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피아노만 쳐온 여자에게 첫경험 선사한 써얼(3).ssul

요즘 조금 바빠서... 쓰는 속도가 상당히 느립니다.
양해해주시고!
다음 회차에서부터 시작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조율사가 떠나가고 무대로 내려온 우리 앞엔 조율을 마친 거대한 피아노가 조명을 받으며 찬연히 놓여있었다.
주위는 쥐죽은 듯 고요하였다.
쏟아지는 조명 속 피아노에 이끌리듯 걸어가던 지현은 문득 뒤돌아보며 내게 허락을 구하는 듯한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마음껏 연주해봐요. 조용히 들을께요."
"넵."
그녀가 걸어가 의자에 앉아 묵직한 건반 커버를 천천히 들어올리자 88개 건반이 드러났고 그 위로 지현의 가녀린 손가락이 올려졌다.
그리고 크게 숨을 내쉼과 동시에 물흐르는 듯한 가벼운 터치로 연주는 시작되었다.
클래식 듣는 귀는 전혀 없었기에 무슨 곡인지도, 얼마나 그녀가 곡을 잘 소화하며 치는지도 몰랐으나 그저 듣기론 아름다웠었다.
기본적으로 무겁고 진중하다는 느낌 보다는 빠르게 화려한 느낌이었고,
건반 위를 누비는 그녀의 빠른 테크닉을 보고있노라면 유려한 음표의 물결 속으로 순간 빠져드는 것 같기도 하였다.
나는 몇 분 여간 계속된 그녀의 연주에 그 몇 분 여가 거의 찰나라고 느껴질 만큼 집중을 하였다.
그렇게 다소 간의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 낮은 단음으로 연주를 마친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때서야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참고 있었던 숨을 퓌-하고 내쉬었다.
그러고선 나도 모르게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지현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고 무거운 건반커버를 조용히 내리며,
"너무 긴장해서 조금 오바했어요...흐흥..." 이라며 상기된 얼굴로 귀여운 웃음을 지었다.
"그랬어요? 듣기론 아주 좋았는데? 내가 클래식이랑은 안 친해서 잘은 모르지만 듣기 참 좋았어요."
"네...고맙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뭔가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두고 애써 돌아서는 아이처럼 아쉬움을 뒤로하고 연주를 마무리하려 했었다.
"이렇게 시간 내가며 왔는데 단 몇 분으로 만족하려구요?"
"아 넵.....저 때문에 감독님께 폐 끼치기는 싫어서......"
나는 그녀의 마음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지만 날 좋은 주말아침 피아노 한번 쳐보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이런 식으로 보내면 내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기에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척 하며,
"나는 신경쓰지 마세요, 어차피 지금 시간도 애매하고 잠깐 할 일도 있어서 30분 후에나 갈꺼니까 그 때까지 지현씨 마음껏 쳐요. 자리도 피해줄께요."
라고 말하자 지현은 아이같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나는 아무렴 괜찮다고- 부담 갖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미련없이 감독실로 향했다.
지현은 내 등 뒤로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하며 다시 피아노 의자에 앉았고,
나 역시 감독실에 돌아와 의자에 앉으니 별스럽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잠시 후 다시금 그녀의 연주가 시작되었고 나는 무대로 난 창을 조금 열어 나직히 울리는 화음을 한 명의 관람객이 되어 감상하였다.
그러다 문득 홀로 연주하는 지현의 모습이 보고싶어졌기에 컴퓨터를 켜 행사 녹화용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무대에 설치된 녹화용 카메라를 조작해 그녀가 연주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오롯이 무대 위 혼자만의 공간에서 편안한 표정과 몸짓으로 연주를 하는 지현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그녀의 검은 흑발과 안경 아래 깊고 또렷한 눈망울과 곧게 편 허리부터 엉덩이로 내려오는 힙라인 그 아래로 뻗은 탄탄한 허벅지,
꾹꾹- 페달을 누르는 발끝에서 각선미까지 시선이 닿자 괜스레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 들어 카메라를 돌리고 프로그램을 내렸다.
그 후로 지현의 연주는 수십분 간 계속되었고 시침이 흘러흘러 정오에 이르자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음료 두 개를 챙겨 들고 감독실을 나섰다.
