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女 4명 따로국밥 썰 8

7부 http://www.hotssul.com/321077
호텔에서의 마지막 나날들은 널럴했다. 호텔은 당연히 토욜, 일욜에도 쉬지 않는다.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하는데 질은 그저그랬다.
생각보다 출입 통제가 적어서 알바 그만 둔 애들 중 끼니가 어려운 애들도 지나가다가 호텔에 들려서 식당밥을 먹곤 했다.
그렇다고 호텔 구내식당밥이 맛있냐? 절대 아니다. 주말에는 사무직 직원들, 간부들이 출근 안하니까 주말 식당밥질이 개판이라고
우리 늘 투덜거렸다.
그 호텔에서 식사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냥 점심쯤에 가서 먹고 후딱 와야 했다. 저녁은 일찍 먹고 한밤에는 그냥 낮에 남은 찬과
밥을 야식으로 먹었다. 식사시간은 각 업장마다 대개 바쁘기 때문이다.
내가 점심에 구내식당에 밥을 먹으려 가려고 하니까 주방의 비정규직 요리사 넙죽이형이 나를 불렀다.
"너 어디가냐?"
"밥 먹으러요"
"야야, 너 이노옴, 이제 당장 그만둘 놈이! 형이 주방장님에게 기념으로 말씀드려서 갈비찜 정식해줄게."
내가 한식당에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갈비찜 정식! 일반 사람들 예상과 달리 호텔에서는 주방에서 일한다고 주방 요리사들도 절대 주방 음식을 함부로 먹을 수 없다. 그건 엄하게 금지되어 있다. 물론 웨이터들도 먹기 힘들다. 다만 연회부 같은 업장의 경우 뷔페음식이 남으면 그걸로 구석에서 슬쩍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10만원짜리 코스 요리같은 게 200인분 주문 들어왔는데 몇명이 안와 남으면 그것은 웨이터들이 꿀꺽 먹곤 했다.
한식당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다만 가끔 주방에서 남은 양념 불고기를 얻어와 웨이터들이 마감한 후 홀 한쪽 구석에서 구워먹기도 했다. 대신 음료수와 술은 웨이터들 소관이라서 여름이면 주방에 음료수를 드시라고 갖다 주곤 했다.
맥주와 음료수는 항상 넘쳤다. 주방사람들은 설겆이 등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 나한테 "주혁씨, 음료수좀 부탁해."라고 넌지시 말했다.
아무래도 웨이터형들보다야 내가 더 말하기 편해서 그럴거다.
난 슬쩍슬쩍 주방에 음료수를 갖다드려 인심을 얻곤 했다. 넙죽이형의 배려도 아마 그런 부분에 상당히 기인했다.
호텔 한식당의 음식은 진짜 기가막혔다. 재료를 좋은 것 쓰는 것 같았다. 하다 못해 김치맛도 환상이었다. 외주로 A급 김치만을 썼다.
그만큼 비싸기도 했다. 평소에 나는 갈비찜 정식이 먹고 싶어서 침을 질질 흘렸다. 주방 보조 넙죽이형이 주방장님께 미리 허락을 받고 갈비찜 정식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꽤 호의였다.
난 점심이라서 배고프기도 하고 맛도 있어서 허겁지겁 먹었다.
"참 주혁아, 너 내일까지 나온다면서?"
"네."
"야, 너 그럼 내일 우리 주방 회식하는데 와라. 주방장님이 너 꼭 데리고 오래"
한식당 주방사람들도 회식을 하는데 마감하고 거의 밤 10시 이후에나 늦게 시작했다. 그리고 연령대가 높아서 그런지 빨리 마시고
성인나이트 갔다가 새벽에 귀가하는 수순이었다.
솔직히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는데 그 귀하고 비싼 갈비찜정식까지 해주면서 말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연회부의 봉기형이 한가한지 한식당으로 잠깐 놀러왔다. 연회부에서 일할 때 제일 처음 친해진 형이 정보사 일반 근무병이었으면서
HID 인양 떠벌이던 김봉기형이었다. 이 형은 우리 한식당 양지배인님이랑 친했다. 양지배인님도 과거 연회부에서 캡틴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둘이서 만나면 시덥잖은 음담패설이나 하며 히덕거렸다 양지배인님은 주로 따먹은 여자얘기 하면
봉기형은 듣고 재미있어 하는 축이었다.
