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의 그녀들〉-4화 – 이혼녀의 방
방구석딜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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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혜진은 34세, 이혼한 지 3년 차였다. 그녀는 전남편의 외도와 폭력으로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딸 예슬을 데리고 이 건물로 왔다. 그녀는 항상 날카롭고 냉랭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상처와 외로움이 가득했다.
중현이 성인용품 가게를 넘기겠다고 한 이후로, 혜진은 조금씩 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게 운영에 관한 책자를 가져와 중현에게 설명했고, 마케팅 전략까지 제안했다. 중현은 그녀의 전문성에 놀랐다.
"혜진 씨, 예전에 무슨 일을 하셨어요?"
"그냥 이런저런 일 했어. 너는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중현은 그녀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어느 날, 그는 예슬을 통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예슬은 그림을 잘 그렸고, 학교에서도 밝은 아이였다. 하지만 가끔 엄마가 울었다고 말했다. 중현은 그 말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 예슬이 중현의 슈퍼에 와서 물었다.
"오빠, 우리 집에 와서 놀래요? 엄마가 오늘 케이크를 샀어요."
"그래? 좋아."
중현은 슈퍼를 잠시 닫고 203호로 올라갔다. 혜진이 문을 열었고, 그녀는 평소보다 훨씬 편안한 차림이었다. 반바지에 얇은 니트, 머리는 묶고 있었다.
"예슬이 너를 부른 거야?"
"네, 케이크 먹자고."
혜진은 케이크를 꺼내며 가볍게 웃었다. "애가 너한테 꽂혔나 봐."
중현은 케이크를 먹으며 예슬과 그림을 그렸다. 예슬은 중현의 얼굴을 그리며 좋아했다. 혜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너, 애랑 잘 놀아주네."
"예슬이가 귀여워서요."
혜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녀는 입을 열려다가 닫았다. 그런데 그때, 예슬이 갑자기 중현에게 물었다.
"오빠, 우리 엄마랑 결혼할 거야?"
중현은 당황했고, 혜진도 놀랐다.
"예슬아! 무슨 소리야!"
"엄마가 오빠 얘기할 때마다 웃잖아. 그리고 오빠가 우리 집에 오면 엄마가 화장도 하고."
혜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예슬을 방으로 보내고 중현에게 말했다.
"그냥 애가 하는 소리야. 신경 쓰지 마."
"네... 알겠어요."
하지만 중현은 혜진의 얼굴이 붉어진 것이 신경 쓰였다.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예슬 때문에 친절하게 대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중현이 슈퍼를 닫고 있을 때, 세라가 나타났다. 그녀는 중현의 앞에 서서 팔짱을 꼈다.
"집주인, 오늘 혜진 씨 집에 갔었다며?"
"네, 어떻게 아셨어요?"
"이 건물에 비밀은 없어. 그런데 너, 혜진 씨한테 넘어갈 생각이야? 그 여자, 겉은 차갑지만 속은 뜨거워. 그리고 너 같은 순진한 남자는 딱 좋아하지."
세라는 중현의 턱을 가볍게 치며 웃었다.
"나도 괜찮은데? 나는 싸우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아."
중현은 그녀의 손을 살짝 피했다.
"세라 씨, 그런 농담은... 저한테는 좀..."
"농담이 아니야." 세라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중현을 바라보았다. "나는 진심이야. 너,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아니, 그런데..."
"그럼 됐지. 생각해 봐."
세라는 돌아서서 3층으로 올라갔다. 중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며칠 후, 혜진이 중현에게 전화했다.
"집주인, 가게 운영 계획서를 작성했어. 한번 봐줘."
중현은 그녀의 집으로 갔다. 혜진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가리켰다.
"이대로 하면 3개월 안에 수익이 나올 거야."
중현은 서류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계획은 철저하고 현실적이었다. 그는 감탄하며 말했다.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한 지 오래됐으니까."
"그런데 혜진 씨, 왜 저한테 이렇게 신경 써 주세요?"
혜진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예슬한테 잘해줘서. 그리고 너는 다른 남자랑 달라. 순수해 보여."
"순수하다는 게... 좋은 뜻인가요?"
"글쎄." 혜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이 계획대로 할래?"
"네, 좋아요."
그날 이후, 중현과 혜진은 함께 가게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점점 가까워졌다. 어느 날, 혜진이 중현에게 말했다.
"나, 이혼할 때 정말 힘들었어. 그런데 이 건물에 오고 나서 조금씩 나아졌어. 너도 그런 존재가 될 줄은 몰랐지."
"저요?"
"응. 네가 내 딸을 웃게 하고, 나를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중현은 그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혜진의 손을 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린과 세라의 얼굴이 스쳤다.
그는 손을 내렸다.
"저... 내일 다시 올게요."
그가 방을 나설 때, 혜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도망가지 마, 중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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