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녀는... 2
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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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00:11
이모? 이모라니?
어머니의 말에 내 머릿속은 바빠졌다. 기억이 존재했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재빠르게 시간을 되돌려 봤지만, TV 속에 보여 지는 예쁜 아줌마의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있잖아... 서울 상미 이모 알지?”
끄덕 끄덕.
“상미 이모 바로 아래 동생이야... 한상희... 몇 번 보지 않았니?”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난 후, 그제야 TV 속에 나오는 예쁜 아줌마의 이름이
한상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성과 우리 어머니의 성이 같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어렸을 때 봐서 기억을 못하는 거니?“
서울에 살고 있는 상미 이모는 머리가 크고 나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기에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TV에 나오고 있는 예쁜 아줌마의 정체가 바로
상미 이모의 동생이라니...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TV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니, 한상희라는 여자를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 아... 닮았구나. 분명 TV 속에 나오는 그녀는 서울에 살고
있는 상미 이모의 동생이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어릴 때... 집이 너무 어려워서 서울에 갔는데...”
어머니의 말이 이어졌는데, 실상 예전에 몇 차례나 들었던 내용이었다.
요약을 하자면, 나는 외할아버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막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갑작스레 외할버지가 돌아가셨고, 안 그래도
힘든 집의 가세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우리 어머니는 차녀였지만, 밑으로 동생이 다섯이나 더 있었기에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고, 서울에 있는 작은 아버지 집에 의탁하면서 공장에 취업을 했다고 한다.
“그때는 참 힘들었지만....참 착한 동생들이었어.”
작은 아버지 집에는 세 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첫 째는 아들이었고, 둘째가 한상미,
막내가 한상희였다. 어머니는 낯선 타지 생활에 힘들었지만, 상미 이모와 상희 이모
가 자신을 잘 따르고 도움을 줬기에 사촌 동생들이 크게 의지가 되었다고 했다.
“그때가 참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도 훌쩍 더 지나버렸네...”
어머니는 그 세월이 참 힘들고 고달팠지만, 결혼 전까지 친동생들보다 사촌동생들과
더 오랫동안 지냈기 때문에 가끔은 그 시기를 그리워하는 듯 했다.
어머니의 확언으로 이제는 정리를 할 수 있었다. TV 속에 나오는 예쁜 아줌마는
내가 귀로도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었던 어머니의 사촌 여동생이었다. 즉, 친 이모는
아니지만, 나와는 5촌 관계에 있는 당 이모라고 해야 하나?
상희 이모...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난 어머니와 함께 그녀가 출연한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5촌이라면 가까우면 가까운 사이겠지만, 나처럼
그녀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면, 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말 잘한다... 그치?”
과거 군 시절에 왕고와 함께 TV에 출연하는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그때도 정말 목소
리가 좋고, 그만큼 말도 잘한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정도로 매력이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상희 이모의 언니인 상미 이모도 목소리가 참 좋았다. 그 이모는 몇 년에
한 번씩은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면서 인사를 했었다.
잘 지내니? 공부는 열심히 하니?
흔한 인사말이었지만, 상미 이모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묘한 울림이
있었다. 목소리에 반가움, 기쁨을 싣고, 듣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느낌이랄까? 남녀
사이를 떠나서 함께 있으면 긍정의 기운이 돋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보면 피는 못 속이는 것이 확실하다. 언니와 동생, 두 자매간은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목소리 하나 만큼은 분명 큰 장점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상희 이모는 TV
에 출연할 만큼 성공을 했는데, 상미 이모도 성우 같은 직업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제
법 어울렸을 텐데...
아참, 여기서 언급하는 한상미, 한상희라는 이름은 역시 가명이다.
상미 이모야 그렇다고 하지만, 본명을 쓰고,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말하면 상희 이모는
바로 특정될 수 있기에 그 이모의 직업 등은 앞으로도 자세히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당시로 돌아가서 상희 이모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내가 그 이모를 인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했다. 전혀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
이다. 아주 어릴 때는 몇 번 정도 만났겠지만, 기억이 있는 시기부터는 상희 이모를 만
났던 적이 정말로 없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사촌 여동생이라 나와 5촌 관계였고, 거주지도 달랐으며, 누군가
집안 어르신이라도 돌아가시지 않으면 만날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설령 특별
한 집안 행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상희 이모와 내가 참여를 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더불어 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상희 이모의 특출함이었다.
