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처녀 수지의 바디모델 이야기(5)

며칠 후,
수지는 여름 방학을 맞아 학교 도서관에서 논문 자료를 찾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가 조용한 도서관 안을 채웠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며칠 전 민철과 함께 보았던 영화에 대한 생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스크린 속 그녀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너무나 선명해서, 마치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본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학생들의 조용한 대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지만, 그녀에게는 그 모든 소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그때, 그녀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무심코 화면을 확인한 수지는 미묘한 떨림을 느꼈다. 낯선 번호였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싸늘하게 식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물건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한 기억의 조각들이 떠올랐다. 불안한 예감에 망설이다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는 며칠 전 그녀를 혼란에 빠뜨렸던 바로 그 영화감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수지 씨 되시죠? 저번에 저희 영화 바디모델로 정말 멋진 연기 보여주셨던 그 감독입니다!" 감독의 목소리는 여전히 활기찼지만, 그 속에 숨겨진 어떤 끈적한 듯햐게 수지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수지는 순간 숨을 멈췄다. 영화관에서의 당혹감과 민철의 순수한 반응에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스쳤지만, 최대한 평온한 척 대답했다. "아, 네… 감독님 안녕하세요."
감독은 더욱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수지 씨, 정말 축하드릴 일이 생겼습니다! 저희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어요! 극장마다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도 연일 화제입니다.
덕분에 저희 영화가 아주 큰 성공을 거뒀어요. 이 모든 게 다 수지 씨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의 과장된 칭찬은 오히려 수지에게 불편하게 다가왔다. 마치 달콤한 사탕으로 그녀를 꾀려는 늑대처럼 느껴졌다.
수지는 예상치 못한 소식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그녀의 몸이 상품화된 영화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함께 설명하기 힘든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 뒤에 감춰진 그녀의 희생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감독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저희 제작진과 투자사 모두 흥분해서 발 빠르게 후속편 제작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후속편에서도 수지 씨가 꼭 다시 바디모델을 맡아주셔야만 합니다!
수지 씨의 그 압도적인 매력과 섬세한 연기력은 정말이지… 저희 영화의 성공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요소였거든요!" 감독의 노골적인 찬사는 이제 그녀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불안감을 간파하고, 그것을 역이용하려는 듯했다.
수지는 감독의 제안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첫 번째 영화 촬영 당시 느꼈던 낯선 수치심과 굴욕감, 그리고 며칠 전 영화관에서 민철의 옆에서 느껴야 했던 불안감과 죄책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게다가 결혼을 불과 몇 달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전라로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평생 민철에게 숨겨야 할 비밀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 깊은 괴로움을 느꼈다.
"감독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다시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다시 바디모델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예비 신랑인 민철 씨와 함께 영화를 봤는데…" 수지는 최대한 정중하게 자신의 망설이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불안감으로 가늘게 떨렸다.
감독은 잠시 침묵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걱정을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수지 씨,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후속편은 전편보다 훨씬 더 심혈을 기울여 제작할 예정입니다.
스토리도 더욱 탄탄해졌고, 수지 씨에게 더욱 매력적이고 깊이 있는 캐릭터와 장면들을 선사해 드릴 수 있다고 감히 확신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에는 수지 씨의 노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출연료는 당연히 전편보다 훨씬 더 파격적으로 올려 드릴 수 있습니다." 감독의 마지막 제안은 수지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곧 결혼을 앞두고 여러 가지 준비에 빠듯한 그녀에게, 거액의 출연료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감독의 솔깃한 제안에 수지는 잠시 갈등했다. 당장의 경제적인 어려움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감독의 노련한 화술이었다. 그는 그녀의 불안감을 잠재우면서도,
그녀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교묘하게 자극했다. 왠지 모르게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스크린을 통해 강렬하게 드러내고 싶다는 위험한 욕망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마침 민철은 회사 일로 한 달간 유럽 출장 중이었기에, 그녀가 미국에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도 그녀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
"저희가 곧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할 예정입니다. 수지 씨에게 가장 먼저 보내드릴 테니, 한번 꼼꼼히 읽어보시고 최종 결정을 내려주시면 어떨까요? 수지 씨가 시나리오가 마음에 드신다면, 그때 다시 한번 긍정적으로 저희 제안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은 한발 물러서는 듯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이미 수지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수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감독의 제안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큰 위험을 감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그의 제안에 응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민철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리고 그가 과연 이 모든 것을 이해해줄 수 있을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의 실망한 표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해졌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시나리오를 보내주시면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읽어본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수지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불안감이 묻어났다.
