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누나....1
그 시절, 친구 놈의 집 거실 문이 열리고 그 누나가 처음 걸어 나오던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보다 겨우 한 살 많았을 뿐인데도, 누나에게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한 아우라가 풍겼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 나직하면서도 정확한 발음으로 건네는 말투,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살짝 찌푸려지던 미간까지.
누나는 내가 살면서 마주친 가장 지적이고 교양이 넘치는 완벽한 이성이었다.
사춘기의 미숙한 열병은 그 누나를 향한 지독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내 어두운 방에 홀로 누우면, 머릿속은 온통 누나의 실루엣으로 가득 찼다.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웠던 그 밤들마다, 나는 누나의 하얀 살결과 눈빛을 상상하며 거칠게 자위를 했다.
그것은 사춘기 소년이 부릴 수 있는 가장 은밀하고 처절한 탐닉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철저히 외톨이였다.
며칠 뒤 다시 찾은 친구 집에서 마주친 누나는, 나를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물질처럼 대했다.
“어, 안녕.”그것이 전부였다.
지난번에도, 지지난번에도 분명 인사를 나눴건만 누나는 매번 백지 상태의 눈빛으로 나를 건조하게 응대했다.
한마디로 나는 누나의 안중에도, 그 화려한 인생의 레이더망에도 잡히지 않는 먼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누나는 번듯한 대학생이 되었고, 내게는 시퍼런 입영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군대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 시절엔 군대 가기 전에 어떻게든 ‘총각 딱지’를 떼고 가야 진짜 사나이가 된다는,
출처 모를 마초적인 압박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였다.
하지만 내 곁엔 손 한 번 잡아줄 여자친구도, 마주 보며 웃어줄 애인도 없었다.
이대로 까까머리를 하고 훈련소로 끌려갈 수는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돈을 주고 여자를 부르는 일이었다.막상 결심은 섰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혹시라도 길거리나 복도에서 동네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친다면 평생의 수치였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버스를 탔다.
아는 이가 아무도 없을 만한 곳, 그러면서도 유흥가가 밀집해 은밀한 숨소리가 묻힐 만한 곳을 찾다 보니
나름대로 멀리 온 곳이 수원이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밤하늘을 붉게 물들인 수원의 인계동. 골목마다 모텔들이 빽빽하게 성벽처럼 솟아 있었다.
나는 그중 가장 한적해 보이는 모텔 문을 열고 들어가 방을 잡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탁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카운터로 전화를 걸어 여자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요즘처럼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출장마사지 명함을 주워 직접 통화하는 시대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무조건 모텔 카운터가 중간책이었다.
업주와 아가씨가 일정 비율로 수입을 몇 대 몇으로 나누는 철저한 음지의 상거래 시스템이었다.
“...한 명 보내주세요.”수화기를 내려놓자 방 안은 귀가 먹먹할 정도의 정적으로 가득 찼다.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땀으로 축축해진 손을 바지에 썩썩 문지르며 초조하게 침대 모서리를 쥐어뜯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적막을 깨고 가볍고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복도에서 울렸다.
똑, 똑.순간 목구멍이 턱 막혀왔다.
나는 마른침을 억지로 삼키며, 최대한 담담한 척 문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 열려 있으니까 들어오세요.
”달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모텔 문이 바닥을 긁으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달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두꺼운 문이 완전히 열렸다.
슬리퍼를 끄는 나직한 발소리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선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내 세상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내가 그토록 동경하고,
밤마다 내 은밀한 자위의 대상으로 삼았던 바로 그 친구네 집 누나였다.
단정하고 지적이며 교양 넘치던 모습으로 내 유년 시절의 환상을 지배했던 그 존재가,
지금 이 퀴퀴한 수원의 모텔 방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너무나 큰 충격에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고, 나도 모르게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비명 같은 신음을 뱉어냈다.
“누…… 누나가 여긴 왜…….”바들바들 떨리는 내 목소리가 정적을 깨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듯 무거워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 반응과 단어에, 가방을 쥔 채 서 있던 누나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나의 얼굴에 당혹감과 수치심, 그리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누나는 메마른 입술을 간신히 떼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예전처럼 나를 완전히 안중에도 없는 듯 지나치던 그 건조한 눈빛이 아니었다.
지금 누나의 눈은 깊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호…… 혹시 저 아세요?”떨리는 누나의 물음이 좁은 모텔 방 안을 공허하게 맴돌았다.
늘 나를 처음 본 것처럼 무심하게 인사했던 누나가, 마침내 이 최악의 장소에서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응시하고 있었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15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5 마지막회 (3) |
| 2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4 (3) |
| 3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3 (2) |
| 4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2 (3) |
| 5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1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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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