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피아노만 쳐온 여자에게 첫경험 선사한 써얼(1).ssul

이저번에 후속편을 쓰기로는 했는데...ㅋㅋㅋㅋ
이거 쓴다고 뭐 나한테 좋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해서 잠깐 잊고 살다가
연말이 다가오니 자질구레한 일들도 많아져서
쓸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몇 일전 문득 생각이 나 핫썰 들어와봤다가
니 왜 안쓰냐는 댓글을 보게되서 한번 더 써봅니다.
뭔가 예전에 쓸 때는 쓰고싶다는 동기? 욕심이 조금 있었는데
이번 편은 뭔가 기합?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네요ㅋㅋ
그래서 라이트하고 편한 마음으로 써볼 생각입니다.
대충 한 3편 정도로 생각 중임. ㄱㄱ
아무 것도 모르던 좆중딩찐따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예술의 전당에서 뮤지컬을 관람하게 되었음.
보통 이런 경우라면 열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감명을 받곤하지만 나는 배우들 뒤로 얼핏보이던,
저마다 와이어리스를 귀에 꼽은 채 암막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무대스태프들의 그 직업적인 열정?에 매료되었음.
그래서 그 후로 나는 자연스레 무대예술을 접하게 되었고 이후로 무대감독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으며 고등학교와 대학교도 이에 관련된 과로 가게되었음.
그리고 이 때 시기적으로 운이 좋게도 각 공연예술기관마다 전문무대인력이 필수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나같은 사람의 취업길이 크게 열렸고
처음 취직한 곳에서는 조연출막내로 들어가 수년동안 무대현장 특유의 군기에 고생도 많이 하였지만
아득바득 버틴 탓에 현재 30대 초반에 경기도내 규모가 어느 정도 큰 아트홀에서 2년째 무대감독을 하며 입에 풀칠을 하고 있음.
물론 여기서도 경력은 제일 막내고 나이도 제일 어리긴 하지만 원래 조명과 음향에 비해 무대감독 입김이
현장에선 더 쎄고 뭐든지 내 손을 거쳐야 허가가 떨어져서 주제에 나름 대장노릇 하면서 살고있음.
이 정도면 사전배경은 충분히 말한 거 같고 여튼 2년 전 이야기를 해보려하는데
그 이전에 내가 익명으론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 썰 보영누나에 관해 궁금해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일러두자면,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약 1년 정도를 사귀었으나 만나면 만날수록 나이의 갭은 무시할 수 없었고
매번 같은 날에 서로가 연가공가를 내니까 동료직원들 사이에서 공익과 사귄다,
여공무원이 영계 따먹고 다닌다 라는 소문이 공무원사회 내에 돌아서 누나가 많이 힘들어했음.
우리가 이런 역경을 헤쳐나가며 만나야 할 비련의 주인공들은 아니라서 헤어졌음.
그로부터 몇 년 후 우리가 사귀는 사실을 알던 누나의 동료공무원을 우연히 만나 들은 얘기로
공무원 그만두고 돈 많은 선교사 만나 같이 캄보디아로 건너가 애들 가르키며 열심히 살고있다고 들었음.
지금은 다시 들어왔는지 어떻게 지내는지는 전혀 모름. 잘된거지. 원래 다 이런거잖슴.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어느 가을 날, 별다를 게 없는 하루였음.
사무실에서 일주일 간의 행사계획표를 받아와 공연업체마다 요구하는 무대적 장치를 점검하며 필요한 것들을 손보고 있었음.
보니까 내일부터 세팅하는 이벤트 중 전문용어로 리볼빙그라운드라고 현장에서는 로스 또는 빙빙이라고
그 무대 위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동그란 스테이지가 있음.
보통 연극에서 빠른 극전환에 쓰이며 무대 아래 공동(空洞)에 설치되어 유압터빈으로 무대를 돌리는 기계인데
그걸 쓴다길래 기름칠 좀 해주고 유압체크해야돼서 아래 지하3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음.
