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누나....3
잠시 후,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누나가 욕실 문을 살며시 열고 나왔다.
방 안의 미지근한 공기 속으로 훅 끼쳐오는 비누 냄새에 내 가슴은 다시 한번 천둥치듯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뜬금없이 머릿속에 친구 놈의 얼굴이 팍 떠올랐다.
매일 같이 붙어 다니며 실없는 장난을 치던 녀석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자, 묘한 죄책감이 엄습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친구 누나를 앞에 두고…….’마치 친구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것만 같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시에 이런 밑바닥까지 흘러 들어와 낯선 남자 앞에 서야 하는 누나의 처지가 안쓰럽고 미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내 지독한 자기합리화가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내가 친구한테 말 안 하면 평생 모를 일이다.
’누나에게 느끼는 미안함도 마찬가지였다.
그것 역시 누나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걸로 그만인 일이었다.
어차피 이 방에서 누나에게 중요한 건 상대가 누구냐가 아니었다.
그저 어떤 남자든 받아들이고, 약속된 돈만 받으면 끝나는 비즈니스일 뿐이었다.
‘나도 꼭 누나라고 생각하면서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그냥 오늘 처음 본 다른 여자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마음을 독하게 먹자, 쿵쾅거리던 심장이 기묘하게 가라앉았다.
나는 침대 위에서 몸을 바르게 고쳐 앉으며, 앞에 선 누나를 향해 완전히 타인을 대하듯 건조한 시선을 던졌다.
침대 모서리에 굳은 채 수만 가지 생각과 죄책감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던 그때였다.
방 안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누나가 생긋 웃으며 나를 향해 사뿐사뿐 걸어왔다.
그러고는 앳된 내 얼굴을 장난스레 훔쳐보며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툭 말을 건넸다.
“어머~ 오빠, 뭔 생각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는 거야?”
‘오빠’라는 그 두 글자가 귓가를 때리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한 바짝 돋았다.
나보다 한 살이나 많고, 늘 멀리서 우러러보던 친구의 친누나가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이 상황이 지독하리만큼 비현실적이었다.
머릿속으로는 ‘그냥 돈 주고 부른 아가씨일 뿐’이라고 수없이 주문을 외웠지만, 몸에 배어버린 습관은 무서웠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누나의 고고한 이미지 때문에, 도저히 다른 남자들처럼 야하게 말을 놓거나 막대할 수가 없었다.
나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도 모르게 뚝딱거리는 존댓말로 대답을 얼버무렸다.
“아…… 아닙니다. 그냥 좀 긴장돼서요.”
그러자 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신기하다는 듯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끝에는 어딘가 씁쓸하고 메마른 자조가 섞여 있었다.
누나는 내 옆에 살짝 걸터앉으며 털털하게 말을 이었다.
“어머, 오빠는 참 고상하다. 우리 같은 년들한테 막 존댓말도 다 쓰고…….”
‘우리 같은 년들’이라는 거친 단어가 누나의 그 예쁜 입술 사이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한때 지성과 교양의 결정체 같았던 누나가 스스로를 그렇게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왔다.
동시에 이 바닥에서 누나가 그동안 얼마나 거칠고 험한 인간들에게 치이며 마음의 상처를 입어왔을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해 묘한 서글픔이 밀려왔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15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5 마지막회 (7) |
| 2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4 (8) |
| 3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3 (6) |
| 4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2 (6) |
| 5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1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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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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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우리두부
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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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2일
꿍따리19
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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