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 5

날들은 끈적한 욕망처럼 끊임없이 흘러갔고, 그 눅진한 시간 속에서 박은경 아줌마가 예약했다던 벽지 수리업자로부터 마침내 연락이 닿았다. 처음에는 알 수 없는 번호가 액정 위에 섬광처럼 스쳤지만, 나는 하찮은 수업 따위가 지금 이 순간의 내 의식을 지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무시했다. 허나 두 번째 진동에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통화 버튼을 눌렀고, 수화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후 서너 시쯤 방문하겠습니다”. 건조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 알았다고 대충 답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내 안에는 불만족스러운 갈증이 차올랐다. 아니, 씨발. 박은경 아줌마 본인이 직접 와야 하는 것 아닌가? 곰팡이 문제는 단순한 구실에 불과했다. 나는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와 농염한 페로몬을 다시금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 도발적인 자태에 이성을 상실하고 싶었다. 끊임없이 그녀를 갈망하는 내 안의 짐승은, 그 부재만으로도 불타는 욕망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게 했다. 집주인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불쾌함이 치솟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쾌감은 또다시 나의 아랫도리를 거세게 팽창시켰다. 뇌 속에서는 이미 박은경 아줌마의 환영이 춤을 추고 있었고, 솟아오르는 욕구는 억제할 수 없었다. 씨부럴, 결국 수업이 끝나자마자 자취방으로 달려왔다. 끈적한 공기가 감도는 방 안에 홀로 남겨지자마자, 나는 거하게 한 발을 빼냈다. 그녀를 향한 뒤틀린 상념 속에서 육체를 비우고 나니, 축축하고도 기묘한 허무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렇게 몽롱한 의식 속에서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은 늘 그랬듯이 음란하고도 탐욕스러웠다. 뜨거운 이불 속에서 나는 박은경 아줌마와 그녀의 딸들로 추정되는 여자들—내가 목격했던 그 단발머리 여자 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또 다른 쌍둥이—과 뒤엉켜 침대 위를 뒹굴고 있었다. 그녀들의 육체가 내게 복종하며 내 '밀크'를 갈구하는 환상 속에서, 나의 이성은 끊임없이 파멸을 향해 치달았다. 축축한 쾌락의 심연 속에서 잠들어 있던 나를 깨운 것은,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전화벨 소리였다. 귓가를 찢을 듯한 그 소리에 현실로 강제 소환된 나는, 눈을 비비며 핸드폰 액정을 확인했다. 시간은 이미 세 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겨우 한 시간 남짓 잠들었을 뿐인데, 꿈속의 광란은 마치 하룻밤을 지새운 듯 육신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아까의 거친 남자의 음성이 아니었다. 마치 새벽 이슬처럼 여리여리하고 고운 여자의 목소리. 그 음성 하나만으로도 상대가 아름다운 존재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핏줄까지 선명하게 솟아오른 나의 '그것'은 이미 통제 불능의 발기를 시작했고, 나는 급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내 안의 탐욕스러운 짐승을 숨긴 채, 나는 가면을 쓴 듯 친절하고 나긋나긋하게 응대했다. "네, 저 집에 있으니 바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나의 육신은 이미 그녀를 향해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 끈적한 기대감은 마치 그녀가 나의 침실로 향하는 첫 걸음처럼 느껴졌다.
몇 분 후, 문밖에서 조심스러운 인기척이 들려왔고, 내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마치 사냥감을 기다리는 포식자의 심장처럼. 마침내 문이 열리고, 눈앞에 나타난 수리업자의 모습은 나의 음란한 상상력을 단숨에 압도했다. 칙칙한 작업복이 그녀의 육신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 천 조각들은 오히려 그녀의 두드러지는 몸매의 굴곡을 도발적으로 부각시키는 마법 같은 의상이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새댁 느낌의 여자였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졌던 여리여리함은 아니었지만, 그 고혹적인 눈빛과 살짝 열린 입술은 어떤 남자라도 그녀에게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나의 이성은 이미 마비된 지 오래였고, 오직 원초적인 본능만이 고개를 들었다. 왜 혼자 온 거지? 이 답답한 공간에서, 나는 그녀와의 밀회를 상상하며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 몸서리쳤다.
며칠 전, 박은경 아줌마의 집 앞에서 나를 광기에 휩싸이게 했던 그 단발머리 여자. 그녀의 모습이 눈앞의 수리업자와 묘하게 겹쳐졌다. 똑같이 찰랑이는 단발머리. 얼굴은 그보다는 약간 못 미쳤지만, 그녀가 말을 할 때의 나긋한 목소리 톤은 여전히 나를 자극했다. 아, 씨발. 이 여자의 신음소리는 과연 어떨까? 내 뇌리는 이미 음란한 환상으로 가득 찼고, 그녀의 숨결과 신음이 내 귓가를 찢을 듯 울리는 상상을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는 호기심이 불길처럼 타올랐다.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탐하고 싶었다. 그녀의 몸을, 그녀의 소리를, 그녀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욕망까지.
