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선의 선택 8부
송 영감의 집에서 나오는 것을 누군가 볼까봐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는 데 1층 현관 앞 보도에 동철이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은선은 그냥 나가려다가 괜한 핑계를 대야 할 것 같아서 상가 복도를 따라 비상계단으로 내려갔다. 건물 뒷쪽 주차장으로 연결된 통로를 통해 주차장으로 나온 은선은 건물을 돌아 남편이 있는 매장 앞으로 걸어갔다.
“어…지금 와?”
“으..응…”
은선은 남편의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재빨리 매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매장 안에는 전기공사를 하는 듯 남자들이 전기선을 천정위로 연결하고 있었고, 은선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우선 자신의 옷매무세와 화장등이 급했다. 은선은 재빨리 카운터로 가 카운터 서랍장을 열고 핸드백을 꺼내 매장 뒷편 창고로 갔다. 창고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한 은선은 우선 문을 잠그고 핸드백에서 티슈를 꺼내 치마를 올리고 팬티를 무릎까지 내린 후 질 주변과 팬티 안쪽을 닦아냈다. 소음순과 대음순이 벌겋게 부어 있었다. 송 영감의 정액이 묻어난 티슈들을 뭉쳐서 핸드백안에 구겨 넣고, 은선은 누가 올까봐 서둘러 다시 옷을 고쳐 입었다. 브라를 입지 않아서 젖꼭지가 셔츠 위로 거뭇하게 드러났다. 은선은 창고 주위를 둘러보며 반품된 가디건 하나를 뜯어 사이즈를 확인하고 셔츠 위에 입고 앞 단추를 잠갔다. 그런대로 가슴이 가려지는 것 같았다. 은선은 핸드백에서 립스틱과 컴팩트를 꺼내 지워진 화장을 고치고 주변을 둘러본 후 창고 문을 열고 나갔다.
“은선아, 뭐가 그렇게 바빠?”
“으..응…아니야…근데 지금 여기 뭐하는 거야?”
“보안카메라 설치중이야. 요새 워낙 세상이 뒤숭숭하니까… “
“그런거 뭐하러… 이제 당신도 있을건데”
“그래도 여러가지 면에서 좋아. 보안카메라가 있으면 들어올 도둑놈도 다른 집으로 가겠지”
“ 근데 당신 왜 이렇게 늦었어? 그리고 추워? 가디건은…?”
“으..응…자꾸 ….차… 한잔 하고 가라고 해서…여보, 근데..나…잠깐...”
“은선아, 이제 어디 안가지? 매장에 있어. 나는 보안카메라 설치때문에 저 사람들하고 얘기해야 되니까…”
“으…응…알았어”
은선은 사우나에 가서 씻고 속옷도 갈아 입고 싶었지만, 또 나간다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카운터로 가서 카운터 위에 있는 잘라진 전선들을 치우며 동철의 눈치를 살폈다. 아직 마르지 않은 그녀의 팬티는 은선이 움직일때마다 찝찝함을 느끼게 했고, 은선은 팬티의 축축함보다 송 영감과의 격렬한 섹스와 그에게 빨려서 얼얼한 질의 느낌 때문에 걷는 것이 불편하였다.
동철은 어딘가 은선이 이상하다고 생각 됐지만 정확히 어디가 달라졌는지 알 수 가 없었다. 동철은 은선을 뒤로하고 보안카메라 기술자에게 가서 얼마나 일이 진척됐는지 물었다.
“이제 2개만 더 설치하면 설치는 다 됩니다. 그리고 컴퓨터에 연결해서 화면을 확인하시면 일이 마무리 되는 겁니다”
“2개는 어디에 설치 하실 건가요?”
“하나는 매장 뒤쪽 창고 문앞에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고, 나머지 하나는 … 뭐 원하시는 곳 있으세요?”
