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워 -프롤로그
아이들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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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프롤로그-귀환[歸還]
"여깁니다 여기!"
멀리서 손을 흔드는 모습에 지훈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귀국하자마자 자신을 맞이하는건 아버지의 부하직원들이었다.다른 귀국객들은 연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보자마자 안겨왔지만,자신을 기다리는건 중년의 남자 둘이라는게 더욱 한숨을 쉬게 만들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아....뭐...오랜만이네요 아저씨."
지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버지의 오른팔과도 같은 김부장이 지훈이 밀고 있던 케리어를 빼앗듯이 잡아채고는 안내하듯 앞장섰다.
"공부는 잘 마치고 오셨나요?미국에서 여기까지...오느라 참 힘들었을텐데."
"아..네....그저그래요.."
지훈은 대답하는둥 마는둥 하고는 김부장을 따라갔다.예상대로 공항의 출구쪽에는 검정색 세단이 자리하고 있었다.다른 직원의안내에따라 지훈은 뒷자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고온탓에 허리가 다시금 비명을 질러댔다.
'오랜만에 온 한국이지만...왠지 하나도 반갑지가 않구나..'
썬팅을 짙게 한 창문으로 비치는 자신의 얼굴이 왠지 한심하게 느껴졌다.
"회장님이 너무 뵙고 싶어 하십니다."
김부장은 거구의 덩치와는 안어울리게 룸미러를 통해 지훈을 보며 씩 웃었다. 어색한 웃음을 같이 지어보이는 지훈이었지만,전혀 웃고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지난 4년간의 미국생활....
지훈에게 있어서는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지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갔다.
군대문제 역시 전혀 게의치 않았다.지훈의 아버지에겐 그만한 힘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훈은 아버지의 뜻에따라 경영대학에 입학했다. 썩 내키지 않은 진로였지만,지훈에게는 아버지를 거스를 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는 어딘가에 끌려가듯 그냥저냥 학교에 나갔다. 자신이 좋아했던 락밴드쪽의 써클활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고등학교때부터 보컬로써 꽤나 명성이 높았던 지훈이었지만,학교수업을 따라가는것만으로도 벅찼다. 아버지의 정보력은 지훈의 성적표마저도 훤히 들어다 볼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입성후 2년후부터 지훈은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다.의사소통이 자유로워지자,많은친구들이 생겼다. 물론 공부과는 담쌓은지 오래된 아이들뿐이었고,지훈은 엄청난 용돈과 유학자금을 이용해서 밴드를 결성했다.자연 학교에는 소흘해 지기 시작했고 그는 음악에만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락밴드를 하는 다소 불량한 친구들과의 시간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버지의 강압어린 전화가 왔을때만 움찔할뿐, 지훈은 더더욱 학교가 싫어져서 아예 나가질 않았다. 자연 불량스런 여자아이들과도 어울려 지내게 되었다. 그는 키가 큰데다 얼굴도 매력적인 호남형이었다.게다가,아버지의 강압으로 학창시절부터 의무적으로 운동을 했기에, 체구도 미국의 아이들과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지훈의 유학생활은 두가지로 나뉘어져 버렸다.음악...그리고 여자아이들과의 놀이.
연습실 뒤편에 있는 그의 원룸에서 매일 여자를 바꿔가며 뒹굴기 일쑤였다. 미국아이들,한국유학생을 가리지 않았다.
얼굴 반반하고 약간은 논다 싶은 여자애들은 어김없이 지훈의 타겟이 되었다. 그는 점점 삐뚤어졌고, 매달리는 여자는 더욱 많아졌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지겹게 느껴졌다. 원하는것을 모두 해버리고 나자,아버지에게 혼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그렇게 하루 24시간이 24일처럼 길게 느껴질 때쯤 그녀를 만났다...
'윤지...'
지훈은 품안에서 그녀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워낙 여러번 분노로 움켜쥐었던 탓에 윤지의 사진은 꾸깃꾸깃해져서 허름할 정도였다.
사진속의 윤지는 여전히 예쁜 모습이었다. 밝게 웃고있는 윤지의 모습을 보자 가슴한켠이 아려왔다.
'반드시...복수해 보이겠어.'