그녀는 내가 '누나'라고 멋대로 통칭하기로 한 채, 자신의 귀여운 몸매와 얼굴을 한 채 벽지 상태에 대해 질문했다. 그 순간, 이 낡고 축축한 자취방의 공기는 사라지고, 이 세상의 모든 주도권은 다름 아닌 나에게 넘어온 듯했다. 나는 이 파렴치한 욕망의 서막을 여는 탐욕스러운 주인공이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나긋한 말소리가 내 귓가를 간지럽힐 때마다, 나의 아랫도리는 더욱 거세게 팽창했다. 억제할 수 없는 짐승 같은 충동이 온몸을 지배했다. 나는 그녀의 귀여운 얼굴에 나의 끈적한 정액을 흩뿌리고 싶다는 추악한 상상에 깊이 몰입했다. 그 깨끗하고 순진해 보이는 피부 위로 뜨겁고 질척이는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더 나아가, 그녀의 몸에 착 감겨 육감적인 곡선을 가린 답답한 작업복 바지를 거칠게 벗겨내고, 매끄럽게 드러난 그녀의 탐스러운 뒷구멍에 나의 뜨거운 '밀크'를 사정없이 발사시키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의 몸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침범하여 나의 흔적으로 채우고 싶다는 맹목적인 갈망이 나를 집어삼켰다.
그녀가 잠시 도배지를 가지러 간다며 등 뒤로 사라진 찰나의 순간, 나의 시선은 마치 끈적한 거미줄처럼 방 한구석에 놓인 그녀의 핸드폰에 꽂혔다. 황금 같은 기회였다. **내 안의 '병신'은 오직 '그것'만을 키웠던 것이 아니었다. '나만이 가진 기술'**로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킹을 익혀왔던 나의 손은 번개처럼 움직였다. 순식간에 그 핸드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했고, 망설임 없이 그녀의 카카오톡과 SNS 계정을 복사하여 나의 폰으로 완벽하게 동기화시켰다. 나의 유일한 놀이이자 탈출구였던 해킹. 차가운 컴퓨터 화면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했고,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통제력과 전능함을 느꼈다. 이제 그녀의 삶의 모든 것이 내 손안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것은 단순한 정보 탈취를 넘어, 그녀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범하겠다는 나의 맹목적인 욕망의 표현이었다. 그녀가 돌아와 벽지 작업을 시작하는 동안, 나의 시선은 끊임없이 그녀의 육체 위를 탐색했다. 등 뒤에서 그녀의 탐스러운 뒷모습을 나의 '전용 무음 카메라'로 수십 장 넘게 촬영했다. 찰칵. 사진이 찍히는 순간, 나는 그녀의 이미지를 소유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그녀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했다는 전율에 사로잡혔다. 나의 심장은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그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새로운 발견이 가져다주는 전율이자,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자가 느끼는 아슬아슬한 쾌감이었다. 이 사진들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나의 새로운 금기의 유물, 나의 새로운 욕망의 증거였다. 이 수십 장의 음란한 사진들로 내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나의 탐욕스러운 뇌는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해 폭주하고 있었다.
마침내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자, 그녀는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벽지에 이상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다.
[좋은벽지 대표 : 정다미]
나는 그 명함을 받아들며, 내 안의 짐승을 완벽히 감춘 채 친절하고 순진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허나 나의 눈빛은 이미 그녀를 집어삼킬 듯이 빛나고 있었다. 정다미 다미씨 흐흐흐..... 그녀가 자취방 문을 닫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는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문이 닫히고 정적이 방안을 감돌자, 온몸을 옥죄던 긴장이 풀리는 동시에, 내 안의 탐욕스러운 욕망은 다시금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격렬하게 분출했다. 그 날 밤, 나의 냉장고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가짜 우유' 병처럼, 나는 그녀의 전화번호와 완벽하게 동기화된 SNS 계정 정보를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나의 활기 넘치는 딸쟁이의 삶은 새로운 활력을 얻었고, 나의 모든 신경은 이제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 낮에 촬영했던 그녀의 음란한 사진들과 함께, 그녀의 모든 정보들이 뇌리를 스쳤다. 카카오톡 대화 목록, 친구 목록, SNS에 업로드된 사적인 사진과 영상, 그녀의 일상과 인간관계.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손에 쥔 채, 이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골똘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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