"박주혁이, 너 좋은데 취직하고 그만둔다면서?"
"네."
"임마, 그럼 연회부에도 와서 지배인님과 캡틴님에게도 인사드려야지."
"예. 내일 드리려구요."
"아냐, 이따 와. 미리미리 드려. 아, 그리고 너 그냥 가면 섭섭한데. 너 저녁에 뭐하냐?"
그날은 미라누나도 비번이고 나도 약속이 없었다.
"별일 없는데요. 집에가서 와우나 하려구요."
"야, 와우도 좋지만 아쉽잖아. 만렙이면 조금 쉬어도 돼. 저녁에 형이 한잔 살게"
봉기형이랑 나는 집도 가깝고 알게 모르게 코드가 맞는 것도 있었다. 웨이터 형들은 가방끈이 짧아서 그런지 이상하게 개뿔도 없이 그저 대학만 달랑 나온 나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나, 잘 쉬고 있어? 나 오늘 봉기형이랑 술마실게."
"봉기형? 연회부 캡틴대리 김봉기씨?"
"응, 내가 연회부에 있을 때 제일 친한 형이었어"
"그래..?
미라누나에게 퇴근 전에 전화했다. 이상하게 봉기형이랑 술을 마신다고 하니 조금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호텔웨이터형들이 평소에도 질이 낮아서 미라누라는 내가 그 형들과 어울리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 눈치가 있긴 있었다.
끝나고 봉기형과 간 술집은 "할머니네"라고 하는 작은 실내 포장마차였다. 내가 그 포장마차를 기억하는 것은 주인 할머니도 착하고 안주도 저렴하고 맛나지만 무엇보다도 그날이 너무 슬픈 날이라서 그럴 것이다.
난 봉기형과 꼼장어와 6천원짜리 순대찌개를 시키고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다.
아니나다를까, 봉기형이 예의 또 군대 얘기를 꺼냈다. 그러더니 입에 침을 튀기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이 정보사 김병장이 말야.." 하필 그날은 봉기형수님이 지방의 처가에 내려가고 담날 오프여서 아예 작정을 한 것 같았다.
똑같은 레퍼토리 듣는 것도 한두번이지 무슨 자기네 상사가 중사에서 중령으로 바뀌기도 하고 원래 자기가 북파공작팀 일원이었는데 실미도 같은 데서 훈련하다가 모래를 많이 먹어서 그만두었다느니 횡설수설을 해댔다.
서서히 지루해질 무렵 봉기형 핸드폰이 울렸다. 통화 소리가 커서 전화한 사람 목소리가 다 들렸다.
"야, 김봉기, 너 어디냐?"
"네, 형님, 저 박주혁이 그만둔다고 해서 같이 술한잔 하고 있습니다"
나한테 입모양으로 '양지배인..' 이렇게 알려줬다.
봉기형은 사석에서 양지배인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봉기형은 양지배인님과 뭐라고 주절거리더니 끊었다. 곧 양지배인님도 술자리에 합류한다고 했다.
"주혁아? 괜찮지? 양지배인님 너랑도 친하잖아?"
아무래도 나의 이별 술자리고 양지배인은 말 그대로 '지배인' 간부니까 내가 신경쓸까봐 배려하는 눈치였다.
"저야 괜찮아요."
안그래도 평소에 나를 동생처럼 아껴주시는 양지배인님과도 술자리를 하고 싶었다.
양지배인님은 평소에 나를 편하게 대해주고 귀여워해주셔서 그다지 부담은 없었다. 양지배인님이 술자리에 바람 같이 도착했다.
어디서 마셨는지 이미 약간 술기운이 있었다.
"야, 박주혁이 너 그만두면 나 장기 누구랑 두냐?"
양지배인님의 과거 겪은 호텔 이야기는 걸쭉한 입담과 어우러져 봉기형의 군대 얘기보다 훨씬 더 맛깔났다. 우리 셋은 점점 술잔을 돌려가며 의기투합했다.