지현의 시야에선 감독실을 나오는 내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그녀는 연주를 멈추었고 아까보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헤죽이며 웃고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뭔가 만족한 표정이네요?"
지현에게 가까이 다가가 캔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아 하핳.....네, 덕분에 너무 잘 쳤어요...진짜 감사해요!"
조명 아래서 오랫동안 연주한 탓인지 지현의 얼굴엔 아까보다 더한 불그스름한 상기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가만보니 이마 윗부분엔 옅게 땀도 맺혀 있었는데 마침 음료를 권하자 목이 말랐는지 소곤대는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맥주355짜리 하나를 까 마시듯 단번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생경해 조금 놀란 얼굴로 웃으며 쳐다보자 그제야 조금 여러워졌는지,
"목이 되게 말랐거든요.....완전 시원해요......" 라고 수줍게 말하며 옅게 맺힌 이마 위 땀을 손목으로 꾹꾹 훓어냈다.
"덥긴 하죠? 이제보니 평소보다 조명이 좀 아래네요."
내가 고개를 들어 낮게 내려와있는 조명걸이봉을 보며 말하자 지현도 따라 쳐다보며 말했다.
"네 어쩐지...... 완전 더웠어요 하핳..."
"방금은 거의 사막에 조난당한 사람 같았어요."
내가 지현을 보며 짓궃게 말하자 그녀는 피아노 의자에 앉은 채로 허리를 조금 뒤로 뉘이며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쿡쿡- 웃었다.
"일부로 그러신 건 아니시겠죠??"
"더 내려도 되겠다 싶긴 했는데......"
나와 그녀는 서로의 농담에 농담을 보태가며 캔을 비워냈다.
다소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나도 슬슬 정리하고 주말을 되찾으러 가야했기에 두런두런 이어지던 대화를 애써 마치며 말했다.
"자, 여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에요.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바래요."
"진짜 이런 호의를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들고있던 빈 캔을 건네 받아 가까운 곳의 쓰레기봉투에 버리며 말했다.
"뭐 솔직히 처음에는 속으로 말을 잘못 꺼냈구나- 싶었는데, 해보니 뭐 별 거 아니긴 하네요."
그러자 그녀가,
"어, 감독님 그러면 혹시 다음에도??"
라며 뭔가 전에 없이 편해진 표정과 말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비록 5살 차이 밖에 안나지만 위치도 다르고 손윗사람인데다가 무엇보다 서로 안 지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빠르게 친해지는 지현을 보며 역시 신세대(?)는 다르구나, 생각하며 나 역시 손윗사람과는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라 편하게 그녀를 대했다.
"자꾸 이러시면 곤란한데요."
짐짓 근엄한 척 말은 하였지만 나 역시 어투는 장난으로 차있었고, 그녀 역시 쿡쿡 웃으며 죄송하다-며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 곁으로 다가가 피아노 건반커버와 피아노뚜껑을 조심히 내리며 마치 타이르듯 그녀를 보며,
"자 지현씨? 이제 시간이 됐어요. 다음을 기약하고 저기 왔던 곳으로 나가시면 돼요. "
라고 말하자 지현 역시 일어나 앉았던 의자를 툭툭 털어내며 건반 아래로 밀어넣었다.
"감독님은요?"
"정리만 조금 하고 바로 갈겁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아, 그러세요......?"
라며 뭔가 방금 전까지 이야기했던 톤과는 달리 말 끝을 흐렸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뭔가 흠, 고마워서 쌩-하니 가버리지 못하는 건가? 남은 할 말이 있나? 신경이 쓰였는데
사실 소변도 마려운데 대화에 꼬리에 꼬리를 물까봐 애써 얼굴을 돌리며 무대 상수에 위치한 간이 조명패널로 가 켜져있던 조명의 업다운 릴스위치에 손을 올리고 여전히 무대 중앙에서 쭈볏거리는 듯한 그녀에게 말하였다.
"자, 주말 잘 보내시고 가끔 오고가며 인사합시다."
"네! 감독님 오늘 너무 고마웠습니다."
"네, 그래요."
