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1

소설 처음 써보는데 어떻게 잘 써졌나 모르겠네요
저는 법률적 지식은 잘 모르고 대충 검색해서 집어넣었으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히 현실에 있지 않은 허구이며, 과몰입은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나는 왕따였다.
학교 다니는 내내 왕따였다.
종종 학생 하나가 따돌림, 왕따 등에 시달린 끝에 자살을 하고, 그 사건이 보도가 되어 유명해지고, 가해자들의 파렴치한 행동들이 드러나 전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등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사회적인 관심을 받으며 학교폭력을 근절하려 정부차원에서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드러나지 않은 학교폭력들이 훨씬 많다. 예나 지금이나 선생이고 친구고 다들 쉬쉬하고 외면하느라 바쁘다. 애들은 다 싸우면서 큰다니, 애들 장난이 뭐 대수냐는 둥의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어른들, 선생들이 철저하게 관심을 두지 않고, 아마 오늘도 누군가는 따돌림을 당하며 등교를 거부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흑인이다. 우리 아버지는 주한미군으로 들어와서 5살 연상의 우리 엄마를 만나다가 나를 낳았다. 어떻게 만났는지 구체적으로 엄마가 알려주지도 않았다. 우리 아빠, 아니 내 생물학적인 아버지는 귀신같이 복무기간이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도망치듯 가고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나같은 혼혈아들이 요즘에도 한국에 꽤 많다고 한다. 아무리 외국인들이 한국에 많고 다문화가정이 많아 서서히 한국도 다민족국가가 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적어도 내가 학교다닐 시기에는 그러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와 같은 아이들은 아빠따라 미국으로 가든 한국에 남든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말을 상당히 많이 들었다.
덕분에 초중고를 가리지 않고 수없이 많은 학교폭력과 왕따에 무방비로 노출당했다. 나를 괴롭히고 때리던 일진들에게 인종이 다른 내 피부색은 충분히 폭력을 행사할 이유가 되었다. 심지어 일진의 우두머리격인 애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새끼라서 내가 아무리 허구헌날 두드려 맞았다는 걸 선생들에게 알려도 귓등으로 들은 척도 안했고, 오히려 니가 맞을 짓을 한 게 아니냐는 개소리로 걔를 옹호해주기 바빴다.
결국 난 중학교 내내 폭력에 시달리다 고등학교에서도 그 일진무리가 계속 따라와 괴롭히자 나는 고등학교를 세 달도 버티지 못하고 자퇴를 했다. 남들은 중고등학생 시절이 그립다, 동창들이 그립다고 동창회에서 모이곤 하지만 내게 그런 추억은 없었다.
엄마는 내가 하도 왕따에 시달리는 걸 보다 못해 그 지역을 떠나 아예 외할아버지가 계시는 시골로 나를 데리고 낙향했다. 엄마는 그동안 나를 낳고 나서 아빠없이 날 키우느라 별 일을 마다않고 다 했었다. 마트 계산원, 파출부, 식당일, 공장일 등등 악착같이 일해서 모은 돈으로 시골 읍내에 조그맣게 치킨집을 내고 나도 같이 일을 도우니 그럭저럭 둘이서 먹고살만 했다. 난 공부 대신 엄마를 도와 닭을 튀기고, 외할아버지가 하시는 조그만 농사일을 돕는 등 각종 노동을 해도 학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했다. 시골 어르신들도 피부 검은 날 보고 신기해할 뿐 차별하지 않고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거기서의 내 별명은 아스팔트 총각이었다.
외국인을 거의 볼 일이 없는 시골어르신들은 날 자연스럽게 아스팔트라고 불렀다. 아버지 유전자만 물려받았는지 내 모습은 전형적인 흑인의 모습이었다. 마치 피아노의 검은 건반같이 일반적인 흑인들보다도 한층 더 검은 피부, 운동 잘할거 같은 길쭉한 팔다리, 모 할리우드 배우를 닮은 것 같은 얼굴. 그런데 신기하게 흑인에게서 흔히 보이는 곱슬머리, 두꺼운 입술, 암내 등이 없는 부분은 한국인인 엄마를 닮았다. 얼굴만 보면 피부색만 검은 한국인이었다.