어머니가 10대 시절, 취업을 위해서 서울에 사는 작은 아버지 집에 의탁했을 때,
그 집도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상희 이모는 오로지 홀로
학업을 이어가면서 연대에 입학을 했고, 심지어 집안 도움 없이 해외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본인 전공을 살려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녀는 작은 사업체를 꾸렸고,
능력을 인정받아서 평소에도 굉장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TV 출연도
그 중 하나였는데, 그렇다고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남들과 비슷한 시기에 결혼도 했고, 딸 하나를 낳았으며, 육아를 병행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갈만큼 야무진 여성이었다. 굉장히 바쁜 삶을 살았던 상희 이모를
생각하면, 그녀와 내가 마주침이 없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왜 상희 이모의 결혼식이 생각이 나지 않는 걸까?
그땐, 나도 10대였기에 충분히 기억이 날 법도 한데 말이다. 결혼식에 가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참여를 했는데, 내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이 점에 대해서는 현재도 미스테리일 뿐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상희이모와 나는 서로를 당연하게 인지할 정도로 만난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그저 어머니로부터 가끔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익숙함 느낌은 있지만, TV에서 보기 전까지는 전혀 얼굴을 알지 못했다.
한상희 이모... 우리 집안에도 TV에 출연하는 인물이 있다니, 참 신기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한 번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유명한 연예인들을 만나는 것처럼 설레 일까? 아니면, 피가 섞였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어색한 인사만 나누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 인척이 될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겪지 않고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뭐, 언젠가 때가 되면 자연스레 겪을 수 있겠지. 그 후로도 난 상희 이모를 TV에서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비록 내가 TV를 즐겨 보지 않지만, 내 눈에 그녀가 자주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TV 출연이 잦다는 뜻일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말 잘 하네...상희 이모.
나는 TV 속에 나오는 그녀를 볼 때 면, 홀로 인사를 건넸다. 물론, 상희 이모가
들을 리는 없겠지만, 그저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언젠가 만
나는 날이 오면, 그녀 역시 나에게 그럴 것 같았으니까.
...
여자 친구가 취업을 해서 수원으로 떠난 후, 그녀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가족과도 좋은 시간을 보냈겠지만, 약 5년간
사귄 나를 보러 오는 것이 아주 당연했다.
여자 친구의 이름은 박소영...본명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본명을 밝히는 이유는 별 거 없다. 그녀는 상희 이모처럼,
대중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이름도 아주 특별하지 않다.
박소영... 어쩌면 굉장히 흔한 이름 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와 성격만큼은 흔하지 않았다. 굉장히 예쁜 편이었고, 성격
역시 주위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좋았다. 항상 긍정적이었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여자였다.
소영이는 나와 같은 과 동기였는데, 당연하게도 그녀를 노리는 늑대들이 꽤나 있었
다. 동기는 동기대로, 선배는 선배대로,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이 많았는데, 그들
모두를 물리치고 내가 소영이의 남자친구로 선택됐다.
그들보다 나아서일까? 사실 나의 외모는 그저 평범하다.
그런데 소영이와 사귈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인연과 약간의 운이 더해졌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일 때, 당시에는 야간 자율학습이 있어서 보통 자접이 다 된
시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아주 밤늦은 하교 길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이 11
시에 끝났으니까,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였을 터인데...
집에 가는 길에서 아주 왜소한 할머니 한 분을 목격하게 되었다. 여기서 목격이라
함은 그 할머니의 행동이 꽤 이상했는데,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이라 주위에 사람도 없어서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걸
었는데... 그 분의 눈빛이 좀 이상했다.
그리고 나의 말에도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직감적으로 치매 할머니임을 알 수 있었
고 난 곧바로 경찰서에 연락을 했다. 경찰들이 오기까지 5분 정도 걸렸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할머니를 보살피고 있었고, 경찰차가 내 앞에 도착할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와 할머니 쪽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그렇다. 그 치매 할머니가 바로 소영이의 친할머니였다. 그렇게 밝지 않은 곳이었
지만, 소영이는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비록 소영이의 할머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녀가 나를 기억하던 시기에는 살아계셨다.
