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피아노만 쳐온 여자에게 첫경험 선사한 써얼(4).ssul

<평생 피아노만 쳐온 여자에게 첫경험 선사한 써얼(3).ssul - 썰 (hotssul.com)>
오랜만에 썰을 올리기 때문에 전편 링크 걸어둡니다.
그렇게 식사약속을 한 그 날 이후 뭐 으레 그렇듯 지현과 약속을 추진하는 그 어떤 대화도 없었으며 오고가며 마주친 적도 없었다.
뭐 그녀는 그녀의 시간 속에서 피아니스트로써 해야 할 일들을 하며 열심히 지냈을 것이고,
나 역시 하루 쉬면 다음 날 바로 이어지는 빽빽한 행사 강행군에 지현이라는 이름은 이른 아침 호숫가에 내려앉은 안개처럼 뿌옇게 서서히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무덥고도 바쁜 여름 한철을 보내다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 2주란 날짜가 흘렀고 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행사 하루 전, 몇몇 직원과 함께 사전에 받은 무대장비계획표를 기준으로 피아노를 무대 중앙으로 들여놓고
음향반사판을 세우고는몇 개의 단을 쌓으며 필요한 무대적 세팅으로 분주하였는데
연주회 준비때문인지 녹초가 된 표정의 단장이 찾아와 이벤트별로 세세하게 나눠어진 큐시트를 건넸다.
"감독님, 큐시트 나왔어요. 이제 확정이에요."
단장과 함께 확정된 큐가트를 보며 마지막 의견조율을 하다보니 반가운 이름 하나가 세컨피아니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2부시작ㅣ 세컨 피아니스트(류지현) 암전된 무대 조명이 밝아지면 입장 가벼운 목례 후 착석ㅣ
그간 잊고 지내던 지현의 이름이 보이자 내색은 안하였지만 마음 속에선 이유 모를 미소가 지어지는 듯 하였다.
그녀는 2부 시작부터 중반까지 약 30여분 간 피아노반주를 책임지는 듯 하였다.
나는 짐짓 아리송한 척 그녀의 이름을 검지로 가르키며 넌지시 안부를 물어보았다
"이 분이 그 때 그 새로운 피아니스트인가, 그 분 맞죠?"
"지현이요? 네, 맞아요."
"잘하고 있데요?"
그러자 단장은 스윽- 팔짱을 끼더니,
"사실 처음에는 걱정도 살짝 하였는데, 곧잘 하더라구요. 그래도 올라가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진 뭐 쏘쏘?"
그 말은 들은 나는 적당히 고개만 끄덕이며 다행이네요- 라며 말했는데 단장이 문득 생각이 난 듯이,
"아 근데 듣기로 이전에 감독님이 지현이 차까지 태워주셨다면서요?"
라며 뭔가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떠보는 듯 말했다.
난 조금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단장의 말에 적잖이 당황한 나머지 눈꺼풀까지 살짝 떨리며,
"......네?" 라며 말했다.
이에 덩달아 단장 역시 조금은 당황한 목소리로,
"아니에요? 저번에 그렇게 말하던데?" 라며 말했다.
그 때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마치 완전히 잊어버린 오래전 일을 되짚어 살펴보듯 골똘히 생각하다가,
".......아 예전에...... 그 친구가 그 친구였나보네요." 라고 말했다.
그러고선 곧바로 당시 미처 지현의 입을 단속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였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지현이 이렇게 사방팔방 소문을 내고 다닐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예측하지 못하였다.
사회생활이 처음이고 하니 주위사람들에게 알려서 좋을 것 없는 일에 대한 분간이 조금 서투른 모양이었으니.....
이마저도 뭐 미리 언질을 해두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그렇게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단장은 방금 전 그 뜻 모를 미소를 다시 짓더니,
"예전에 내가 한 번 태워주라고 할 때는 죽어도 모른체 하시더니" 라며 보란 듯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물론 장난 어린 제스쳐였지만서도 괜히 찔린 나는 해명하듯,
"그게, 뭐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사정이 그렇게......" 라고 말했지만 고단수의 단장은 매정히도 말을 끊으며
"아이고 압니다요 알아요." 라며 일축하여 해명하려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뭐 혹자들은 뭐 남녀가 차 한 번 같이 탄 거 가지고 유난들이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과 불륜의 역사는 차 안에서 시작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차라는 좁고 안락한 느낌을 주는 공간 안에서
그것도 나이대에 비슷한 한참의 남녀가 서로 몸으로 내쉬는 공기와 체취를 나누고 앉아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은 아니고,
더구나 나는 명색이 무대감독으로써 무대를 휘어잡아야 하기 때문에 평소 이런 사사로운 감정이 섞여있는 일이 생기면 좀 티나게 밀어내는 편이라 더더욱 의심 아닌 의심? 을 받는 듯 하였다.