“창고 안에도 하나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그러죠”
어느덧 은선에게 길었던 하루가 마무리되고, 은선과 동철을 매장 문을 닫고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은선을 내려준 동철은 학원에 아이들을 태우러 가고, 은선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에서 속옷을 챙겨 목욕탕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 종일 브라를 하지 않고 있던 탓에 속이 비칠까봐 전전긍긍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힘들었다. 은선은 옷을 벗고 샤워기에 물을 틀었다.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 머리부터 온 몸을 적시니 오늘 있었던 송 영감과의 정사가 씻겨내려가는 듯했다. 은선은 물비누를 온 몸에 칠하며 온 몸 구석구석을 닦아 내었다. 은선은 샤워기 물 아래에서 지난번 생리 날짜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손가락을 꼽아보니 안전한 날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질내사정을 뿌리치기도 전에 송 영감이 안에 사정해버렸고, 은선은 당시에 너무나 흥분한 상태라 미처 대처할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은선은 송 영감을 미워하지 않았다. 관계전까지만 해도 그런 상황을 만드는 송 영감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지만, 관계 후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은선은 스스로도 대답할 수 없었고, 대답하기도 싫었다.
“엄마! 엄마!”
밖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동철이 아이들과 집에 도착 한 것 같았다. 은선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듯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행실이 좋지 못한 엄마의 자책같은 것일까. 은선은 서둘러 샤워를 마무리하고 타월로 온 몸의 물기를 닦고 깨끗하게 빨아서 반듯하게 개어논 속옷을 입었다. 새 속옷을 입으니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저녁 식사후 TV를 시청하던 동철도 샤워를 하고 세탁할 옷들을 들고 다용도실의 빨래 바구니에 세탁물을 넣으러 갔다가 은선의 속옷이 우연히 보이자 괜한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주방을 통해 거실을 보니 은선은 TV를 보고 있는 듯 했다. 동철은 세탁물을 넣으며 은선의 하얀 팬티를 꺼내서 안쪽을 살펴보았다. 풀 같은 액체가 상당히 많이 말라서 굳어있는 것 같았다. 동철은 그것이 정액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과거 자신이 자위로 팬티안에 사정했을때도 정액이 그렇게 말랐었다는 것이 기억이 났다. 동철은 당장 거실로 가서 왜 팬티에 남자의 정액이 묻어있는 지 묻고 싶었으나,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은선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 지 몰라 지금의 행복이 깨지는 것이 두려웠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난번 노래방에서 일이 다시 떠올랐다. 송 영감인지 아니면 다른 남자인지 동철은 누구든 알게되면 이번에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아내도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됐으리라 생각했다. 동철은 은선의 팬티를 다시 세탁바구니 속에 넣고 심호흡을 몇차례 한 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거실로 돌아와 보니 은선은 쇼파에 기댄체 잠이 들어있었다.
다음날 아침 동철은 은선과 출근하는 내내 차안에서 어제 그 팬티에 묻은 정액이 생각났지만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가만히 옆에 앉은 은선을 보니 어제 그 팬티에 묻은 것이 다른 남자의 정액이라는 것을 믿을 수 가 없었다. 이렇게 정숙하고 사랑스런 아내이며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엄마인데, 그런 짓을 하고 다닌다고 는 생각할 수 가없었다. 운전하는 동안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어느새 그들은 매장에 도착했다.
“왜 이렇게들 늦게 나와?”
“어..송 사장님, 어쩐일이세요. 이렇게 일찍”
“아…안녕하세요…”
“안녕하신가…허허.. 은선씨”
송 영감은 수줍은 듯 인사하는 은선에게 슬며시 윙크를 하며 음흉한 인사를 하였고, 은선은 얼굴이 붉어지며 매장문을 열었다.
“왜? 나도 투자자인 만큼 사업체가 잘 돌아가는 지 살펴 볼 권리가 있지않나?”
“예, 그러문요. 그러셔야지요. 들어가시죠”
동철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송 영감을 앞세워 매장문을 열고 들어간 은선 뒤를 따라 들어갔다. 은선은 매번 하듯이 먼저 매장의 전등을 켜고, 오디오를 틀어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은선씨, 잠깐 이리와봐요. 내가 생각한 것이 하나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무슨…?”
“여보, 차한잔 마시고 일 시작하자”
“그래요”
세 사람은 카운터 옆 둥근 테이블에 앉아 은선이 타 온 커피를 마시며, 송 영감이 말하는 의견을 경청했다.