“너 맞지? 그때 우리 할머니 돌보고 있던...”
새내기 모임에서 처음 본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예쁜 여자애가 나에게 다가
와서 당황을 했었지만, 과거 치매 할머니를 돌봤던 사건을 떠올리자, 나는 소영이
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나는 소영이를 만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위에 서술했지만, 딱히 잘난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매력적인 소영이
와 친해졌고, 그녀 역시 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스무 살
의 패기와 용기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다.
어설펐다. 분명 실수도 했을 것이다.
난 소영이에게 처음으로 고백이란 것을 했다. 그리고 내 바람은 이루어졌다. 소영
이는 그 어떠한 꽃보다 환한 미소를 보이며, 내 사랑을 받아들였다. 처음으로 여자
를 사귈 수 있었고, 소영이는 내 가슴에 박힌 첫사랑이었다.
다른 늑대들의 부러움을 받으면서 소영이와 나는 서툴지만, 싱그러운 사랑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왕고 새끼의 일말상초라는 저주를 지우면서 소영이는 나의 군 복무
기간까지 기다려 준 천사였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소영이와 사귀면서 나는 참으로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크게 다투지도 않았고, 내가 힘들 때는 밝고 활발한 소영이와 데이트를 하면
서 긍정의 기운을 얻으며 힘차게 나아갈 수 있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던데...
일말상초라는 왕고의 저주처럼, 그저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조,까라고 외칠 뿐....
참고로 소영이 역시 내가 첫사랑이었다.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10대 시절 연애 한 번 못해봤을까 싶지만, 집안이 엄하기도
했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가족들이 보살펴야 했으며, 여고 출신이라 그런지 남자
를 만날 기회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한 육체적인 사랑은 서로가 다 처음이었다.
첫 키스를 하던 날, 집 앞 놀이터였는데, 정말 밤늦은 시간이었다. 고장 난 가로등
아래에 벤치에 앉아서 우리는 하늘의 별을 보면서 달콤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
둠이 용기를 주었을까? 아니면, 밤하늘의 별빛이 낭만을 주었기 때문일까?
어느새 그녀와 나는 서로의 입술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보드라운 입술이 느껴질 때,
누구 말대로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고, 벌어진 그녀의 입에서 세상 무엇보다
뜨겁고 부드러운 속살이 느껴졌을 때는 시공간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아....하아...”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을 때,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그녀가 나를 살짝 밀쳐 냈다.
“....숨... 막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그저 나와 그녀는 생전 처음 느끼는 서로의 속살
을 탐할 뿐이었고, 경험 미숙으로 인한 숨 막힘이 그녀를 괴롭혔다. 한동안 숨을 몰
아 쉬던 그녀는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았고,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올려 내 눈을 바라
보지 못했다.
“.........”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여전히 밤하늘의 별빛은 밝았다. 나의 의지는 그녀를 가만
두지 않았고, 그녀 역시 부끄럽지만 내 사랑을 더 확인하고 싶어 했다. 우리는 또
다시 서로의 입술을 찾았고, 서로의 혀를 받아들이며, 부드럽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키스를 알아가며 배워 나갔다.
입안이 마를 때까지 서로의 사랑을 마셨고, 우리가 그 자리를 벗어난 이유는 갑자기
등장한 경비 아저씨의 방해 때문이었다. 조금은 쑥스러웠기에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
났고, 그녀를 집안으로 들여보낸 후, 나는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첫 키스를 끝낸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쿵쾅거렸고,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택시를 잡아야 했지만, 지금의 기분을 빨리 흘
려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 날,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면서, 쿵쾅거리는 가슴은 안은 채,
두 시간 이상 걸어서 집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왠지 이 날의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녀 역시 지금 나와 같은 생각,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겠지.
아마... 아니, 반드시 그러하겠지.
...
