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는 아내13
무적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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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분전
살짝 빛이 돌아왔던 정나은의 눈동자는 계속해서 이어진 김우영의 섬세한 마사지와 젤에 함유된 최음 효과로 한층 몸이 푹 퍼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평소와 달리 김우영은 시간을 들여 정나은의 몸을 마사지하며 더욱 푹 퍼지게 해준다.
“……이제 다 된 것 같군.”
차가운 젤이 김우영의 손길에 따스해질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날 때까지 꼼꼼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마사지를 한 그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그녀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겹쳐내리 누른다.
“……으음.”
거의 반쯤 잠이 든 정나은은 자신의 몸 위를 짓누르는 김우영의 무게에 다시금 의식이 돌아온다. 정나은은 그렇게 다시금 떠오르는 의식 속에서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중압감을 느끼며 자신의 양손 위로 그의 손이 겹쳐지는 걸 느낀다. 손가락 사이로 얽혀 들어온 그의 투박한 손가락이 자신의 손을 깍지 끼듯 얽히고 동시에 그가 자신의 몸 위에서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용쓰고 있는 감각에 더욱 의식이 떠오른다.
“……지금 뭘.”
나른함이 묻어나는 잠긴 정나은의 목소리는 그 답을 구하기 전에 점점 확실하게 느껴지는 이물감에 퍼뜩 정신이 든다. 자신의 엉덩이 위에서 느껴지던 딱딱한 감각이 서서히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 잠깐! 거……!”
다급함이 묻어나던 정나은의 목소리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울려 퍼지는 한층 찰진 소리와 침대의 출렁임에 흡수되어 사라져 버렸다. 지금까지 노곤하게 풀려있던 정나은의 몸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이 잔뜩 들어간 채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깍지 낀 정나은의 양 손은 침대 시트를 쥐어뜯을 듯이 붙잡고 하얗게 질릴 정도로 떨리고 있다.
“……!”
실 끊어진 인형마냥 침대에 묻고 있던 그녀의 고개는 뻣뻣하게 쳐들린 채 김우영의 눈앞에서 애처롭게 떨리고 있고, 반쯤 감겨 몽롱하게 풀렸던 눈동자는 찢어질 듯 커져 자신의 몸에 가해진 감각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허공을 헤맨다. 무엇보다 앙증맞게 다물어져 달콤한 술의 향기만 새어나오던 그녀의 입은 더 할 나위 없이 쩍 벌어져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소리조차 되지 못한 비명을 표현하며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토해내려는 것 같다.
“……아! 으, 아……!”
조금씩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단어가 되지 못하고, 김우영의 배아래 깔린 정나은은 마치 작살에 맞은 물고기 마냥 조금도 미동도 못하고 애처롭게 떨고 있을 뿐이다. 김우영이 허리를 내려치는 순간 튕겨져 나가듯 쫙 뻗은 그녀의 육덕진 다리는 힘이 잔뜩 들어갔고, 발가락마저 오므려진 모습이 의아함까지 자아낸다.
그 의아함의 원인은 역시나 김우영 때문이다.
김우영은 자존심 쎈 그녀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길 원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엉덩이 골 사이에 핀 국화꽃 모양의 또 다른 구멍이다. 자존심 강한 그녀라면 사랑하는 남편이라도 절대 이런 사랑을 나눌 리 없다고 판단하고 강행한 것이다.
‘그리고……정답인가 보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푹 퍼져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없던 그녀가 이토록 큰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와 달리 오랜 시간을 들여 그녀의 몸을 풀어주고,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까지 사용했다. 원래 이 젤은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함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프기만 한 것을 여자도 쾌락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젤. 그런 젤을 처음 정나은을 취할 때 음부에 사용했으니, 아무리 지조 높은 여성이라도 쾌락에 푹 절여져 울부짖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즐기자고?”
자신의 배아래 깔려 애처롭게 떨고 있는 정나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김우영은 평소와 달리 느긋하게 기다린다. 한참을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있던 정나은의 몸이 서서히 풀리는 걸 느낀다. 정확하게는 더 이상 온 몸에 줄 힘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경련하던 그녀는 처음 느끼는 그 이물감과 그럼에도 달아오르는 자신의 몸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어째서?’
