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이모, 혹은 내 여자 (상)
상종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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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엄마는 늦둥이로 나를 낳았다. 마흔셋에 얻은 외아들이었고, 그 덕분에 나는 어릴 적부터 '이모'들이 유독 많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끌었던 이모가 있었으니, 바로 엄마의 친동생이자 막내인 '은정'이었다. 엄마보다 무려 열한 살이나 어린 그녀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갓 스무 살이 된 대학생 누나에 가까웠다. 같은 동네에서 살던 시절, 나는 그녀를 '이모'라 부르기보다는 철없이 '은정 누나'라 쫓아다녔고, 사춘기 무렵엔 그녀에게 몰래 첫사랑의 감정을 품기도 했다. 물론 그때는 어린 마음에 동네 누나에게 느끼는 동경에 불과했지만, 시간은 그 감정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숙성시켜 내 마음 깊은 곳에 발효시켜 두고 있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 나는 스물다섯 살이 되어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지쳐 잠시 고향으로 내려와 지내고 있었다. 부모님은 해외 장기출장으로 집을 비운 터라, 나는 적막한 단독주택에서 하루하루를 떠밀며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오후, 마트에 가려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옆집에 이삿짐이 들어오고 있었다. 낯선 얼굴의 여자가 뒤에서 지휘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 뒷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 한복판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느다란 목선,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 그리고 익숙한 손목시계.
"어...? 이모?"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십여 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더 빛이 났다. 앳된 풋내는 사라지고 도시적인 세련미와 성숙한 여성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그녀도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나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었다.
"와, 정민이야? 완전 어른이 됐네. 키도 훌쩍 컸고 목소리도 듬직해졌다."
그녀가 다가와 내 어깨를 토닥였다. 손길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온기. 나는 순간적으로 어릴 적 그리움에 휩싸여 얼굴이 붉어졌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옆집 이모와 조카'라는 경계를 살짝 넘나들며 가볍게 밥을 먹거나 술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녀는 파혼으로 마음이 복잡해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조카가 아닌, 한 명의 어른으로서 다정하게 위로를 건넸다.
그러던 어느 금요일 밤. 그녀의 집 거실에서 소주 한 병을 기울이며 우리는 서로의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술기운이 오르자 그녀는 평소의 밝은 모습을 벗고 적막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민아, 나는 말이야. 이 나이에 혼자라는 게 두렵지가 않아. 그런데 왜 여기 오니? 왜 하필 네가 있는 이 집 옆이냐고. 나도 모르겠어. 그냥... 어릴 적 너랑 뛰놀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가 봐."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심장이 요동쳤다. 그리고 그 순간, 어쩌면 평생 참아왔던 그 감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이모, 사실 나... 어릴 때부터 이모를 좋아했어요. 그때는 철없는 짝사랑인 줄 알았는데, 오늘 다시 보니까 그게 아니었어요. 이모는 내게 첫사랑 그 자체였어요."
내 고백에 그녀의 손이 잠시 멈췄다. 잔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어쩌면 그런 맘이 없진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우리 사이에 뭐가 그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알지? 엄마한테, 언니한테 어떻게 말해?"
그때였다.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잡았다. 그 손끝이 유난히 차가웠고, 나는 그 차가움을 녹여주기라도 하듯 그녀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나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다가가, 술기운에 젖은 그 입술을 내 입술로 덮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그러나 점점 깊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내 뺨에 닿았지만, 그 눈물마저 뜨거운 열기로 증발하는 듯했다.
그녀가 내 목덜미를 감싸 안았다. 거실의 조명이 흐릿하게 비추는 가운데, 우리는 서로의 숨결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상의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공기가 짜릿하게 떨렸다. 그녀는 내 귀에 속삭였다.
"오늘만큼은... 나를 이모라 부르지 마."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그녀를 안아 들어 올렸다. 그녀의 방문이 열렸고, 우리는 그 어두운 공간 속으로 함께 빠져들었다. 이모와 조카라는 굴레, 열한 살의 나이 차, 세상의 시선. 모든 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뜨거운 숨결과 내 심장 소리만이 이 우주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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