시간을 돌려서, TV에 출연하는 상희 이모를 인지 한 후,
그 후로도 몇 차례나 그녀를 볼 수 있었는데, 그때는 정확히 몰랐지만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포털 사이트에서도 검색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몇 번인가? 아주 잠시였지만,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상희 이모의 이름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어머니의 말이나 주위 친척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희 이모
가 개척한 분야에서는 굉장히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주위 친척 어른들도 상희 이모를 자주 볼 기회가 없다고 했는데, 그들
역시 TV를 통해서 안부를 확인하거나,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 게 전부라고 했다.
몰랐으면 모를까, 상희 이모를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그때는 순수한 호
기심이 전부였다. 주위 어른들이 극찬하는 이모, 어머니가 정말 친동생만큼 아낀다
는 이모, 그런데 정작 나는 얼굴도 모르면서 살았던 이모...
우리는 정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것일까?
그때가 내가 25살 무렵이었다.
4월 말? 아니면, 5월 초쯤으로 기억하는데,
대학에서 중간시험이 끝났을 때니까, 얼추 그 시기가 맞을 것이다.
그리고 날이 굉장히 따뜻했으니까.
그 시기 어느 날, 시험도 끝나서 나도 조금은 한가하던 그 때,
어머니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상희 이모가 여기로 출장 온다는데, 너도 한 번 볼래?”
몇 시? 아... 점심 함께 하자고?
수업 하나가 걸리긴 하지만, 그건 자체 휴강하면 그만이니.
TV에 출연하는 이모를 볼 수 있다는데, 그깟 수업 하나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KTX를 타고 오면 오전 11시 쯤 도착한다는데... 우리가 마중 나가야겠지?”
뭐,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상희 이모와의 만남이 약속되었고, 나는 상희 이모가
실제로는 어떤 사람일지, 매우 궁금해 했었다.
그리고 약속 당일... 오전 11시 쯤.
상희 이모와 만나기로 한 역 대합실에서 기다렸고, 약속된 시간에 눈으로 그녀를
볼 수가 있었다.
상희 이모와의 만남, 그리고 첫 느낌...
아무리 여자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분명 이모였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맞는 걸까?
한상희... 그녀는 아주 예쁜 레몬처럼...
상큼했다.
...이어서.
어머니의 말에 내 머릿속은 바빠졌다. 기억이 존재했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재빠르게 시간을 되돌려 봤지만, TV 속에 보여 지는 예쁜 아줌마의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있잖아... 서울 상미 이모 알지?”
끄덕 끄덕.
“상미 이모 바로 아래 동생이야... 한상희... 몇 번 보지 않았니?”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난 후, 그제야 TV 속에 나오는 예쁜 아줌마의 이름이
한상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성과 우리 어머니의 성이 같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어렸을 때 봐서 기억을 못하는 거니?“
서울에 살고 있는 상미 이모는 머리가 크고 나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기에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TV에 나오고 있는 예쁜 아줌마의 정체가 바로
상미 이모의 동생이라니...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TV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니, 한상희라는 여자를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 아... 닮았구나. 분명 TV 속에 나오는 그녀는 서울에 살고
있는 상미 이모의 동생이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어릴 때... 집이 너무 어려워서 서울에 갔는데...”
어머니의 말이 이어졌는데, 실상 예전에 몇 차례나 들었던 내용이었다.
요약을 하자면, 나는 외할아버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막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갑작스레 외할버지가 돌아가셨고, 안 그래도
힘든 집의 가세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우리 어머니는 차녀였지만, 밑으로 동생이 다섯이나 더 있었기에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고, 서울에 있는 작은 아버지 집에 의탁하면서 공장에 취업을 했다고 한다.
“그때는 참 힘들었지만....참 착한 동생들이었어.”
작은 아버지 집에는 세 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첫 째는 아들이었고, 둘째가 한상미,
막내가 한상희였다. 어머니는 낯선 타지 생활에 힘들었지만, 상미 이모와 상희 이모
가 자신을 잘 따르고 도움을 줬기에 사촌 동생들이 크게 의지가 되었다고 했다.
“그때가 참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도 훌쩍 더 지나버렸네...”
어머니는 그 세월이 참 힘들고 고달팠지만, 결혼 전까지 친동생들보다 사촌동생들과
더 오랫동안 지냈기 때문에 가끔은 그 시기를 그리워하는 듯 했다.