"야야, 시발 2차가자. 지배인이 얘 송별회식도 안해줬는데 꼼장어가 다 뭐냐?"
"좋은데 가시려구요?"
봉기형이 양지배인보고 헤벌레 웃었다.
"시부럴넘..."
양지배인이은 잘 사는 집 아들에다가 돈도 꽤 많다는 소문이 있다. 일설에 의하면 양지배인은 월급갖고 사는게 아니라 부동산 임대료 갖고 산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호텔은 그냥 알바처럼 일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 씀씀이도 컸다. 원래 호텔 입사도 완전히 개망나니처럼 지내는 것을 호텔 지분이 있는 지방유지 아버지가 힘을 썼다고 한다. 호텔가면 개폼잡고 이쁜 여자도 많다고 꼬셔서 넣어줬다고 했다. 그러다가 결국 돌고 돌아 우리호텔까지 온것이다. 우리는 인근 참치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치집에서 다들 많이 취했다. 자꾸 나한테 이별주를 권하는 바람에 내가 젤 취한 것 같았다. 둘이서 쑥덕쑥덕 거리더니 3차로 룸빵을 가려는 듯한 눈치였다. 둘은 내 송별회식에 뽕을 뽑을 작정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날은 참 이상한 날이다. 내가 보통 때 같으면 알아서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은 자꾸 여자 생각도 나고 나도 룸빵이라는데를 한번 가보고 싶었다. 참 운명인 것 같다. 안갔으면 더 좋았을지도 몰랐을걸. 난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양지배인님. 저도 데려가줘요. 꺼억.."
"아 임마! 사석에는 그냥 큰형님이라고 불러. 그래 너 그만두는데 이 큰형님이 그것도 못하겠냐"
룸빵 간다는 말에 봉기형은 계속 싱글벙글이었다. 양지배인이야 이혼 직전의 별거 수준이고 봉기형은 마누라가 친정 가있으니 더 즐거워 하는것 같았다. 우리는 택시타고 북창동의 한 룸빵에 갔다. 그 업소는 양지배인이 단골이라는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 북창동이지 약간 외진 데에다가 영화에서 처럼 비까번쩍한데는 아니고 생각보다 허름했던 것 같다.
북창동 메인 골목에서 두 블록 지나서 처박혀 있는 약간 이상한 분위기의 지하 룸살롱 이었다.
(비밀은 이따가 밝혀진다.)
아가씨들도 완전 영계도 아니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 같아 보였다. 난 별로 였는데 양지배인과 봉기형은 그저 하하호호 였다.
물론 내 옆에도 웬 아가씨가 앉았는데 나는 형들도 있어서 약간 행동하기 어색했다. 미라 누나 생각도 나서 그냥 허벅지좀 주무르다가
술기운이 올라 눈이 가물가물 했다.
양지배인이 아가씨 가슴에 손을 넣고 쉴새 없이 주물럭했다. "오빠, 나 가슴 터지겠다."
봉기형이도 파트너와 키스를 하는 장면이 스쳐갔다.
"이 오빠는 되게 순하네" 내 파트너의 경상도 사투리가 들렸다. 얼굴은 이쁜데 목소리가 꽤 굵었다. 난 서서히 잠이 들었다.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니 호텔에서의 지난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감회도 깊었다. 그래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난 탁자에 엎드려 있었다. 그 상태에서 눈을 떴다. 내 옆에 파트너는 안보였다.
양지배인님과 봉기형 파트너도 다 나간 것 같았다. 그런데 둘이서 옥신각신했다.
"아, 형님, 남자를 붙여 주면 어떻게 해요?"
"히히, 좋은 경험 아니냐? 걔들이 더 나긋나긋하잖아."
"아, 형님 나 아까 걔 허벅지 봊이인줄 알고 더듬다가 고추 잡혀서 죽는 줄 알았어요."
"걘 담달에 수술한다더라. 대신 오늘 안마가자.내가 다 쏠게."
시발, 어쩐지. 거기 여자로 성전환 남자들이 오는 그런 데였다. 아가씨 비용이 다른 데보다 비용이 조금 싸다고 들은 적 있다.
