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이 이야기 (딸보다 어렸던 그 아이) [3-1]

오늘은 친구에게 털어 놓듯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편할 것 같아 반말 투로 진행하려고 하니 양해 바랍니다.
오늘 풀어낼 이야기는 어쩌면 주변에서 흔한 일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그 해 봄에 일어난 아주 이상하면서도 꿈을 꾼 듯한 일이었습니다.
내용이 길어 부득이 3편으로 나누어 올려야 할 것 같으니 양해해 주시고 늘 그렇 듯 실화를 바탕으로 기억을 더듬어 풀어갑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 정연이
아마 그 해 3월이거나 4월이었을거야.
사무실 인근 벚나무에 벚꽃이 망울망울 피어나 있었던 것이 기억 나기 떄문이야.
내가 근무하던 사무실은 말이 ‘시’지 오래된 구 시가지가 펼쳐져서 마치 시골의 ‘읍’ 같은 느낌이었어.
인근에 전철역이 있어서 출퇴근 시간에는 젊은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낮에는 지긋한 연세의 어르신들이 시장 바구니나 유모차를 끌거나
밀며 다니는 풍경이었지.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 시간이 되었는데 그 날 따라 시간 때가 안 맞아서 혼밥을 하게 될 상황이었어.
길을 나서니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앞서 걷고 있었고 내 뒤에도 역시 그만그만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지.
그러니 양복에 넥타이를 멘 내 모습은 그 거리 사람들 속에서 다소 생경한 옷차림이었을 거야.
나 조차도 그렇게 느꼈으니까.
직장인의 점심이라는 것이 막상 길을 나서면 딱히 먹을 것이 없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그저 여기저기 간판을 기웃거리다 가장 가까이 있는 분식집이 눈에 들어왔어.
김밥,라면,떡볶이 같은 것을 팔았는데 돈까스나 라멘도 취급했던 분식집이었어.
그래도 이런 거리 풍경에 어울리지 않게 분식집 치고는 꽤 크고 깔끔했던 식당이라 종종 우리 직원들도 애용하는 곳이었지.
혼밥에는 라면에 김밥이지 라는 생각에 그 분식집 문을 열고 들어가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
그리고 생각했던 대로 라면에 김밥을 주문했어.
음식이 나오는 동안 잠시 식당 안을 둘러 보는데 두 테이블쯤 떨어진 자리에 두 명의 아가씨가 앉아 식사를 하고 있더라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벽에 걸린 메뉴판을 돌아 봤어.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저런 메뉴도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딱히 할 일도 없던 터라 메뉴판을 정독하듯 읽고 있는데 문득 누군가 나를 빤히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왜, 그런 것 있잖아.
나는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얼굴을 돌려 보니 아까 그 두 명의 아가씨가 앉아 있는 테이블의 한 여자 아이(내 눈에는 앳된 아이로 보였어)가 흘끗 흘끗 보더라고.
나랑 눈이 마주치면 눈을 피하고, 내가 다른 곳을 보면 나를 쳐다 보는 듯 했어.
그 아이는 긴 생머리에 앉아 있어도 키가 커 보였어,.
얼굴은 예뻐 보이지는 않았지만 갸름한 얼굴에 코가 오똑한데 눈이 참 착해 보이더라고.
나와 몇 번 눈이 마주치자 민망했는지 이내 친구랑 재잘재잘 떠들더라고.
나는 내 뒤에 메뉴판이라도 있어서 그런가 하고 돌아 보니 그냥 벽이더라고.
‘이상한 아이네’라는 생각을 할 즈음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김밥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기 시작했어.
그 사이 나와 그 아가씨들이 앉았던 테이블 사이로 손님이 들어와 앉는 바람에 시야가 가려졌어.
그래서 그 아가씨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맛있게 라면과 김밥을 번갈아 먹었어.
얼핏 그 아가씨들이 일어서 나가는 것이 보이더라고.
그렇게 밥을 다 먹고 계산대로 가다 보니 그 아가씨들이 앉았던 테이블은 깨끗이 치워져 있더라고
그리고 그 다음다음 날이었나 봐.
그 날은 동료 세 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조금 떨어진 깔끔한 커피숍까지 걷기로 했어.
그 커피숍에 도착해서 각자 원하는 음료를 고르고 주문을 하려는데 주문 접수대에 그저께 분식집에서 보았던 아이가 있는거야.