여튼 이 여우같은 단장 상대로 어떤 변명으로도 해명이 통하지 않겠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체념하고는,
"네, 뭐...입단속을 못했네요, 다음부턴 더 주의해야겠어요." 라며 허허- 웃었다. 그러자
"관심있으시면 어려워 마시고 말씀 하세요 감독님? 오늘 지현이 드레스 입은 모습도 봤는데 아주 귀엽고 톡톡하던데~" 라며 호호- 웃었다.
단장의 그 말로 인해 내 얼굴 만연에 자조적인 미소가 번지고 허한 웃음이 계속 새어나왔다.
그녀는 "되게 오랜만에 감독님 당황하는 모습 보는 거 같네요." 라며 나를 계속 놀려댔고, 나도 이제 그만 보는 눈도 있고,
"알겠습니다, 이만 제 사랑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 이제 일얘기하실까요?" 라고 분위기를 환기시켜보았다.
내 말에 그녀는 "안그래도 그럴 참이었어요~" 라며 그녀는 뭔가 나의 모든 걸 이해하고 알고있으니 큰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시간 순식간에 레프트 어퍼 훅을 연이어 맞은 어질어질한 나는 허망한 목소리로 멍하니 읊조렸다.
"이야.....이걸 그렇게 소문내네......"
이 말은 들은 단장도 조금은 진지해진 표정과 눈빛으로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진짜 관심있어요? 감독님 그런 스타일 아니시잖아요?"
"아 그게......그냥 요 앞에 서있더라구요. 해서 그냥 안부묻다가 권했는데 타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태워줬어요. 날도 덥고해서......"
그제서야 단장도 조금 얼굴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농담이었어요~ 보기와 다르게 감독님 자상한 사람이란 거 잘 아니까, 여튼 오늘은 일단 이만하고 내일 다시 뵙기로 해요. 일도 거의 끝나셨네......"
단장은 나와의 대화로 올스탑된 무대와 멀뚱히 서있는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듯 눈인사를 건네며 지하로 향하는 무대하수 쪽으로 향하였다.
나는 그녀의 뒤에 대고 말하였다.
"지현씨한테 우리의 비밀은 남들 모르게 남겨두기로 하자고 전해주세요."
"네~"
쿡쿡- 웃으며 그녀가 사라지고 진땀 나는 이야기를 마친 나는 무대세팅을 마저 마무리하려 분주히 움직였으며 수십 대의 조명까지 자리를 잡으니 연내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의 준비를 마쳤다.
행사 당일이 되었고 대공연장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많은 관계자들로 부산스러웠다.
아침 댓바람부터 외부 음향팀이 들어와 엘리베이터로 커다란 음향콘솔 몇 대나 옮기며 온갖 케이블과 음향기기를 무대에 정신없이 늘여놓았고
합창단 사람들은 그들을 뚫고 지하에서부터 온갖 악기들과 보면대를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단장과 합창단 총감독도 무대 중앙에서 단원들은 통제하느라 바빴으며
나 역시 무대 한 켠 2층에 위치한 감독실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무대와 곳곳을 비추는 CCTV를 보며
혹시나 있을 상황에 대비해 조감독과 함께 안전관리감독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후가 한참 지나갈 즈음 무대 구석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미경 그리고 퍼스트 피아니스트와 지현이었다.
그들은 피아노만 세팅되면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떄문에 구석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리허설이 얼마 남지 않았었기에 그들은 복장까지 갖추고 있었는데 자연스레 지현에게 눈길이 향했다.
