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의 추억-6(스압)

이왕 이까지 온것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데 한글자쓰기가 힘든순간들이 있어 늦어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실제로 수술은 한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끝난것 같아.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서 수술 과정 내내 지영이는 모든 과정에서 정신을 놓지 않은채 공포에 떨었다고 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봐도 나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아.
입원실로 가서 수액을 맞는동안 어머니와 동생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와 지영이만 남아서 병실에 있었어. 다인실이었는데 우리 말고도 훌쩍이는 가족이 있었어. 우리와 비슷한 상황같아 보였는데 병실은 그 가족때문이었는지 내 기분때문이었는지 침울하고 적막했어. 난 괜찮냐고 계속 물어보고 있었는데 그 물음이 입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린것 같아. 울다지쳐 잠이든 지영이가 게슴츠레 눈을 떳을때쯤 이었던 것 같아.
"괘....괜찮아....?"
지영이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고개를 천천히 밖으로 돌리더라. 나는 남자라서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간 우리가 원하고 꿈꾸던 모든 일들이 한순간에 와장창 무너진건 확실했어. 일단 다른것보다 지영이의 몸과 마음이 다친것을 어떻게 해야하나 그 걱정이 가장 컸었어. 내 눈은 온통부어 누가봐도 한참 울었던게 분명할테지만 지영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거든. 한숨을 쉬며 눈물을 훔치는 지영이 옆에서 단호한 표정으로 그 곁을 지키고 싶었어. 수액을 다 맞고 퇴원수속을 하니 아직 점심시간도 안된거야. 잘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지영이를 잠시 의자에 앉아 쉬게 하고 퇴원수속을 하는데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수납액은 고작 몇십만원이 안되었어. 약값을 포함해 우리의 꿈과 미래가 한순간에 무너졌는데 고작 20여만원이라니.
집으로 오는길에 어머니는 전화로 미역국을 끓여서 경비실에 맡겨놨으니 찾아가라고 하시더라. 지영이는 그때까지도 나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움직일때 살짝씩 앓는 소리를 내는게 전부였어. 나도 괜찮냐고 여러번 물어봤지만 사실 둘다 괜찮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리고 수술은 지영이가 받았잖아. 샤워는 안된다고 해서 따뜻한물에 수건을 적셔 가져다주니 나보고 나가있으라 하더라. 그게 첫마디었어. '나가줄래요?'
미역국을 냄비에 넣고 밥을 하는동안 방을 살짝 들여다보니 옷을 갈아입고 잠이 든것 같더라. 지영이 얼굴을 볼때마다 참았던 눈물이 그제서야 왈칵 쏟아졌어. 소리를 내지않으려 꺽꺽 거리며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서 얼굴을 무릎에 묻고 울고 있었지. 그때 머리에 차가운 손길이 닿더라. 지영이가 나의 머리를 살포시 안아주었는데 도저히 고개를 들수가 없었어.
"오빠. 아까 의사선생님 말 들었죠?"
"우리 불임이 아닌거에 감사하래요. 아이는 또 가지면 된다고"
"그니까 나도 오빠도 얼른 힘내야죠"
하얀 얼굴이 투명해 보일정도로 창백했지만 평온하고 온화한 얼굴이었어. 나는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지. 모든게 내 잘못같고 내 실수 같더라. ㅈㄴㅅㅈ을 하지 않았다면? 애기를 원한다고 보채지 않았다면? 시간을 두고 지영이가 대학졸업할때까지 기다려줬다면? 모든일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어. 한참을 나를 다독거리던 지영이는 내 옆에서 힘겹게 소파로 가서 앉더라.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를 손짓으로 불러 옆에 앉게 했어. 나도 얼굴을 대충 부비고는 옆에 앉았더니 내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대어 오더라.
"우리오빠 마음이 이렇게 약해서 어떻해......"
조용히 지영이 손을 잡고 머리에 입을 맞추었어. 때마침 밥이 다 됐다고 신호가 나서 밥을 주섬주섬 차리는데 지영이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고 있었어. 분명 입이 쓰고 밥이 잘 안넘어갈텐데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억지로 꿀꺽꿀꺽 삼키더라.
지영이는 평소 건강해서인지 어려서 체력이 좋아서인지 수술당일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나갔어. 오히려 마음이 잘 정돈이 안되는건 내쪽이더라. 마침 회사에 일도 많지 않아서 잡생각할 시간이 더 많았지. 우리사이에 작은 변화도 있었는데 서로를 좀 사무적으로 대한다고 할까? 분명히 사랑하는 마음은 서로 변치 않았는데 알콩달콩한 연인이라기보다는 좀 그랬어. 설명하기 좀 힘든데 대충 어떤 느낌인지 다들 알꺼야. 나는 그럴수록 더 자주 만나려하고 작은 선물들도 사다줬지만 그건 지영이만의 문제도 나만의 문제도 아니었던것 같아.