처음 느끼는 감각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그녀는 서서히 힘이 빠지면서 아랫배에서 솟아나기 시작한 뜨거운 감각이 전신으로 퍼지는 걸 느끼고 있다. 단 한 번의 허리 튕김도 없었음에도 그녀의 몸은 서서히 달아올라 땀이 송골송골 솟아난다.
김우영은 서서히 정나은의 몸이 풀리는 걸 느끼며, 그녀의 가냘픈 뒷 목선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살짝 장난기가 샘솟아 그곳에 혀를 가져다 댄다.
“햐으항?!”
겨우 이물감에 적응되어 갈 무렵 갑작스레 까칠한 것이 자신의 민감해진 목덜미를 지나가는 감각에 화들짝 놀라며 튕겨져 나갈 뻔 한다. 하지만 김우영이 내리누르는 중압감에 미동도 못하고 그저 김우영이 놀리는 혓바닥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며 한층 달아오르는 몸을 느낀다.
김우영은 서서히 그녀의 몸에서 샘솟기 시작한 땀 때문에 그녀 특유의 체취가 피어오르는 걸 코끝으로 느끼며 혀로는 가냘픈 목덜미를 시작해 흑단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귀를 살짝 깨물자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귀여운 비명에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침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어 버린다.
“그럼…….”
김우영은 드디어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새로운 자극을 자신과 그녀의 몸에 새긴다. 겨우 안정되었던 정나은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쭉 뻗었던 다리를 반쯤 접어 허공에서 힘을 준 채 견디고 있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사정도 모른 채 재차 허리를 강하게 내려찍자 찰진 소리와 침대의 삐걱거림이 하모니를 이루며 방 안을 울린다.
“하으윽! 흐으!”
정나은은 재차 느껴진 그 중압감과 이물감이 파고드는 감각에 반쯤 접었던 양 다리를 버둥거리며 침대 시트를 내려친다. 그녀가 양 다리를 버둥거리며 침대를 내려칠 때마다 그 출렁임이 침대 전체에 전해지는 걸 두 사람은 느끼고 있다.
‘이건 이거대로 좋군.’
김우영은 침대에서 전해지는 묘한 진동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정나은의 발악 아닌 발악이 끝나자 김우영은 재차 조심스럽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며 격렬하기만 했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섬세함을 보여주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그녀의 몸에 쾌락을 새기듯이 오랜 시간을 들여 허리를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어스름한 조명이 모텔 방 안을 비추고, 샤워실 안을 가득 채웠던 수증기도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게 되었을 무렵.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했던 샤워실의 열기를 빼앗아 온 것처럼 방 안의 공기는 후끈 달아올라 있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뜨거움만을 내포한 것이 아닌 야릇하면서도 비릿한 밤꽃 향기가 섞여있는 것이 남녀가 이 방 안에서 살을 섞고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게 해준다.
“후욱! 후욱!”
그를 반증해주듯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연속해서 토해져 나오고, 그의 목소리와 호응하듯 평소보단 느리지만 그럼에도 힘이 느껴지는 둔탁하면서도 찰지기 그지없는 소리가 침대의 삐걱거림과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방바닥에 어지럽게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는 옷가지들을 따라가면 출렁이는 침대 시트가 보이고, 상당한 힘을 받아내고 있는지 그 침대 시트는 어지럽게 흔들리며 침대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격렬한 행위를 연상케 해준다.
침대 위에 살을 섞고 있는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관계를 가졌는지, 두 사람의 몸은 푹 젖어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남자가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두 남녀가 뿜어내는 퇴폐적인 공기가 훅, 훅하며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새하얗기만 하던 침대 시트는 두 남녀가 흘린 체액으로 푹 젖었으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콘돔들이 이리저리 침대 시트 위에 떨어져 있다. 의아하게도 그 안의 있어야 할 욕망의 덩어리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새어나오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밤꽃 향기는 어디서 풍겨오는 것일까?
그 향기를 따라가 보니 김우영의 배아래 깔려 그 강한 허리힘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미동도 않고 있는 정나은의 몸에서 솔솔 풍겨져 나오고 있다. 마치 다 흡수된 것처럼 그녀의 번들거리는 몸에서 그녀의 체취처럼 물씬 피어오르는 향기가 퇴폐적이기까지 하다.
“크윽! 마지막!”