그래서 난 흑인과 동양인의 장점만 골라닮은 축복받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찬찬히 뜯어보면 남자들이 화장실 거울 앞에서 보는 흔한 착각들처럼 꽤 잘생긴 것 같다. 물론 그 친구들은 착각이고, 난 진짜 잘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검디검은 내 피부색을 원망하며 색이 조금이라도 옅어지지 않을까 목욕할 때 피부가 빨개지도록 벅벅 문댔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검기 때문에불빛에 윤기가 나고 피부가 깔끔해보이고 근육이 선명해보이는 효과까지 있어보였다. 약간 존나 힘센 흑인용병같잖아?
그런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니 학교다닐때 날 짓눌렀던 다른 생김새에서 오는 우울감, 열등감이 서서히 벗겨지는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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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퇴하고 시골로 내려간 지 일년이 조금 넘어서야 난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대학을 나와야 적어도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엄마의 강권도 있었고, 다시 학교를 다닌다해도 그때처럼 찌질거리지 않을거란 자신감도 붙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공부는 놔버린지 오래되었지만 차근차근 회복되었던 자존감은 뭐든 할 수 있을것만 같았고, 엄마가 장사수완이 괜찮았던지 치킨집을 개업한 지 얼마 안되어 나름 잘 되어서 가게도 조금 확장하고 알바생도 뽑으니 난 엄마의 바람대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나는 검정고시와 수능을 거쳐 남들 가는 나이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중학교 3년 내내 날 괴롭히던 그 양아치새끼가 나랑 동기로 입학했다는 걸 알았다. 걔 이름을 보고 설마설마했는데, 같은 학교 같은 과에 그 얼굴이 보이자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에 휩싸였다. 3년이나 지났는데 여태 걔한테 당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게 보이니 아직 그것들이 잊혀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사실 걔가 공부를 잘했고, 그래서 선생들에게 편애를 받았으니 막연히 나보다 좋은 대학교를 갔겠거니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여기서 보니 쟤도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학교도 객관적으로 엄청 좋은 학교고 좋은 과인 건 맞지만 쟤는 학교와 부모의 서포트를 빵빵하게 받고 왔지만 난 흔한 학원도 다닌 적 없고 ebs 강의만 듣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
걔가 같은 이름에 흑인인 나를 몰라볼리가 없으니 ot때 날 보고 아는체하며 다가왔고, 처음보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낼 순 없으니 속으로 아니꼬운 감정을 숨기며 얼굴이 굳어가는 걸 억지로 펴가며 반가운 척을 했다. 그러자 그새끼는 자기가 했던 짓을 까먹었는지 나쁜짓이란 것조차 인식도 못하는지 여기서 볼 줄 몰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난 그 웃음조차 매우 아니꼬웠지만.
쟤는 본인때문에 내가 괴로웠다는 걸 알까? 아니, 자기가 했던게 폭력이었다는 걸 알기나 할까? 장난이었다고 인식할 것 같아서, 그래서 반성하고있지도 않을 것 같아서 더욱 화가 났다. 차라리 아싸로 대학생활 내내 혼자 다니더라도 크게 쌍욕을 하면서 주먹다짐을 할걸 후회를 했지만, 어차피 학과 동기라 해도 피해다니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동기생들이랑 친해질 수도,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쟤보다 적어도 머리는 낫다는 우월감과는 별개로 불쾌한 건 불쾌한 거다.
그리고 사건은 나중에 신입생 mt자리에서 벌어졌다.
* * *
대학 근처 모 술집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열렸고, MT가 으레 그렇듯 술이 많이 들어갔다. 문제가 터진 것도 술이 들어간 다음이었다.
