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 8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한 싸움, 아니, **투쟁(鬪爭)**이었다. 기업의 차가운 전장에서 노동자들이 피 흘려 쟁취하는 권리만이 투쟁이라 불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 삶의 가장 깊은 심연, 나의 왕국인 이 완벽한 가정 속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싸움이야말로 진정한 투쟁이었다. 나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고, 내가 구축한 이 삶의 성채는 견고했으며, 내 의지대로 완벽하게 통제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그 신념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내면에서 들려왔다. 딸 민경이, 나의 해맑은 미소이자 싱그러운 꽃과 같던 아이, 그녀의 순수함 뒤에 숨겨진 추악한 그림자를 목도한 순간, 나는 이 싸움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이것은 나 홀로 감당하고, 감내하며, 인내해야 하는 고독한 투쟁이었다.
나는 가장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내 역할에 누구보다 자부심을 느꼈다. 자식들이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자라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지금, 나의 눈앞에 펼쳐진 민경이의 은밀한 일탈은 나의 완벽한 세계를 찢어발기는 듯했다. 문제의 싹은 조기에 잘라내야 한다. 작은 균열이 곧 거대한 붕괴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대기업 임원 자리까지 오르며 수많은 난관을 뚫어온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투쟁의 목적은 분명했다. 딸아이가 잘못된 길로 엇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아버지로서의 최소한의 역할. 그것이 나의 대의였다.
희숙이 강원도에서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지혜롭고 현명했으며, 빈틈없는 살림으로 집안을 완벽하게 꾸려 나갔다. 나의 사회적 성공이 그녀의 내조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우리 집의 중심이자, 흔들림 없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이제 위태로운 빙판 위를 걷는 듯했다. 나의 내면에서 깨어난 짐승은 여전히 포효하며 해방을 갈구했고, 나는 아내 앞에서 이중생활의 가면을 쓴 채 위선을 떨었다.
주말이 지났다. 고요한 밤, 희숙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는 안방을 뒤로하고, 나는 차가운 정적만이 감도는 서재에 앉았다. 며칠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곰곰이 생각했다. 언제 민경이를 '훈육'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훈육'의 방법은 무엇인가? 나의 머릿속은 복잡한 경우의 수와 잔혹한 상상으로 뒤엉켰다. 내가 가진 완벽한 권위와 이성적인 판단력으로 이 상황을 통제해야 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비밀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다른 가족들 모르게 진행되어야 했다. 아내 희숙은 민경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격한 어머니였다. 그녀는 우리 가문의 명예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민경이가 잘못된 길로 빠지면 그 낙인이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만약 희숙이 민경이의 '브이로그' 속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면, 나의 완벽한 가정은 산산조각 날 것이 분명했다. 나의 견고한 삶의 성채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이 아니라, 아예 거대한 붕괴가 시작될 터였다. 아들 정훈이 또한 명문대에 다니는 모범생이었고, 그에게 아버지의 이런 추악한 면모를 보일 수는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고, 그들의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이 언제나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차기를 바랐다. 이 투쟁은 오직 나만의 것이어야 했다. 철저하게 은밀하게, 그림자처럼 진행되어야 했다.
두 번째는 효과적인 훈육 방식이었다. 민경이가 다시는 그런 짓거리를 하지 못하도록, 몸으로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이 문장이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단순한 질책이나 훈계로는 부족했다. 그녀의 순진무구함 뒤에 숨겨진 위험한 본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그녀의 영혼 깊숙이 각인될 만한 강렬한 경험이 필요했다. 잘못된 길을 가게 됐을 때 본인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몸소 체험하게 해야만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눈을 감고 민경이가 춤을 추던 그 역겨운 영상을 떠올렸다. 선정적인 몸짓, 노골적인 시선 처리, 쾌락에 일그러진 표정. 그 모든 것을 수많은 남자들이 보며 음습한 욕망을 해소한다던 황 과장과 조 대리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몸서리쳤지만, 동시에 나의 아랫도리는 또다시 팽팽하게 솟아올랐다. 혐오감과 함께, 알 수 없는 섬뜩한 매혹이 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 바로 저것이었다. 저런 저급한 영상을 계속 찍게 된다면, 세상의 온갖 날파리 같은 것들이 들러붙게 될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속셈을 꿰뚫고 있었다. 개같은 새끼들. 개새끼들. 버러지 같은 놈들. 그들의 목적은 뻔했다. 민경이의 순진한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선물 공세를 퍼부을 것이고, 자기네들끼리 모여 온갖 음담패설을 퍼부을 것이었다. 민경이는 아직 어렸다.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내 딸은 그런 달콤한 유혹에 넘어갈 것이 뻔했다. 그 순간, 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터였다. 가문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나의 완벽한 삶은 회복 불가능한 붕괴를 맞이할 것이었다.
나는 나의 딸이 세상의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랐다. 이것은 나의 굳건한 신념이자 완벽한 아버지로서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위험한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내가 막아야 했다. 내가 나서서 그녀를 보호하고, '올바른' 길로 교육시켜야만 했다.