사실 무대가 워낙 넓어서 과장 조금 보태면 운동장만 하였고 그녀의 서있는 위치 또한 내가 있는 감독실과는 극과 극이었기에 그녀의 모습이 확연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현의 여리여리한 몸매에 퍽 잘 어울리는 크림색의 우아한 드레스로 어깨선을 드러내놓고
땅에 끌릴까 싶은지 밑단을 들고 있어서 단화를 신은 그녀의 하얀 다리 일부가 보였고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는 곱게곱게 말아올려 망으로 씌웠기에 그녀의 하연 목선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녀를 오래 봐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색다른 모습에 이채로운 감정이 살짝 일었으나,
뭐 여자들의 그런 차림 자체는 흔히 봐온지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그렇게 그들을 보며 딴 생각하다보니 착각인지는 몰라도 지현과 시선이 몇 차례 맞부딫치는 느낌이 들었고
그녀가 나를 보며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숙이는 것 같길래 나 역시 애매하게 고개를 까닥거렸는데
뭔가 그녀들끼리 속닥거리는 것 같았고 속으로 '뭐지?' 하고있던 차에 돌연 지현이 밑단을 잡은 채로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가며 무대를 가로질러 이 쪽으로 오는 것이었다.
내심 신경쓰지 않는 척 그녀와 일부러 눈도 마주치고 않고있었는데
어느새 감독실이 바로 올려다보이는 곳까지 다가온 그녀를 끝까지 모른 체 할 수는 없었기에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그녀를 내려다보며 인사를 건넸다.
"어, 지현씨, 간만입니다."
그러자 그녀도 조금은 쑥쓰러운 표정으로 한 손으로 살짝 가슴을 가리며 인사를 하였다.
"아, 네 감독님, 안녕하세요."
"네, 잘되가죠?"
가까이서 본 그녀는 멀리서 봤던 것보다는 몇 배는 더 아름다워 보였다.
연주회 특성상 가슴 일부가 보이거나 노출이 있는 선정적인 드레스는 아니었지만 무슨 장치를 했는지(?) 가슴 볼륨도 평소같아 보이지 않았고
새하얗고 가녀린 쇄골 쪽 피부엔 뭔가 펄(pearl)같이 반짝거리는 어떤 화장품을 발라놓은 듯 탄성이 나올만 하였고,
한 팔로 안을 수 있을만큼 날씬한 허리와 골반라인도 젊은 나이치고는 괜찮아보였다.
무엇보다 안경을 벗고 그녀의 피부톤과 잘 어울리는 화장을 하고서는 단정히 머리까지 쪽찌게 세팅을 해놓으니 그녀의 큰 눈망울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자체가 이뻐보였다.
"네 덕분에 아주 잘 되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과 미소를 살펴보니 뭔가 석연치 못한 구석이 보였다.
뭔가 숨기기에 곤란하고 마음에 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아마 몇 일 전 나와의 일을 단원들에게 말한 것 떄문이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도 그녀도 일하는 중이고 상황 자체가 그런 대화를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였기에
"예, 다행이네요. 여튼 오늘 화이팅하세요." 라며 대화를 파하는 말을 하였는데 그녀는 여전히 쭈뼛거리며,
"괜찮다면, 잠깐 올라가도 괜찮을까요? 라며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보는 눈도 적지 않았고, 특히 저 뒤에서 우리를 흥미롭게 바라보고있는 미경 쪽도 신경쓰이고
옆에 조감독까지 앉아 있어 상황이 녹록치는 않았지만, 올라오시라 말하고 나도 그녀를 맞이하러 감독실을 나섰다.
그녀가 드레스를 입은 채로 계단을 올라왔고 마주한 우리는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는데 그녀의 약간 굳어있는 표정을 보니 거의 뺴박이었다.
뭐 물론, 나를 배려하지 못한 행동이 맞긴한데 이렇게까지 미안해할 일은 아닌 듯 한데
아마 그녀도 경중을 따지기 보다는 어떤 일이건 자신의 그런 신중치 못한 그런 태도에 관해 사과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리라- 짐작하였다.
"아 저, 감독님...... 다름이 아니고요......그 얼마전에......"
그녀가 어떤 말을 할 지 뻔히 예상이 되었기에 되려 먼저 선수를 쳤다.
"그 입단속 못한 거 때문에 그러시죠?"
그러자 아랫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정중하게 사과를 하였다.
"네, 조금 곤란하셨죠...죄송해요."
나도 솔직히 이때까지 말은 쿨하게 하였지만 화를 내기에는 애매한데 살짝 불편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모습과 더불어 이렇게 이쁘게 하고 앞에 서있으니 조금이라도 불편했던 마음 전부가 가을 볕에 서리가 녹듯 사르르- 없어지는 거 같았다.
역시 남자는 외모에 약하다는 걸 또다시 실감하는 자리였다. 여튼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지현에게 웃으며 말했다.
"내게 빚이 하나 더 늘었네요. 이제 두 개 갚아야되요, 아셨죠?"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표정은 아무 일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이었다.