감독은 환한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며 전화를 끊었다. 수지는 복잡한 심정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다시 한번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지도 모르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과연 이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민철과의 평범한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그녀의 마음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함께 미약한 희망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며칠 밤낮으로 수지는 감독의 마지막 제안을 곱씹으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그녀에게 있어 ‘순결’은 단순히 육체적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그녀의 존재를 지탱해 온 오랜 신념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성과 같았던 그녀의 믿음은 감독의 집요한 설득과 은밀한 압박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감독은 은근히, 하지만 분명하게 그녀가 첫 번째 영화 촬영 당시 계약했던 내용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촬영해두었다는 ‘보충 영상’의 존재를 암시하며 그녀를 압박해왔다.
만약 그의 요구를 거절한다면, 그녀의 가장 은밀하고 수치스러운 순간들이 담긴 영상이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갈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은 그녀를 공포에 질리게 했다.
특히 순수한 마음으로 그녀를 믿고 있는 예비 신랑 민철이 그 영상을 보게 된다면, 그녀는 감히 그의 절망과 분노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망한 눈빛과 깊은 상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감독이 제시한 후속편의 새로운 스토리, 즉 한국에서 사랑에 실패하고 상처 입은 채 미국으로 떠난 숫처녀 여배우가 낯선 땅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진정한 사랑에 빠지고, 아름다운 누드 비치를 배경으로 처음으로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는 충격적인 설정 역시 그녀에게는 또 다른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비록 그녀의 실제 경험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허구의 이야기였지만, 낯선 외국인 남자 배우와,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공개된 장소인 누드 비치에서 실제와 같은 성관계 연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그녀에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굴욕감과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소중히 지켜왔던 순결에 대한 깊은 딜레마를 더욱 심화시키는 동시에, 그녀의 도덕적인 양심을 심각하게 시험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지,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괴로워했다.
다행인것은
이번에도 얼굴은 AI로 여주인공 10년전 모습으로
변경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며칠 동안 수지는 깊은 밤까지 단 한숨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불안한 생각의 굴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라도 떨리는 목소리로 이 끔찍한 진실을 털어놓고 간절한 조언을 구할까, 아니면 모든 용기를 쥐어짜내 사랑하는 예비 신랑 민철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의 도움을 절실히 요청할까 수없이 망설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은 마치 굳게 닫힌 자물쇠처럼 굳어져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그리고 현재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매고 있는 이 섬뜩하고 위협적인 상황을 과연 그들이 이해해줄 수 있을지, 혹여나 그녀를 경멸하고 떠나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섣불리 진실을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녀의 내면은 끊임없는 갈등과 불안감으로 인해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처럼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감독이 은밀하게 제시한 답변 기한은 마치 그녀의 목을 서서히 조여 오는 밧줄처럼 매 순간 그녀를 짓눌렀고, 수지는 여전히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극심한 불안감과 혼란스러운 생각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어둡고 좁은 골목길에 홀로 갇힌 것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그녀를 더욱더 깊은 혼돈의 늪으로 끊임없이 끌어당겼다.
