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청일점 썰 3
운바라
7
623
5
0
10.15 21:37
우리 동네 골목 어귀에 있는 작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지나다니면서는 봤지만, 한 번도 들어온 적은 없었다.
주문을 할 줄 몰라 메뉴판 앞에서 쭈뼛거리고 있으려니, 예진이 먼저 나섰다.
"오빠는 뭐 마실래?"
"나는... 그냥 따뜻한 우유."
"우유? 카페 와서 우유를 마신다고? 왜?"
"그냥, 커피 마시면 밤에 잠 안 올 것 같아서. 그리고 따뜻한 우유가 은근히 고소하고 맛있잖아."
"풉... 오빠 귀엽네."
사실 당시엔 메뉴판에 적힌 커피이름도 잘 몰랐다.
그래서 대충 둘러댄 핑계였다.
"근데 데운 우유가 있으려나?"
"응, 당연히 있지. 카페라떼나 다른 음료 만들 때 쓰려고 우유는 항상 대용량으로 구비해 두거든. 그리고 카페에서 스팀 피처로 뜨겁게 데워주면 확실히 집에서 그냥 데워 먹는 것보다 훨씬 고소하고 거품도 부드럽긴 해."
다행히 예진은 비웃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취향을 받아주며 음료를 시켰다.
구석 자리에 나란히 앉아 가방에서 자격증 시험 책을 주섬주섬 꺼내려 하자, 예진이 소리 나게 내 손등을 찰싹 때렸다.
"뭐야. 곧 음료 나올 건데 책부터 집어넣어."
"공부하자며."
"이따 해, 이따."
"그럴 줄 알았다."
물론 책 따위는 애초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따뜻한 우유와 커피를 대충 마신 뒤, 우리는 카페 구석에 있는 흡연실로 직행했다.
이번에도 불을 붙여줬다.
"후우... 고마워. 근데 오빠 여기 동네 살아?"
"응."
"그래? 여기서 오래 살았어?"
"아니, 본가는 다른 구야."
"아, 자취한다고 했지?"
"응."
"집은 어때? 혼자 살 만해?"
"그냥 뭐, 잠만 자는 곳이지."
"한 번 놀러 가고 싶다. 아 여기 집이랑 가깝다고 했지? 지금 가볼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남자친구가 버젓이 있는 애가 남의 자취방에 가자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하다니.
오해를 살 만한 농담을 태연하게 하는 그녀를 나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았다.
내 시선을 느낀 예진이 내 팔을 툭쳤다.
"장난이야. 장난. 왜 오빠 방 더러워서 그래? 청소도 안 하고 더럽게 살아서 오지 말라는 거지?"
"아니. 더럽진 않지."
"거짓말."
"진짜야. 너야말로 돼지 우리 아니야?"
"뭔 소리야. 나 청소 완전 잘해. 우리집 볼래?"
그러더니 예진은 담배를 입에 물고는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앨범을 열었다.
"자, 여기서부터 한 장씩 넘겨봐."
화면 속에는 아기자기한 무드등과 소품들로 꽤나 깔끔하게 정리된 원룸 내부 사진들이 이어졌다.
"깨끗하네. 남친 분이랑 사는 집?"
"어."
남친이랑 저 침대에서 뒹굴고, 밥도 해 먹고, 밤마다 얽히고설키겠지.
그런 찌질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치자 묘하게 심통이 났다.
"좋겠네."
"뭐가?"
"아니야. 집 예쁘네."
휙- 휙-
그때부턴 핸드폰 화면을 대충대충 넘기며 사진을 확인하던 그때였다.
"...어?"
화면 속에는 작년 여름, 바닷가에서 주황색 비키니를 입고 찍은 예진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평소 헐렁한 후리스에 가려져 있어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드러난 몸매는 생각보다 볼륨감이 넘쳤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변태 같아. 빨리빨리 넘겨."
"아, 미안."
하지만 다음 장도, 그 다다음 장도 여름휴가지에서 찍은 비키니 사진들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년 여름이야? 바다 갔었나 보네."
"어. 비키니 색깔 어때?"
"주황색인데도 잘 어울리네? 소화하기 쉽지 않은 색인데."
"그치? 이때 친구들도 다 예쁘다고 했어."
예진은 내 칭찬에 기분 좋은 듯 픽 웃었다.
'이건 뭐지?'
쇄골 아래, 정확히는 윗가슴 쪽에 검은 글씨 같은게 있었다.
"근데 이건 뭐야? 너 몸에 문신도 했어?"
"촌스럽긴, 문신이 아니라 레터링이야."
"레터링?"
"좋아하는 문구 새긴거지. 카르페디엠이라고"
"들어본 거 같네 현재를 즐겨라 그런거지?"
"어?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주워들었지."
"대박. 난 거기서 샵에서 고른말인데. 나 이 말 아는 사람 처음봐."
"근데 이거 영어로 쓴건가?"
나는 별생각 없이 핸드폰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늘려 레터링 글씨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오빠는 뭘 그렇게 남의 가슴을 확대해서 봐?"
"누가 그랬다고 그래? 어떻게 쓰여 있는지 궁금해서 그렇지."
"뭘 그렇게 정색을 해. 장난인데. 그렇게 보고 싶어? 자."
예진은 카페 흡연실 안에서 바깥쪽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입고 있던 후리스 안쪽의 티셔츠 넥라인을 툭 아래로 내려 실물로 보여주었다.
사실 타투는 보이지도 않았다.
꽉 차오른 하얀 윗가슴만 눈에 들어왔다.
"와..."
"됐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눈앞에 드러난 아찔한 광경에 아랫도리가 곧바로 반응했다.
"어때?"
"이쁘네……."
"진짜? 남자들은 문신한 여자 별로 안 좋아하지 않나?"
"뭐, 보통은 그렇겠지. 근데 난 뭐, 나쁘지 않은 것 같네. 이거 언제 한 거야?"
"사실 나 고등학교 때 했어."
"어? 고등학교 때? 너 혹시 일진 그런 거였냐?"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친구들 따라 그냥 좀 빨리 했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이도 어린데 바리스타 자격증에 카페 알바 경험까지 있고, 전에는 큰 호텔 식음료부에서도 일했다고 했다.
어찌보면 나보다 사회 선배였다.
그때였다.
지이잉-
주머니에 있던 예진의 핸드폰이 진동하며 울렸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4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10.15 | 보험회사 청일점 썰 4 (6) |
| 2 | 2026.10.15 | 현재글 보험회사 청일점 썰 3 (7) |
| 3 | 2026.10.14 | 보험회사 청일점 썰 2 (51) |
| 4 | 2026.10.13 | 보험회사 청일점 썰 1 (63)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Comments

윤지
요사카
닭한마리칼국수
에코그린
비컵좋아
간지악마
호이하이
강철빤쓰찢어버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