그리고 그 옆에서 커피를 내리는 아이는 그 옆의 친구였었나 봐.
그 아이가 나를 보더니 흠짓 놀라더라고.
그저께 식당에서와 달리 그 날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지.
그저께처럼 긴 생머리에 오똑한 콧날 그리고 착해 보이는 눈으로 나를 보더니 가만히 있더라고.
그런데 그 식당에서 생각했듯이 키가 컸는데 거의 내 눈 높이 정도였어.
아무래도 이상해서 ‘혹시 저를 아시나요? 아니면 만난 적이 있었나요?’ 하고 물으니 오히려 ‘왜요? 라고 묻더라고.
당황해서 그냥 낯이 익어 보여서 물었다고 얼버무려야 했어.
순간 그 아이의 볼이 약간 발그스레해 지는 것 같았어.
그래서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혹시 이 아이가 나에게 반했나? 라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데 말이 안되는게 그 아이는 아무리 봐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나이 정도로만 보였기 때문에 나 같은 중늙은이에게 그럴 리가 없잖아.
잠시였지만 어이없는 생각을 떨쳐 내 버리고 그 아이에게 필요한 음료를 주문했어.
참고로 나는 아무리 뜨거운 여름이어도 따뜻한 아메리카노만 마셔.
커피 맛은 따뜻한 커피가 제대로라는 생각에 다름 아니니까.
그렇게 우리 넷은 각자 주문한 음료를 마시며 상사 흉도 보고 회사가 왜 이러냐는 등 흔히 주고 받는 불평 불만도 좀 나눈 후에 그래도 어쩌겠냐,
오후도 힘내서 일하자 라는 다소 식상하지만 웬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멘트로 마무리하고 일어섰어.
음료잔을 퇴식구에 갖다 놓고 돌아 서려는데 커피를 내리던 아이가 불쑥 카운터 막이를 올리며 나오더라고.
그러더니 나더러 명함 하나 받을 수 있냐고 묻는거야.
어리둥절해서 ‘왜요?’ 그랬더니 고객 관리 차원에서 이벤트 같은 것 하면 알려 준다는거야.
그런 할인 이벤트는 빵집이나 커피숍 같은 곳에서 흔히 하는 일이라 흔쾌히 명함을 줬어.
그렇게 커피숍을 나오다 보니 계산대의 그 아이가 안 보이더라고.
잠깐의 착각 같은 설레임은 커피숍을 나서면서 잊고 말았지.
그런데 그 날 퇴근 무렵이었을거야.
문자가 하나 와 있더라고.
낮에 다녀 갔던 커피숍 오더 매니저인데 퇴근길에 커피숍에 들르면 음료 무료 쿠폰 주겠다는 거였어.
그래서 이벤트 엄청 빠르다 하고 생각했는데 보낸 번호가 일반 전화 번호가 아니고 핸드폰 번호인거야.
아무대로 뭐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누가 따라 올까 뒤를 흘끗흘끗 돌아 보며 그 커피숍까지 걷는데 괜히 가슴이 콩닥거리더라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 아이가 나를 알거나 호감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
저녁식사 전에 웬 커피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커피숍에 도착하니 주문대에 있던 그 아이도, 그 옆에서 커피를 내리던 아이도 안 보이더라고.
입구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데 누가 뒤에서 살짝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이 들었어.
두드린다기보다 살짝 손을 댔다는 말이 더 맞겠네.
뒤를 돌아보니 계산대에서 주문을 받던 그 아이였어.
에써 무표정해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지만 입술은 웃는 표현을 하려고 실룩거리고 있더라고.
더 가까이에서 보니 내 눈높이 정도 되는 키가 맞았고 긴 생머리에 갸름한 얼굴 그리고 적당히 살집이 있는 몸매였는데 잘록한 허리에 엉덩이가
육감적으로 크고 멋졌어.
앞에서 보면 어께 선에서 시작해서 몸매가 시작했는데 골반이 잘록한 허리에 반발하듯이 양옆으로 크게 벌어져 엉덩이가 크다는 느낌이었어.
또 사실 그랬고.
낮에 오더를 받을 때와는 다르게 티셔츠에 몸에 붙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청바지가 정말 잘 어울렸어.
그래서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내가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사서 입혀 보고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며 좋아했었어.
그리고 착해 보이는 눈매.
그게 가까이에서 본 그 아이에 대한 첫 인상이었어.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스쳐갔어.