고민의 실타래가 비로소 풀리는 듯했다. 나는 차가운 이성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들어섰다. 나의 내면에서 깨어난 굶주린 짐승은 여전히 포효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포효를 나의 목적을 위한 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이 모든 추악한 행위를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정당화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아비가 아닌 남자로서, 민경에게 무서움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나의 존재는 이제 아버지의 울타리를 넘어섰다. 순수했던 딸의 얼굴 위로 음란한 몸이 겹쳐지던 그 지옥 같은 환영처럼, 나 역시 이제 아버지와 남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길로 들어서야 했다. 민경이에게 '남자'의 본질적인 욕망이 얼마나 추악하고 무서운 것인지 가르쳐야 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몸으로' 새겨져야만 했다.
그녀가 겪을 '최악의 경우'를, 내가 먼저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바깥세상의 '날파리'들에게 더럽혀지기 전에, 내가 먼저 그녀를 '교육'시켜야 한다. 이토록 끔찍한 사명을 띠고 내가 나서는 것이다. 나의 견고한 도덕적 원칙은 이미 모래성처럼 허물어졌지만, 나는 이 추악한 욕망을 '아버지의 역할'이라는 고결한 명분으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것은 그녀를 위한 일이었다. 나의 딸이 더 이상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막는, 가장 고통스럽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나의 심장은 격렬하게 고동쳤다. 쿵, 쿵, 쿵. 그것은 죄책감의 울림이자, 동시에 금지된 욕망이 주는 섬뜩한 전율이었다. 이 싸움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나의 완벽한 가정, 나의 자부심은 이 투쟁을 통해 다시금 견고해질 것이라고. 그리고 민경이는, 나의 지독한 훈육을 통해, 다시금 나의 손아귀 안에서 바르게 자라날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내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세계 속에서 최고의 가장이자, 최고의 아빠로 군림하고 있었다. 나의 완벽한 통제 아래, 모든 것은 완벽하게 흘러갈 터였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갈랐다.
며칠뒤 밤, 나는 지극히 조심스럽게 민경의 방문을 열었다. 안방에서는 희숙의 고른 숨소리가 평화롭게 울리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소리가 내 안의 추악한 열망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어둠 속에 희미하게 드러난 민경의 모습. 나는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을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그녀의 해맑은 미소 뒤에 숨겨진 추악한 그림자, 내 눈으로 똑똑히 목도했던 그 끔찍한 춤사위가 담긴 영상이 번쩍였다. 민경의 얼굴은 삽시간에 하얗게 질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눈빛 속에는 공포와 함께, 엄마에게 들켰을 경우 자신이 겪게 될 꾸지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역력했다. 그래, 바로 저것이다. 그녀의 가장 약한 고리.
“아빠... 그... 그게 아니라...” 그녀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무언가 해명하려는 듯 허둥대는 몸짓이 우스웠다. 이내 나는 내 입가에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이빨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나는 온화한 말투를 가장하며 그녀를 마주 보았다. “민경아, 너한테 따지려고 온 게 아니야.”
나는 민경을 차분하게 앉혔다.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내 허벅지에 차가운 시트의 감촉이 닿았다. 평소의 나는 회사에서 복잡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때면 아내 희숙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다. 그녀의 지혜는 나의 길잡이였으니까. 하지만 이 문제는 달랐다. 이것은 나만의 영역이었다. 나의 왕국에 드리워진 그림자. 그리고 나는 이 그림자를 누구보다 철저히, 은밀하게 걷어내야 했다.
“음.... 이 일이 엄마한테 알려지면 네가 곤란해지는 게 맞겠지?” 나의 질문에 민경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을 아꼈다. 물어보나 마나 한 대답이라는 의미였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그녀의 순종적인 태도를 확인했다. 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 너 어쩌려고 하는 거니?” 내 생전 처음 보는, 싸늘하고 단호한 내 모습에 민경은 울먹거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의 몸에서 풍겨오는 묘한 향수 냄새가 나의 뇌리를 어지럽혔다. 어딘가에서 맡아본 듯한, 끈적하고 달콤한 향. 그것은 그녀의 순수함 뒤에 숨겨진 위험한 본능을 더욱 자극하는 듯했다. 나는 내면에서 깨어난 굶주린 짐승이 다시금 포효하는 것을 느꼈다.
결국 민경은 참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아빠... 뭐든지 다 할 테니 제발 엄마에게만은...” 그녀의 절박한 목소리가 어둠 속을 갈랐다. ‘뭐든지?’ 그 순간, 뇌리 속에서 섬뜩한 불꽃이 튀었다. 나는 승리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 민경은 내 발아래 확실하게 위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의 오랜 투쟁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나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눈물범벅이 된 민경을 내려다보았다. "이건 너답지 않아. 이런 행동은 내 딸로서 자격 미달이야." 나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속에는 섬뜩한 승리감이 깃들어 있었다. 민경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녀는 어느덧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 처참한 자세는 나의 만족감을 더욱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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