그녀도 가벼워보이는 내 표정에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지 일순 표정이 밝아졌고 입가에 미소도 지어졌다.
"어떻게요, 자꾸 빚만 늘어서......"
난처한 미소의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다들 이렇게 빚쟁이 되시는 거죠 뭐......"
그러자 그녀가 한 쪽 손으로 다른 한 쪽 팔꿈치를 잡으며 쿡쿡- 웃었다.
의도한 것이라고 양심상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드레스 위로 불거진 그녀의 바스트 볼륨감이 불쑥 오르고 쇄골이 울거지고 가녀린 어깨선이 각을 지고 떨어지는 게 섹시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녀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말하고 나서 아차 싶었어요. 그냥 자랑하고 싶었는데.....다른 분들 반응도 좀 심상치가 않아서......"
"아, 예, 그건 아마 제가 평소 그런 이미지가 아니라서 그럴 거에요."
"어, 맞아요 네, 막 감독님이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랬다며 막......"
난 돌연 아양을 부리는 듯한 지현의 어투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네 그런 사람은 아닌데, 그런 사람일 때도 있으니까 별 신경 쓰지마세요."
지현도 그제서야 마음이 확실히 풀렸는지 표정이 훨씬 보기 좋아보였다.
"......근데, 어디까지 말한 거에요?"
여튼 사과는 사과고 내 입장에서는 그녀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는지 알아야만 다음에 또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하게되는 상황을 면할 수 있기에 언제가 되었던 한번은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었다.
지현은 살짝은 억울하다는 듯이 눈썹을 꿈틀대며 말을 하였다.
"아 그냥, 저 감독님 차 타봤다는 얘기만 했어요. 저보고 출퇴근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셔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감독님 차도 한번 타봤다고 말하니까 되게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래서 되게 당황하기도 했어서 이렇다 할 말까지는 안했거든요 진짜."
"음 그랬구나. 알겠습니다. 뭐 그래도 막 일부러 얘기를 꺼내거나 하지는 않았네요."
"네, 저도 그렇게 까지는......여튼 다음부터 조심할께요."
그녀는 다시 한번 이쁘게 쪽진 머리를 살짝 숙였다.
"아휴 뭐, 조심은요. 괜찮으니까 하던대로 해요."
다음부터 더 조심하겠다는 그녀의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여튼 그렇게 마무리가 되고 살짝 어색해지며 의미없는 대화가 오고가던 차에 감독실에 있던 무전기에 반가운 무전이 왔다.
고오-감도 고-오급 마이크가 달린 조명걸이봉 하나를 조금만 내려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녀도 곁에서 같은 무전을 듣고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돌아가려 하였다.
"네 감독님, 그럼 오늘 잘 부탁드려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여전히 드레스 폭을 부여잡은 채 높은 계단을 아슬아슬 내려갔다.
돌아가는 지현에게 오늘 떨지 말고 화이팅하라는 안부의 말을 전하며 내려가는 모습을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다 다시 감독실로 들어갔다.
음향감독의 요청에 따라 고오-감도 고-오급 마이크가 달린 걸이봉을 조금 내리자, 옆에서 잠자코 있던 조감독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감독님 그새 꼬신거에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절로 기가 차 허탈한 웃음이 비져나왔다.
녀석의 얼굴을 보니 농담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기에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뭘 꼬셔 임마."
"잘 듣지는 못했지만 되게 알콩달콩 하던데요?"
"잘 못 들었다면서 알콩달콩한 건 어찌 아냐?"
조감독은 마치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도 말라는 듯한 내 말투에 살짝 수그러들고는,
"......아니에요?" 라며 말했다.
"맞겠냐? 조용히 하고 사무실에서 먹을거나 가져와."
조감독은 일어나면서도 뭔가 이상한데- 하고 혼잣말을 하며 감독실을 나섰다.
그렇지만 나 역시 참 일하면서 별 일도 다 있다라는 생각에 헛헛한 웃음도 나오고 그녀와 자꾸 엮이는 게 흔하지도 않은지라 묘한 생각도 들던 중 약속했던 리허설 시간이 되었다.
나는 조감독을 합창단 총감독 쪽으로 내려보냈고 그 쪽 팀과 긴밀히 공조하며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여러 팀과 사람들이 음향과 무대조명, 안전까지 다각도로 살피며 본인의 자리에서 해야할 몫들을 해내며 진행되기를 거진 2시간,
1부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나는 조감독에게 세컨피아니스트를 모셔오라고 전달하였다.