이 아이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문자를 보낸 것 같은데 왜 나를 만나려고 했을까?
정말 그저께부터 잠깐잠깐 생각했던 대로 그 말도 안되는 상황인거야?
그런 상황이라면 뭐라고 해야 하지?
아니면 뭘 부탁하려는걸까? 흔히 말하는 원조교제?
그런 거라면 마음 상하지 않게 거절해야 할텐데 뭐라고 해야 하지?
.
너무 커피숍 정문이라 내가 손짓으로 비켜 자리를 옮기자고 한 후 모퉁이에서 그 아이와 마주섰어.
머리 속은 뒤죽박죽인 채로.
이윽고 그 아이가 입을 열더라고.
‘아저씨, 양복이 참 잘 어울려요’
‘네? 아….네….’
아니 이 말 하자고 퇴근하는 사람을 여기까지 오게 했을 리는 없고 곧 본론이 나오겠구나는 생각이 들면서도 만약 원조교제 제안 비슷한
거라도 해 오면 실망할 것 같더라고.
그 착해 보이는 눈을 가진 아이가 그런다면 누구라도 그럴거야.
그래도 칭찬인데 고맙다는 말은 해야 될 것 같아서 ‘네, 그렇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대답했던 것 같아.
그리곤 잠시 침묵이 흘렀는데 민망한 시간이었어.
그래서 ‘며칠 전 식당에서 잠깐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우리가 아는 사이인지 여쭤 봤어요’라고 이야기 했어.
그랬더니 그 아이가 살며시 웃더니 고개를 가로 젓더라고.
원조교제인지 호감인지 모르겠지만 전자든 후자든 말이 안되는 상황은 똑 같더라고.
물론 후자라면 나야 하느님,부처님 감사합니다 할 상황이었어.
그 착해 보이는 눈을 보면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 아이가 싫지 않았거든.
확률은 반반이었지만 어쨌든 저녁이니 밥이라도 먹자고 하면 거절할 것 같지는 않았어.
거기에서 30분쯤 거리에 바다가 있었고 그 바다가 보이는 곳의 파스타 집이 떠 올랐어.
어린 아이니까 파스타,피자,치킨 이런 것을 좋아할 것 같았거든.
나중에 안 것이지만 디저트 카페를 좋아하더라고.
어린 여자 아이답게 에쁘게 만들어진 디저트류를 좋아했어.
나는 짐짓 무심한 듯 ‘배 고픈데 식사 안했으면 밥 먹으러 갈래요?’ 하고 물으니 나를 빤히 쳐다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그 아이와 함께 그 파스타 집을 찾아 가는데 바다 위로 난 긴 다리를 건너니 어스름하게 넘어가려는 낙조가 붉은 빛으로 빛났어.
해가 많이 길어졌네 라는 생각을 하며 식당에 도착해서 파스타를 시켜 저녁을 먹었어.
식당까지 오면서 벛꽃과 바다가 번갈아 보이고 괜찮은 드라이브 코스였지.
차 안에서 그 아이에게 셔츠와 청바지가 참 잘 어울린다고 폭풍칭찬을 했어.
눈매가 참 착해 보인다고도 했고.
칭찬을 하면서 그 아이 마음을 업 시키고 싶었어.
너무 어려 보여서 내가 케어를 해야 할 것 같았거든.
그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재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어.
내가 거짓말 하지 말라고 장난을 치니 깜짝 놀란 그 아이가 뭐가 거짓말 같냐고 묻길래 아무래도 미성년자 같으니 민증 까자고 했어.
내 나이도 궁금하지 않냐고 했더니 정말 그 아이가 민증을 보여 주더라고.
이름은 이정연(물론 가명), 0000생 0월0일.
갓 고등학교 졸업한 대학교 1학년생이 맞았어.
그리고 내 민증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더라고.
보기보다 나이가 많다면서.
그래서 우리 딸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너스레를 떨었어.
실제로 그랬으니까.
그러면서 한편으로 죄책감이 들더라고.
아 아이에게는 이 아이 또래의 짝이 있을 테고 나는 알다시피 이 아이보다 나이가 많은 딸이 있잖아.
물론 아직 원조교제인지 호감인지는 몰랐지만 어떤 경우라도 죄책감이 드는 상황은 마찬가지였어.
그 즈음에서 이 아이가 나를 만나려고 했던 이유를 알아야 했어.
