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B 그녀 4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우린 서로에게 많은 질문을 했고, 많은 대답을 했다
그럴수록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소주를 계속 비우며 이야기를 이어가자, 테이블 위의 안주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녀의 말투는 한결 느려졌고, 단어와 단어 사이에는 술기운과 함께 묘한 여백이 생겼다.
“요즘은… 이런 자리가 거의 없어요. 그냥,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 말이에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 웃음은 가벼웠지만, 그 속엔 묘하게 쓸쓸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테이블 위의 불빛에 머물렀다가,
조용히 나를 향해 돌아왔다.
그 순간, 나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단정하고 얌전하던 PB의 모습 대신,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한 여자의 시선이 거기 있었다.
잔을 부딪친 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녀는 말없이 잔을 내려놓고, 손끝으로 잔의 입구를 천천히 따라 문질렀다.
아무 의미 없는 동작이었지만, 그 단조로운 움직임이 이상할 만큼 시선을 끌었다.
나는 의자 다리를 살짝 움직이며 그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조명이 은은하게 흔들렸다.
그 옆모습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대화는 멈췄고, 대신 공기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의 향기가 술기운 사이로 스며들었다.
은은하게 달콤한 향수 냄새에 섞인 하루의 피로와 따뜻한 체온의 향기—
그 향이 코끝을 스칠 때마다, 말이 아닌 무언가가 마음을 흔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우리의 시선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쳤다.
“사장님.”
그녀가 낮게 나를 부르듯 말했다.
그 소리엔 부름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운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그 짧은 호흡 사이에, 나는 모든 대답을 읽을 수 있었다.
말은 없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모든 빛이 느리게 움직이는 듯했다.
시간이 늘어지고, 공간이 작아지고, 세상은 오직 숨결과 심장소리로만 채워졌다.
입술이 닿는 순간,
잔에 남아 있던 술향과 그녀의 숨이 섞인 알코올의 향이
짧게, 그러나 선명하게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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