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3
장대비가 외곽 국도의 아스팔트를 찢어발길 듯 거칠게 쏟아지는 밤이었다.
도심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 그 한적한 도로변, 라이트를 꺼버린 차 안의 열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웠다.
유리창에 가득 서린 하얀 김은 바깥세상과 우리를 완벽하게 단절시키는 거대한 장벽과 같았다.
시트 깊숙이 파묻힌 채 땀과 열기로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소희의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고 끈적하게 풀려 있었다.
매일 밤 좁은 방 안에서 가쁜 숨을 나누던 육체의 중독은, 이제 평범한 경계선마저 부수고 더 자극적인 나락을 갈구하고 있었다.
"아저씨, 우리 저 빗속으로 나갈까? 아무도 없잖아. 여기선 진짜 우리 둘뿐이잖아."
소희가 젖은 목소리로 내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입고 있던 얇은 원피스의 지퍼를 거칠게 내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차 문을 열고 나선 소희의 매끄럽고 하얀 육체 위로 차가운 빗방울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하얀 안개 속에서 비를 맞는 그녀의 모습은 기괴할 정도로 농염했고, 내 안의 이성과 도덕은 이미 소희라는 독에 중독되어 마비된 지 오래였다. 나 역시 옷을 전부 벗어던진 채 폭우가 쏟아지는 검은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어둠과 거센 빗줄기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허벌판의 도로 위를, 우리는 미친 사람처럼 나체로 달리기 시작했다.
살을 에이는 듯한 거친 빗물 속에서도 소희의 가느다란 손을 맞잡은 내 손바닥은 불덩이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쏟아지는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서로의 날것 그대로의 몸을 마주한 채 달리는 그 순간 뇌리를 사정없이 찌르는 쾌감은 세상 그 어떤 자극보다 강렬했다.
도덕도, 상식도, 세상의 시선도 모두 거센 빗물에 씻겨 내려간 듯한 완벽한 해방감이었다.
"아하하! 아저씨, 너무 짜릿해! 미칠 것 같아!"
빗물에 젖어 온몸의 굴곡에 달라붙은 머리카락 사이로 소희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아스팔트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서서 소희의 가느다란 허리를 안아 올리고,
진흙과 빗물로 온몸이 범벅이 된 채 서로의 입술을 짓씹듯 집어삼켰을 때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는 결코 평범하고 깨끗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미끄러지는 서로의 살결을 짓이기며 더 깊숙이 탐닉하던 그 밤, 우리의 영혼은 이미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 단단히 묶여 버렸다.
이 미친 탈선의 밤이 지나고 나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더 거역할 수 없는 지독한 운명의 덫이라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올레벳
시타
길마
키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