무늬만 여자지 보추달린 파트너가 들어온 것 같았다. 아주 찝찝했다. 양지배인의 취향이 기괴하다고 여겼다.
난 고개를 들으려고 했다. 그때였다.
"아, 형님, 요즘 윤미라캡틴과는 어때요?
봉기형의 목소리다.
"미라? 왜?"
지배인은 만취한 목소리로 답했다.
"뭐 요즘은 안만나나 해서요."
응? 이게 무슨소리지. 미라 누나가 지배인과 만나다니?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아, 미라. 걔 몇번 따먹고 나니까 별루더라.."
" 형님, 와우, 진짜 윤마리 먹긴 먹었나보네?"
"그럼 내가 너처럼 구라겠냐?"
읔! 난 갑자기 아까 먹은 술을 토할 것 같았다. 먹어? 그러니까 양지배인이 미라 누나랑 잤다고?
에이, 아니지.. 아니겠지. 우리 미라 누나가 그럴 사람 아니지. 술자리 허풍이겠지.
양지배인이 우리 호텔 3대 구라잖아. 아닐거야. 아니야.
그렇지만 내 심장은 쿵쾅뛰고 있었다.
"그런데 야, 주혁이 확실히 자냐? 입조심해."
"예, 형님. 쟤 오늘 술 포장마차 부터 많이 먹었어요. 완전 꽐라에요."
"그래? "
"그런데 형님은 어떻게 그 난공불락의 윤미라 캡틴을 다 따먹었어요? 형님이야 뭐 우리 호텔여자애들
다 따먹을 능력되지만 윤미라 걔만은 절대 안될 것 같던데..형님 비결 좀 알려주세요."
"마, 그게 다 비법이 있는거야. 아 근데 윤미라 걔는 진짜 따먹기 너무 힘들었다.내가 얼마나 공들였냐. 도도한 뇬."
"형님! 그 비법좀 공유하세요. 맛있어요?"
김봉기, 이 십쌔끼...
"시발 꿀맛이다. 꿀맛! 얘가 보기보다 속살이 야들야들한게 봊이에 향기가 나는 것 같더라."
아냐, 이 시발, 아냐! 지금 저새끼들 하는 말 다 거짓말이야... 그럼..
난 속으로 생각했다. 심장 박동이 커지고 무릎도 바르르 떨렸다.
"아, 너 그거 모르지? 내가 전에 미라한테 3천만원 빌려준거?"
"저야 모르죠. 윤미라에게 돈 빌려주셨어요?"
"응. 미라 걔 장난아니더라. 걔네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사채까지 끌어썼나봐. 전에 한번 호텔에서 사채업자들이 빚받으러 왔었어"
"아, 윤미라 아버지가 아프다는 애기 들었어요. 근데 형님한테까지 돈 빌렸어?"
봉기형은 원래 호기심이 많은 유형이다.
"야, 한잔 따라봐라."
봉기형이 술을 따르고 양지배인이 한잔 들이키는 것 같았다.
"엉, 미라 월급도 차압 들어와서 반만 받고 있었거든. 시발, 내가 미라 좋아한 건 맞지만 그래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사잖아.
나도 더는 못기다린다고 했지. 빨리 갚으라고."
"그래서요?"
"뭘 그래서요야! 내가 치사하게 3천만원 때문에 미라 같은 일잘하는애들 호텔 그만두게 할 위인은 아니잖아. 내가 그냥
나랑 몇번만 자면 다 깎아준다고 했어."
"캬..형님은 진짜 스킬 죽여. 그거 형님 전공이잖아요. 진짜 대한민국은 돈이면 안되는게 없다니까. 그래서 윤미라가 알겠다고 대주던가요?"
"처음에는 울며불며서 안된다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나보고 딱 한번만 자면 진짜 탕감해 줄 수 있냐고 하더라."
"미라 걔 봉잡았네. 형님 같은 훌륭한 인격자 만나서. 어차피 티도 안나는 거 몸 몇번 대주고 그 많은 돈 탕감받고."