연신 허리를 튕겨대던 김우영은 곧이어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더니 그녀의 몸을 자신의 체중으로 짓누르며 부들부들 떤다. 지금까지 미동도 않던 정나은도 무릎을 때리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 오르는 다리처럼 조건 반사라도 일어난 것 마냥 몸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절정이라도 온 것처럼 보인다.
짓눌러 터트릴 듯한 중압감으로 내리누르며, 절정을 맞고 있던 김우영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그녀의 엉덩이 속에 파묻었던 걸 끄집어내자, 정나은의 풍만한 엉덩이는 움찔하며 한차례 크게 경련한다.
“후우우~”
김우영은 만족스런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콘돔을 벗겨내곤 그 안에 잔뜩 싸지른 자신의 욕망의 덩어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등이나 머리카락에는 잔뜩 발라줬으니…….’
침대 시트에 사지가 풀려 엎드린 정나은의 번들거리는 매끄러운 등과 흑단 같지만 푹 젖은 머리카락을 내려다본다. 이미 몇 번이나 밤꽃 향기가 피어오르는 욕망을 마사지 하듯 펴 발라놨으니 꼼꼼하게 안 씻으면 냄새가 남을지도 모른다.
“역시 마지막은 이거겠지?”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깔끔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 위에 걸쭉하고 탁한 자신의 욕망을 콘돔 속에서 쏟아내 반지를 더럽힌다. 정나은은 자신의 결혼반지가 더럽혀지는 것도 모른 채 미동조차 않고, 간헐적으로 몸에 쌓인 쾌락을 배출하듯 부들부들 경련할 뿐이다.
“잘 됐군.”
김우영은 결혼반지를 실컷 더럽힌 뒤 쓴 콘돔을 그녀의 등에 휙 던져버리곤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렇다. 그도 그녀도 만족해 버렸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응? 콧대 높으신 고양이 양?”
엎드린 채 잠든 정나은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만족한 여자의 얼굴이다. 지금까지 본 쾌락에 푹 절여진 여자의 얼굴이 아닌 만족한 얼굴.
“이쪽 구멍도 잘~열렸고 말이지.”
탐스러운 엉덩이 골 사이에 핀 국화꽃은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게 열렸다. 그 아래 촉촉하게 젖은 음부도 상당히 만족했는지, 애액이 울컥울컥 토해져 나와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는 게 보인다.
이를 위해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차분히 들여 그녀를 욕구불만으로 만든 거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안기지도 못하고, 혐오스런 남자의 손에 욕구불만으로 몸은 점점 달아오르고, 게다가 마지막엔 살아생전 처음 겪는 새로운 감각으로 인해 만족 시키는 것.
“뭐……덕분에 난 서비스하느라 별로 못 즐겼지만 됐나?”
의외로 천천히, 그리고 여자를 만족시켜줄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관계를 하는 건 남자 입장에선 엄청난 심력소모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다. 이 만족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첫 번째 고비는 잘 넘어간 셈이다.
김우영은 침대 위에 엎드린 채 미동조차 못하고 만족스런 얼굴로 잠든 그녀의 모습을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찍어댄다.
뽀얀 피부 위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하며, 완전히 푹 퍼진 유부녀의 여체. 그 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향기와 분위기가 사진 너머로도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무엇보다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는 사라지고, 곱게 닫힌 눈망울은 귀엽기까지 느껴진다. 만족한 여자의 얼굴이 된 정나은의 무방비한 얼굴도 잘 보존해준다.
“다음에 만날 때 보여줄 사나운 눈매나 날카로운 눈빛이 기대되는데?”
김우영이 샤워하고 나올 때까지 정나은은 침대에 쓰러진 채 미동도 않고 있다. 주섬주섬 떨어진 옷가지에서 자신의 옷을 주워 입은 김우영은 잠든 정나은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그녀의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아직 미묘하게 남아있는 달콤한 술의 향기를 느끼며 살짝 벌어진 선홍빛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춘다.
“음…….”
혀가 오가는 농밀한 키스에 정나은은 잠결에 눈을 찌푸려 보지만 김우영은 아랑곳 않고 그녀의 말랑한 입술과 그 속에 남아있는 달콤한 향기를 마음껏 탐한다. 그녀의 입술을 타고 침이 흐를 정도로 농밀한 키스가 오가고 김우영이 입을 떼자 살짝 숨이 막힌 정나은은 눈을 찌푸린 채 모자란 숨을 몰아쉰다.
