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외로운 귀부인 1

외로운 귀부인 1
내가 그녀를 만날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행운이었다.
서울서 개인병원을 하는 남편을 둔 그녀는 14살된 아들을 위해 LA인근에 위치한 어바인이란 부촌에서 살고 있다. 소위 말하는 자녀의 조기유학을 위해 부부가 떨어져 살고 있는 기러기 부부인 것이다.
9.11 테러사건이후 외국인 출입국에 대해 미국정부의 규제가 심하게 되면서 그녀는 투자비자(E-2)를 얻기 위해 작은 사업체를 매입하려고 나를 찾은 것이다.
그녀 남편인 닥터 박과 나의 큰형은 중고교 동기동창으로 무척 친하게 지냈는데 미국실정을 잘 모르는 여자 혼자서 사업체를 매입하는게 안스러워서 역시 유학와서 박사과정에 있는 내게 도와주라는 부탁을 해온 것이다.
큰 형이 알려준 전화번호로 연락해서 스타벅스 커피샵에서 첫 만남을 가진 순간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브라운색 투피스 정장차림의 그녀는 왕년의 인기탤런트 전인화와 흡사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미안해요 공부하시는데 공연히 방해해서..."
커피잔을 놓으며 조용조용하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비단이 온몸을 휘감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두시간 남짓한 첫만남을 통해서 알아낸 것은 그녀는 모병원 원장집 외동딸로 E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양쪽 집안어른들이 어릴적에 맺은 정혼에 따라 대학졸업과 동시에 현재의 남편과 결혼해서 14살된 아들 하나를 키웠는데 외아들이 컴퓨터게임에만 몰두하고 공부를 너무 등한시해서 할수없이 작년에 조기유학차 미국에 왔다는 것이다.
대충 짐작해 보니 37-38살 정도 됐고 고생을 전혀 모르고 자라서 인지 얼굴에 잡티하나 없을 정도로 피부가 고왔다. 키는 160정도에 50킬로 정도로 유부녀 답지 않게 군살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몇일 지나서 그녀에게서 연락이왔다. 부동산 에이전트에게서 좋은 매물이 있다고 연락왔다면서 내일(토요일) 시간 좀 내달라는 것이다.
집사람에게는 큰 형 때문에 아주 귀찮은 일로 주말도 못 쉰다면서 투덜거렸지만 그 녀를 만나러 가는 내 마음은 마치 미팅에서 만난 킹카와 첫 데이트를 즐기는 양 마음이 무척 들떠 있었다.
어바인에서 약 15분쯤 떨어진 바닷가에 소재한 샤핑센터내 여성의류점에 대한 사업내용을 대충 전해 듣고 우리는 매장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다.
"그냥 삼촌이라고 부르면 안되요"
그녀는 나에 대한 호칭을 미스터 x라고 하기가 좀 어색하다면서 그렇게 제안했다.
그러면 나도 형수라고 부르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졸지에 집안사람으로 관계가 설정되면서 별다른 거리낌없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눌 수 있게됐다.
구매하려는 매장을 둘러보고 가격이나 여러 조건들이 별 하자가 없을 뿐더러 집에서 가깝고 여성의류점이라서 비교적 운영하기가 수월할 것같다는데 서로 동의,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의외로 싱겁게 일이 끝나서 가게 맞은편에 있는 바닷가로 나갔다. 고운 모래가 주욱 깔려 있는 해변에서 몇발자국 옮기는 순간 "삼촌 우리 여기서 저녁 먹고 가요. 괜찮죠" 라고 그녀가 제안하는 것이다.
집을 나설때 귀찮은 투로 아내에게 말한 것이 걸려서 "그냥 다음에 하시죠"라고 했더니 금새 얼굴색이 변하면서 아무말도 않는 것이다.
한 5분쯤 아무말도 없이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뭐라고 말을 꺼내기가 곤란해서 담뱃불을 붙이는데 내 귀를 의심할 말을 했다.
"나도 하나 줘요"
"담배 태우세요"
"아니... 그냥 피고 싶네요"
머뭇거리다가 담배 한개피를 건네주었는데 백지장 처럼 하얀 그녀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그림자가 지나치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담배를 피워선지 한모금도 제대로 들이키지 못하고 콜록콜록 연신 기침을 해대는 그녀가 안스러워서 담배를 뺐았다.
"삼촌 그러지마... 그냥 줘..."
담배를 다시 빼앗으려 그녀가 두손으로 감싸는 순간 내 왼손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순간에 균형을 잃은 그녀가 쓰러지는 동시에 나도 모르게 그녀를 감싸안았다.
그녀의 갸녀린 어깨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마치 어린 소녀처럼 내품에 안겨서 내 눈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와 부딛히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췄다. 촉촉한 입술의 느낌이 내몸에 전달되자 그녀를 감싸안은 내팔에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살짝 덮어진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나의 혀가 들어가려고 발버둥쳤다.
그녀의 하얀 치아에서 떨림을 느끼고 있는새 어느덧 나는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뜻하지 않았던 입마춤의 어색함을 떨쳐내려 나는 가급적 길게 그녀의 혀를 빨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강력하고 기나긴 입마춤은 멀리서 들리는 인기척으로 잠시 휴전했다. 하지만 서로 껴안은 팔과 몸은 누구의 떨림인지 알수없을 정도로 가느다란 떨림이 이어졌고 나는 그녀의 꿍꽝거리는 박동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새 멀리서 밀려드는 파도와 함께 어둠이 짙게 깔리는 늦은 시간이 됐다.
아마도 한시간이 넘도록 그렇게 껴안고 서로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나 추워요"
마침내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시장하지는 않고요"
"내 배도 많이 고파요"
"춥고 배고프다고요. 그럼 거지네"
쌍팔년도식 개그는 어색함을 말끔히 없애주었다.
바닷가의 전망이 좋은 식당에 앉아서 와인과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도중 왜 그랬냐는 그녀의 질책이 떨어질까 조마조마 했는데 그녀는 기습적인 키스에 대해서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그랬어요?"
왜 입을 마춰었냐는 것이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
"왜 그랬는지 말해줘요"
"........................"
"말 좀 해봐요. 뭐라고"
"그렇게 알고 싶으세요. 그럼 내가 집앞으로 갈테니 잠깐 나오세요. 전화로는 말 못하겠어요"
나는 오던길을 되돌아 그녀의 집으로 다시 갔다.
한참을 기다리니 푸른빛의 홈드레스에 감색 스웨터를 걸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가까운 공원에 가자고 막무가내로 차에 태웠다.
공원의 호젓한 곳에 주차를 할때까지 나는 아무말도 안했다. 그리고 차를 세우자 마자 그녀를 힘차게 껴안으면서 귓속말로 "처음 볼때부터 좋아했어요"라고 말했다.
나의 급작스런 행동에 놀란 그녀는 나를 밀쳐내려 했지만 내 완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조금전에 샤워를 했는지 상큼한 샴푸내음이 콧가를 스치자 알수없는 욕구가 솟구친다.
"처음 볼때 부터 반했다구요" 나즈막히 외치면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안된다고 도리질 치는 그녀의 머리를 꽉잡은채 마구 입술을 빨아들였다.
그순간 "허헉"하는 그녀의 한숨소리를 듣게된 나는 더욱 용기를 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영영 얼굴을 볼수 없게 될 것이란 생각이 나를 격정적으로 내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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