"시발, 나같은 부처님이 어딨냐. 한번은 안된다고 하고 그 핑계로 몇번 따먹기 먹었는데.. 사실 얘가 진짜 안되기도 하더라. 몸가는데 마음 가잖아. 나도 시발 마누라랑 이혼 직전인데 그냥 미라보고 나랑 결혼하자고 했어. 내가 빚 다 갚아 준다고.."
"솔직히 윤미라 같은 여자 세상에 없죠. 그래서 윤미라 남친이랑 헤어진거에요?"
양지배인이 질겅질겅 마른 안주를 씹는 것 같았다.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냐, 그건 남친 시어머니가 윤마리 빚많고 집 어렵다는거 알고 방해했나봐"
"아하..."
"남친도 술버릇 나쁘고 미라 때리고 해서 겸사겸사 헤어진 건가 보더라고. 미라 걔는 왜 그렇게 맞고 사는지 모르겠어.
남친한테도 빚이 많았대. 그래서 맞은 것 같아. 아, 내가 잽싸게 낚아서 데꾸 살려고 했는데 시발..."
"왜요? 형님 같은 재력과 외모에 바람기만 빼면 최고의 신랑감인데..윤미라가 싫대요?"
"야, 일단 따라봐. 나도 괴로워, 임마."
결국 나에게도 일리단과 불타는 군단이 찾아왔구나. 머리가 아늑해졌다. 미라누나가 양지배인에게 돈 빌리고 그거 갚는 다는 조건으로
몸대줬다고?? 이 시발...난 눈물이 막 났다.
"근데 미라가 거절하더라고. 미라 이 계애 요즘 또 누구 만나는 것 같더라."
"예? 형님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그냥 결혼하자고 했더니 자기 사랑하는 사람 생겼다고 하고 비밀 지켜달라고 울고 불고하더라고. 이제 그만 만나자고 하더라고
자기 놓아달라고."
"누구지? 호텔 사람인가? 윤미라가 누구랑 연애하나봐요?"
"모르지, 임마. 아 시발. 미라 봊이 참 맛있어서 아깝기는 한데 뭐 몇번 따먹었으니 나도 소원 푼 거고...새로 생긴 애인이 지랄하면
피곤하잖냐. 난 알았다고 했다. 아 근데 봉기 너 안마 안갈거야?"
"아, 형님 물고 빨고 놀았으면 됐죠. 전 바람은 안피워요"
"업소녀랑 떡한번 치는 게 뭐 바람이냐? 비즈니스지. 야 근데 주혁이 쟤 깨워라. 네가 데려다줘라. 형님은 오랜만에 안마좀 받자. 몸좀 풀게. "
술기운이 확 올랐다. 그렇지만 나는 자는 척을 했다. 눈물은 계속 났지만 고개를 숙여서 눈치채지 못했다.
난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집 앞에서 울면서 오바이트를 많이 했다.
아파트 대문 앞 계단에서 쭈그리고 자는 것을 새벽에 신문 받아보시던 아버지가 깨웠다.
다음 날 눈을 뜨니 역시 믿기지 않았다. 아니지, 시발 새끼들 멀쩡한 사람 갖고 자기들끼리 아예 3류 소설을 쓰는구나.
내가 미라누나랑 친한 거 알고 장난치는거야.
우리 미라 누나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이 시발 저급한 새끼들아. 우린 너네 같은 구정물과 달라.
공양미 3백석에 인당수에 빠지는 것도 아니고 무슨 기껏 3천만원 빚 탕감받자고 양지배인같은 양아치 새끼한테 몸을 대줘.
아닐거야. 암 아니지.
평소 술을 그렇게 마시면 비실비실한데 난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출근길에 지혜가 생각났다. 맞아. 지혜가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다음날 오전 늦게 한식당에서 출근했다. 새벽부터 일찍 출근한 미라누나가 나와 있었다.
미라누나는 살짝 보조개를 띈 귀여운 모습으로 장부를 펴고 근무표를 짜고 있었다.
내가 출근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참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내가 진짜 미라 누나 많이 사랑했구나....난 눈물이 핑돌았다.
"주혁아, 어제 술 많이 마셨어?"
난 아무렇지 않게 "네, 아니 조금요." 대답하고 곧바로 외면했다.