그리고선 몇 분후 무대 하수쪽 모니터에 지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가 워낙 고화질인데다가 줌인아웃도 자유자재라 대기하고 있는 지현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역시나 리허설임에도 처음이라 그런지 몇 분간을 차렷자세로 움직이지도 않고 서있는 것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해서 감독실에 설치된 무대전달용 마이크로,
"누가 이 분 긴장 좀 풀어주시겠어요." 라며 말하자,
지현은 갑자기 사방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더니 이내 내 목소리라는 걸 깨닫고 내용 자체도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살짝 미소를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자 무대 한 켠에서 진행 중이던 조감독이 가 몇 마디 건네자 꺄르르- 웃는 모습도 보였다.
그 후 나는 조감독에게
"세컨 피아니스트 마스킹 위치 고지시키고 조명 쨍하면 들여보내세요." 라는 무전을 전달하고는 무대 관계자들에게 잠시 무대가 암전될 거라는 것을 고지하고는 암전을 시켰다.
그리고선 천천히 조명을 올렸고 멕시멈에 달했을 때 10초가 지나자 지현이 문을 통해 천천히 무대로 걸어나왔다.
막상 무대로 나서자 지현의 표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풀려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리허설임에도 지켜보는 스태프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였고 우아하게 걸어가 피아노 의자에 착석하였다.
그 모습을 보던 내가 무대전달용 마이크로 천천히 말하였다.
"자, 좋습니다. 일단 본공연 때는 지금과는 달리 단원들 먼저 들어와서 준비하고 있을 거에요. 준비가 끝나면 그 때 지현씨 들어오시고 인사하시고 자리에 앉아 준비하시면 되요. 지금은 과정의 번거로움이 있어 이렇게 진행합니다. 간단하게 연주해보시고 불편한 거 있으면 조감독에게 말하세요."
그렇게 지현의 테스트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연주 도중 필요한 사항들과 궁금한 점들을 조감독에게 수시로 문의하여 해결하였으며 별 무리없이 리허설을 끝마칠 수 있었다.
퇴장할 때도 실제 공연처럼 단정하고 차분히 인사를 하고 퇴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새 하수엔 그녀의 첫 리허설을 축하하러 온 많은 단원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현 역시 축하해주는 사람들 무리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거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였는데 그 떄 나도 괜스레 마이크로 잘했다며 칭찬을 해주고싶기도 했었지만 괜한 짓인가 싶어서 관두자 했던 기억이 난다.
여튼 그렇게 리허설까지 별 무리없이 마무리되었고, 각자 자유시간과 식사시간을 가진 후 시간을 보내다보니 본 공연의 막이 올랐다.
모든 스태프들이 자기 자리에서 대기 중인 상태로 무대출입인원 제한하고,
무대 한 켠에서 대기 중이던 단장이 준비된 무대로 나가 많은 사람들로 들어찬 객석(진짜 이떄까 그립다...언제 코로나 끝나노...)을 향해 인사를 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공연은 물 흐르듯 별 문제 없이 잘 흘러갔다.
살짝 조명이슈가 있기도 하였지만 잘 해결 하였고, 시간은 흘러 어느 새 1부가 마무리될 지점에 달하였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조감독에게 세컨 피아니스트 스탠바이 시키라고 무전하였고, 몇 분 후 지현의 모습이 하수 쪽에서 보였다.
그 때 1부의 마지막 곡이 끝나고 단원들이 악기와 악보를 놓고 무대에서 빠져나와 하수에서 모두 대기하였다.
그 후 칠흑같은 암전이 이뤄졌으며 다소간의 시간이 흐른 후 조감독에게 전과 같이 무대가 밝아지면 10초 세고 단원들 먼저 입장시키고 세컨 피아니스트는 대기하라고 지시하였다.
솔직히 나도 이제는 감독 6년차라 타성에 젖어 출연자들의 떨림 같은 거에는 잘 공감을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지현의 첫 무대만큼은 왜인지 모르게 별 탈없이 순조로이 이뤄지기를 바랬다.
아마 돌이켜보건데 지현이라는 사람을 보고 느껴온 몇 일 안되는 나날에서도 그녀가 가진 어떤 열정이나 순수함이나 특유의 총기있는 모습에 반해 나도 모르게 그녀의 감정과 동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하나 더 지현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대 전체 상황을 녹화하는 카메라를 이용해 그녀의 입장부터 퇴장까지 단독샷으로 영상을 찍어주려 하였다( 종종 처음 공연을 하게 된 단원이 있음을 사전에 알게되면 종종 찍어주곤 했었음. 환심 살 목적은 아님)
해서 그녀의 동선을 감안해 카메라 프레임을 옮겨놓고, 천천히 멕시멈으로 조명을 올렸다.
