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11부

11부 헤어짐
자신과 동침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성준같은 아까운 사내를 딸과 결혼시킨다는 게 못내 마음에 걸리지만, 일단 딸을 살리고 봐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애는 성준과 합의하에 그들의 인연은 여기서 마무리 짓기로 한다. 딸 지혜가 말라가고 있는 마당에 사위와 계속 만남을 가진다는 것은 미친 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별 약속은 얼마 못 가서 깨지고 만다.
열흘 후 다시 살아나 생기를 찾은 지혜와 혼수품을 장만하려 셋이 만나게 된다. 새롭게 만난 성준과 함께 있는 것만 해도 즐거운 지혜는 이미 과거는 용서하고 들떠서 이것 저것 쇼핑을 해댄다. 혼수 장만에 지친 그들은 더운 여름 날씨를 피해 시원한 생맥주 바에 들른다. 갑자기 지혜는 직장에 일이 생겨 들어가게 되고 둘만 남은 정애와 성준은 애타는 눈길로 서로를 쏘아본다.
“장모님 우리도 이별식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예요?”
“이 사람이 지금와서 무슨 소리? 조금 전에 지혜가 그리 좋아하는 거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짧지만 우리 뜨거웠잖아요. 제가 지혜랑 결혼하면 평생을 보고 살건 대 계속 참으실 수 있겠어요?”
“................ 못참을 것도 없지, 솔직히 나도 자네 말고 만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네, 내 걱정 말게”
“뭐라구요. 장모님 지금 저에게 도발하시는 거예요? 다른 남자요?”
“그래. 솔직히 남편하고 결혼하고 20년간 한 번도 한 눈 안 팔았는데, 작년 부턴 나도 할거 하고 사네. 자넨 그중 한 남자에 불과했어. 그만 마음 접어. 이미 다 끝난 일이야. 지혜하고나 잘살어”
“그린 못하겠네요. 남자를 이런 식으로 긁는군요. 오늘 당신 한번 품어야겠어요”
“이 사람이......”
“한 번이면 돼요. 마지막 이별식은 해야죠. 만약 거절하시면, 저도 지혜랑 결혼 못 합니다”
협박 아닌 협박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들은 황급히 바를 나와 같은 건물 13층에 있는 모텔로 손을 잡고 향하고 만다. 짐짓 태연한 체 하였으나 갑작스런 이별로 가슴이 타 들어가던 둘은 마지막이라는 핑계로 싸구려 모텔의 빨강색 베드위에서 알알히 부딪히고 만다.
오후 6시 무렵에 들어간 두 사람은 8시 30분까지 쉬지 않고 서로를 용서 없이 아껴주고 있었다. 두 사람의 행방을 찾는 지혜의 전화가 차례 차례 울리고, 벗어던진 옷가지와 타액이 낭자한 침대위에서 알몸으로 교접한 채 각기 받는다.
“엄마 어디야?”
“...... 친구만나고 있어, 왜”
“왜긴 연락이 안되니까, 성준씨도 전화 안받고”
“문서방 아까 너 나가고 좀 있다 볼일 있다면서 갔어”
“그렇구나 연락이 안되니까 어떻게 된건가 싶어 걱정햇지”
“엄만 오늘 늦을지도 몰라 아빠한테 잘 말씀드리고 먼저 밥 챙겨먹어”
꿈틀거리는 성준의 힘찬 좆질을 태연한 얼굴로 받으면서 가랑이를 벌린 채로 남자의 허리를 감싸고 누워서 딸의 전화를 받는다.
“그래 딸아, 오늘 보니까 문서방 진짜 사내더라, 너 좋은 남자 만난거야, 이만 끊어”
“그래 엄마! 친구분하고 잘 놀다 와요”
둘의 사랑의 방해꾼 지혜의 전화로 인해 잠시 서로에게 쉴틈을 준 그들은 또다시 급격히 몸을 섞으며 어울리기 시작한다.
각각의 알리바이를 만든 둘은 두어차례 색풍의 파고를 넘고나서 사이좋게 저녁을 시켜 먹고는 또다시 엉킨다. 서로를 향해 용서가 없는 불같은 섹스는 끝이 아니라 이미 새로운 시작을 잉태하는 듯 했다. 모텔 구석 구석에서 고함을 지르며 애타는 재회의 몸짓으로 음수를 뿌린 그들은 자정이 넘어서야 탈진해 가뿐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놓아준다. 남녀 간이란 서로가 미워져야 헤어지지, 마음이 남아 있는 한 언제든 몸은 연결될 수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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