그 아이는 자기가 조금은 시골스러운 그 동네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양복이 잘 어울리는 사람 그리고 양복 오타쿠라고 하더라고.
오타쿠가 뭔지는 나중에 알았지만 양복이 잘 어울리는 사람에 대한 호감이 있구나라는 정도로 이해했어.
그렇다고 굳이 만나기까지 할 이유를 묻자 그렇게 양복이 잘 어울리는 남자와 데이트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느껴 보고 싶었대.
갑자기 그 아이가 안쓰럽게 느껴지더라고.
나중에 화려한 불빛과 정돈된 환경이 있는 도시에서 잘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아이와 나는 머쉬룸 치즈 파스타를 먹었던 것 같아.
그 아이가 먹고 싶다고 했거든.
그렇게 밥을 먹고 가족 이야기며 직장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니 많이 익숙해지고 많이 친해진 느낌이었어.
아니 서먹함 정도가 없어진 정도였을지 몰라.
그래도 좋더라.
딸보다 어린 아이와 이야기가 티카타카가 되는 것도 신기하고 좋았던 것 같아.
그 아이도 의외로 잘 받아 주더라고.
어느덧 하지를 향해 길어지던 낮도 밤으로 접어 들었어.
식당 밖으로 보이는 바닷물에 달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어.
나는 그 아이를(이하 ‘정연’이라고 부름) 집에 데려다 줄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행이 정연이 아버지는 주로 지방에서 근무하는 주말 부부고 어머니는 가게 일로 늦게 귀가한다고 했어.
그래도 딸 생각이 나서 늦지 않게 귀가시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집에 가야지?’ 하고 말하며 일어 서자고 했어.
그랬더니 정연이가 조금 더 있어도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정연이가 재잘재잘 친구 흉도 보고 카페에서 진상 부리는 손님 이야기도 들으며 시간을 보낸 후 식당에서 나왔어.
정연이 집으로 가는 길은 오던 길을 되돌아 가면 되는 거여서 다시 바다 옆으로 난 길을 지나 바다 위로 놓인 다리를 건너면 됐지.
식당에서 나오는데 정연이가 슬며시 팔짱을 끼더라고
말도 안되는 상황인데 아직 원조교제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고 그때까지의 느낌으로는 정연이는 그냥 나에 대한 호감이라는 확신이 들었어.
그래서 그렇게 팔짱을 끼는 정연이가 싫지 않았어.
다만 누가 보면 아빠와 딸 같은 남녀가 저러고 있다고 흉이나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
그래서 슬며시 팔을 빼며 ‘남들이 본다.’ 라고 말하자 오히려 더 팔짱을 당겨 끼며 ‘아빠와 딸이라고 하겠죠, 뭐. 요즘 아빠와 딸이 팔짱
끼고 다니는 경우도 많아요’ 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나를 당기더라고,
속으로는 하나님,부처님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면서 팔에 닿는 정연이의 가슴도 느끼고 그렇게 주차장까지 걸었어.
주차장이 좀더 멀리 있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어.
차를 타고 바다 위 다리를 진입하려고 하자 중간에 쉼터 같은 공간이 하나 있었어.
평일이라 차도 없고 다리 위를 다니는 차량도 뜸했어.
잠시 차에서 내려 바다를 보자고 하면 정연이는 또 팔짱을 끼겠지? 라는 응큼한 생각이 들었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은 이미 저만큼 멀어져 갔지.
그저 다시 한번 정연이의 손이 팔에 닿는 느낌 그리고 좀더 욕심이라면 정연이의 가슴이 팔에 닿는 느낌을 느껴 보고 싶었어.
‘정연아, 저기 공터에서 바다가 잘 보일 것 같은데 잠깐 보고 갈래?’ 하고 말하자
정연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요~’ 라고 대답하고 차를 세우자 마자 폴짝 내려 바닷가 난간에 기대어 서더라고.
그래서 그 옆에 나란히 서자 정연이가 팔짱을 안 끼우고 난간 위에 팔을 올려 턱을 고인채 바다만 보더라고.
그래서 잠시 뒤로 물러서서 정연이를 바라 보았어.
바다 바람이 정연이의 긴 생머리를 살짝살짝 팔랑거리는 모습이 보였어.
그리고 잘록한 허리와 뒤로 크게 봉긋하게 솟을 육감적인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고.
정연이가 마냥 바다만 보고 있기에 정연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서둘러 귀가시켜 주려고 해도 조금 더 있다 가도 된다고 하고.