날 괴롭히던 왕따 주동자 최진우는 천생 인싸라서 한달도 안되는 그새 동기들, 선배들이랑 친해졌는지 그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난 몇몇 친해진 친구들과 조용히 술 한잔 하고 있었다. 걔는 같은 과 사람들과 재미있게 수다를 떨다가 도중에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저런 썰을 풀던 녀석이 나를 보더니 낄낄 웃었다. 그리고 나를 가리키며 "쟤 고딩때 생활이 어땠는지 아냐" 며 운을 뗐다.
그리고 난 그 말이 귀에 꽂혔다.
사람은 소음에 가까운 수많은 말들 중에서도 유독 자기 이야기에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걔가 거기 있다는 것도 거슬리는 마당에 쟤가 나를 입에 올렸다는 것에 거의 반쯤은 엉덩이를 뗐다.
나는 내 찌질하고 고통스러웠던 그동안의 학교생활이, 내 과거가 저 놈의 한낱 우스갯소리로 다뤄지는 게 너무 싫었다.
네까짓게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어디서 그 더러운 입을 함부로 놀리냐고.
그리고 그 새끼가 대놓고 내게 손가락질하며 비웃고있음을 확인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술에 살짝 취한 상태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 새끼의 입을 틀어막아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그의 뒤로 다가가는 순간, 주먹이 날아왔다.
3
정리해보자면 간단한 일이었다. 그 놈은 나를 주먹으로 때렸다. 내가 주먹을 맞고 휘청거리자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자기가 앉아있던 의자를 들어 내게 내리쳤다. 그리고 내가 쓰러지자 말려대는 친구들을 밀치고 나를 밟았다. 난 거의 저항도 못하고 쓰러져 웅크린 채 발길질을 그대로 다 맞았다. 내가 쟤한테 뭘 한것도 아닌데 왜 저러는지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나중에 건너 들은 얘기로는 덩치 크고 피부 검은 내가 자신의 등 뒤로 조용히 다가가니 겁을 먹어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휘두른 게 내 얼굴에 꽂혔다고 했다. 눈감고 휘두른 주먹에 내가 얻어맞았다고. 그런데 소싯적 양아치스러움을 못 버렸는지 얼굴을 감싸쥐고 뒷걸음질치자 술김에 마저 발길질로 나를 눕히고 정신을 차려보니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었다는 이야기.
보통 사람은 사람을 때리지 않고, 우연히 실수로 때렸다 해도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지 철권하듯 더 두들겨패지 않는다. 아마 내가 걔를 불쾌하게 생각했듯이 걔도 날 아니꼽게 보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과거 찌질했던 놈이 자기랑 맞먹으려는 것 자체가 보기 싫어서 샌드백 패듯 날 팼나보다. 무슨 싸이코새끼도 아니고.
나는 다행히 어디 부러지진 않았지만 얼굴을 비롯해 온 몸에 심한 멍과 타박상이 남았고, 의자에 머리를 제대로 가격당해 두피가 크게 찢어져 수십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사실 이런 건 중고등학교때 내가 당했던 일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라진 게 있었다.
지금은 걔를 비호해 줄 패거리들과 선생들이 없었고, 난 잠자코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아직도 제 버릇 못고치고 날 팼고, 굳이 같이 싸워주는 것보다 그때같이 일방적으로 맞아주는 게 더 유리할 것 같아서 난 일부러 저항하지 않고 다 맞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자기가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뤄야 했다. 인실좆이라 했나. 인생은 실전이다.
* * *
물건을 가지고 사람을 때리면 특수폭행이 된다. 그렇게 해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특수상해가 된다. 특수폭행과 특수상해의 차이는 특수폭행은 벌금형이 있지만 특수상해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있다. 게다가 피해자와 합의를 해도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물건으로 사람을 때려서 병원에 보내면 단순히 사람을 때린 것보다 훨씬 더 엄하게 처벌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집행유예를 받지 못하면 확정적으로 교도소로 가야한다고 보면 된다.
나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 발빠르게 변호사와 상의 후 고소를 했다. 그리고 당시 MT를 같이 갔던 친구들에게 증언을 받아내고 cctv 자료를 확보해서 내게 유리한 증거들을 차곡차곡 모았다.
