참석을 하였다.
외사촌동생의 집 부근에 있는 식당을 빌려 잔치를 하였는데 제수씨는 곱게 한복을 입은 모습이 마치 나에게는 천사로 보였다.
그러나 나를 보는 제수씨의 눈에는 수심이 가득함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몰론 내가 거래처의 많은 직원들과 거래를 희망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겪은 탓에 그 사람의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의 심기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그도 하나의 직업병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확한 투시 안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잔치라고 하면 큰 잔치인 외숙모님의 고희 잔치에서 감히 제수씨에게 그 사연을 묻는다는 것은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늙은이로 취급을 받겠기에 난 그저 제수씨의 행동만 눈여겨보며 행사가 끝이 나자
어머니는 외숙모가 사시는 파주에 들러 쉬다가 오신다기에 그렇게 하라고 하고는 나 혼자 집으로 왔다.
이상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업무를 보면서 기안용지를 보거나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고 신문을 펼치거나 책을 볼라치면 이상하게 수심에 찬 제수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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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2025.11.25 | 외사촌 제수씨와의 꿈같은 이박삼일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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