참고로 우리 아트홀은 좌우로 커다란 2동 규모의 시설에 편의점과 카페까지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아트홀이고
지하는 단위면적만 따지면 훨씬 넓음.
앞서 말한대로 무대 아래에 기계장치를 설치할 커다란 공동이 두 곳은 되어야하고
거기에 사무실을 비롯한 다목적용도로 이용할 공간이 적어도 10곳은 되며
거기에 유사시에 대피할 지하대피소까지 있으니 할 말은 다했지.
여튼 우리는 이처럼 비어있는 지하공간을 아트홀 경영을 위해 사무실이 필요한 회사나 업체와 일정기간 계약을 하고 세를 내주는데
우리 지역에 가장 큰 합창단 2곳도 들어와있었음.
그 중 한 곳이 시립합창단인데 이 합창단은 내가 일하기 전부터 세들어와있어서 거의 여기 터줏대감임.
해서 3년전 내가 코흘리개 시절때부터 서로 봐왔던 사이라 단장이랑 수석지휘자는 나이가 나보다 훨씬 많지만
그래도 나보고 감독이라고 대접 꼬박꼬박 해주고 합창단 사무실 직원들이랑도 부담없이 이야기 할 만한 사람들임.
여튼 바이스만 챙겨 지하로 내려가 복도로 접어들자 불이 훤히 켜진 합창단 사무실이 보였고
조용히 그 앞을 지나려는 찰나에 사무실에서 나오는 단장과 마주쳤음.....
"아고, 여기서 뵙네요?"
유쾌하고 모난 곳 없는 단장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여기까지 어쩐 일이냐고 물었고 내가 장치점검차 내려왔다니까 마침 잘됐다며 몇 주 후 예정인 정기합주회에 관한 피드백 몇 가지를 교환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갈무리될 무렵 사무실 안쪽에서 내 목소리를 들은 듯한 합창단 경비담당 30대 후반의 미경(가명)의 목소리가 들려왔음.
"감독님 이야기 끝나셨으면 커피나 한 잔 하고 가셔요."
그제서야 단장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너무 오래 붙잡아뒀다며 언능 들어가 커피 한 잔 하고 가시라는 말을 남기며 사라졌다.
나는 멀어지는 단장의 뒷모습을 흘끔 바라보다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엔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는 듯하였고 한 켠의 탕비실에서 달그락거리는 식기소리만이 들려왔다.
"미안해요,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었는데." 라고 말하자 미경이 김이 피어오르는 작은 머그잔 두개를 들고선 탕비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그래도 이렇게 간만에 내려오시면 들르셔요." 라고 말하며 테이블 위 각자 가까운 곳에 머그잔을 올려놓고서는 의자에 앉았다.
나도 따라 자리에 앉자 앞에 놓인 머그컵에서 진한 커피향이 올라왔다.
맛을 보니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진한 블랙커피였다.
이전에도 몇 번 커피를 얻어먹은 적이 있었고 그녀는 내 커피취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지날 동안 커피를 마시던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단장님이 평소보다 더 정기합주회에 애를 쓰고 계셔서 아마 앞으로 감독님을 더 괴롭히실 거 같아요."
"뭐 그 정도야 괜찮습니다. 근데 아닌게 아니라 잠깐 얘길 들어보니까 뭘 많이 꾸미시려는 거 같더라구요."
"네, 그게 이번 합주회에 시장님이 오시려나봐요. 그래서 보이는 것에도 되게 신경을 많이 쓰시는 거 같아요."
"아 그래서어......"
"아무튼 아무쪼록 잘 부탁드려요 감독님."
"예 뭐 저야 늘 하던대로......"