어머니의 확언으로 이제는 정리를 할 수 있었다. TV 속에 나오는 예쁜 아줌마는
내가 귀로도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었던 어머니의 사촌 여동생이었다. 즉, 친 이모는
아니지만, 나와는 5촌 관계에 있는 당 이모라고 해야 하나?
상희 이모...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난 어머니와 함께 그녀가 출연한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5촌이라면 가까우면 가까운 사이겠지만, 나처럼
그녀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면, 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말 잘한다... 그치?”
과거 군 시절에 왕고와 함께 TV에 출연하는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그때도 정말 목소
리가 좋고, 그만큼 말도 잘한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정도로 매력이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상희 이모의 언니인 상미 이모도 목소리가 참 좋았다. 그 이모는 몇 년에
한 번씩은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면서 인사를 했었다.
잘 지내니? 공부는 열심히 하니?
흔한 인사말이었지만, 상미 이모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묘한 울림이
있었다. 목소리에 반가움, 기쁨을 싣고, 듣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느낌이랄까? 남녀
사이를 떠나서 함께 있으면 긍정의 기운이 돋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보면 피는 못 속이는 것이 확실하다. 언니와 동생, 두 자매간은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목소리 하나 만큼은 분명 큰 장점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상희 이모는 TV
에 출연할 만큼 성공을 했는데, 상미 이모도 성우 같은 직업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제
법 어울렸을 텐데...
아참, 여기서 언급하는 한상미, 한상희라는 이름은 역시 가명이다.
상미 이모야 그렇다고 하지만, 본명을 쓰고,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말하면 상희 이모는
바로 특정될 수 있기에 그 이모의 직업 등은 앞으로도 자세히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당시로 돌아가서 상희 이모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내가 그 이모를 인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했다. 전혀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
이다. 아주 어릴 때는 몇 번 정도 만났겠지만, 기억이 있는 시기부터는 상희 이모를 만
났던 적이 정말로 없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사촌 여동생이라 나와 5촌 관계였고, 거주지도 달랐으며, 누군가
집안 어르신이라도 돌아가시지 않으면 만날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설령 특별
한 집안 행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상희 이모와 내가 참여를 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더불어 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상희 이모의 특출함이었다.
어머니가 10대 시절, 취업을 위해서 서울에 사는 작은 아버지 집에 의탁했을 때,
그 집도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상희 이모는 오로지 홀로
학업을 이어가면서 연대에 입학을 했고, 심지어 집안 도움 없이 해외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본인 전공을 살려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녀는 작은 사업체를 꾸렸고,
능력을 인정받아서 평소에도 굉장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TV 출연도
그 중 하나였는데, 그렇다고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남들과 비슷한 시기에 결혼도 했고, 딸 하나를 낳았으며, 육아를 병행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갈만큼 야무진 여성이었다. 굉장히 바쁜 삶을 살았던 상희 이모를
생각하면, 그녀와 내가 마주침이 없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왜 상희 이모의 결혼식이 생각이 나지 않는 걸까?
그땐, 나도 10대였기에 충분히 기억이 날 법도 한데 말이다. 결혼식에 가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참여를 했는데, 내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이 점에 대해서는 현재도 미스테리일 뿐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상희이모와 나는 서로를 당연하게 인지할 정도로 만난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그저 어머니로부터 가끔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익숙함 느낌은 있지만, TV에서 보기 전까지는 전혀 얼굴을 알지 못했다.
한상희 이모... 우리 집안에도 TV에 출연하는 인물이 있다니, 참 신기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한 번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유명한 연예인들을 만나는 것처럼 설레 일까? 아니면, 피가 섞였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어색한 인사만 나누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 인척이 될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겪지 않고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뭐, 언젠가 때가 되면 자연스레 겪을 수 있겠지. 그 후로도 난 상희 이모를 TV에서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비록 내가 TV를 즐겨 보지 않지만, 내 눈에 그녀가 자주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TV 출연이 잦다는 뜻일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말 잘 하네...상희 이모.
나는 TV 속에 나오는 그녀를 볼 때 면, 홀로 인사를 건넸다. 물론, 상희 이모가
들을 리는 없겠지만, 그저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언젠가 만
나는 날이 오면, 그녀 역시 나에게 그럴 것 같았으니까.