잠시후 천천히 단원들이 입장하여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고 공연을 재개할 준비가 끝난 것처럼 보이자 대기하고 있던 지현 역시 입장시켰다.
무서우리만큼 정숙한 분위기와 수백명의 시선이 쏠려있는 무대 위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지현이 천천히 걸어나가 관객께 우아한 인사를 건넸다.
관객들은 숨죽이며 이들을 지켜보았고, 찬연한 조명 역시 이들을 위한 그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녹화모니터에 담기고 있는 지현의 모습도 실시간 체크하였는데 훨씬 표정도 좋고 움직임도 부드러워 보였다.
그 후 지휘자가 무대 하수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나는 사전에 합을 맞춘 지휘자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지휘자도 곧바로 무대로 입장하였고 그는 오늘 처음 공연을 갖게된 지현을 수백 명의 관객들에게 소개시시키며 박수를 유도하였다.
지현은 1~3층에서 쏟아지는 수백명 시민들의 수많은 박수를 받으며 다시 한번 인사를 하였고 그렇게 첫 공연이 시작되었다.
1부와 마찬가지로 2부 역시 조금의 문제도 없이 깔끔하게 진행되었다.
피아노 듣는 귀는 전혀 없었기에 박자나 이런 거는 잘 모르겠지만 듣기로 지현의 연주 역시 깔끔해 보였다.
표정도 훨씬 좋고 아름다워보여서 영상으로 담는 맛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지현의 파트가 별 탈 없이 마무리되고 그녀가 퇴장하자 나는 녹화를 끊고 영상을 인코딩하여 USB에 옮겨두었다.
그 후 퍼스트 피아니스트가 나와 공연이 막을 내릴 때까지 반주를 책임졌다.
그렇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성공리에 공연의 막을 내렸다.
고생한 아트홀 스태프들은 자축을 하였고 단원들도 무사히 끝났음에 서로 축하와 격려를 하였다.
객석에 남아있던 단원들의 가족도 무대로 올라와 꽃다발 전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고,
나 역시 감독실에서 내려와 현장스태프들과 고생했다며 격려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 지현의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단원들 몇몇이 그녀를 둘러싸고 첫 공연을 축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현에게만 커다란 꽃다발이 대여섯개는 안겨있어 그녀의 얼굴은 거의 파묻힌 듯 보이지도 않았지만 좋아하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모두가 축하하고 즐겁게 떠나가도 우리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였기에
잠시 후 단원들의 가족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단원들 역시 퇴근 준비하려 지하로 내려가자
직급 상관없이 사무실 직원들도 모두 모여 수십 개의 음향케이블를 갈무리하고 마이크를 재정비하며 음향반사판 접는 등 무대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30여 분 쯤 정리를 하고 있으니 단장부터 지휘자가 차례차례 무대로 올라와 감사하다며- 감독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퇴근하였고
그러다보니 정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무실 직원들도 하나둘씩 퇴근하였고 나와 조감독 몇 몇 감독만 남아 심야에 이르도록 끝마무리를 짓고 있는데
미경씨와 지현을 포함한 사무실 직원 몇몇이 퇴근 복장으로 박카스 박스를 든채 무대로 올라왔다.
미경과 직원들은 가져온 박카스를 나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아고 감독님, 빨리 퇴근하셔야 될 건데. 제일 고생하시는데 제일 늦게 가시니......" 라며 말했다.
"하, 우리 미경씨가 또 서운하게 일 더 빡세게 하라고 박카스를 가져다주시네."
나는 반가움에 농담을 던지며 미경이 건넨 박카스를 받아들었다.
여름 밤 구슬땀을 흘리는 직원들에게도 잠시 쉬자니까 하나같이 우르르- 담배를 피러 나갔고,
나 홀로 남아 그들과 이런저런 뻔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다 문득 미경과 나의 대화를 뒤에서 묵묵히 들으며 리액션을 담당하고 있던 지현이 눈에 들어오자 USB가 생각났고 그녀에게 선물이 있다며 감독실로 가 USB를 들고 나왔다.
