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날밤

오랜만에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네요. 근 1년 만이군요. 내 글을 통해 어떤 반응을 유도할 생각은 없습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40년을 넘는 제 생을 독백처럼 쏟아내는 것이지요. 그러지 않으면 미처 버릴 것 같아서요. 댓글은 환영하지만 쪽지는 사양합니다. 여러분이 여자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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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식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교시절 친구들이 축하 해준다고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일종의 처녀파티인가?
잠깐 나갔다 온다는 말에 내일 결혼할 애가 준비할 것도 많은데 어딜 가냐고 엄마는 화를 낸다.
식을 앞둔 여자들이 으례 한다는 미용실 피부맛사지도 마다하고 방에 처박혀 1주일 넘게 나오지 않은 내 모습에 내심 불안했던지 아버지는 '그래 기분전환도 할겸 다녀와라. 얼굴만 보고 바로 와야한다.'고 다짐을 받는다.
'야반도주'라도 해야하나 도망가야 간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정작 나는 아무곳에도 가지 못하고 분위기에 이끌려 가고 있었다.
시내에 있는 호프집에 친구들 10여명이 모여 있었다.
왁자지껄 친구들의 축하의 말도 귀에 들어 오지 않았고 연신 맥주만 홀짝 거렸다.
그때였다.
가게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나와 처음으로 여관에 갔던, 내가 끝내 허락하지 않고 약만 올렸던 이웃 남학교 학생회장이었다.
서로 어색하게 시선을 교환하고 그 애도 연신 맥주만 홀짝 거린다.
친구들이 장난을 친다.
"너, 고등학교 때 얘 좋아했잖아. 워낙 콧대가 쎄서 손목한번 못잡아 봤지?"
그 얘와의 여관 사건을 알리없는 친구들은 놀리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는 그 친구를 바라보며 잠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감정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 싶었다.
술이 들어가자 나는 감정이 복바치기 시작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내가 배신한 남자에 대한 연민으로 가슴속에서 무언가 굼틀거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성우에 대한 미안함은 없었다. 성우와의 사이에 있었던 임신과 무책임 뒤에 이어진 낙태, 그리고 헤어지는 과정에서의 폭력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던 탓인지 그리움도 미움도 없었다. 그냥 신기루처럼 흩어지는 안개 같은 추억이었다.
여자는 그렇다. 과거의 남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남자가 유일한 남자이자 첫남자다.
남자는 이혼한 여자를 다시 만나도 옷차림이나 화장에 대해 잔소리를 한다고 한다. 미친...있을 때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을...
부억데기 아내도 다른 남자에겐 섹시하다. 남의 것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화장실 앞에서 그 얘와 마주첬다. 군대에 갔다와 복학 준비중이라고 했다. 훤칠한 키에 숱만은 눈썹이 제법 우수에 젖은 눈매를 가진 남자로 상장해 있었다.
"우리 둘이 한잔 할까? 할 말도 있고..."
"그럴까?"
준비할 것도 많고 신부화장이 잘먹어야 한다며 한차례 너스레를 떨자 친구들은 '내일 식장에서 보자'며 보내 주었다.
새로 조성중인 신도시의 한카페에서 그 친구와 나는 딤풀 한병을 시켜 놓고 마주 앉았다. 꽤 오랜시간 침묵이 흘렀다.
"네가 떠나고 나 한참을 방황했어. 많이 찾았는데 친구들도 연락이 안된다고 하고...너 좀 심했다. 어쨋든 결혼 축하한다."
"신랑, 어떤 사람이니? 너한테 잘해줘?"
"그냥 범생이...좋은 사람이야 나한 테는 과분한 사람. 좀 지루하기도 하고"
"그렇구나."
또 정적이 흘렀다.
"너, 너랑 잘래?"
"...."
"너, 고등학생때도 나랑 많이 자고 싶어 했잖아."
"또 놀리는 거니? 그리고 너 내일 결혼할 사람이잖아."
"그래서 그래. 너한테 항상 빚진 기분이었어."
"결혼 전날 여자는 센티해진다며? 그래서 그럴거야. 안 들은 걸로 할께."
그렇게 양주 한병을 비우고 또 한병을 마셨다. 어저면내 안에 있는 악마가 이 애가 취해 무장해제 되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남자는 술을 핑계로 해서는 안되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비겁함이 있다. 그리고 나선 술기운에 그랬다고 하면 그만이다.
이 친구또한 그럴 것이다. 남자는 첫만남이 중요하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만났느냐가 그 관계의 주도권 문제를 판가름 한다.
굘혼생활이 파탄난 상당수의 친구들의 남편들은 술자리에서 만난 인연들이다. 욕망으로 만난 관계는 욕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다른 곳을 보기 마련이다.
결국 우리는 12시가 다 되어 모텔에 마주 앉아 있었다. 그 친구는 의자에 앉아 떨고 있었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그런 친구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 처녀 아니야. 기대하지 마라. 부담 가지지도 말고 네가 그때 못했던 것 마음것 해봐. 그래야 오늘 밤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그 애는 자신이 맨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 가뿐 숨을 몰아 쉬며 내 곁으로 다가와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았다.
그 애의 거친 숨소리에 내 안에 숨어 있던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철저한 암컷의 그것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나는 그런 내 몸이 좋았다.
거짓도 가식도 없는 순수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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