“어서 안 일어나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의 머리에 뿔이 돋아날지 모른다고?”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한다. 이른 시간 모텔에 들어왔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였음에도 이제 아슬아슬하게 날짜가 바뀌려는 시간이다.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정나은을 내버려 둔 채 모텔 방을 나섰다.
철컥하는 굳건한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는 지금까지의 격렬하고 뜨거웠던 폭풍이 거짓말처럼 정적이 들이닥친다. 고요한 정적 속 정나은이 내쉬는 숨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방 안을 채우며,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는 야릇한 밤꽃 향기가 김우영의 욕망처럼 그녀의 육체를 침식해 들어가듯 잔뜩 배어들고 있었다.
주말의 밤을 하얗게 태우고, 집으로 귀갓길을 서두르는 사람들.
주말임에도 이미 집에 일찍 돌아와 궁상을 떨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어젯밤에 자신의 아내가 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잔뜩 취해 자신과 싸운 마루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그의 이름은 안정수다.
“……늦네.”
어젯밤도 그렇고 오늘 아침에도 아내와의 싸움 때문에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두 부부 사이에 감돌았다. 아내도 분에 못 이겨 버럭 소리 지른 걸 미안해하는 눈치였기에 오늘은 회사가 끝나자마자 잽싸게 귀가했거늘…….
밤이 깊어갈수록 아무래도 회식이라도 있나보다 했다. 연락 한 통 없는 건 어제에 대한 복수인가 싶어, 미안한 마음에 그저 묵묵히 기다렸다. 혼자 적막한 집안에 들어앉아 있으려니 심심해 TV도 보고, 캔 맥주도 입가심으로 한 캔 정도 비우고 있자니 벌써 시간이 자정이 다되어 날짜가 바뀌었다.
“흐음……무슨 일 있나?”
맞벌이 부부가 어떨지 몰라도 안정수, 정나은 부부는 서로의 사회생활에는 가급적 존중해주는 식이다. 그럼에도 전화 한 통 없는 건 어제에 대한 복수인가 싶어 잠자코 있었거늘 생각보다 늦어지는 시간에 걱정이 앞선다. 안정수는 한숨을 내쉬며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설마 전화해주길 기다린 건 아니겠지?’
자존심 강한 아내는 의외로 이런 걸 챙겨주길 바라며 삐질 때가 종종 있는데, 결혼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자의 이런 심리는 아직도 파악하기 힘들다.
삐졌다는 알기 쉬운 신호라도 주면 좋으련만.
‘어제와 오늘 아침은 어색해하고 미안해하기만 했을 뿐인데…….’
이제야 전화 걸었다고 화난 아내의 목소리가 꽥하고 터져 나올 것 같아 귓가에 울리는 연결음이 무섭다. 계속해서 울리는 연결음은 끝내 연결되지 못하고 부재중으로 넘어간다. 안정수의 얼굴에는 더욱 걱정이라는 감정이 떠오른다. 걱정과 동시에 설마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게 아닐까란 의구심도 고개를 들었지만 일단 내리 누른다.
“…….”
안정수는 다시금 아내에게 전화를 걸며, 계속해서 울리는 연결음을 묵묵히 듣고 있다. 몇 번이나 계속된 전화에도 연결이 되질 않는다. 안정수는 걱정 어린 마음에 다시금 아내의 전화에 통화를 넣은 채 옷을 챙기려고 일어서려는데 띠링하는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응? 뭐야?”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안정수는 통화 연결은 안 되면서 왜 문자를 했는지 의구심이 떠오르지만 일단 문자의 내용 확인이 우선이다.
-미안해요. 회식이 있었는데 2,3차까지 가서 너무 경황이 없어 이제야 연락 넣어요. 통화하기엔 주위가 너무 시끄러워서 못 받았어요. 곧 들어가니 걱정하지 말아요.
“하아……정말이지.”