미경도 갑자기 왠 선물이라며 궁금해했고 지현 역시 뜬금없는 차에 내가 USB를 건네자 눈이 똥그래져 생경한 표정으로 갸우뚱하고 있었다.
그 때, 같이 올라왔던 퍼스트 피아니스트가 USB임을 알아보고는 아! 하며 탄성을 내뱉더니 대단한 정답을 맞춘 거 마냥 박수를 치며 입을 열었다.
"감독님, 이거 영상 담겨있는 거죠 지현씨?"
"오 정답! OO씨도 첫 공연 마치고 제가 드렸었죠?" 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경도 그제서야 무엇인지 알아차린 듯 야~ 역시 감독님 자상하셔- 라며 감탄하였고 여전히 지현은 당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설명이 필요한 그녀에게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거...... 대단한 건 아니고 지현씨 오늘 모습 카메라로 녹화해둔 그, 영상이에요. 집에가서 한번 봐봐요. 아마 나중에 추억이 될겁니다."
그러자 얼떨떨했던 지현의 얼굴에 차츰 복에 겨운? 미소가 번지더니 손에 있는 작은 네모 플라스틱를 괜스레 이리저리 만지며 벅찬 눈길로 바라보았다.
착각이었지만 뭔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기도 해서 조금 당황했는데, 지현의 표현방식일 뿐이었고 여튼 감동받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와, 정말 감독님.....이런 거 진짜 조금도 생각못했는데 이렇게 챙겨주시다니......"라며 고마워하길래 내 마음 역시 훈훈해졌다.
"그 때 나도 감동 많이 받았는데, 그거 저 아직도 가끔 돌려보는 거 아세요?" 라며 퍼스트 피아니스트가 곁들었다.
"그래서 좋은거죠. 영상으로 남으면 항상 볼 수 있으니까."
여전히 지현은 손 안의 플라스틱을 마치 처음 보는 진귀한 물건을 구경하듯이 이리저리 만지다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드릴 말이 없네요..." 라며 두 눈 가득 고마운 눈길을 내게 보냈다.
그러다보니 살짝 부끄러워진 나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손사레를 쳤다.
"제가 으레 하던 버릇입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경험일테니까 남겨두는 거죠.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하니......잘 찍는다고 찍긴 했는데 잘 나왔을 지는 모르겠네요."
"아,아니에요! 집에 가서 바로 봐볼께요,너무 감사해요......"
옆에서 조용히 엄마미소를 지은 채 듣고있던 미경도 지현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그 때 마침 담배를 피러갔던 직원들이 돌아왔다.
그 짧은 시간에 재충전이 되었는지 그들의 표정이 보다 개운해져있었다.
나 역시 이들과 대화하며 쉰 덕분에 힘이 생겼으니 이만 일을 마무리하고자 아직 감동에 빠져있는 지현과 더불어 이들을 돌려보내려 하였다.
"자 이제 우리도 퇴근해야되니까 지현씨도 집에 가서 감동 찾으시고, 다들 고생하셨는데 언능 들어가보십시요." 라고 말하자
미경이 먼저 앞서 걸으며
"네, 아무튼 고생 조금만 하시고 빨리 들어가셨으면 좋겠네요. 모두 힘내세요." 라고 말하고는 무대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나머지 인원들도 어미오리를 쫓아가듯 인사를 건네며 바삐 퇴근을 서둘렀다.
지현 역시 인사를 나누다 홀로 내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감사하다 말하며,
"혹시 좀 있다 영상보고 카톡해도 되요?" 라길래,
나는 흔쾌히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였다.
그러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그녀들 마저 보내고 남은 몇몇이 힘을 모아 3단으로 쌓아올린 단을 해체하여 한쪽 구석에 세워둠으로써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 때 시간이 거의 새벽 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렇게 문단속 까지 철저히 마무리하고 직원들을 보내고 조감독까지 데려다 주고선 맥주 몇 캔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심야작업을 한 날에는 오후 늦게 출근을 해도 되었기에 늦은 시간이지만 샤워 후 부담없이 혼술을 즐기고 있는데 새벽의 정적을 깨우는 까똑-소리가 들려와 확인해보니 지현이었다.
평소 새벽에 카톡 오는 걸 반가워 하지는 않지만 지현만큼은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 감독님 저 지현이에요! 혹시 퇴근하셨나요?]
[ 네, 이제 막 집에 도착했어요.]
[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닐까 했었는데.....다행이네요ㅎㅎ ]
[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맥주 한 잔 하고 있어요.]
