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 12

차가운 아침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는 방 안, 나는 며칠간 공들여 준비한 기만적인 장치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책상 위에는 두툼한 법학 서적들이 펼쳐져 있었고, 고된 학업의 흔적인 양 빼곡한 필기가 가득한 노트들이 무심한 듯 놓여 있었다. 벽 한편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법률 관련 자료들이 붙어 있었고, 은테 안경은 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책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성실하고 영특한 미래의 법학도, 즉 ‘엘리트 대학생’**임을 은연중에 과시하기 위한 치밀한 연극의 소품들이었다. 나의 내면은 온통 탐욕으로 일렁였지만, 겉으로는 더없이 정갈하고 흐트러짐 없는 청년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 덫에 그녀가 걸려들리라는 확신에 나의 심장은 맹렬하게 고동쳤다.
얼마 후, 문밖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나의 전신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 문이 열리고, 박은경 아줌마가 내 시야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40대 중반의 연륜이 무색할 만큼, 그녀의 등장은 마치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처럼 모든 공기를 그녀의 색으로 물들였다. 그녀는 몸의 곡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천 한 조각이 오히려 그녀의 관능적인 실루엣을 더욱 노골적으로 부각시키는 마법 같은 의상이었고, 걸음걸이마다 살랑거리는 천 자락 아래로 숨 막히게 드러나는 탄력적인 허벅지 라인은 나의 시선을 완전히 앗아갔다. 외꺼풀임에도 깊고 큰 눈은 농익은 매혹을 뿜어냈고, 그녀가 살짝 눈웃음을 지을 때마다 세상이 환해지는 착각에 빠졌다. 도톰하고 매혹적인 입술은 묘한 성적 흥분을 불러일으켰고,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가지런한 치아는 깨끗하면서도 도발적인 인상을 주었다. 세월의 흔적이라기에는 미미한, 아주 미세한 주름이 눈가에 비쳤지만, 오히려 그녀는 그것을 감추려는 듯 진하게 한 화장으로 매력적인 깊이를 더했다. 그녀의 모든 것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을 넘어, 어떤 남자라도 그녀에게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의 육신이 온전히 깨달았다. 나의 팽창한 육신은 바지 가운데를 축축하게 적셨지만, 나는 애써 표정을 숨기며 그녀를 응대했다.
그녀는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나의 책상 위, 펼쳐진 법학 서적과 빼곡한 필기 노트를 스치듯 본 그녀의 눈빛에 은근한 감탄이 스쳤다.
“대우 씨는 공부도 열심히 하시네요. 듬직해 보여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고급 실크 드레스처럼 부드럽고 유려하게 흘러나왔다. 놀랍게도 그녀는 내 치밀한 연극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듯했다.
“네… 대충 이것저것 공부하고 있습니다.”
나는 겸손한 척 고개를 숙였지만, 그녀의 칭찬은 나의 뒤틀린 자만심에 기름을 부었다.
“우리 딸들도 대우 씨 같은 남자친구 만났으면 좋겠네요. 든든하고 보기 좋아요.”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에 나의 심장이 맹렬하게 요동쳤다. 그녀의 딸들! 이미 나의 은밀한 정보망을 통해 파악했던 쌍둥이 딸들의 존재가 나의 뇌리를 스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의 갈망을 더욱 깊고 어두운 심연으로 끌어내렸다. 나는 애써 침착한 척 대화를 이어가며, 그녀의 우아한 음성을 나의 휴대폰 녹음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젠 그녀의 목소리마저도 나의 통제 아래 들어온 것이다. 얼마간의 대화가 오고 간 후, 그녀는 다시 방문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방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는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문이 닫히고, 정적이 방 안을 감돌자, 나는 홀린 듯이 녹음된 파일을 확인했다.
밤이 깊어지자, 나의 자취방은 다시금 나만의 은밀한 성역으로 변모했다. 나는 차가운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아 낮에 녹음했던 박은경 아줌마의 목소리를 재생했다. 그녀의 교양미 넘치는 음성. 나의 손가락은 번개처럼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고, 화면 속 프로그램은 그녀의 목소리 파형을 기묘하게 뒤틀어놓았다. 단아하고 우아했던 그녀의 목소리는 곧 음란하고 흐트러진,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명과 신음으로 변모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것'을 갈구하는 듯한 소리,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절규, 그리고 나의 이름을 부르며 무릎을 꿇는 듯한 음성. 이 모든 것이 나의 뒤틀린 상상력이 빚어낸 **'가짜 신음'**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음란한 목소리에 집중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녀의 변모된 음성이 내 귓가를 찢을 듯이 파고들 때마다, 나의 육신은 통제 불능의 쾌락으로 폭주했다. 이미 팽창한 나의 욕망의 기둥은 터져버릴 듯 부풀어 올랐고, 나는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내 손은 미친 듯이 나의 '그것'을 움켜쥐었다.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급했다. 습하고 퀴퀴한 화장실 공기가 나를 감쌌지만, 나의 뇌리에는 오직 그녀의 음란한 신음만이 가득했다. 나는 바지를 내리고 거친 손놀림으로 나의 '그것'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합성된 음성이 더욱 빠르고 격렬하게 울려 퍼질수록, 나의 움직임은 더욱 거칠고 광적으로 변해갔다.
뜨겁고 끈적한 욕망의 정액이 솟구쳐 올랐다. 첫 번째 사정. 나의 모든 응어리가 터져 나오는 듯한 전율이 전신을 휘감았다. 축축하고 미끈거리는 액체가 차가운 타일 바닥 위로 흩뿌려졌다. 하지만 나의 욕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녀의 음성이 끊임없이 나의 이성을 유린했고, 나는 다시금 허리를 흔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사정. 활화산이 폭발하듯, 엄청난 양의 액체가 다시 한번 바닥을 적셨다. 나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지고, 화장실 안은 끈적하고 비릿한 냄새로 가득 찼다. 나의 몸은 이미 지쳐 있었지만, 그녀를 향한 맹목적인 갈망은 나를 멈출 수 없었다. 마침내 세 번째 사정. 절정에 이를 때마다 나의 뇌는 오직 '그것'만을 외쳤다. 바닥에 웅크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나의 눈앞에는, 정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미끄덩거리는 화장실 바닥이 펼쳐져 있었다. 그 엄청난 양의 액체가 만들어낸 끈적한 웅덩이는 나의 뒤틀린 승리감의 증거였다.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허벅지 사이에 잠자고 있던 나의 '그것'을 다시 자극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육신에서 또 다른 욕망의 액체가 흘러나왔다. 나는 이전에 구매했던 주사기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화장실 바닥에 고인 뜨겁고 끈적한 액체들을 주사기로 빨아들였다. 희미한 불빛 아래, 투명한 주사기 안에서 나의 **'밀크'**가 기묘하게 흔들렸다. 그 액체들을 들고 나의 냉장고로 향했다. 차가운 금속 문 뒤, 'park'이라는 표식이 선명하게 새겨진 1리터짜리 투명한 용기가 희미한 불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주사기 끝을 조심스럽게 병 입구에 맞추고, 나의 '밀크'를 그 안에 조용히 쏟아부었다. 꾸준히 채워지던 박은경 아줌마의 '밀크통'은 나의 세 번의 격렬한 순간들로 인해 그 부피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불어나 있었다. 병 안에서 기이하게 굳어가던 기존의 내용물 위로, 새로운 액체들이 끈적하게 뒤섞이며 나의 뒤틀린 만족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그녀의 이름이 새겨진 그 병은 이제 나의 맹목적인 집착과 통제 불능의 욕망의 결정체가 되어,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 더욱 어둡고 은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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