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살아오면서 겪은 일-보험설계사 (야한거 절대 없음-쓸줄 모름)
Toz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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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 22:02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댓글 열심히 달면서 올려주신 글들 재미있게 보던 사람입니다.
오늘은 그냥 제가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을 에피소드처럼 엮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모티브는 실제 사건에서 얻고 조금 과장해서 지루하지 않은 정도로만 양념을 좀 넣을 생각입니다만,
이런 류의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게 보실지는 전 모르겠습니다.
뭐 어찌되었든 한번 써보도록 하지요.
존칭은 생략하고 그냥 평어체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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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배라고는 하지만 사실 나와는 두번도는 띠동갑이니 나보다 24살이 많은 그야말로 인생선배다.
대학시절 부터 알고 지내면서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많이 배웠던 선배.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선배: '야, 너 보험하나 들어라'
나: '네? 무슨 보험이요?'
선배: '암거나 들어, 새끼야... 내가 보험설계사 보낼테니까...'
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점심시간에 보내세요.'
선배: '알았어, 수고해라'
항상 선배는 말이 짧았다. 뭐 나이 차이도 컸지만 선배는 원래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아마도 선배는 그 설계사에게 신세를 진 것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보험설계사가 찾아왔다.
노크 소리가 나고 나는 짧게 '네, 들어오세요' 라고 했다.
문이 열리고 보험설계사가 들어왔다.
순간 깜짝 놀랐다.
당연히 남자 설계사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성 설계사가 들어왔으니 ...
설계사: '안녕하세요, 저 소개받고 온 강주연 설계사입니다.'
짙은 정장에 흰색 블라우스, 검은색 가죽가방을 들고 인사하는 모습이 일단 지적이고 단아한 느낌이었다.
나: '네, 전화는 받았어요. 그런데 여자분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설계사: '아, 그러셔요? 저는 아시고 약속 잡으신 줄 알았어요...' (나중에야 이 말뜻을 알게 된다...)
나: '차 한잔 먼저 하시면서 천천히 말씀 나누죠..'
직원에게 커피를 부탁하고 나는 접대용 소파에 앉아서 적당한 보험상품이 있는지 물었다.
설계사: '보험은 보장상품하고 원금 보장이 되는 적립식... ...'
사실 설명을 들으면서 머리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낮은 티테이블 너머에 앉은 그녀의 무릎위로 올라간 스커트,
상품 안내설명서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설명하는 그녀의 머리위에서 나는 언뜻언뜻 보이는 여자의 가슴골에 관심이 갔으니 말이다.
뭐, 그런 상황이라면 나 뿐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다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찌어찌 해서 결국은 교육보험을 하나 들었다.
당시 아들이 5살이었으니 보험에 대해서 잘 모르던 나는 막연하게 대학등록금이 나중에 혹시 부담되지 않겠나 하는 걱정을 했던 것.
나중에 알고보니 교육보험 가입하는게 가장 호구짓이라는 ㅎㅎㅎ
그날은 이렇게 예쁜 여자들도 보험설계사를 하는구나... 했던 걸로 끝났다.
그리고 며칠 뒤 강주연이라는 설계사는 다시 사무실을 방문했다.
당시는 보험료를 자동이체 할수도 있었지만 지로용지를 한봉투에 몇년치를 같이 넣어 전달해주기도 했는데, 그 지로용지를 가져온 것.
다시 사무실 소파에서 보험이야기 말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 '보험 설계사 하시는 분들은 남자분들이나 아니면 아줌마들이 하는 줄 알았어요.'
주연: '아, 꼭 그런 건 아녜요... 저희 사무실에 제 또래 설계사들이 꽤 있거든요."
나: '근데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된건지 여쭤봐도 되요?'
주연: '저 아이하고 둘이 살아요...'
아.. 그렇군... 사연이 있어서 아이 키우며 살아가는 ...
주연: '아이는 이제 두살인데 저희 엄마가 봐주세요.'
나: '그럼 혹시 이혼이라도 하셨나요?'
주연: '아뇨, 남편이 교통사고로 작년에 죽었어요.'