절차는 일사천리였다. 담당검사가 정해지고, 최진우는 출석통보서가 집에 날아들고 경찰서에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하자 설마했던 그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조여져오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나도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검사를 만나고 여러 절차를 밟느라 바빠서 내가 일을 크게 벌려도 너무 크게 벌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직도 붕대를 갈아줘야하는 상처와 그간의 고통을 제대로 앙갚음해줘야한다는 복수심에 불타 최진우가 아무리 만나자 해도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런데 그러던 중,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어느날 모르는 번호로 내게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 저 진우 친누나되는 사람입니다. 언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일이 커질 대로 커져서 양쪽의 온 가족이 모두 동원되는 상황이었다. 전에는 걔 아버님께서 만나자고 하는 걸 검사님을 통해 연락하라고 거절했더니 이번엔 누나다. 다 자식들이 못나서 부모와 가족들까지 고생시키는, 참으로 불효자가 따로 없었다. 물론 내가 아니라 그 새끼.
그동안 진우와 관련된 모든 연락을 철저하게 씹었는데 가족들이 무슨 죄라고 그런 연락도 전부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인지라 그 문자에 답장을 했고, 그 분은 전화를 걸어도 되냐는 양해를 구한 후 전화를 걸었다. 그 새끼와는 다르게 참으로 매너가 있는 분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나는 합의해줄 마음이 개뿔도 없었다. 난 걔가 꼭 교도소에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감옥에서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 반성이나 했으면 좋겠다.
내가 왜 합의를 해 주냐.
그래서 퉁명스럽게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하고 물었다.
그 여자의 이름은 최민아씨라고 했다. 이제 이새끼는 하다하다 안되니 지 누나를 방패막이로 삼으려고 하나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최대한 화난 기색없이 딱딱하게 힘을 주어 말했다. 아버님께 말했던 것과 똑같이 최민아씨 동생께서 저를 폭행했고, 이미 고소절차는 밟고 있으니 할 얘기 있으시면 검사님 통해서 이야기하시고, 난 합의해 줄 의향이 없으니 굳이 번거롭게 저랑 만나실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고 단호하게 얘기를 했다.
내가 할 말을 일단 마치자 한동안 거기서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 흐른 후 차분한 목소리로 합의해달라고 안할테니까 얘기라도 나눠보자, 진지하게 나눌 말이 있어서 전화보다는 어디 카페같은데서 만나자고 했다. 만나기 싫다고 아버님의 연락을 무시하고 넘겼었는데 차마 이것까지는 거절하기 찜찜해서, 만나되 진우는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그 분도 흔쾌히 알았다고 하고 통화가 종료되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어떻게 그 새끼랑 같은 남매인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남매라 그런지 진우도 잘생겼고 누나인 민아씨도 예쁘긴 한데 그 새끼 특유의 양아치스러운 인상이 전혀 없는 여자였다.
그녀는 나를 직접 보진 않았지만 어렴풋이 날 알고있는 듯 했다. 하긴 한 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좁은 동네에 흑인이, 심지어 한국어에 매우 능숙한 흑인이 또래 한국인 무리에 섞여있으니 당연히 알 법했다. 그러면서 학교 다닐 동안 걔가 날 괴롭혔다는 걸 이제 알았다며 걔를 대신해서 사과하겠다고 했다.
"그냥 제 얘기를 하고 싶어서 불렀어요.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 때 터진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네요."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자기 사연을 구구절절 이야기했다. 솔직히 동정심이라도 사보려는 얄팍한 수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표정이 내가 귀담아듣든 말든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단 나는 잠자코 들었다.
남매의 엄마는 진우가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고, 지금은 아빠 홀로 민아와 진우남매를 돌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빠가 지방 공사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한 달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지라 실질적인 가장은 누나인 민아였다. 다행히 민아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다고 한다.