“다른게 아니라... 여기 의류매장에 팜플렛을 만들면 어떨까 해서…”
“와.. 좋은 아이디어 입니다”
동철은 그렇지않아도 어떤 방식으로든 광고를 할 생각이었는데 송 영감의 말처럼 팜플렛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팜플렛 만들어서 주변 지역에 뿌리고, 우편으로 고객들에게 보내서 신상품등을 알리면 매출도 늘어날거고… 좋을 것 같은데요. 여보, 당신 생각은 어때?”
“글쎄요… 그럴려면 광고용 사진도 찍어야 될테고…”
“그래, 그래야지. 근데 모델을 섭외해야하나?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무신 모델.. 은선씨가 하면 되지”
“네? 제가요…?”
“은선씨, 몸매도 모델 못지 않은데 어때서. 요새 같은 불경기에 한푼이라도 아껴야지. 내가 투자한 돈 허투루 다 쓸려구?”
“그래, 은선아, 괜찮을 것 같은데…어때?”
“글쎄요…좀 창피한데…”
“아..글쎄, 은선씨 정도면 일급 모델은 되니까 걱정 붙들어매고, 내가 다 알아서 준비해 줄테니까 은선씨는 어떤 옷을 광고할 지 준비나 하시고, 바깥분은…아니 이제 뭐라고 해야하나 김사장이라고 해야하나…하여간 김사장은 광고 문구, 은선씨하고 생각해서 준비하시고…”
은선은 송 영감이 또 무슨 일을 계획하는 지 몰라 불안했다. 그의 광고 생각은 좋은 생각 같았지만 자신을 모델로 광고를 한다는 데 불안할 수 밖에 없었고, 아무 생각없이 동조하는 남편, 동철에게 또 미안한 일이 될까봐 걱정스러웠다.
“그럼, 내가 2층에 올라가서 언제 촬영 가능한지 물어볼께. 내가 가면 아마 싸게 해줄거야. 허허허”
“아.. 2층에 포토 스튜디오 있었죠? 근데 거기 잘 찍어요?”
“그건 걱정 마시고… 내 건물에 세든 사람인데 못나오면 몇번이고 다시 찍어주겠지, 나한테 사기 치겠어…허허허”
“암요, 그렇구 말구요”
송 영감이 나가고 은선과 동철은 무슨 옷을 고를지 분주하게 매장 안을 둘러보며 상의했다. 은선은 막상 광고를 한다고 하니 광고지에 나갈 옷들을 고르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여러 옷을 골라 놓고 그 안에서 또 뺄 것과 다른 옷으로 교체할 것등 어떤 것이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 옷들도 있었다. 또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으며 간간히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동철과 교대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은선이 먼저 매장을 나섰다.
“은선씨, 식사가는 거지? 언제 식사하러 나오나 했어”
“…송 사장님”
“어디가서 식사같이 하자구”
은선은 송 영감의 말에 당황해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누가 볼지도…”
“허..이사람..지금 뭘 생각하는 거야..허허허..밥이나 먹자는 데. 어제 그렇게 좋았나”
은선은 창피해서 말할 대답을 못찾고 그냥 앞으로 걸어갔다.
“옷 좀 골라봤어?”
“네, 몇벌이나 촬영해야 할까요?”
“아..이 사람아, 그걸 내가 아나? 옷 전문가인 자네가 결정해야지”
“나는 그저 사진사하고 연결만 해주는 거지”
“한 스무벌 정도 생각하는데…”
“대충 생각해 보라구, 책자로 만들거면 쪽당 몇벌씩 보여주는지..그러면 총 몇벌이면 될지 알거아냐?”
“그렇네요”
“그래, 나 보면 그렇게 좀 웃어, 항상 긴장한 얼굴 보기 안좋아 “
“사장님이 항상 너무 긴장되게 만드셔서…”
“아..이제 몸까지 섞었는데 뭘 그렇게 긴장돼, 서로 볼거 못볼거 다 봤는데”
“제발, 그런말 하지마세요. 그러다 누가 들으면 어떡해요”
“근데 말이야, 은선씨 가게에는 여자들 속옷..거 뭐라더라…?”
“란제리요?”
“아..그래, 그거 란제리. 그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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