이렇게 환히 웃으며 서로에게 인사를 고했고 그녀는 상수 쪽 출입구로 총총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무대 밖 복도로 나아가는 지현의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조명스위치를 내렸고 평소 루틴대로 몇 군데 의미없는 문단속을 하고서는 다시 감독실로 올라와 내려와있던 걸이봉을 올리고 전체절전을 하고선 약 10분 후 감독실에서 나왔다.
암전 상태의 무대의 출입문을 잠구고 화장실에 들러 소변까지 보고서는 밖으로 나가는 두 개의 문을 열고 나섰다.
아직은 초여름 정오의 태양이 내리고 미풍이 살랑이고 있는데 문득 옆을 보니 왠걸? 지현이 아직 가지않고 문 옆 가장자리에 서있는 것이었다.
어떤 누군가와 이 문 옆을 약속장소로 정한 게 아니라면, 거의 10여분간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보였다.
내 입장에선 일찍이 간 줄로 알았던 지현이 초여름 볕 아래 서있는 모습을 보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
"안 가고 뭐해요?"
나의 이런 태도에 그녀 역시 흠칫 놀라는 것 같았으나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그녀는 유래없이 수줍은 목소리로 살짝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한 채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감독님, 다름이 아니라 조금 마음이 편치 않아서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너무 감사해서 한 끼 사드리고 싶어서......시간도 점심시간이고......놀라셨다면 죄송해요."
문장 하나하나를 들을 때 마다 내 마음이 실시간으로 진정되는게 느껴졌다.
마지막 문장을 들었을 때는 뭔가 안도의 한숨이 퓌-하고 나오며 헛웃음이 나왔다.
"아...놀란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존야를 켰던 나는 한참 할 말을 찾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어, 놀라긴 했네요."
"스케쥴 있으시면 어쩔 수 없지만요......"
이전에 몇몇 친한 사람들끼리는 남녀 가리지않고 식사를 했었지만 친하디 친한 케이스였기에,
아무리 휴관일이고 근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고 이런 신입 피아니스트와 근처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누군가 목격하게 된다면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될 수 있기에 적잖이 부담이 되었다.
물론 뭐 나까짓 놈이 5살 연하의 여자로써 한창인 나이의 귀여운 친구와 식사를 한다는 건 매우 큰 영광?일테고 평소라면 절대 놓치지 않을 기회일테지만,
특히나 당시 사회적으로 김영란법이 도마에 오를 때라 직장 근처에서 애먼 사람이랑 생각없이 밥먹다가 에라이 불똥이 튀는 경우가 허다했기에 나는 최대한 웃으며 그녀가 기분 상하지 않도록 돌려보내야 했다.
"지현씨 마음씨가 이뻐서 너무 고마운데 난 괜찮아요. 내가 원해서 해드린 거니까 그런 생각 안해도되요."
"......그치만 감독님이 첫 날 말씀하실 때 은혜 갚으라고 그러셔가지구......"
지현은 몇 일 전 나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사회생활하며 누군가의 이런 순수함과 여린 마음을 받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서 자꾸 훈훈한 웃음이 나오려 했다.
"아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지현씨가 조금 더 성장해서 자리잡았을 때 갚아도 늦지않고......"
내가 말은 이렇게 하여도 이런 종류의 호의를 건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잘 알고있기에 그녀가 쓴 마음의 무게가 느껴져 참 고마웠지만 어쩔 수 없이 쓴 눈물을 삼키며 그녀가 납득할 만하게 거절하였다.
"......나야 물론 아쉽지만 더 자주 보고 친해지면 그 때 먹읍시다."
그녀도 처음엔 조금 맥이 풀리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짓긴 지었지만 이내 방긋 웃으며,
"네 그러면 꼭 다음에 사드릴게요. 저 안 잊어버릴 거에요" 라며 나름 당돌하게 말했다.
이렇게 지현은 순응해주었고, 뭐 어떻게보면 그녀 입장에선 그저 예의상 제안한 것 일 수도 있기에 내가 덥석 물어주기 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더 좋았을수도 있었다(물론 이 후로 일어날 일들을 보면 아니긴 하지만)
여튼 이렇게 해프닝은 끝나고 그녀와 찐막 인사를 나누다 보니 문득 10분 여 간 볕에 서있었을 고생이 떠올라 미안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나 역시 호의 반 인사치레 반 정도로,
"어디 가까운 데 갈 곳 있으면 태워줄까요? 원한다면요." 라며 의사를 물었다.
