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유부녀 길들인 이야기 7
고스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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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22:48
다음 날은 기다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어제는 입까지였다.
오늘은 거기까지, 라고 그녀가 잘랐다.
잘랐으면 하루쯤은 쉬어야 했다.
사람 사이의 선은 넘긴 다음보다, 넘기기 직전에 더 오래 남는 법이었다.
어젯밤 화면을 끄고도 그 문장이 남았다.
한 번만.
다시 해도 돼요.
오늘은 거기까지.
말로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나는 경기도 원룸에 있었고, 그녀는 내가 모르는 도시의 방에 있었다.
그런데도 몸은 그 구별을 거부했다.
손을 잡았다고 생각한 손가락이 허공을 움켜쥐었고,
입을 맞췄다고 생각한 입술이 잠들기 전까지 제자리를 몰랐다.
그래서 오늘은 늦게 켜자고 생각했다.
조금 무심한 사람처럼.
조금 여유 있는 사람처럼.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그 역할처럼.
그런데 퇴근하고 원룸 불을 켜자 손이 먼저 컴퓨터를 찾았다.
형광등 한쪽은 또 늦게 들어왔다.
작업복도 다 벗지 않은 채 전원을 눌렀다.
「평범한 일상 공유」
방을 만들고 나서야 나는 내가 기다리지 않기로 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창을 끄지는 못했다.
접속음이 생각보다 빨리 들렸다.
그녀: 오늘도 일찍이네.
나: 그쪽도요.
그녀: 일이 적었어요.
나: 거짓말.
그녀: 조금요.
일상으로 열었다.
창구. 점심. 비 올 것 같은 하늘.
그 이야기들이 전부 입구였다.
나는 그녀의 마침표를 세며 다른 말을 삼켰다.
어제 그거.
더 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생각나요.
그런 문장은 아직 이 방의 공기가 아니었다.
한 시간이 안 돼 그녀가 물었다.
그녀: 어제요.
나: 네.
그녀: 잘 잤어요?
나: 아니요.
그녀: 왜요.
나: 거기까지라는 말 때문에요.
그녀: 너무 솔직한데.
나: 지금은 그래야 할 것 같아요.
보내고 나서 조금 후회했다.
괜찮은 척을 버리면, 그다음 차례는 욕망이었다.
나는 그 순서를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여자를 만나려고 방을 연 사람이었으니까.
다만 이제는 그 목적을 숨기는 일보다,
숨기지 않고도 그녀가 방에 남는 일이 더 중요했다.
잠시 후.
그녀: 오늘도 해요?
나: 해도 돼요?
그녀: 어제보다.
나: 조금 더요?
그녀: 그것보다.
손이 멈췄다.
어젯밤 내가 쓰려다 삼킨 말이었다.
그것보다.
입 다음.
손 다음.
선 다음.
그녀가 먼저 그 단어를 집어 올렸다.
나는 모니터를 한동안 바라봤다.
이 방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거절이 아니었다.
허락이 먼저 올 때였다.
거절이면 멈출 수 있었다.
허락이면 내가 어디까지 가져갈지를 내가 정해야 했다.
나: 어디까지요.
그녀: 피터팬이 말해봐요.
나: 싫으면요.
그녀: 바로 멈추고.
멈추는 방법이 말로만 남아 있는 밤이었다.
실제 손이 없어서, 실제 몸이 없어서,
멈춤도 문장이어야 했다.
나: 멈추는 말 하나 정할래요. 오늘 한 번만요.
그녀: 또 암호?
나: 헷갈리기 전에요.
답이 조금 걸렸다.
그녀가 단어를 고르는 시간이었다.
그녀: 라일락.
나: 그거 쓰면 바로 멈춰요.
그녀: 약속.
나: 약속.
라일락.
꽃이 아니라 브레이크였다.
그 네 글자를 저장해 두고 나서야 나는 어제 방을 다시 열 수 있었다.
나: 어제 방이에요. 비는 그쳤는데 창은 흐려요. 바닥에 앉았던 자리를 접고 손목을 잡아 침대로 데려가요. 등을 매트리스에 눕혀요. 무릎이 저절로 올라와요. 블라우스, 치마, 그 아래 팬티. 얼굴은 천장 쪽. 손은 잡고 있어요.
문장을 치는 동안 원룸 공기가 달라졌다.
실제 침대는 내 등 뒤에 있었다.
실제 그녀는 없었다.
그런데 ‘눕혀요’를 쓰는 손끝이 뜨거웠다.
그녀: ……눕혔어요. 이상해요.
이상해요.
싫다는 뜻과 좋다는 뜻 사이에 걸쳐 있는 말.
나는 그 간격을 밀지 않고 들어갔다.