사실 지훈이 귀국을 결심한 이유가 바로 그녀...박윤지때문이었다.
윤지를 처음봤을때부터,지훈의 지루했던 유학생활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윤지는 매일 연습실에 놀러오는 지훈의 추종자들중 한명의 친구였다.
"난 박윤지야..영어 이름은 릴리고.편할대로 불러."
"난...유지훈..."
약간 쑥쓰러운 지훈에 비해 윤지는 너무 당당했다. 지훈은 그녀를 위해 다시한번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노래했다.
같이 데이트기회도 많이 만들었지만 당당한 윤지와 같이 자는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같이 놀던 여자애들은 더이상 쳐다보지도 않았다.원망섞인 비난들이 들려왔고,연습실에 오는 여자아이들의 발길도 끊어졌지만 전혀 게의치 않았다. 릴리...아니 윤지 하나면 다른아이들은 필요 없었다.
"원한다면...가져도 좋아."
어느날 갑자기 윤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지훈은 아직도 그녀의 옷을 처음으로 벗길때의 짜릿함을 잊지못했다.
이쁜얼굴밑에 드러난 그녀의 몸매역시 너무 환상적이었다. 마치 마약에 빠져든것처럼 지훈은 시간이 날때마다 그녀를 탐했다. 그때부턴 음악마져 뒷전이었다. 하루종일 윤지의 몸만 떠올렸고,만나면 무조건 침대로 돌격했다.
윤지가 절정에 달해서 만족한 신음을 뿌릴때마다 지훈은 더 큰 쾌감을 느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지훈에게는 그 행복이 오래가지 못했다.
"미안해.이제 싫증이 난거 같아."
그녀의 말은 지훈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윤지는 미국최고의 제약회사의 아들과 약혼해 버린것이다.
'처음부터....목적은 그거였어...'
윤지가 원한건 부유한 집안의 자제였다는 사실을 지훈이 깨닫게 되기까지는 몇 달이나 걸렸다. 애증은 충격으로 바뀌었고, 슬픔은 복수심으로 불타올랐다.
'두고보자...꼭 더 잘되어 보이겠어...그래서 니 앞에 나타나 보이겠어...'
회상에 빠졌던 지훈은 윤지의 사진을 이번에도 찢지 못한채 다시 주머니속으로 갈무리 했다.
"이제 거의다 왔습니다. 배는 안고프세요?"
"아...괜찮아요...비행기에서도 먹었고..."
"그래도.회장님은 간만에 같이 저녁 먹는다고 얼마나 좋아하셨는데요."
사람좋게 웃고 있는 김부장의 미소도 지훈에게는 전혀 고맙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강압이 아닌, 지훈이 스스로 귀국한것은 오로지 윤지와 약혼한 그 자식보다 성공하고싶은 마음 그것뿐이었다.
지훈을 태운차는 천천히 오랜만에 보는 집으로 빨려들어갔다.
"아이구...우리 지훈이 왔네."
어려서부터 지훈을 돌봐줬던 유모인 미선이 두팔을 벌려 지훈을 끌어안았다. 어머니 없이 자란 지훈에게 미선은 엄마와도 같은존재였다. 고아인 미선이었지만, 10살이 채 안되었을때부터 지훈을 업고 키웠던.. 엄마이자 친누나인
사람이었다.
"잘있었어 누나? 와아..더 이뻐졌네?"
미선을 보고서야 비로소 지훈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미선은 아버지의 부하직원 딸이었다.그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부터 지훈의 유모가 되어 지금까지의 인생을 지훈과 함께보내온 여자였다.
"이게 누나 놀리고 있어."
미선은 싱긋 웃으며 지훈의 볼을 꼬집었다. 하지만 지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집안일에 늘상 매달려 있었지만, 미선은 어디내놔도 아깝지 않은 얼굴의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오는거냐."
미선과 포옹하며 재회를 나누던 지훈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아...아버지..."
무뚝뚝한 얼굴표정.허나 장대한 체구의 중년남자.
호텔업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졸부가 되어버린 지훈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존재.
바로 유한백 회장이었다.
"어서 들어와라.밥부터 먹자."

비아그라 직구
수코양이낼름
국화
가을향기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