나는 평소에 누구든 여자라면 함부로 차에 태우지 않는 편인데 실제로 권유를 해도 친하지 않은 여성들 중 열에 여덟은 거절을 하기에 가볍게 물었는데 생각보다 지현은 머뭇거리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 너무 신세만 지는 거 같아서......"
"아, 이 정도는 괜찮아요. 어디 쪽으로 가는데요?"
행선지를 물으니 지현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서구청 쪽인데요. 감독님 방향 안 맞으면......" 라며 어물거렸다.
"아, 타요. 마침 그 쪽입니다."
말을 마치고 마지막 문단속을 하고 있는데 그녀에게서 이렇다 할 대답이 없어서 고개만 쓱 돌려 그녀를 보니 여전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그렇게까지 고민이 된다면 차라리 안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물리자는 말이 목울대를 치고 오르는데,
"아, 감독님 그러면 부탁 드릴께요." 라며 지현이 마음을 굳히며 히죽 웃었다.
"예 갑시다. 따라오세요."
나는 잘 생각했다는 듯 싱긋 웃으며 그녀를 데리고 한적한 주차장을 가로질러 나아갔고 그녀는 마치 떨어질새라 어미를 쫓는 새끼오리 처럼 쫄래쫄래 내 뒤로 바짝 붙어 걸어왔다.
주차장 한 켠의 차에 다다르고 나는 먼저 조수석 문을 열어 절반 가량 쓰다 만 주유소 증정 물티슈와 서류쪼가리, 콜라캔 등을 급히 뒷좌석으로 던지듯이 치웠다.
등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현은 쿡쿡- 하며 웃는 듯 싶었는데 나는 최대한 시치미를 떼고 태연스럽게 조수석을 권했다.
다행히 차내 향기는 평소 방향제에 관해서 거의 과민할 정도에 집착를 하기에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향이 맴돌고 있었기에 쿱쿱한 남자냄새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남자 차는 원래 이래요. 타요."
지현은 웃음을 참는 듯이 한 손에 들고있던 핸드폰으로 살짝 입을 가린 채 조수석에 올라탔다.
문까지 닫아주고 빙 돌아 운전석에 올라 탄 나는 주행기어를 넣고 아트홀 구내를 천천히 빠져나갔고 이내 큰 도로로 접어들었다.
넓은 4차선 도로였기에 진입 타이밍을 노리던 나는 문득 외간 남자의 차에 탄 지현의 태도가 궁금해 사이드를 보는 척 슬쩍 그녀를 보았는데 양 손으로 휴대폰을 꽉 쥐고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꼿꼿히 앉아 정면만 쳐다보고 있길래 껄껄- 웃으며
"편하게 있어요, 누가 보면 잡아가는 줄 알겠네." 라니까 그제서야
"아, 남자 차에 타는 건 거의 처음이라....." 며 애꿏은 머릿결을 정리하며 괜스레 한 쪽 손으로 반대쪽 어깨를 쓸어내렸다.
뭔가 긴장된 표정의 지현을 보니 요즘엔 다 컸다고 생각하는 25살도 실제로 겪어보면 애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되려 귀여운 느낌을 받으며 차는 천천히 서구청 쪽으로 나아갔다.
뭐 차내에선 으레 그렇듯 무겁고도 머쓱한 침묵이 느그들 빨리 대화 안하냐며 두 명의 멱살을 쥐고 흔들고 있었는데 마침 두 번째 신호대기를 하려고 멈춰서자 잠시 후 지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괜찮다면 나이 좀 물어봐도 되요?"
"나이? 아마 지현씨보다 5살 더 많을 건데요." 라고 말하자 지현은,
"아.....그렇구나, 어? 생각보다......" 라며 뒷꼬리를 길게 늘어트렸다.
말을 맺을 때 까지 조금 기다렸지만 나머지 말이 나오지 않길래
"생각보다?" 라며 되묻자
"생각보다 그렇게 차이가 안나서요." 라며 조금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분위기도 조금 말랑말랑하게 풀어보고픈 요량으로
"늙어보인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건가요?" 라고 살짝 미소 띈 얼굴로 말하자 지현 역시 난처함을 기분좋은 웃음으로 메우며 격하게 손사레를 쳤다.
