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도 요즘 '결혼 제도'라는 거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있다.

난 아내가 필리핀에 가 있는데.

소위 말하는 기러기 아빠가 날 두고 하는 말이겠지.

회사에서 일해서 번 돈 대부분은 필리핀으로 가고 있고 나는 집에서 혼자 라면 끓여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래도 가장으로서 버텨야할 의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은데.

네 말대로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유혹이 한 번도 없겠냐?

나 한테도 여러번 외도에 빠질 뻔한 일들이 있었다.

한 번은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초등 여동창을 만났는데 계속 서로 연락하다보니까 썸타는 분위기가 형성되더라.

그래서 스스로 이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딱 거기서 동창에게 말하고 접었었다.

또 한 번은 너처럼 회사에서 였는데.

내가 회사에서 후배나 동기들 잘 챙겨주려고 노력하거든?

그런데 여동기가 자기한테 관심있는 줄 알고 자꾸 대시를 하는 거야.

이때도 '너에게 미안한데. 나는 유부남이야.'하고 딱 선을 그었지.

이게 사회에서 말하는 '상식적인 일'이고 또 옳은 일일거다.

그리고 아내와 몸이 떨어져 있는들 사랑만 남아 있으면 뭔들 못 견디 겠냐.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아내가 사랑을 계속 느끼게 해주고 증명해 주면 나도 끝까지 버틸 자신이 있어.

그런데 바람게이야, 네 말이 너무 이해가 가는 게 현실의 가정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냐.

나도 너처럼 내 수고와는 별개로 아내가 섭섭한 반응을 보여주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 마음이 흔들리더라.

얼마 전에도 아내가 오랜만에 집에 와서 같이 자는데.

내가 '여보, 몇 달 만인데 좀 하자.'라고 달라 붙어도 해도 아내는 귀찮다고 하지말라고 그러고...

뭔가 서로 대화하는 것도 예전과는 다르게 그냥 인공지능과 채팅하는 것 마냥 형식적인것 처럼 느껴지고 그러더라.

결국 아내가 마지막에 필리핀에 돌아가기 전 까지 부부관계 한 번 맺지 못했다.

나에게 아무 미련없이 공항으로 총총걸어가는 아내 뒷모습 보니까 마음이 울컥하고.

대체 이 '결혼이란 놈이 뭐길래.'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이래뵈도 결혼 전엔 나름 인기있던 몸이었는데 '결혼'이란 제도 때문에 아내 한 사람에게 매달리는 것도 웃기고.

나도 이런 생각 하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거 자체가 가장으로서 실패 아니냐.

이 정도도 못 버틸 거면 결혼을 하면 안 됐지.

그런데 진짜 인간적으로...

나 스스로도 너무 외롭고, 또 아내도 나한테 너무 차갑게 대하잖아.

아내는 필리핀에서 뭐하느라 그렇게 바빠하고 나에게 무관심 한지.

그러다 보니 가족이란 게 내가 모든 걸 희생하면서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건지 자꾸 의문이 들더라.

인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 자꾸.

내가 아내랑 결혼할 때 '이제 두 번 다시 다른 여자랑 자지 않겠다.'라고 스스로 맹세 했는데.

어제 혼자 화장실에서 자위하다가 자괴감이 들더라.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하고.

아, 진짜 뭔가 어이 없기도 하고 정말.

휴... 아무튼 나는 네가 바람피는 심정이 너무 이해간다.

솔직히 나는 이 사이트에다가 글 쓰는 애들이 죄다 야설에 목말라 있는 중, 고딩들 인 줄 알았는데.

가끔은 너같은 사회인도 글 쓰는 구나.

아무튼 야, 힘내고.

나는 참고 있지만 그래도 너 같은 사람에게 '바람 피지 마라'라고 강요하진 못 하겠다.

그래도 그 여선배 임신시키는 선까지는 가지말고 적당히 하고 끝내라.

그 여선배 종갓집 마누라라며?

너, 그거 임신시켰다가 진짜 피보는 수 있다.

물론 너도 사회인이니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만...

아무튼 진짜 별 생각없이 네 글 일고 왠지 동질감이 느껴져서 이글을 썼다.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