혹시 조금 진도를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원조교제 이야기를 하려나?
혹시 이 아이를 건드리면 나중에 봉변 당할 일이 생기는 것 아닐까?
이건 어디로 튀어도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살랑거리는 바다 바람과 교교하게 빛나는 바다에 비친 달빛
그리고 난간에 팔을 올려 놓고 고개를 괸 채 바다를 바라보는 정연의 뒷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보다 정연이를 안아 보고
싶다는 동물적 감정이 앞서더라고.
이성이 감성앞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어.
슬며시 다가가 뒤에서 정연이를 가만히 안았어.
내 가슴이 정연이 등에 닿기 전에 정연이의 엉덩이에 내 똘똘이가 먼저 닿았어.
그리고 넓고 큰 정연이의 엉덩이가 내 하체에 느껴졌지.
팔로 정연이를 감싸자 정연이가 킥~ 웃더라고.
‘아까는 팔짱도 못 끼게 하더니’ 하며 놀리더라고.
그러면서도 가만히 있더라고.
낮에 보았던 착해 보이는 눈매와 발그스레 해지던 정연이 볼이 떠올랐어.
그 시간 이후로 많이 친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무 아래라 주변보다 진했던 어둠도 한몫 했던 것 같아.
‘정연이 추울까 덮어 주는 거야’ 라고 너스레를 떨자 정연이가 내 몸쪽으로 밀착을 하며 ‘아저씨 몸이 따뜻해요. 원래 이렇게 따뜻해요?’ 라며
말했어.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어.
만약 정연이가 성추행으로 신고한다면 빼박으로 개망신 당할 풍경이었어.
또다시 생각이 오락가락했어.
나중에 신고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진짜 괜찮은걸까.
몸을 떼고 싶었지만 정연이가 오히려 몸을 밀차해 오는 바람에 뗄 생각을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어.
정연이의 엉덩이골은 느낌이 넓고 깊었어.
아마 서양 여자의 엉덩이가 그랬을거야.
그렇게 뒤에서 안고 있자니 눈치없는 똘똘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라고.
정연이도 아마 느꼈을거야.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힘을 내어 정연이에게서 몸을 떼어냈어.
그리고 추운데 차에 타라고 했지.
그제서야 후두둑~ 몸을 한번 떨더니 ‘아저씨 덕에 등은 따뜻했는데 앞은 추웠어요’ 라며 웃었어.
그래서 ‘진작 말하지 그랬어’ 그랬더니 ‘그렇게 있는 것이 좋았는데요?’ 라고 말하며 웃더라고.
차에 타서 히터를 틀었어.
정연이가 밖에서 추운 것 같아서였어.
출발하기 전에 정연이를 돌아봤어.
그러자 정연이도 나를 보더라고.
정연이의 도톰한 입술이 눈에 들어 오더라.
눈이 마주쳤어.
또 가슴이 콩닥콩닥 하더라고.
말도 안되는 이 상황이 어디까지 갈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연이는 나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고 나도 정연이가
싫지 않았어.
정연이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
어쩌면 그건 순전히 내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는 그랬어.
그래서 육감에 맡기기로 하고 정연이게 키스를 했어.
정연이의 입술과 이 그리고 혀가 느껴졌어.
정연이가 강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혀를 받아 들이는 것이 느껴졌어.
그렇게 한참 키스를 나눈 후
‘아, 정연아,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하고 사과를 했어.
딸보다 어린 아이에게 키스를 하다니 죄책감이 몰려 오더라.
그런데 정연이가 입맛을 다시며 ‘나쁘지 않은데?~’ 하며 싱긋 웃더라고.
아, 이거 뭐지 하는 생각으로 또 머리가 복잡해지더라고.
뭐에 물린건가? 아니면 진짜 호감인가?
이 아이는 뭐지?
그 날은 그렇게 키스를 나누고 왔던 길을 되돌아 정연이를 집까지 태워 줬어.
정연이는 차에서 내려 저녁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타박타박 걸어 가다 생머리를 휘날리며 뒤를 휙 돌아 보더니 크게 손을 흔들었어.
말이 안되는 상황에서도 정연이와의 몸 접촉 느낌이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또 크기 만큼의 죄책감이 밀려 왔고.
그날 밤은 그런 온갖 감정과 걱정이 뒤섞여 제대로 잠을 못 잤던 것 같아...
To be continued...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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