그녀는 과연 어떤 어려운 선택을 내리게 될까?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녀의 눈앞에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둡고 불확실한 미래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듯했다. 그녀는 깊은 한숨과 함께 불안한 눈빛으로 창밖의 잿빛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며칠 후, 수지는 짐을 챙기며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그녀에게 있어 ‘순결’은 단순히 육체적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그녀의 존재를 지탱해 온 오랜 신념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성과 같았던 그녀의 믿음은 감독의 집요한 설득과 은밀한 압박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감독은 은근히, 하지만 분명하게 그녀가 첫 번째 영화 촬영 당시 계약했던 내용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촬영해두었다는 ‘보충 영상’의 존재를 암시하며 그녀를 압박해왔다.
만약 그의 요구를 거절한다면, 그녀의 가장 은밀하고 수치스러운 순간들이 담긴 영상이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갈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은 그녀를 공포에 질리게 했다.
특히 곧 돌아올 그녀의 사랑하는 남자친구 민철이 그 영상을 보게 된다면, 그녀는 감히 그의 절망과 분노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망한 눈빛과 깊은 상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가득 찼다.
마침내 미국으로 떠나기로 예정된 날이 밝았다. 하지만 수지는 떠나는 당일까지도 쉽사리 마지막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밤새도록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혼전순결에 대한 뿌리 깊은 신념과 사랑하는 예비 신랑 민철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그녀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감독에 대한 두려움이 마치 세 개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다.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자, 수지의 아파트 앞에는 검은색 광택이 흐르는 고급 세단이 조용히 멈춰 섰다. 불안한 예감에 커튼 뒤에서 창밖을 조심스럽게 내다보니, 차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내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 문제의 영화감독이었다.
그때 수지의 폰으로 감독으로 부터 영상이 하니 전송되었다. 그건 수지의 얼굴을 바꾸지 않은상태로 찍은 완벽한 노출장면으로 강변을 거닐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정확하고 선명하게 자신의 완벽한 노출 장면이었다.
이래에 "수지씨 30분 이내 나오지 얂으면 공유됩니다."
수지는 이후 본능적으로 아주 빠르게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하였다.
그녀에게는 이제 더 이상 그 어떤 저항이나 거부의 의지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그녀 스스로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지 모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감독이 미리 챙겨주었던 미국 비자와 그녀의 여름 방학이라는 시간적인 여유가 그녀의 무거운 발걸음을 더욱 짓눌렀다.
초인종이 울리고, 수지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관문을 천천히 열자, 감독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로 그녀를 맞이했다. "오, 수지 씨!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시는군요. 이렇게 약속을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지 씨 덕분에 이번 영화도 전편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둘 거라고 저희 제작진 모두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녀의 불안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노골적인 기대감과 만족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수지는 그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더 이상 그에게 어떤 변명이나 하소연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깊은 체념과 함께, 앞으로 닥쳐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이 텅 빈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감독은 능숙한 솜씨로 그녀의 여행 가방을 들어 차 트렁크에 실었고, 수지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한 눈빛으로 조수석에 앉았다.
검은색 세단은 조용히 그녀의 텅 빈 아파트를 출발하여, 그녀를 낯선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데려갈 공항을 향해 미끄러져 나아갔다. 마침 민철은 회사 일로 한 달간 유럽 출장 중이었기에, 그녀가 미국에 간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기나긴 비행 시간 동안 수지는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하얀 구름 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그 어떤 생각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마치 망망대해를 떠도는 작은 배처럼, 그녀는 자신이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험난한 풍랑을 만나게 될지 제대로 실감조차 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저 낯선 힘에 이끌려 정해진 항로를 따라 움직이는 이름 없는 인형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몇 번의 숨 막히는 환승을 거쳐, 마침내 수지는 미국의 어느 이름 모를 해변가에 자리 잡은 고급 호텔에 도착했다.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눈부신 백사장과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낯선 땅에서의 그녀를 처음으로 맞이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운 쇠덩이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지만, 그녀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끊임없이 밀려오는 불안감과 깊은 우울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은 마치 현실이 아닌 꿈속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그녀에게는 그저 낯설고 불안한 공간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앞으로 그녀에게 어떤 예측 불가능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깊은 궁금증과 함께, 끝없이 펼쳐진 광활하고 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깊은 슬픔과 막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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