그렇게 여러 공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잠시 후 합창단 연습실에 면한 문이 가볍게 열리더니 여성 두 명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길 나누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한 사람은 낯익은 퍼스트 피아니스트였고 오고가며 안면도 있었기에 가볍게 목례하며 인사를 건넸는데
잠깐 곁눈질로 본 다른 한 사람은 아무리 봐도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였다.
기본적으론 되게 앳되보이는 귀염상이긴한데 허리리까지 오는 긴 일자생머리에 피부는 하얀 편이였고
범생이같은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마른 슬렌더스타일의 여자였는데
복장은 갖가지 신경을 쓴 듯한 캐쥬얼 느낌의 세미정장때문에 전체적인 밸런스가 좀 부조화스러워 보였다.
특히 밑단이 펄럭거리는 듯한 바지는 조금 웃기기도 하였고......
근데 뭐 여 합창단에 오로지 관계자들만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원들 지인일수도 있으니
이만하고 관심을 거두려는데 미경씨가 마침 잘됐다는 듯 그 친구를 가까이 부르더니
"지현씨 아트홀 감독님이세요. 앞으로 도움 많이 받을텐데 인사해두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음.
그러자 그 친구는 뭔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살짝 당황스럽다는 듯 눈을 살짝 동그랗게 떴다.
나 역시 누구지 싶어 어리둥절한 차에 그녀가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이 입을 조금 앙다물더니 쭈볏거리며 잰걸음으로 총총히 걸어와,
"류지현(가명)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며 살짝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하였다.
뭔가 동네 흔한 여고생? 같이 여려워하는 느낌이 있어서 귀엽기도 했지만 예의상 일어나 정중히 목례를 하였다.
그러고선 앉아있던 미경씨에게 "아휴 제가 뭐라고 인사까지......" 라면서 의문표를 던지자 그녀가 뭔가 흐뭇한 표정으로
"감독님 우리 새로 온 세컨드 피아니스트." 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신분(?)을 알게 된 나는 다시보이는 그녀의 앳된 외모와 분위기에 사뭇 놀랐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곤 뭔가 사회초년생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그녀의 기(?)를 살려주고 싶어 일부러 오바하며 조심스레 악수를 청했다.
"아이고, 몰라뵙네요. 김현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여전히 쭈볏거리며 손을 건넸고 가벼운 악수를 나누고선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며 서있었다.
"단장님이 이뻐하는 친구에요. 단장님 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어려요, 올해 스물다섯이라고 했죠?"
미경이 가까이 서있던 지현의 모은 손을 한 손으로 감싸안으며 다정히 물었다.
그러자 지현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가볍게 네-라고 대답하였다. 내 친동생과 같은 나이였다.
"그런데 실력은 상당해요, 학교 과대표도 했다고 하고 콩쿨에서도 입상한 적 있다하고 졸업하자마자 누가 데려갈까싶어 단장님이 바로 빼오셨데요."
미경에게 막상 그런 말들을 들으니 그냥 단장 아래서 견습하는 한낱 어린 친구로만 느껴지던 지현이 갑자기 조금 달라보이긴 하였다.
뭔가 어수룩한 느낌에 가려져있는 덜 핀 천재같은 느낌이랄까나, 그녀를 다시 보며,
"아 뭔가 확 달라보이네요. 반갑습니다" 라며 가볍게 웃으며 말하자 지현도 분위기에 조금 익숙해졌는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저두요."
미경이 엄마같은 미소를 띄운 채 말했다.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세요."
"아고 제가 뭐 해줄게 있나요. 강희(합창단 총감독, 가명)삼촌 할 일이 느셨네요."
그래도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이 친구를 보며 내가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었을 때 느꼈던 고생과 주위시선이 버거웠던 시절이 생각나 마음 한 켠이 지릿해졌다.
그녀와 나이차는 고작 5살밖에 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때문에.
