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라 15부(재업)

라라라 15부<연인>
‘나이, 신분, 모두 다 잊고 이 애타는 심정을 솔직히 고백하자. 사랑한다고 너무나 사랑한다고, 같이 있고 싶다고, 그에게 모든 걸 다 주고 싶다고, 만약 거절하면 자기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털어놓자’
그와 안지도 벌써 상당한 세월이 흘렀으니 조급한 사랑도, 가벼운 사랑도 아니고 참고 참아 터져나가는 사랑이라고, 여자의 일생을 걸고 무덤까지 가져갈 사랑을 주겠노라고, 평생님만 사랑하겠노라고 고백하기로 했다.
요사이 들어 뭍 사내들과의 섹스로 인해 몸이 먼저 열리는 여자가 되어 버렸지만 원래 그녀의 본모습은 봄날 여고생 같은 순정적인 면이 있었기에 이런 소녀 같은 발상을 했으리라.
그가 만약 그러한 그녀의 마음을 적은 꽃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너무 깨끗하고 우아해서 손가락하나 범접 못할 것 같았던 귀부인의 고뇌에 찬 러브레터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너털 웃음을 짓고 집에 가서 배를 잡고 웃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 각오가 비장해서 그런지, 자기가 너무나 심각해서 그런지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좋은 쪽으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장 실행에 옮겼다. 몇날 며칠을 정성들여 편지를 썼다. ‘당신에게...’ 로 시작하는 문장에서 만남에서부터 그동안의 구구절절한 애타는 마음을 진솔하게 다 담고 끝부분에는 몇일 날 어디서 기다리겠다. 그날 나와서 자기와 사랑을 이루자 만약 그날 자기랑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자기는 여자로서 너무나 수치스러워서 이 세상 빛을 더 이상 못 볼 것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썼다.
그 다음날 그녀는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뛰고 있는 그에게 주위 눈치를 살피며 편지를 전해주고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며 도망치듯 나왔다.
휘트니스센터를 나와 회사에 와서 생각하니 이번에는 생각이 아까와는 다른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자기가 미친 짓을 한 것 아니가 하는 생각마저 들면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자기가 저지른 일 중에 가장 큰일을 저지른 것 같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편지를 쓰고 전해 줄때까지는 안 되면 죽어버린다는 비장한 각오로 버텼는데 막상 편지를 전해주고 나니 이제는 무조건 후회만 드는 게 당장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애가 지금 낼 모래 고등학생인데... 남편도 있는 유부녀가... 연애편지를 다 쓰고 나보고 미쳤다고 하는 건 아닐까?’
‘진지하게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보라고 하는 것 아닐까?’
후회 후회 후회 막급! 시간을 몇 시간만 돌릴 수 있다면 너무나 좋을 것 같았다. 이젠 그와의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나는 왜 이리 현명하지가 못할까’
‘그냥 자연스럽게 만나다가 은근슬쩍 떠보고 안 되면 마는 건데, 나는 왜 이리 멍청하지? 뒷 감당도 못할 일을 이렇게 덜컥 저질러 버렸으니’
그녀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생각이 생각을 결정짓는다고 이제 또 안 되는 쪽으로만 생각하니 무조건 안 될 것만 같고, 더 암담한 것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그녀는 허둥지둥 정신 나간 사람처럼 근무를 하다가 광철한테도 집에 시어머니가 왔다고 하고는 섹스도 없이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그녀는 침대에 머리를 파묻고 펑펑 울었다.
‘내가 미친년이지, 내가 미친년이지, 내가 미쳤지’
세상이 끝난다는 느낌이 이럴까 저번에 강간을 당했을 때 보다 더 암담한 현실이 그녀의 작은 가슴을 무겁게 짓눌렸다.
사람이 한 가지 감정에 너무 몰두하면 식욕도 잊는다 했던가 그녀는 배고픈 줄도 모르고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 일어나도 그녀의 생각은 어제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골백번을 생각해 봐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안 좋은 행동을 한 것 같아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넋 나간 사람처럼 근무한다고 회사에 앉아 있는데 그녀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띠리리리링...띠리리리링...띠리리리링...띠리리리링...”
조용하던 사무실에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울리자 사람들이 일제히 그녀쪽을 쳐다 보았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보니 ‘지성호’ 란 글자가 선명히 번뜩이고 있었다. 그녀의 두눈은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왕방울 만큼 커졌다.
“명희씨, 전화 안받고 뭐해, 빨리 받아 시끄럽잖아”
정부장이 소리쳤다.
“...네”
그녀는 밖으로 나가며 그의 전화를 다소곳이 받았다.
“...여보세요”
“...... 저 지성호입니다. 명희씨, 잘 지내시죠?”
“......네... 그냥...”
“왜 그리 목소리에 기운이 없어요?, 어디 아프신거는 아니죠?”
“...예... 괜찮아요”
“저... 보내신 편지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전화 드린거는......”
“................ 예 말씀 하세요”
“그날 꼭 나가겠습니다. 그말 전하려고 전화했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명희씨! 그날 뵙죠.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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