"아~ 아니에요! 그게 뭔가 감독님이시라 나이가 더 많으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나는 그녀의 그런 말에 한참동안이나 적당한 대답거리를 찾다가 신호등 불이 주행신고로 바뀌었다.
"운이 좋아서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사회생활했거든요."
"음......"
그녀는 긴 장음으로써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녀의 그런 담백한 대답이 내게로 하여금 자리가 더 편하게 느끼게끔 해주었다.
"뭐 허울만 감독이지, 특별한 것도 없어요. 해봤자 무대 세팅해주는 사람에 불과한데 뭐."
내가 조금은 자조섞인 말을 하자 지현은 우쭈쭈 해주며 고개를 흔들었다.
격에 맞지않는 상황이긴 했지만 지현의 그런 행동을 보니 마음에 한 가닥 훈풍이 부는 듯 하였다.
"에이, 아니에요. 우리 단장님만 해도 감독님 되게 많이 의지하시던데요....."
애초에 립서비스를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말을 해주니 좌우지간 기분은 좋아졌다.
그렇게 우리 둘을 태운 차는 훈훈함을 실은 채로 몇 분 가량 도로를 달렸고 어느 새 서구청을 약 300m 앞두자 이제 슬슬 훈훈하게 대화를 마칠 만한 말거리를 찾다가 문득,
"뭐,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이라며 운을 떼니 지현도 네- 라며 귀를 기울여 주는 게 느껴졌다.
"한 6년 정도 이 생활하다보니까요, 가끔씩 지현씨 같은 초년생을 보게 되면 참 마음이 좋아져요. 풋풋하기도 하고......오히려 힘을 받고는 하거든요."
그녀는 내게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예상 못했다는 듯 잠깐동안 벙쪄있다가 이내 밝게 웃으며 "아 정말요?" 라며 내 말에 감응해주었다.
그제야 나는 급작스레 떠오른 말을 너무 여과없이 뱉었나 싶기도 했었는지만 이러나저러나 마무리를 지어야했었기에
"하루이틀 본게 전부지만 지현씨는 마음씨가 참 이쁜 거 같아요. 그런 마음 변치마시고 힘내서 견디시면 더 좋은 날이 올 겁니다." 라고 점을 찍었다.
그러자 잠시 후 지현이 말하였다.
"와.....좋은 말 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살짝 소름 돋았어요......"
뭐 나의 꼰대같은 조언에 그녀가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배우 뺨치는 연기력을 펼쳤을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엔 적어도 그녀는 감명을 받은 듯한 표정과 말투였기에 나름 크게 선을 넘지않고 적당히 좋은 말을 잘 골라 전한 거 같아서 나름 다행이라 여겼다.
"친구도 이런 말 해주는 사람 없었는데.....되게 큰 힘이 될 거 같아요."
".....집에서 가끔 거울 보고 연습하거든요. 이걸 이렇게 써먹네."
지현이 감명에 젖어있다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나도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그녀와 대화를 갈무리할 즈음 차는 서구청 앞에 이르렀고,
나는 그 근처 교차로에 차를 세우고 그녀와 나름 절절한 석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감독님,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이걸 어떻게 갚아야 될 지......"
"예 뭐, 괜찮습니다. 도움이 됐다니 기분좋네요."
"그럼 이만 가볼께요."
그녀는 싱긋 웃으며 문을 열고 내렸다.
그러고선 바로 떠나지않고 창문에 노크를 하길래 아직 할 말이 끝나지 않았구나- 하며 창문을 내렸다.
그녀는 허리를 살짝 숙인 채 귀여운 미소를 띄우며 말하였다.
"아까 제가 한 말 잊지않으셨죠? 꼭 같이 밥 한 번 먹어요!"
"네네, 다음에 기회되면요." 나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언능 가세요. 가는 거 보고 갈랍니다."
"네! 다음에 뵈요."
그렇게 나는 작은 공원의 사잇길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유턴하여 왔던 길을 천천히 돌아갔다.
지현과 헤어진 후에도 미소는 내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잠시 후 바지춤으로 까톡- 소리가 들렸다. 꺼내서 확인하니,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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