미라 누나는 잠시 살피는 듯한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저렇게 검은 눈동자의 선한 눈빛인데.... 도저히 믿기기 어려웠다.
오전에 예약손님이 많아서 어영부영 어떻게 보내는지 모른다. 미라 누나가 구내 매점에서 사온 갈아만든 배를 난 물끄러민 쳐다봤다.
"안마셔? 우리 주혁이 오늘 좀 이상하네."
"으응... 누나. 그냥 속이 안좋아서."
"앞으로 술 많이 마시지 말기야. 내 생각도 해주기야."
미라 누나가 사람 없는 틈을 타서 내 얼굴에 슬쩍 입을 맞추더니 스스로 얼굴 빨개져서 다른 자리로 갔다.
난 오후에 한가할 때 커피숍에 들렀다. 카운터의 지혜도 한가해 보였다.
"지혜야, 잠깐 나 좀 보자."
"어, 오빠? 오늘까지 출근인가 보네. 근데 왜?"
"잠깐이면 돼"
난 호텔 구석진 곳으로 이지혜를 데리고 갔다. 마음은 급했으나 짐짓 별 것 아닌 척 물었다.
"지혜야, 너도 알지? 양지배인님과 윤미라 캡틴 그렇고 그런 사이."
지혜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오빠가 어떻게 알아. 그걸? 이상하네."
"야, 내가 호텔에서 안기부로 통하잖아. 며칠 전에 들었어. 나 오늘 마지막 출근날이니 좀 알려줘봐. 넌 어떻게 알았는데?"
"오빠, 절대 비밀이다. 오빠가 호텔 그만두니까 알려주는거야."
"그럼, 내가 뭐 이제 그만두는데 너말고 누구한테 말하고 연락할 일도 없어"
이지혜는 잠시 고민하는 척 하더니 입을 열었다.
"런드리 아줌마 중에 내 친척 있잖아. 사촌이모. 그런데 전에 호텔 객실에서 밤늦게 양지배인이 나오는 것을 봤대."
런드리 아줌마라면 세탁부 소속인데 손님 퇴실하면 잽싸게 객실에가서 빨래감 걷어오는 일을 하는 아줌마를 말한다.
밀차를 끌고 다니면서 빨래감을 담았는데 한식당의 더러워진 테이블 보나 넵킨을 모아서 나도 갖다주곤했다.
"근데 그게 뭐? 그 양반 가끔 호텔에서 자고 가잖아. 연회부 사람들도 그렇고."
"응. 그런데 좀있다가 그 방에서 여자가 나오더래."
"여자가 누군데? "
이지혜의 대답하는 입술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입술이 바짝 타 들어갔다.
"윤미라 캡틴."
아..내 가슴에 거대하고 황량한 허리케인이 지나갔다.
"지...진짜?"
"응. 근데 눈물 훌쩍거리면서 나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대"
"그것 참 희한한 일이네. 윤미라캡틴님이 진짜 맞대?"
"틀림없대."
난 진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싶었다. 그런데 뒷골이 땡겨오고 발도 떨렸다. 떨림이 멈추지가 않았다.
"너..이거..누구 또 알아? 왜 나한테 얘기 안했어?"
"나 아무한테도 얘기 안했어. 그리고 내가 오빠한테 이 얘기를 왜 해? 여자 프라이버시니까 조심한거지."
"그러네."
"그런데 오빠도 뭐 좀 들은게 있나보네?"
"아, 아냐. 윤캡틴님 남친과 헤어지고 들이대는 웨이터 형들 많잖아. 그런데 누가 나보고 양지배인님과 사귄다는 소문이 있다고
물어보더라. 그냥 궁금해서. 별거 아냐."
그말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응. 근데 오빠?"
"왜?"
"오빠 지금 우는거야? 왜 눈물 흘려?"
"울긴..건조해서 자꾸 눈물이 나오네"
"아닌데..눈이 시벌게져서..오빠?"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이지혜를 뒤로 하고 난 돌아서서 뛰었다. 호텔에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
미라 누나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다. 난 호텔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오늘 마지막 날이라서 한식당에서도 날 찾지 않을 거다. 난 호텔 뒷쪽의 공원 벤치에 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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