...
여자 친구가 취업을 해서 수원으로 떠난 후, 그녀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가족과도 좋은 시간을 보냈겠지만, 약 5년간
사귄 나를 보러 오는 것이 아주 당연했다.
여자 친구의 이름은 박소영...본명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본명을 밝히는 이유는 별 거 없다. 그녀는 상희 이모처럼,
대중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이름도 아주 특별하지 않다.
박소영... 어쩌면 굉장히 흔한 이름 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와 성격만큼은 흔하지 않았다. 굉장히 예쁜 편이었고, 성격
역시 주위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좋았다. 항상 긍정적이었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여자였다.
소영이는 나와 같은 과 동기였는데, 당연하게도 그녀를 노리는 늑대들이 꽤나 있었
다. 동기는 동기대로, 선배는 선배대로,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이 많았는데, 그들
모두를 물리치고 내가 소영이의 남자친구로 선택됐다.
그들보다 나아서일까? 사실 나의 외모는 그저 평범하다.
그런데 소영이와 사귈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인연과 약간의 운이 더해졌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일 때, 당시에는 야간 자율학습이 있어서 보통 자접이 다 된
시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아주 밤늦은 하교 길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이 11
시에 끝났으니까,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였을 터인데...
집에 가는 길에서 아주 왜소한 할머니 한 분을 목격하게 되었다. 여기서 목격이라
함은 그 할머니의 행동이 꽤 이상했는데,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이라 주위에 사람도 없어서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걸
었는데... 그 분의 눈빛이 좀 이상했다.
그리고 나의 말에도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직감적으로 치매 할머니임을 알 수 있었
고 난 곧바로 경찰서에 연락을 했다. 경찰들이 오기까지 5분 정도 걸렸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할머니를 보살피고 있었고, 경찰차가 내 앞에 도착할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와 할머니 쪽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그렇다. 그 치매 할머니가 바로 소영이의 친할머니였다. 그렇게 밝지 않은 곳이었
지만, 소영이는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비록 소영이의 할머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녀가 나를 기억하던 시기에는 살아계셨다.
“너 맞지? 그때 우리 할머니 돌보고 있던...”
새내기 모임에서 처음 본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예쁜 여자애가 나에게 다가
와서 당황을 했었지만, 과거 치매 할머니를 돌봤던 사건을 떠올리자, 나는 소영이
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나는 소영이를 만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위에 서술했지만, 딱히 잘난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매력적인 소영이
와 친해졌고, 그녀 역시 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스무 살
의 패기와 용기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다.
어설펐다. 분명 실수도 했을 것이다.
난 소영이에게 처음으로 고백이란 것을 했다. 그리고 내 바람은 이루어졌다. 소영
이는 그 어떠한 꽃보다 환한 미소를 보이며, 내 사랑을 받아들였다. 처음으로 여자
를 사귈 수 있었고, 소영이는 내 가슴에 박힌 첫사랑이었다.
다른 늑대들의 부러움을 받으면서 소영이와 나는 서툴지만, 싱그러운 사랑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왕고 새끼의 일말상초라는 저주를 지우면서 소영이는 나의 군 복무
기간까지 기다려 준 천사였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소영이와 사귀면서 나는 참으로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크게 다투지도 않았고, 내가 힘들 때는 밝고 활발한 소영이와 데이트를 하면
서 긍정의 기운을 얻으며 힘차게 나아갈 수 있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던데...
일말상초라는 왕고의 저주처럼, 그저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조,까라고 외칠 뿐....
참고로 소영이 역시 내가 첫사랑이었다.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10대 시절 연애 한 번 못해봤을까 싶지만, 집안이 엄하기도
했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가족들이 보살펴야 했으며, 여고 출신이라 그런지 남자
를 만날 기회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한 육체적인 사랑은 서로가 다 처음이었다.
첫 키스를 하던 날, 집 앞 놀이터였는데, 정말 밤늦은 시간이었다. 고장 난 가로등
아래에 벤치에 앉아서 우리는 하늘의 별을 보면서 달콤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
둠이 용기를 주었을까? 아니면, 밤하늘의 별빛이 낭만을 주었기 때문일까?