결혼식, 신행, 등등 모든 것들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계약금이나 티켓구매나 그런건 하나도 안 산 상태여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어. 나는 예정대로 식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지영이는 대답을 안하더라. 반대하기도 수긍하기도 힘든 제안이었을것 같아. 부모님도 상황을 이해하시고 식을 미루는것에 동의해 주셨어. 아버지는 울적해 하는 나를 보더니 말없이 간단한 술상을 차리시고는 술한잔을 권하셨어. 그날 아버지가 한 말씀이 아직도 생생해
"남자는 묵묵히 삶의 무게를 혼자 짊어질 줄 알아야해"
몇달정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있었어. 이제 한여름으로 치닫는 시기가 왔고 그해여름은 다들 기억하듯 정말정말 무더웠어. 밖에선 도저히 뭘 할수가 없어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 나는 내가 할수 있는 최대한 지영이에게 잘해주고 있었는데 그런 나의 노력이 조금은 달라진 우리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었지. 맞아. 그 시간은 우리가 고스란히 짊어져야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 겉으론 고요했지만 우리는 서로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은채로 그 시간들을 견디고 있었어. 처음보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걸 느끼고 있었지만 예전처럼 뜨거운 사랑이라기보다는 오래 지낸 연인이나 부부같은 묵직함만 있었던 것 같아.
"오빠. 바다보러 갈래요?"
정말 오랜만에 듣는 지영이의 밝은 목소리였어. 물음과 동시에 '가자!'라고 외치듯 말했던 것 같아. 동해로 갈까 했지만 이 더위에 갔다가는 가는길에 에어콘에 질식하거나 더위에 말라죽거나 할것 같아서 가까운 서해로 가기로 했어. 주말까지 기다리는게 얼마나 길었는지 몰라. 가는동안에도 한결같이 밝은모습을 보이는 지영이를 보고 나도 기분이 좋아서 싱글벙글이었지. 이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혼자 엄청 들뜬것 같아. 그날은 짧게 스치듯 하는 뽀뽀에도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였지. 지영이는 영락없는 대학교 2학년 풋풋한 여대생이었어. 내가 저렇게 이쁘고 어린사람에게 무슨짓을 한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않아 이내 생각을 접었지.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 가방만 던져놓고 나와서 횟집에 갔어. 싱싱한 활어에 소주도 한잔 곁들이고 모든게 완벽했던 것 같아. 햇살이 너무 뜨겁고 날씨가 더워 해변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장난도 치고 물놀이도 하고 혼이 쏙 빠질만큼 신나게 논 것 같아.
오후가 되어 숙소로 들어오니 진이 빠지더라. 찜통에 있다가 시원한 곳에 들어와서 그런지 몸이 축 늘어져 버렸지. 정말 오래간만에 같이 샤워를 하고 샤워를 하는중 뜨거운 키스도 나누었어. 물기를 닦고 이불을 덮으니 마치 큰 폭풍우가 지나가고 쨍~한 날이 다시 온것 같이 상쾌한 기분이 들더라.
키스를 하고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동안도 예전과 같은 뜨거운 숨결들을 나누었지. 몇달만에 하는 ㅅㅅ라 그런지 긴장도 됐던 것 같아. 그간 우리의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듯 느리고 긴 사랑을 나누었어. 힘이 쏙 빠져 침대에 벌러덩 누우니 몸이 정말 홀가분하고 기분 좋더라.
"오빠. 좋아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물론 나도 좋냐고 물어본적이 많이 없었지만 지영이는 한번도 그런걸 물어본 적이 없는 말이거든. 나는 팔을 머리에 괴고 돌아누워 지영이를 빤히 바라봤어. 지영이는 특유의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
"간만에 이리 누워있으니 너무 좋네"
라고 말은 했지만 직감같은거 있잖아? 순간 알수 있었지 지영이가 뭔가 할말이 있구나. 안좋은 말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응 말해봐"
"ㅎㅎㅎ 뭘요?"
"지금 할말 있잖아ㅎㅎ"
"참....오빠는 속일수가 없네"
이야기를 다 듣고 나는 바로 돌아 누웠어. 당장 밖에 나가서 담배라도 한대 피고 싶었는데 지영이가 나를 꼭 안고 있어서 그럴수는 없었어.
그거 알지? 화를 내지도 못하고 수긍하지도 못하겠을때 괜히 심통이나는 그런 기분. 오늘 하루종일 들떠있던 내가 짜증이나면서도 또 뭐라고 할수도 없어서 돌아누웠는데 지영이는 계속 애교를 부리고 있는거야.
"오빠! 화났어요?"
"어? 우리오빠 삐졌어요?"
그러면서 슬금슬금 손을 내 쥬니어로 가져가서 장난도 치고 뒤에서 목과 등에 입도 맞추고 있었어. 진짜 기분은 그게 아니었는데 짜릿하고 꼴릿한 기분이 계속 들어서 다시 돌아 누워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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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교적? 짧게 끊어야겠어. 장담할수는 없지만 다음엔 어떻게든 마무리 해볼께. 쓰면서 혼자 감상에 젖느라 많이 못쓴것 같아.
내 별것도 아닌이야기에 관심가져주는사람들 진심으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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