나: '아! 죄송해요.. 괜한 걸 물어봤습니다.'
주연: '아니예요, 죄송하실 게 뭐 있나요. 그냥 사실이 그런 건데요 뭐...'
그날 만남은 그냥 그렇게 뻘쭘하게 끝났다.
한달뒤, 주연은 다시 사무실에 왔다.
그녀는 언제나 단아한 모습이다.
처음 봤을 때 보다 훨씬 덜 긴장한 모습. 조금은 자연스러운 미소도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다.
그런데 손에 큰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주연: '저 왔어요...'
나: '이건 뭐예요?'
주연: '아, 아드님 장난감이예요.'
비싸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위해 선물을 사왔다는게 의외였다.
생활하기도 빠듯할텐데 말이다.
나: ' 이런 거 안하셔도 되는데... 그럼 제가 저녁식사 대접할께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배가 소개한 사람 아닌가... 잘해줘야 나중에 욕 들어먹지 않을거라고..생각했지만,
사실 딴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주연: '아, 그럼 간단한 거 같이 드셔요...'
사무실에서 한시간 정도 더 기다리다가 같이 퇴근했다.
사무실 부근에 맛있는 주물럭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재개발 되면서 없어졌다.) 신경써야 하는 손님은 늘 그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곤 했다.
밥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전철역 앞에서 헤어졌다.
며칠 뒤에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배: '야, 너 걔 먹었냐?'
나: '네? 무슨 말씀이세요?'
선배: '너 걔 데리고 잤냐고?'
(와... 속으론 작업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 '아뇨, 저 정말 매너좋게 잘 해드렸는데요??!!'
선배: ' 벼~~~엉신 새끼.. 알았어, 임마...'
정말이지 멍해져서 한동안 전화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한주 뒤에 선배는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리고 이야기를 해줬다.
당시 그 보험회사의 수당구조에 대해서 말이다.
다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회사의 경우를 말하는 거다. (사실 30년전 기억이라 틀릴수도 있다.)
기본급은 얼마 안된다. 당시기준으로 100만원이 안되는 급여이고 나머지 주된 수입원은 수당,
즉 성사시킨 보험의 월 불입금을 기준으로 6개월치가 당월에 수당으로 지급된다는 것.
즉 월 불입금 2만원짜리 보험계약을 따내면 12만원의 수당을 받는거다.
10만원이면 60만원이 수당으로 지급되는 것이니 열심히 뛰면 많은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던 건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1년을 유지해야한다는 것.
즉, 가입자가 서너달 보험료를 잘 내다가 하루이틀 미루기 시작하면 영업소에서는 입금안된다고 지랄을 하는거다.
그러면 설계사는 쫒아가서 어찌된 영문인지 파악해야 하는거...
만약 보험이 유지 되지 않으면 받은 해당건수 수당에 대해 토해내야 하는 거라 더더욱 중요한 상황이 된다.
따라서 남자들 입장에서는 맘에 드는 여자 설계사가 있다면 '같이 술먹으러 가면 입금할께, 갈래?' 하면
여자 입장에서는 거절할수 없게 되는 거다.
이게 금액이 크면 클수록 유리하기도 하지만, 소액이라도 여기저기에서 펑크가 나면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
그래서 설계사들은 알아서 기어야하는 절대적 '을'의 입장이라는 것...
선배는 그날 나에게 말했다,
선배: '니가 걔랑 자던 말던 그건 니 결정이야.
난 걔 소개 받았는데 가입할 여력은 없고 외모가 괜찮길래 니 생각나서 보낸거야.
니가 알아서해.'
그러했습니다.
사실 주연씨와는 인연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때 담임선생님이 우리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시며 졸업장을 모두 나눠주시고 이런 말씀을 하셨죠.
'너희들 사회에 나가는 첫날,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엄한 여자 꼬셔서 먹지말고 그냥 돈주고 사먹어!'
뭐 지금에야 말도 안되는 위법행위지만 당시에 이 말은 정말 명언이라고 생각했죠.
그랬습니다.
낚이신 거라면 죄송.. 파닥파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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