구구절절하게 자신의 가정형편과 사정들을 설명한 그녀는 진우가 별탈없이 학교를 다니고있는 줄로만 알았고, 공부도 잘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하다고 선생들이 칭찬했던지라 나같은 피해자가 있는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거의 빌다시피 내게 말했다. 자기가 너무 오냐오냐 애지중지 키워서 그런것 같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너무 진우만 바라보고 살아서 솔직히 문제가 있어도 애가 공부를 잘하고 뭐든 잘하니 알아서 잘 해결할거라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던 것 같네요. 동생이 누구랑 싸우고 들어왔다 했을 때 그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했지만 애써 모른척한 제가 제일 잘못이겠지요."
누나되시는 분의 잘못이 아니라 그 새끼의 인성이 글러먹은게 잘못일겁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긴 얘기를 커피가 식어가도록 구구절절 토해내듯 말한 민아 앞에서 차마 그 말이 나오지 못했다. 물론 법적인 처벌을 피할 순 없다는 것쯤은 안다. 그러나 그래도 미래가 창창한 애가 아니냐. 애도 반성을 하고 있으니 자기가 책임지고 따끔하게 혼낼테니 앞으로 내 앞으로 얼씬도 못하게 자퇴하고 군대에 보내든 수능을 다시 치라고 할테니 감형받을수 있게 도와주지 않겠냐고 애원하듯 말했다.
솔직히 아까 구구절절하게 사연을 설명할땐 나도 마음이 동했다. 알고보면 애도 착한 놈이었다는걸까. 그런데 불쌍한 건 불쌍한 거고, 이렇게 감동받아 덥썩 합의했다고 감형받아놓고 나중에 입을 싹 씻을지 어떨지 누가 알까. 솔직히 난 걔가 교도소에 있었으면 했고, 지금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죄송한데, 제가 이미 고소를 하고, 특수상해죄로 검사님이 처리를 해주셔서 제가 합의를 한다해도 재판이 진행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미 진행될대로 진행되어서 곧 재판에 피고인으로 참석하라고 연락이 갈거라고 했어요."
난 일부러 머리에 감은 붕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일은 있고, 합의해서 형량을 감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금 해주긴 싫었다. 그렇게 말하니 누나도 그 속뜻을 이해했는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그, 그러면 ... 시키는 거, 뭐든지 다 할 테니까. 합의해 줄 수 없... 을까요?"
사람많은 카페에서 갑자기 일어나 허리를 숙이려 하자 나도 당황해서 급히 말렸다. 사람들이 쳐다보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허리를 굽히며 비는 모양새도 보기 민망했다.
그런데 모순되게도 그녀가 허리를 숙인 순간 그녀의 가슴이 출렁이는 게 보였다. 보려고해서 본 게 아니라 옷차림이 가슴골이 보이는 옷이어서 그저 보인것 뿐이었다. 여자를 사귄 적도 없어 그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는 내게는 당황스러웠지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옷 사이로 비친 가슴골에 시선이 꽂히다보니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옷차림을 쭉 훑어보게 되었다. 과하게 파인 듯한 원피스 앞섶 사이로 보이는 가슴이 상당히 풍만해보였다. 여자 가슴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출렁인거 같은데 그러면 적어도 뽕이 아니라 실제 자기 가슴 아닐까? 분명히 여자 훔쳐나보려고 여기온 게 아닌데 자꾸 딴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거기다 남의 가슴이나 훔쳐보는 걸 걸리면 그것만큼 개쪽팔린 것도 없는데 모르는건지 모르는 척을 해준건지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여튼 시키는 걸 다 하겠다는 뜻이 그냥 들었을 때는 아마 별 생각이 들지 않고 생각에 변함이 없었겠지만, 그 나이대 피끓는 남자가 그걸 봐버렸는데 거기서 연결되는 시키는 거 다 하겠다는 말에 나는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설현은 무슨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자기관리를 하는 듯, 몸에 군살이 전혀 없는 관리가 잘 된 외모였다. 허리숙여 인사하느라 일어섰을 때 아까는 인식하지 못해서 잘 못봤지만 이제보니... 진우 이새끼, 좋은 누나를 뒀는데?
내 머릿속에서 망상들이 미칠듯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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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야동을 봤더니 이런 글들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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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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