안정수는 어젯밤의 일도 그렇고, 아침에 일로 알 게 모르게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조금 전까지는 아내를 걱정하며 전전긍긍한 게 괜히 열 받는다. 아내가 어제 이런 기분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아니, 그래도 평소에 내가 얼마나 양보를 많이 해주는데…….”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순한 건 아니었다. 그저 자존심 강한 마누라를 데리고 살다보니, 자연스레 아내에게 져주는 게 버릇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자신이 한심하고 아내에 대한 걱정과 짜증어린 맘에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서 꿀꺽, 꿀꺽 마신다.
“최소한 부부싸움 한 다음 날 정도는 조심할 수 있잖아.”
돌아오지 않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렇게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캔 맥주의 씁쓸함과 알딸딸하게 올라오기 시작하는 취기를 느끼며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 소리가 울릴 정도로 밤이 깊고, 깊어질 무렵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거실에 철컥하는 문 열리는 소리가 적막을 비집고 들어온다.
“…….”
정나은은 아직도 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곤 살짝 놀라더니 곧 다녀왔다고 작게 인사를 하며 거실로 들어온다. 거실에는 빈 캔 맥주가 굴러다니고, 취기가 오른 안정수의 곁에 정나은은 조용히 앉는다.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어쩐지 너무나 처량하게 느껴진다.
“……어제와는 반대네.”
“……응.”
거실에는 어색하면서도 한층 무거운 적막이 조용히 흐른다. 째깍, 째깍 울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지겨워질 무렵 고개 숙이고 있던 정나은의 입에서 가라앉은 사과의 말이 흘러나온다.
“미안해……어제일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렇고…….”
고개 숙인 정나은은 남편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으려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제자리에 조용히 앉는다.
“내가 다 잘못했어.”
“……피곤하지? 들어가 자.”
가라앉은 아내의 목소리에서 많은 감정이 묻어나는 걸 느끼며, 안정수는 밤도 깊었기에 들어가 자라며 아내를 살짝 안아준다.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남편의 품을 벗어나려다가 그가 안아주는 걸 받아들인다.
“…….”
서로의 체온이 전해질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안정수가 포옹을 풀자 정나은은 그럼 먼저 들어가겠다고 하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안정수는 아내가 들어간 안방문을 지긋이 바라보곤 취기가 잔뜩 올라 더운 몸을 식히기 위해 베란다로 나간다. 베란다를 나서자 차가운 새벽공기가 단번에 그를 휘감고 취기가 오른 몸을 기분 좋게 감싼다. 안정수는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재빨리 불을 붙여 훅하고 연기를 뿜어낸다.
“후우~”
차가운 새벽공기에 쾌쾌한 담배 연기가 섞이지만 금세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다. 안정수는 해뜨기 전 가장 어두운 새벽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가지 생각에 잠긴다.
아내를 껴안았을 때 풍겨온 미묘하게 남은 달콤한 술의 향기와 갓 샤워라도 한 것 같은 너무나도 청아한 향기를…….
“2,3차 회식이라…….”
안정수는 담배 하나를 다 피우고도 한동안 베란다에서 별 하나 반짝이지 않는 어두운 새벽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하기 때문일까? 오늘따라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다.
주말이 끈덕지면서도 쏜살같이 지나갔다.
아내는 어쩐지 하루 종일 침울해하면서도 무언가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남편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 자신은 자신대로 여러 가지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며 여러 상념에 빠져,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서로가 자신의 상념에 빠져 바쁜 그 와중 한 가지 확실한 건 두 부부사이에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원! 어이! 안 사원!”
“……에?”
자신의 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자, 귓가에서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다. 자신을 부른 사람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곳엔 김우영 부장이 서 있었다.
‘어, 어라? 언제 출근한 거지?’
시끌시끌해야 할 사무실이 조용하다. 당황한 안정수는 조용한 사무실을 의아한 눈으로 둘러보자 그를 내려다보고 있던 김우영 부장은 더욱 얼이 빠진 표정으로 물어온다.
“자네 오늘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있던데 무슨 일 있나? 퇴근은 해야지?”
“퇴근이요?”
| 이 썰의 시리즈 (총 23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9.28 | 현재글 미소짓는 아내13 |
| 2 | 2026.09.27 | 미소짓는 아내 12 (5) |
| 3 | 2024.06.13 | 미소짓는 아내 - 11부 (25) |
| 4 | 2024.06.13 | 미소짓는 아내 - 10부 (27) |
| 5 | 2024.06.08 | 미소짓는 아내 - 9부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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