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집과 채워진 상상
왕흥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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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엄마는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여동생의 유학 준비가 생각보다 복잡해져서 직접 유럽으로 따라가기로 한 것이다. 나는 "엄마, 나 혼자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지. 너 혼자 두고 갈 순 없어. 잠시 동안 엄마 친구 집에 가 있어. 동희 이모 기억나지? 어렸을 때 자주 놀러 갔잖아."
그렇게 나는 엄마의 친구인 동희 이모의 집으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모는 엄마와 대학 동기였고, 지금도 종종 연락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집은 생각보다 컸고, 정원에는 예쁜 꽃들이 가득 심어져 있었다. 하지만 내 시선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모의 딸, 수아 누나였다. 나보다 세 살 위인 그녀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이라고 했다. 키는 나보다 조금 작았지만, 그 비율이 남달랐고, 길게 내려온 생머리는 햇빛에 비칠 때마다 은은하게 빛났다. 무엇보다 그녀의 미소는 내 심장을 멈추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첫날 저녁, 이모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다. 이모는 반갑게 나를 맞이하며 "준수야, 편하게 지내. 우리 집이 네 집이야."라고 말했다. 수아 누나는 조용히 밥을 먹다가 가끔 나를 쳐다보며 웃어 주었다. 그 웃음에 나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나는 "누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외에는 제대로 입을 떼지 못했다. 평소에도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특히 예쁜 여자 앞에서는 말문이 막히는 병이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나는 수아 누나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했다. 그녀가 거실에서 TV를 보면 나는 방으로 숨었고,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면 나는 방문 틈으로 그 모습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내게 다정하게 "준수야, 커피 마실래?"라고 묻기도 했지만, 나는 "아, 괜찮아요."라고 얼버무리며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내 머릿속은 온통 그녀로 가득 찼다. 그녀의 손가락, 그녀의 목소리, 그녀가 책을 읽을 때 눈을 가늘게 뜨는 습관까지 모든 것이 내겐 완벽했다.
어느 날, 나는 방에서 우연히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평소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구독하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초상화를 생성해 주는 인공지능이었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수아 누나의 SNS에는 사진이 몇 장 없었지만, 그 몇 장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그 사진들을 참고해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입력했다. "긴 생머리의 한국인 여성, 20대 중반, 부드러운 미소, 큰 눈, 우아한 분위기."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화면에 떠오른 이미지는 놀랍도록 수아 누나를 닮고 있었다. 아니, 내가 원하는 대로 다듬어진 그녀였다. 미소는 좀 더 밝게, 눈빛은 좀 더 부드럽게, 그리고 나를 향해 살짝 고개를 기울인 포즈까지.
나는 그 이미지를 바탕 화면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만족하지 않고, 음성 합성 기술까지 적용했다. 수아 누나가 가끔 부엌에서 흥얼거리는 노래, 이모와 나누는 대화에서 들린 그녀의 음성을 조각조각 모아 데이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침 알람을 그녀의 목소리로 바꾸었다. "좋은 아침, 준수야. 오늘도 힘내." 그 목소리는 현실의 그녀보다 더 다정했고, 더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그 음성을 들으며 일어나고, 그녀의 얼굴로 만들어진 AI 캐릭터와 가상의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했다. 물론 모든 것은 혼자서 하는 역할극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환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현실에서는 한 걸음도 다가가지 못하지만, 내 작은 방 안에서는 내가 원하는 모든 대화를 그녀와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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