어느새 그녀와 나는 서로의 입술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보드라운 입술이 느껴질 때,
누구 말대로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고, 벌어진 그녀의 입에서 세상 무엇보다
뜨겁고 부드러운 속살이 느껴졌을 때는 시공간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아....하아...”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을 때,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그녀가 나를 살짝 밀쳐 냈다.
“....숨... 막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그저 나와 그녀는 생전 처음 느끼는 서로의 속살
을 탐할 뿐이었고, 경험 미숙으로 인한 숨 막힘이 그녀를 괴롭혔다. 한동안 숨을 몰
아 쉬던 그녀는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았고,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올려 내 눈을 바라
보지 못했다.
“.........”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여전히 밤하늘의 별빛은 밝았다. 나의 의지는 그녀를 가만
두지 않았고, 그녀 역시 부끄럽지만 내 사랑을 더 확인하고 싶어 했다. 우리는 또
다시 서로의 입술을 찾았고, 서로의 혀를 받아들이며, 부드럽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키스를 알아가며 배워 나갔다.
입안이 마를 때까지 서로의 사랑을 마셨고, 우리가 그 자리를 벗어난 이유는 갑자기
등장한 경비 아저씨의 방해 때문이었다. 조금은 쑥스러웠기에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
났고, 그녀를 집안으로 들여보낸 후, 나는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첫 키스를 끝낸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쿵쾅거렸고,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택시를 잡아야 했지만, 지금의 기분을 빨리 흘
려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 날,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면서, 쿵쾅거리는 가슴은 안은 채,
두 시간 이상 걸어서 집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왠지 이 날의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녀 역시 지금 나와 같은 생각,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겠지.
아마... 아니, 반드시 그러하겠지.
...
시간을 돌려서, TV에 출연하는 상희 이모를 인지 한 후,
그 후로도 몇 차례나 그녀를 볼 수 있었는데, 그때는 정확히 몰랐지만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포털 사이트에서도 검색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몇 번인가? 아주 잠시였지만,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상희 이모의 이름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어머니의 말이나 주위 친척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희 이모
가 개척한 분야에서는 굉장히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주위 친척 어른들도 상희 이모를 자주 볼 기회가 없다고 했는데, 그들
역시 TV를 통해서 안부를 확인하거나,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 게 전부라고 했다.
몰랐으면 모를까, 상희 이모를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그때는 순수한 호
기심이 전부였다. 주위 어른들이 극찬하는 이모, 어머니가 정말 친동생만큼 아낀다
는 이모, 그런데 정작 나는 얼굴도 모르면서 살았던 이모...
우리는 정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것일까?
그때가 내가 25살 무렵이었다.
4월 말? 아니면, 5월 초쯤으로 기억하는데,
대학에서 중간시험이 끝났을 때니까, 얼추 그 시기가 맞을 것이다.
그리고 날이 굉장히 따뜻했으니까.
그 시기 어느 날, 시험도 끝나서 나도 조금은 한가하던 그 때,
어머니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상희 이모가 여기로 출장 온다는데, 너도 한 번 볼래?”
몇 시? 아... 점심 함께 하자고?
수업 하나가 걸리긴 하지만, 그건 자체 휴강하면 그만이니.
TV에 출연하는 이모를 볼 수 있다는데, 그깟 수업 하나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KTX를 타고 오면 오전 11시 쯤 도착한다는데... 우리가 마중 나가야겠지?”
뭐,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상희 이모와의 만남이 약속되었고, 나는 상희 이모가
실제로는 어떤 사람일지, 매우 궁금해 했었다.
그리고 약속 당일... 오전 11시 쯤.
상희 이모와 만나기로 한 역 대합실에서 기다렸고, 약속된 시간에 눈으로 그녀를
볼 수가 있었다.
상희 이모와의 만남, 그리고 첫 느낌...
아무리 여자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분명 이모였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맞는 걸까?
한상희... 그녀는 아주 예쁜 레몬처럼...
상큼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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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썰의 시리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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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
07.08
+48
Gneis |
07.07
+31
Gneis |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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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년 |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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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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