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소개팅_03

입술을 겹치는 와중에도
마녀의 목소리는 계속 들리는 것 같았다.
다시 입술을 떼자,
아까보다 한층 빨개진 얼굴의 마녀가 나를 반겼다.
첫만남에 술도 마시고 모텔도 가고 다 한다지만..
나는 술도 마시고 키스도 했지만..
더 했다가는 정말로 진도 빠른 호색한이 될 것 같아 마녀와 함께 술집을 나섰다.
선선한 여름밤에 여의도공원을 지나치면서
마녀는 술이 조금 깨는 듯,
다시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펭귄씨 혹시 아까...
맥락상 키스 얘기겠지만, 더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마녀씨 저 사실 아까전부터 기억이 잘 안나요. 혹시 저 뭐 실수하거나 그런거 있어요? 제가 혹시 실수하고 그러면 싸대기 때리시면 돼요. 그러면 잘깨거든요.
쓰잘데없는 얘기들을 나누며 택시승강장에 섰다.
마녀는 결심한 듯 나를 보며 입술을 손톱으로 뜯었다.
펭귄씨 저 고백할게 있는데...
네.
사실 소개팅 제가 하자고 했어요.
어, 진짜요?(아까 취중진담으로 벌써 들음)
네... 설때 친척들이랑 얘기하다가 사촌오빠가 얘기해서..괜찮은 분 같아서요...
아...그랬구나 몰랐어요 (아까 소상히 다 들음)
좀 빠르긴 하지만..펭귄씨는 혹시 저 괜찮으신가 해서요...그, 이성으로...당장 말씀안해주셔도 돼요...
누가 봐도 숫기 없고 긴장한 표정으로, 술기운이 아직 남은 홍조 띤 얼굴로 조심조심 말을 잇는 마녀를 보면서,
잡기 어려운 타이밍을 잡았다. 지금이다.
아까 마녀씨한테 키스한 뒤부터 기억 잘 안난다는 얘기 했나요?
헐 키스한거는 기억나요??!
혹시 실수한거면 뺨맞을려고 기다렸는데 안때리시네요. 앞으로도 종종 해도 되나요? 저는 좋아요.
어어....네 저도....아, 택시왔다 저 가볼게요ㅠㅜ! 연락할게요!
마녀는 누가 봐도 당황한 모습인데도 황급히 태연한 척 택시 안으로 들어가 부서져라 문을 닫았다.
그리고 내가 집에 도착할 때쯤 메시지가 울렸다.
고마워요! 오늘 펭귄씨 실수한거 없으니까 종종 봐요 우리!^^ 잘자요~ ㅎㅎ 앞으로도 잘부탁할게요!
선배는 역시나 주간회의가 끝나자마자 나를 들볶았다.
어떻게 됐냐. 잘됐어 마셨어? 1일이야?
아 네...대리님 덕분에...
그래, 내 덕분인 줄은 아는구나.
9할 정도는 자기 공이라는 선배의 축하를 받고 난 뒤
일찍 일을 마치고 그녀의 직장으로 갔다.
전화를 끊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역시나 주변도 추워 보이는 표정으로, 그러나 확연히 달라진 미묘한 모습으로 마녀가 걸어나왔다.
오늘 힘들었죠.
오전에 좀 상태안좋았어요...ㅎㅎ
우동이라도 먹으러 갈래요? 좋아해요?
다행히 둘의 직장이 서로 얼추 가까워
거의 하루이틀에 한 번씩은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었고,
그렇게 몇 주가 흐르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편해져 이제 처음의 그 칼같던 모습은 거의 흐려져 갔다.
그리고 아직 쓰지 않았던 각자의 여름휴가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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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쓰다가 스마트폰으로 쓰니 힘드네요.
응원 덕분에 이제 1일입니다 ㅎㅎ
이제 많이 건너뛰고 여름휴가로 가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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