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2
그것은 이성의 영역이 아니었다.
소희의 작은 자취방 커튼은 낮과 밤의 경계를 완벽히 지워버린 채 두껍게 내려앉아 있었고,
밀폐된 공간을 채운 열기는 숨이 막힐 만큼 축축하고 비릿했다.
주말의 한가운데, 우리는 문밖의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서로의 몸에서 베어 나오는 땀과 거친 숨소리, 그리고 쉴 새 없이 맞부딪히는 살과 살의 질척한 촉감만이 우리 세계의 전부였다.
"아저씨…… 하아, 나 아저씨 살 냄새 맡으면 온몸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소희가 내 가슴팍 위로 느릿하게 기어올랐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가느다란 손가락바닥이 내 목덜미에서부터 척추를 따라 쓸어내릴 때마다, 피부 위로 끈적한 전율이 뱀처럼 기어 다녔다.
솜털이 보송한 얼굴로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농염한 눈빛을 건네는 이 아이는, 내 안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짐승 같은 갈증을 사정없이 끄집어냈다.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서로의 육체가 빈틈없이 맞물려 들어갔다.
소희의 매끄럽고 얇은 허리를 양손으로 거칠게 틀어쥐고 밑바닥까지 파고들 때마다,
소희는 자지러지는 신음을 뱉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날카로운 이빨로 살점을 깊숙이 짓씹었다.
아픔은 이내 지독한 쾌감으로 치환되어 온몸의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남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은밀하고도 난잡한 탐닉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소희의 육체는 내 거친 움직임을 남김없이 빨아들이며 조여들었고,
톱니바퀴가 이보다 더 완벽하게 맞물릴 수는 없다는 기괴한 확신이 뇌리를 찔렀다.
내 억센 손길을 따라 소희의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 위로 붉은 손자국이 멍처럼 끈적하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소희는 아프기는커녕 더 깊은 나락으로 나를 끌어당기며 허리에 다리를 단단히 감아왔다.
땀방울이 서로의 살결 위로 엉망으로 뒤섞이고, 서로의 영혼에 지워지지 않을 낙인을 찍으려는 듯 우리는 밤이 새도록 서로에게 매달려 숨을 쥐어짜 냈다.
도덕도, 상식도 모두 마비된 채 오직 서로를 향한 갈증으로 완전히 오염되어 버린 방 안에서, 나는 소희라는 지독한 늪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이 끈적하고 질척한 유대감이 훗날 어떤 파멸의 족쇄가 될지 알지 못한 채, 우리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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