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토피아-001
'크윽'
씨발....
늑골이 부러진 건가
숨을 쉬기도 힘들다
한쪽 눈이 떠지지 않는다
여기저기 통증이....
살아 있다는 게 기적이었다
정신이 든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으헉'
몸을 일으킬 때 전신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다
내가 버려진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고
이곳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유야...'
내가 마지막으로 본 지유의 모습이 떠올랐다
배가 불러 있었다
그 새끼의 아이를 가진건가...
부질없는 생각이다
어차피 지유는 공용변기 아니었던가
누구의 아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으윽"
지팡이가 될 만한 걸 찾아야 했다
이곳 저곳의 통증으로 인해 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여긴 어디지?
도심 외곽의 폐허같았다
쓰러진 동안 좀비들에게 뜯어먹히지 않은 게 기적이었다
주변에서 막대기 하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좀비의 머리통을 부수기에는 조금 약해보였지만, 내 몸을 지탱하기엔 적당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막상 어딘가로 가려고 생각하니 암담했다
일단 표지판이 있는 도로까지 걸어나가야 했다
위험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게 숨이 붙어있는 한 지유를 포기할 순 없었다
난 다시 그놈들의 소굴로 갈 것이다
종말이 찾아온 건 1년쯤 전이었다
지유와 난 신혼부부였다
아니...결혼 5년 차가 다 되어가던 부부였으니 신혼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아이가 없었다
나에게 결함이 있었다
난 무정자증이었다
지유는 착한 여자였다
남자구실도 못하는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다
난 백수였다
용산 전자상가가 망한 후
난 지방 소도시로 내려왔다
그래서 가게 하나를 차려 조립PC를 팔았다
아니 프린터 대여사업부터 컴퓨터수리, 노트북 중고거래까지 닥치는 대로 했다
그런데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파리 날리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난 온라인 게임에 빠져 현질만 일삼았다
빚은 늘어나고 있었다
그때 쯤 지유를 만났다
내가 음침한 스타일이라면 지유는 햇살처럼 밝았다
내가 기운 없는 스타일이라면 지유는 에너지와 활기가 넘쳤다
난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녀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똘똘한 처녀 사장님으로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했다
우리 두 사람의 가게는 한 상가 안에 있었는데
난 한참 후에야 지유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우연히 커피를 마시려고 그녀의 작은 카페에 들어간 날
난 무겁게 쌓인 재료상자들을 날라주었다
택배가 문앞에 가득 쌓여 있는데 여자 혼자 나르기엔 무거워보였기 때문이다
홀이 2평이나 되려나 3평?
내 가게도 코딱지 만했지만 지유네 가게는 그보다도 훨씬 작았다
작은 가게 사장끼리의 공감대랄까
가뜩이나 좁은 가게에 박스들이 가득 차 있는 게 답답해서 옮겨주었다
그때 지유는 고마워하며 공짜로 커피를 주었고
난 그날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햇살을 보았다
그리고 사랑에 빠졌다
난 정말 고백조차 못나게 했다
조촐한 술집에서 사귀고 싶다고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술김에
병신같이
그런데 지유는 그런 날 받아주었다
내가 진실한 게 좋다고 했다
난 지유와 결혼했다
결혼 후 나는 내 가게를 접었다
그리고 지유의 가게를 조금 더 확장하여 넓은 장소로 옮기게 되었다
그때 쯤 난 주식과 온라인게임에 심취하였다가 돈을 많이 날렸다
폐인이 되었다
지유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두 배로 억척스럽게 일했다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는 것만 같았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사력을 다해 일했다
내가 손실한 것들을 자기가 만회하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잠들어 있을 때 그녀는 혼자 조용히 울었다
우연히 잠에서 깨어 그녀의 눈물을 보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나는 또 게임에 접속했다
미친 새끼....니가 사람이냐....
난 그런 내가 저주스러웠다
난 혼잣말이 많아졌다
난 스스로에게 욕설을 자주 퍼부었다
죽고 싶었다
난 망가지고 있었다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쯤 정말로 종말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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