[ 아 그러시구나...아 저 영상 봤어요...!! 드레스 입고 있는 제 모습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잘나왔어요ㅎㅎ 잘 찍어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 ㅋㅋ그랬나요? 다행이네요.]
그러다 잠시 후,
[ 감독님이 보시기엔 어떠셨어요!!?? ]
이렇게 카톡이 왔는데 솔직히 난 그 말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였다. 영상 자체가 어땠는지 묻는 것인지, 영상 속 자신에 대해 묻는 것인지 아리송하였기에 되물었다.
[ 음...뭐가요?]
그러자 잠시 후 호다닥-
[ 아...아니에요ㅋㅋㅋㅋ]
라며 답장이 왔다. 그러다 잠시 딱히 할 말이 없어 텀을 두고 있다가
다시 한번 까똑- 소리가 울렸고,
[ 감독님, 우리 밥 먹기로 한 거 잊지 않으셨죠!? ] 라는 내용을 보내왔다.
그 때 속으로 밥에 굉장히 집착을 하는 성격이시네- 하다가도 고단한 와중 센치한 새벽에 맥주 몇 캔으로 나른한 느낌까지 더해지니 카톡으로 쫑알쫑알 떠드는 지현이 귀여워보였다.
[ 이제 약속은 그만하고 실천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라며 답장을 보냈더니 잠시 후,
[ 앗! 그렇담 이번 주말은 어떠세요? 저는 토일 다 상관없는데...ㅎㅎ ]
라길래,
[ 저도 괜찮아요. 근데 혹시 지역과 장소는 제가 적당한 곳으로 잡아도 될까요? 이 근처에서 먹는 건 좀 꺼려져서.....지현씨 친구 데리고 와도 되요.]
라고 말했다.
다른 의미는 없었는데 아무래도 차가 없는 지현의 행동반경이 그리 넓을 것 같지는 않았고
그렇다면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하게될텐데 전 편에서도 언급하였듯 당시 사회분위기가 김영란법으로 뜨거웠기 때문에,
나 역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어서 근처보다는 교외 한적한 곳으로 나가고 싶었다.
뭐 교외라고 해봤자 서울권 기준, 구리 고양 하남 이 정도에 그쳤기에 아주 먼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불안해할까 싶어 그녀의 친구를 데려와도 좋다는 말로 구슬렸는데 다행히 그녀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 아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좋죠!! 그리고 저 딱히 친구도 없어서 그냥 혼자 갈래요ㅎㅎ]
라고 말하였고 나 역시,
[ 네 그렇다면, 제가 차가 있으니 교외로 잡을께요, 그래도 밥은 지현씨가 사는거에요ㅎㅎ ]
라고 엄밀히 짚을 건 짚고 넘어갔다. 솔직히 내 여자친구도 아닌데 교외까지 차를 끌고 나가야되는 내 입장도 그렇고,
옛날에야 사회통념상 그래도 남자가 사야지- 하는 것이 국룰이지 하는 시대가 있었는데
이것도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되었고 물론 표면상으로 보이는 직급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지만......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였다.
그녀 역시,
[ 무조건 제가 살꺼에요! ]
라며 의지를 다잡았다.
그녀도 내게 받은 것이 있기에 서로가 윈윈이라고 생각하였다.
여튼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날짜를 잡았고, 세세한 건 날이 밝으면 다시 대화하자고 하고선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 정도면 된 거같으니.....이제 조금 피곤해서 쉬어야겠어요. 지현씨도 고생했는데 이만 쉬어요ㅎㅎ]
[ 네 감독님도 좋은 밤 되세요! ]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하루가 생각보다 행복하게 저물었다.
아고 오랜만입니다.
처음엔 썰 풀고 재미도 있고 하다가
공무원썰은 거진 10년 전 일이라 그냥 고전동화? 들려주듯 편하게 썼었는데,
쓰고있던 피아니스트썰은 불과 2년 정도밖에 안된 일이고 심지어 그 친구를 밖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하는지라,
불현듯 그런 친구와의 썰을 소재로 야설을 쓴다는 것이 어느 순간 다소간의 죄책감으로 찾아와 글을 중단했었는데
엊그제 술 한잔하고 간만에 어떤 재밌는 썰이 올라왔나 들어와보니 제 썰을 기다리시는 분이 아직도 있더라구요. 5~6개월은 족히 지난 거 같은데...
그래서 마무리를 지어 볼 요량입니다. 주기가 너무 뜸했는데 바로바로 써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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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썰의 시리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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