나: 입부터요. 짧게 한 번 닿고, 떨어지지 않은 채 두 번째를 붙여요. 이가 스치고, 혀 끝이 들어가요. 숨이 코끝에서 섞여요.
그녀: 두 번요. 이상해요.
어젯밤의 한 번이 오늘 두 번이 됐다.
같은 입인데 깊이가 달랐다.
나는 실제 입술을 모았다가 풀었다.
혼자 있는 방에서 그런 동작을 하는 내가 우스웠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말은 이미 몸보다 먼저 가 있었다.
나: 손바닥을 블라우스 위 가슴에 올려요. 컵 선이 손안에 들어와요. 가운데가 옷 너머로 서 있어요.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놓으면 천이 따라 올라갔다 내려와요.
그녀: 아. 그런 말 하지 마요.
나: 조금 세게요.
그녀: ……이상해요. 좋은 쪽으로요.
좋은 쪽으로요.
그 다섯 글자 때문에 나는 숨을 한번 고르고 다음 줄을 썼다.
욕망이 들켰다는 안도였다.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들킨 뒤에야 진짜가 시작되는 밤이었다.
나: 다른 손은 치마 단으로 내려가요. 허벅지 바깥을 스치고 안쪽으로 들어가요. 치마를 걷으면 면 팬티가 보여요. 가운데가 이미 어두워요. 고무줄을 잡아 엉덩이를 들게 해요. 팬티가 허벅지를 타고 내려와 무릎에서 걸렸다가 발목에서 빠져요. 벗은 자리가 차가웠다 더워져요. 그 사이가 바로 열려 있어요. 결이 벌어지고 윤기가 흘러 시트에 점을 찍어요.
쓰고 나서 화면을 한동안 보지 못했다.
너무 구체적인 문장이었다.
그녀가 실제로 그런 옷을 입었는지는 몰랐다.
면 팬티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상상은 디테일을 요구했다.
디테일이 없으면 욕망이 가짜가 됐다.
그녀: ……벗겼어요. 창피해요.
창피해요.
그 말도 거절은 아니었다.
나는 그 창피를 지우지 않았다.
지워 주면 편한 남자가 됐을 것이다.
편한 남자는 이 방의 그녀가 원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나: 손가락 끝을 입구에 대어요. 들어가지 않고 적신 자리만 확인해요. 젖어 있어요. 음핵 주위로 원을 그려요.
그녀: 이상해요.
나: 하나 넣어요. 입구가 마디를 물고, 안이 질척해요. 천천히 넣었다 빼면 물 소리가 나요.
그녀: 깊어요. ……좋아요.
나: 안쪽 윗벽을 굽혀 문질러요.
그녀: 거기. 거기가 좋아요.
거기가 좋아요.
처음으로 장소가 아니라 몸 안의 좌표가 생겼다.
나는 그 좌표를 기억했다.
원룸 의자가 삐걱했다.
나는 다리를 모았다가 풀었다.
화면 밖의 몸이 화면 안의 문장을 따라가려 했다.
그 사실이 부끄러웠다.
부끄러움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었다.
더 선명해지라는 신호에 가까웠다.
나: 손가락 빼고 무릎 사이에 서서요. 귀두를 열린 입구에 대어요. 물이 머리를 적셔요. 아직 안 넣어요.
그녀: 뜨거워요. 이상해요.
아직 안 넣어요.
그 한 줄을 쓰고 나는 일부러 기다렸다.
삽입보다 그 직전이 길어야 했다.
허락이 어디에 있는지 보려면,
닿아 있는 상태에서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를 봐야 했다.
라일락.
그 단어가 올 수도 있었다.
오지 않는 침묵이 허락처럼 느껴지는 게 이 방의 위험한 버릇이었다.
나: 외간 남자랑 하는 기분 어때요. 남편 아닌 자지가 입구에 닿아 있어요.
보내고 나서 심장이 빨라졌다.
너무 나갔다.
말은 때로 사실보다 먼저 도착했다.
그녀: ……창피해요. 이상해요.
창피해요가 두 번째였다.
나는 그 창피를 더 밀어 넣었다.
밀어 넣지 않으면, 이 밤은 어제와 같은 선에서 끝날 것 같았다.
그녀가 말한 그것보다가 아니었다.
나: 단단하고 굵은 걸로 상상해요. 남편 것보다 굵어서 입구가 안 벌어지다 억지로 벌어지는 쪽으로요.
그녀: ……상상했어요. 말하지 마요.
말하지 마요.
듣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 말을 듣고 있다는 뜻에 가까웠다.
나: 머리부터 넣어요. 타이트해서 한 번에 안 들어가요. 비비다 조금씩 밀어 넣어요. 입구가 찢어질 듯 물어요.
그녀: 아. 굵어요. 이상해요.