뭐 이러나저러나 현재로썬 나 간수하기도 벅차서 도움이 되주겠다는 말은 조금 오바인 거 같지만 빈말이래도 해줘야될 거 같아서,
"그래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세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현이 작게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라며 수줍은 듯 웃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뒤에 서서 우리 얘기를 듣고만 있던 퍼스트 피아니스트가 갑자기 잘됐다며-
"감독님 그러시면, 지현씨가 아트홀 피아노 좀 보고싶어하는데 혹시 가능할까요?" 라며 뭔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괜한 말을 꺼냈구나 싶었다.
여기서 말하는 피아노란 말그대로 공연용으로만 쓰이는 아트홀 그랜드피아노를 말하는 것인데,
규정상 대관장비로 분류되어 있어 말그대로 빌려야만 칠 수 있는 피아노인데다 가격 또한 수억원을 넘어가는,
아트홀에 있는 어느 것보다 최고가의 악기로써 일정한 습도를 유지해주는 전용창고에 보관되어 관리대장까지 작성해야하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전문조율사의 세심한 관리를 받는 그 피아노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 이미 연주해본 퍼스트 피아니스트가 그 값비싼 피아노에 대해 지현에게 이미 언질을 주었을 것이다.
혹자는 그깟 구경 좀 하는 거 가지고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짜 억소리 나올 정도의 장비이고......
관리책임자인 내겐 당연한 문제였다.
괜히 남의 사람 데려다가 구경시키다 문제라도 생기면 내게 좋은 게 하나도 없기 때문.
그래서 아쉽지만 지현을 보며 '그건 규정상 안된다' 고 말하려는데 이미 기대에 가득 차 선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지현의 표정을 보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내가 조금 곤란해하자 미경이 나서더니,
"그건 아마 안될걸?" 이라며 말했고,
내가 난처한 웃음을 지으니 애써 내색하려 하지않았으나 그녀가 아쉬워하는 게 느껴졌다.
그때 뭔가 그녀가 그런 모습까지 보이니 애초에 내가 말을 꺼냈으니 결자해지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절대불가한 일도 아니라서 내 관리책임 하에 구경 정도는 괜찮겠다 싶었다.
"원래는 안되는데요. 조금 있다가 따라오세요" 라고 말하자 지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녀는 서있던 동료단원을 보며 환하게 웃더니 다시 나를 보며,
"무리한 부탁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꼭 한번 보고 싶던 피아노라......" 라고 말했다.
"대단한 기회를 얻으신 겁니다."
내가 능청스레 웃으며 농담조로 되받았다.
미경은 살짝 걱정되는 얼굴로 내게 진짜 괜찮겠냐- 고 되물었고,
"뭐, 끽해야 부시기야 하겠어요. 구경하라고 하죠뭐." 이라며 별 일 아닌 듯 넘겼다.
대신 장비점검 하러 내려온 것이니 점검 다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사무실에 들려 안내하겠다- 고 사정을 설명하고
미경씨와 인사나누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공동으로 가는 어두운 복도를 천천히 걸어가는데 뭐 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조금 전 지현의 아이같이 신나하던 표정과, 별 것도 아니지만 한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큼의 영향이 내게 있다는 것에 나름의 보람도 있었다.
여튼 그렇게 무대 아래 공동에 다다른 나는 몇 가지 점검을 마치고 다시 사무실에 들러 꼼짝도 안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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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1.10.22 | 평생 피아노만 쳐온 여자에게 첫경험 선사한 써얼(5).ssul (15) |
2 | 2021.10.19 | 평생 피아노만 쳐온 여자에게 첫경험 선사한 써얼(4).ssul (17) |
3 | 2021.05.05 | 평생 피아노만 쳐온 여자에게 첫경험 선사한 써얼(3).ssul (9) |
4 | 2021.03.30 | 평생 피아노만 쳐온 여자에게 첫경험 선사한 써얼(2).ssul (14) |
5 | 2020.12.12 | 현재글 평생 피아노만 쳐온 여자에게 첫경험 선사한 써얼(1).ssul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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