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4
그 폭우 속의 일탈은 우리를 묶은 사슬을 끈적한 유혹으로 더욱 단단히 옥죄는 격이었다.
소희의 낡은 자취방은 낮과 밤의 경계가 완전히 지워진 채, 오직 서로의 뜨거운 온도와 거친 숨소리로만 가득 채워져 갔다.
세상의 모든 규범을 비웃듯 알몸으로 빗속을 내달렸던 그 밤의 해방감은, 서로를 향한 육체적 갈증에 거센 기름을 부었다.
남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은밀한 파격을 공유한 남녀 사이에는 뇌수를 마비시키는 기묘하고도 끈적한 결속력이 생겨나기 마련이었다.
서른아홉의 나와 열아홉의 소희는 매일 밤 서로의 숨결을 쥐어짜 내며 그 지독한 중독의 깊이를 더해갔다.
"아저씨…… 나 요즘 이상해. 자도 자도 나른하고, 온몸이 꼭 뜨거운 물에 잠긴 것처럼 달아올라."
서늘한 가을비가 창문을 두드리던 밤, 소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살로 내 품에 뱀처럼 감겨들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사내를 집어삼킬 듯 끈적한 갈증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매끄러운 굴곡을 따라 내 거친 손길이 닿을 때마다 소희는 허리를 부르르 떨었고, 그녀의 하얀 살결 위로 붉은 손자국이 낙인처럼 번져갔다.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소희는 자지러지는 신음을 뱉으며 내 어깨를 날카로운 이빨로 깊숙이 짓씹었다.
이상할 정도로 거부감 없이 완벽하게 조여드는 속궁합은 기괴할 정도의 인력(引力)이었고,
나는 그 농염함에 이성을 잃은 채 밤이 새도록 그녀의 안을 거칠게 탐하고 또 탐했다.
살과 살이 빈틈없이 맞물려 밀착될 때마다 척추를 타고 내려가는 전율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파멸적인 탐닉의 대가는 잔인하게 찾아왔다.
다음 날 아침, 내 품에서 꼼짝도 하지 않던 소희가 갑자기 화장실로 뛰쳐나가 거친 헛구역질을 쏟아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세면대 선반 위에는 선명하게 그어진 두 줄의 붉은 선이 잔인하게 빛나고 있었다.
덜컥 임신을 해버린 것이었다.
"아저씨…… 어떡해? 내 배 속에 아저씨 아기가 있대……."
겁에 질려 눈물을 흘리면서도 기묘할 정도로 단단한 미소를 지으며 내 목을 꽉 끌어안는 소희의 나체를 보며,
내 심장은 거대한 돌덩이에 짓눌린 듯 가라앉았다.
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정말로 죽을 때까지 서로를 놓아줄 수 없는 가장 지독한 족쇄를 차게 된다는 사실이 온몸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책임져. 네가 내 여자니까."
나는 소희의 눈물을 핥아 올리며 아직은 평평한 아랫배에 깊게 입을 맞추었다.
배 속의 핏줄은 이제 우리가 세상에 맞설 유일한 무기였다.
결혼을 위해 넘어야 할 장모의 존재를 확인하려 소희의 손을 꼭 쥐고 가정 형편을 물었다.
"우리 집엔 아빠 없어. 엄마 혼자 나 낳아서 억척같이 키웠거든. 엄청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한 사람이야."
소희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들이 내 가슴 한구석을 묘하게 찔렀지만, 나는 그저 흘려버릴 뿐이었다.
이미 배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핏줄과, 매일 밤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던 지독한 중독의 기억이 내게 거친 확신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장모가 될 여자가 누구든 간에, 우리를 묶은 이 질척한 유대감을 결코 끊어낼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며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지옥의 종소리가 불길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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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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