나: 반쯤. 허리를 잡고 더 밀어요. 안이 뜨겁고 조여서 빼기 어려워요.
그녀: ……좋아요. 눈 감았어요.
눈 감았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그녀의 실제 방을 상상했다.
불은 꺼져 있을까.
모니터 빛만 있을까.
그녀는 진짜로 눈을 감았을까.
확인하고 싶었고, 확인하면 안 됐다.
확인은 사진을 요구하는 일과 같은 계열이었다.
나는 묻지 않았다.
나: 다 들어갔어요. 골반이 팬티 벗긴 자리에 닿아요. 안을 꽉 채운 채로 안 움직여요.
그녀: 가득해요. 심장이 이상해요.
가득해요.
빈 방이 가득해지는 방식이었다.
말 하나가 사람을 채웠다.
나는 움직이지 말라고 쓴 뒤, 실제로도 잠시 치지 않았다.
채운 채로 두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 천천히 빼면서 윗벽을 긁고, 다시 끝까지 넣어요.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물이 허벅지로 흘러요.
그녀: 소리 나요. 참아요. 이상해요.
참아요.
그녀가 소리를 참고 있다면,
이 방은 더 이상 완전히 가짜가 아니었다.
가짜라면 참을 이유가 없었다.
나: 조금 빨라요. 눕힌 무릎을 벌리고 각도를 바꿔 안쪽 좋은 자리를 귀두로 눌러요. 넣을 때 아랫배가 불룩해지는 느낌까지요. 뺄 때 입구가 따라 나오다 다시 삼켜요.
그녀: 거기. 거기가 좋아요.
나: 허리를 짧게 쳐서 끝을 안쪽 끝에 닿게 해요. 닿을 때마다 허벅지가 내 옆구리를 조여요.
그녀: 닿아요. 너무 깊어요. 좋아요.
좋아요가 짧아졌다.
문장이 짧아질수록 몸은 길어졌다.
나는 마지막 선을 물었다.
물지 않으면 내가 혼자 결정하는 것이 됐다.
혼자 결정하는 욕망은, 이 방에서 가장 추한 종류였다.
나: 안에 싸도 돼요. 오늘은 안 빼요.
답이 바로 왔다.
그녀: 빼지 마요.
세 글자였다.
라일락이 아니었다.
브레이크가 아니라 반대로 밟는 말이었다.
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세 번 읽었다.
그리고 더 이상 계산하지 않았다.
나: 안 빼고 나와요. 맥이 끝날 때까지 깊이를 유지해요. 넘친 물이 시트에 번져요.
그녀: ……이상해요. 좋아요.
그 뒤로 나는 조금 더 쓰고 싶었지만 쓰지 않았다.
더 쓰면 자랑이 될 것 같았다.
욕망을 증명하려는 문장은 대개 그 욕망을 가볍게 만든다.
나: 조금 있다 빼요.
그녀: 조금만 더요.
나: 빼요. 입구가 닫히지 않고 벌어져 있어요. 흘러나와요.
그녀: ……창피해요.
그녀: 오늘은 거기까지.
나: 알겠어요.
그녀: 아쉽죠.
나: 오늘은 덜해요.
그녀: 왜요.
나: 여기까지가 많아서요.
그녀: 잘하네.
잘하네.
내가 참는 것을 그녀가 보고 있었다.
참는 남자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참지 않으면 이 방이 내일 없을 것 같아서였다.
나: 말은 남아요.
그녀: 많이 남아요. 그 말도요.
그 말.
빼지 마요.
그녀가 나갔다.
나는 대화창을 올리지 않았다.
올리면 다시 읽고, 다시 읽으면 또 몸이 따라올 것 같았다.
그래도 문장들은 이미 원룸 안을 채우고 있었다.
눕혔다.
팬티를 내렸다.
단단하고 굵은.
빼지 마요.
실제로는 아무도 내 방에 없었다.
닿은 살도 없었다.
형광등 한쪽은 여전히 늦게 켜져 있었고,
냉장고는 낮게 울었고,
창밖 경기도의 밤은 현장 먼지와 상관없이 고요했다.
나는 컴퓨터를 끄지 않은 채 잠시 앉아 있었다.
라일락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쓰지 않은 안전장치.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선명했다.
그녀는 멈출 수 있는 밤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 선택이 나를 들뜨게 했고,
동시에 조금 두렵게 했다.
들뜨는 이유는 단순했다.
원하는 쪽으로 문이 열렸으니까.
두려운 이유는 그보다 정직했다.
이제부터 나는 이 방을, 평범한 일상이라고 부르기 어려워질 테니까.
끝난 뒤 샤워를 하고 나와도,
몸만은 이미 그 안에 있었던 사람처럼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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